[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며칠 전까지 쌀쌀하더니만 날이 금세 풀렸어. 슬슬 일해야지. 거름 좀 뿌리고 이제 로터리 치려고. 감자 심을 건데 두둑도 만들고 비닐도 쳐야 해서 아직 할 게 많아. 사람 좀 구해서 같이 하면 좋은데 요샌 동네서 일손 찾는 것도 어려워. 품삯도 부담이고. 아프면 아픈 대로 혼자서 천천히 하는 거지 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양파 심는 거 도와주러 나왔구먼. 모종이 많이 자랐지. 진즉에 심었어야 했는데 올 겨울에 눈이 워낙 많이 왔어. 이 동네가 겨울에도 따뜻한 곳인데 날도 무지 추웠제. 미리 심었다가 다시 심는 데도 있다더만. 어휴, (월동)배추도 꽁꽁 얼었다니 말 다했지. 아직 바람이 차. 그래도 땅이 좋아서 지금 심어도 잘 자랄 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쪽파 끝내고 봄배추 심으려고 로터리 쳐. 거름 주고 땅을 한 번 솎아줘야 모종이 잘 크제. 원래 오늘 심으려고 했는데 한파 때문에 며칠 미뤘어. 요새 날이 워낙 추웠잖어. 날 조금만 풀리면 바로 심을 겨. 로터리 치고 두둑 만들고 일이야 끝이 없지. 수확할 때 값이나 좋으면 좋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민통선에서 농사짓다 보면 평화가 왜 소중한지 알게 돼. 지난 정권 땐 보수단체들이 임진각에서 대북전단 살포한다고 난리를 치니깐 막아보겠다고 몸싸움도 엄청 했지. 대북 (확성기) 방송은 또 얼마나 시끄러운데. 웅웅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골이 아플 정도야. 남북관계가 안 좋다 싶을 땐 농장(임진강6.15사과원)에 출입하는 것도 쉽지 않아. 제발 이번 정권에선 남북이 평화롭게 지냈으면 좋겠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젊어서부터 했으니 30년 넘게 했어요. 농사가 잘 돼도 (고추) 시세가 예년만도 못하니까 속이 상하죠. 요샌 인건비도 안 나오는 형편이라예. 물어보면 다들 힘들다고 해요. 가락으로도 가고 대전으로도 가고 하는데 어디 가나 값이 다 그래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값이 오르질 않아요. 일한 보람은 있어야 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로컬푸드) 매장에 거의 매일 나오다시피 해. 뭐가 잘 팔리고 가격은 어떻게 되는지 확인도 할 겸해서 나와. 오늘은 무를 많이 가지고 왔구먼. 개당 1,000원씩 받으려고. 아무래도 소비자들하고 직접 만날 수 있으니까 그 때 그 때마다 뭐가 더 필요한 지 알 수 있어서 좋지. 한 품목을 많이 갖다 놓는 것 보다는 여러 품목을 조금씩 돌아가면서 내놓으니까 좋더라고. 우리 같은 소농엔 매장이 한 몫 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봄 감자 심으려고 준비 중이여. 이 줄을 두둑 위에 놓고 표시된 곳마다 구멍을 파. 그러면 간격이 일정하지. 지금 심으면 이르면 4월 말, 5월 초에는 수확해. 이미 심은 집도 많은데 뭘. 요샌 날이 춥고 땅이 어니깐 볕만 좀 나면 이렇게 수증기가 올라와. 안이 뿌옇지? 바깥은 추워도 안에서 일하다 보면 땀 나. 가끔씩 (하우스) 밖에 나오면 시원해. 감자는 일요일쯤 심으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뭐든 그렇지만 경험이 없으니 실패 확률이 높더라고. 처음에는 몰라서 엄청 헤맸지. 또 친환경으로 하려다 보니까 고생 많이 했어. 주변이 다 논이라서 약 번질까봐 신경 많이 썼지. 풀 뽑는 건 말할 것도 없고. 이것(부직포)도 풀 나지 말라고 (블루베리)나무 밑에 깔려고 준비하는 겨. 인삼밭에서 쓰고 남은 거 있다고 해서 얼른 가져왔지. 수확할 때나 와야 맛이라도 보는데…. 여름오기 전에 한 번 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강낭콩, 찰옥수수, 마늘, 방아, 오이, 갓, 무, 동부, 호박 … 어른들한테 물려받기도 하고 얻은 것도 있고 토종(씨앗)이야 많지. 씨앗은 다 저 냉장고에 있어. 먹고 살려니 이것저것 다 했지. 굳이 가릴 것도 없고. 심고 거두는 게 재미지, 뭐. 여기저기 나눠주는 것도 좋고. 이젠 농사 많이 못 지어. 힘들어서 먹을 것만 조금씩 하제. 우리 아들은 토종으로 한 게 제일 맛나다는디 안 할 수야 있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백로 즈음 지나서 심었제. 수확 시작한 지는 좀 됐고. 비닐에 담아 놓으면 장사꾼이 와서 가져가. 시세는 별로여. (뒤에 보이는) 저 비닐봉지(4kg)가 5,000원이여. 얼마 안 돼. 그래도 이 동네가 시금치로 알아주는 고장이라 상인들이 많이 와. 맛도 좋고 품질도 좋으니께. 시금치만 40년이여. 눈 내린다더니 바람이 매섭게 불구만. 바람이 많이 불면 아무래도 손발이 시려. 일이 더 힘들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십수 년 농사졌지만 올해 (대봉감) 가격이 젤로 안 좋아. 참말로. 좋은 놈만 추려서 내도 6,000~7,000원이여. 말 다했제. 박스값에 싣고 간 택배비도 안 나와. 7만원 놉 주고 따면 뭐할 것이여. 남는 게 없는 디. (산지)폐기는 폐기대로 해도 나무에 달린 것이 문제여. 감을 다 털어내야 내년에도 농사를 지을 것 아녀. (감) 안 딴 나무가 수두룩한디 돈 주고 놉을 쓸 수도 없고. 속상하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농협에 내는 건 양이 정해져 있어. 농가별로 순번도 있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 돌아오니까 상인들한테 많이 나가지. 요즘엔 좋은 놈이 한 관(3.75kg)에 8,000원씩 해. 보통 아침 6시 반에 나와서 (수확을) 시작하는데 한 열 댓 명이 들러붙어서 작업해야 돼. 그래야 상인들이 가져갈 물량을 맞춰. 이제 파지 정리하고 또 다른 밭으로 가야지. 일단 한 번 먹어봐. 그래야 맛있다고 쓸 거 아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