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올해 10월, 충청북도 괴산군은 축제의 장이었다. 2015년 이래 7년 만에 열린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에 참가하고자 국내외에서 50만명 이상이 방문했다. 2022년 기준 20대 1,024명, 30대 855명이 사는 ‘인구소멸 고위험지역’ 괴산은 모처럼 들썩거렸다.축제는 끝났다. 그리고 1,879명의 20~30대 청년들은 괴산에서 다시금 일상을 살아간다. 다시 맞이한 일상의 각박함 속에서 미래를 위해 분투하며 살아간다.지난 7~8일 괴산 중원대학교에서 (재)지역재단(이사장 박경) 주최로 열린 제19회 전국지역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전국 각지에서 ‘지역’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주체들이 2022 세계유기농산업엑스포가 열리던 충청북도 괴산군에 모여 지역의 살 길을 논의했다.(재)지역재단(이사장 박경)은 충청북도(지사 김영환)·괴산군(군수 송인헌)과 함께 지난 7~8일 괴산군 중원대학교에서 제19회 전국지역리더대회를 개최했다. ‘지역의 힘으로! 농촌을 활기차게! 주민을 행복하게!’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전국지역리더대회는 코로나19 창궐 전이었던 2019년 경북 의성군에서 열린 제16회 전국지역리더대회 이래 모처럼 전국 각지의 지역 주체들
태풍 힌남노를 맞고 드러누웠던 대파가 아직도 일어나는 중이다. 파밤나방 벌레와 굴파리가 대파 잎을 극성스럽게 뜯어먹고 있어서 너덜너덜했다. 농약을 하는 김에 배추밭까지 하려고 일꾼 한 명을 불렀다. 인력소개소에서 김혁씨가 왔다. 남편은 앞에서 농약을 뿌리고 김혁씨와 나는 농약줄을 잡아당겼다. 농약줄을 끌어주는 김혁씨가 바쁘게 뛰어다녔다. 밭가에서 농약줄을 끌어당기는 내가 힘을 덜 쓸 수 있도록 김혁씨는 최대한 멀리까지 끌고 갔다가 내 가까이 와서 끌어당겼다.“오빠! 그렇게 뛰어다니지 않아도 돼요.”남편과 둘이 하던 일을 셋이 하니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난달 24일, 서울 도심에서 진행된 9.24 기후정의행진 중 한살림생산자연합회(회장 박용준) 농민들은 또 다른 ‘기후재난 피해자’들을 데려왔다. 농민들이 끌고 온 수레 위 상자에 담긴 오이·고구마·사과·대추는 가뭄과 태풍 등의 기후재난으로 생육부진 또는 낙과 등의 고통을 겪은 작물들이었다.상자에 담긴 작물들은 상처투성이거나, 쭈글쭈글하거나, 생육부진으로 인해 충분히 잘 자라지 못한 상태였다. 작물을 담은 상자 중 하나엔 큼지막하게 ‘기후폭탄 맞은 농산물’이라고 쓰여 있었다.‘기후폭탄’은 전국 각지 친환경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가소득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가공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설립하는 공공형 농가공지원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소규모 농가공에 초점을 맞춰 3년째 실질적인 가공 창업을 돕고 있는 한 지역농산물가공센터의 사례를 통해, 가공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 농가의 만족과 이를 이끌어 낸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들여다봤다.전라북도 익산시의 경우 특정 특산품의 대량 생산보다는 다품종이 소량으로 생산되는 시 농업의 특성과 도농복합도시라는 환경 덕에 자체적인 로컬푸드 판매망이 비교적 잘 자리 잡은 지역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은 제2조에서 ‘영업’을 ‘식품 또는 첨가물을 채취·제조·가공·조리·저장·소분·운반 또는 판매하거나 기구 또는 용기·포장을 제조·운반판매하는 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농업과 수산업에 속하는 식품 채취업’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는 다시 말해 1차 생산을 하는 농어민이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전통농업에서 농산물 생산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농가공’은 이제 반드시 자본을 거쳐야만 하는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갔
‘잘 키운 농산물로’‘제품을 잘 만들고’‘체험문화까지 잘 즐기는’‘참 잘 하는 6차산업’정부의 6차산업 소개 누리집(www.6차산업.com)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홍보문구이자 관련 지원사업의 핵심기조다. 농민이 농사를 지어(1차) 스스로 가공을 하고(2차) 또 직접 판매와 영업까지(3차) 병행해 가치의 곱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6차산업’, 공식적으로는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명명해 활성화 지원·육성을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흘렀다.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활용해 만든 질 좋은 가공식품을 발굴하고
나는 우리 마을에서 윗말 사는 상을씨랑 순자, 도화, 순덕씨 그리고 아랫말로 가면서 찬규, 봉순씨랑 복순씨까지 이분들 외에도 성함은 잘 모르겠지만 오매가매 매일 보는 80대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간다. 내 나이 서른아홉이니 나는 아직도 그분들 인생의 반도 못 살아본 셈이다. 이제와 몇 년이나마 할매들과 나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상을씨와는 매주 일요일이면 잠깐이나마 드라이브를 하는데 다리가 아픈 상을씨가 멀리 못 다닐 것을 생각해 일부러 뒷말, 건너말로 돌고 돌아 오곤 한다. 그러면 누가 여든 넘었다 할까 싶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머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해, 농민운동가들은 지난 수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 농민들의 노력에 진보정당이 합세했고, 올해부턴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고민하는 법조인들이 힘을 합쳤다. 이들 모두의 노력으로 농민기본법 초안이 마련됐다. 농민기본법 제정운동 주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농민운동 주체들은 오랫동안 현행「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2019년 1월 7일 본지 주최로 진행된 필진 간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현재 준비 중인「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농민기본법)」은 기존「농업·농촌 및 식품산업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과 비교해 무엇이 달라졌을까? 오랜 준비 끝에 지난달 농민운동 주체들이 마련한 농민기본법 초안 속에 담긴 ‘기본’들을 살펴보자.농민기본법의 ‘농민’ 규정농업식품기본법은 ‘농업인’의 범주를 △1,000㎡ 이상의 농지를 경영하는 사람 △농업경영을 통한 농산물 연간 판매액이 120만원 이상인 사람 등으로 한정지었다. 반면 농민기본법안은 ‘실제 농사짓는 사람’으로서 농촌에 거주하는 이들 모두를 ‘농민’으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2022년 오늘, 한국의 농민들은 최악의 위기를 겪고 있다. 45년 만의 최대 폭 하락을 기록한 쌀값 및 폭등하는 생산비로 인한 농가소득 위기, 기후위기 심화로 인한 농업 지속가능성 위기, 농촌 고령화 및 농사환경 악화로 인한 농촌소멸 위기까지, 농민들은 이 모든 위기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고 있다.그러나 국가는 농업·농촌·농민의 위기에 대해 어떤 근본대책도 내놓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그 어떤 분야보다도 국가 책임성이 요구되는 농업 분야에마저 ‘시장논리’를 들이밀었다. 농업·농촌, 그리고 ‘농업인’에 대한
본격적인 가을농사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진짜 바빠서 여우가 애를 업고 가도 모를 철이지만, 요새는 애가 없어서 뺏길 일도 없겠습니다. 어쨌건 이렇게 한 바쁨이 있기 전에 농가에서는 서로 간에, 지난여름에 수확한 깨나 고추가 남은 것이 있냐고들 연락을 하고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여름에는 가뭄과 폭염, 폭우 3종 세트가 겹쳐 기후위기란 이런 것이다, 라고 대놓고 경고를 하는 셈이었지요. 그러니 전국적으로 밭곡식이 흉작이었습니다. 어쩌다 잘 된 집도 있지만, 시쳇말로 그것은 재수가 좋았던 것이고 대부분은 평년에 못 미치는 형국이었
소농이 수확한 농작물을 내고 싶을 때 그 양이 어떻든 원하는 가격으로 쉽게 판매대에 올려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창푸드종합센터(거창푸드)이다. 나 역시 소량의 다양한 약초를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실 수 있도록 포장을 해서 내고 있다. 또한, 거창푸드는 농민이 단순히 생산자에서 나아가 식생활 수업, 토종씨앗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먹거리의 가치를 학생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얼굴 아는 농부의 먹거리를 구해 밥상을 차리니 지역 공동체 의식이 절로 샘솟는다.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
현재 밥 한 공기(100g) 원가가 205원 정도다. 쌀값이 최대치로 폭락하기 전인, 약 두 달 전에도 고작 220원 정도였다. 쌀값이 비쌌던 해에도 밥 한 공기의 원가는 230원을 넘지 못했다.2018년 농민대회 때 ‘밥 한 공기 300원 보장’ 구호가 나왔지만 지금까지 한 번도 달성해 본적이 없다. 올해 물가가 5% 이상 오르고, 비료값은 3배, 인건비는 2배, 각종 농자재값도 두 배 이상 폭등했지만, 쌀값은 거꾸로 45년 만에 최대 폭락비율을 기록하며 지난해 대비 22% 이상 하락했다. 농협창고마다 구곡이 쌓여 있고, 지역농협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월 23일 피해가 발생한 이후 두 달이 다 돼 가도록 천안시와 농협 등 관계기관 어느 한 곳에서도 조사 한 번 나와 보질 않았다. 대책위원회에서는 ㈜대유와 피해농가, 천안시 등이 참여하는 합동조사단 구성·운영을 요구했지만 업체 측에서 개별적으로 합의에 임하겠다며 전혀 협조를 않는 상황이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심의로 선정한 업체 측 약제를 사용해 농민들이 피해를 봤는데, 농민들을 방치하고 있다.”지난 20일 충남 천안시 서북구 성환읍 일원의 배 밭에서 만난 유영오 피해대책위원장은 답답함을 호소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본격적인 수확기를 앞두고 농민들이 쌀값 보장을 촉구하며 벼를 갈아엎고 있다. 농사를 짓는 데 드는 가격은 폭등하고 있지만 쌀값은 통계 작성 이후 45년 만의 최대 폭으로 하락하고 있기 때문이다.농민단체들은 지난해 수확기 이후 쌀값이 계속 떨어지자 대규모 집회, 논 갈아엎기, 삭발투쟁을 하며 정부에 시장격리 등 쌀값 안정 대책 마련을 촉구해왔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20kg 산지 쌀값은 4만725원으로 지난해 수확기 평균 쌀값(5만3,535원)과 견줘 23.9% 떨어졌다.21일 상주시농민회는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19일 오후 강원 평창군 용평면 용전리 감자밭에서 농민들이 감자를 캐 바구니에 담고 있다. 한 여성농민은 "농사가 잘 돼 작황도 괜찮고 (등급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가격도 괜찮은 편"이라며 "전라도 도매시장으로 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국농정신문 장수경 기자]지난 4일,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제로웨이스트 카페(쓰레기 없는 카페) ‘보틀팩토리’에서 조금 특별한 장인 ‘채우장’이 열렸다. 채우장은 ‘버릴 것 없이 채우는 장터’라는 뜻으로, 상품 포장 시 발생하는 비닐이나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장터이다. 이 장터에선 판매되는 물품이 따로 포장돼 있지 않고, 소비자가 각자 용기를 가져와서 필요한 물품을 필요한 만큼 덜어서 구매한다. 따라서 판매자들은 무게나 낱개 단위로 판매할 수 있도록 상품을 준비하고, 구매자들은 판매되는 품목을 살펴본 후 구입하고 싶은
추석날 아침에 시어머니가 계신 광주에 가는데 해남 지역 곳곳에서 일꾼들이 거름을 뿌리기도 하고 비닐을 씌우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다급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며칠 전의 태풍으로 땅이 마르지 않아 명절 지나고 차분히 시작하려던 일을 앞당겨서 처리하느라 성묘든 명절이든 뒷전이다. 며칠 만에 또 태풍이 생겨서 11일 오후부터 4일 동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농사꾼들의 명절을 밀쳐냈다. 겨울배추를 미리 심지 않았다면 나도 저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있으리라.9월 10~25일 즈음에 겨울배추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쪽에선 콤바인이 나락을 벤다. 한쪽에선 트랙터가 논을 갈아엎는다. 결실의 계절, 콤바인이 있어야 할 자리에 놓인 트랙터는 그 존재만으로 매우 위압적이고 이질적이다. 게다가 트랙터 로터리에 짓이겨지는 나락을 속절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는 농민들. 자식같이 키우는 게 농사라는데 이들의 심정을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하는 쌀값에, 게다가 비료·농자재·인건비 등 하늘 모르고 치솟는 영농비에 추수에 나선 농민은 마냥 기쁘지 않다. 또, 같은 이유로 “이대로는 못 살겠다”며 알곡이 익어 고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