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원래 도시여자였다. 외모만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나고 자란 24년 동안 흔한 친척 한 분 시골에 살지 않아 농활 때 외에는 촌에 가본 적도 없는. 그런 내가 해남 6년, 화순 6개월을 거쳐 경북 상주에서 9년째 농촌에서 살고 있다. 물론 해의 움직임에 따라 하루를 열고 닫고 직접 손에 흙 묻혀가며 일하는 순도 100% 농사꾼은 아니지만 편리한 생활문명과 다양한 문화생활을 누리고 사는 도시인이 아님은 분명하다. 그것은 대학 4년 동안 150도쯤 변해버린 내 가치관에 따라 생계유지에도 충실한 직장이면서 모두가 더불어 인간답게 사는 사회에 일조하는 지향을 가진 농민약국에서 활동하게 되어서이다.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고 힘들었다. 하지만 시골어르신들을 만나는 일은 어렵지도 힘들지도 않았다. 약국의 대표지
대통령선거를 앞둔 요즘 영화가에 잘 팔리는 영화가 상영 중이다. 이름하여 ‘광해, 왕이 된 남자’이다. 곧 천만관객이 들것이라 하니 나도 시간을 내어 영화를 보았다. 대통령에 대한 바람을 조선시대 정쟁의 희생물로 사라진 광해군을 내 세워 상상의 나래를 펴 본 것이다. 혹여 감독이 관객들에게 무엇인가를 요구하려 하는 것이 아닌가하는 의심을 던진 상태로 영화를 봤으나 그런 것은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진지함과 우수꽝스러운 장면들을 잘 배치하면서 관객들이 극에 몰입하도록 만들고 있다. 근래에 와서 광해군에 대한 역사적 해석을 달리 하는 여러 이야기들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전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광해군의 역사적 기록은 패륜아였다. 그래서 그는 인조반정으로 임금의 자리에서 쫓겨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내 운명은 내가 결정해야 한다”라고 농민들의 주체의지를 강조하는 박진도 충남발전연구원 원장. 동시에 ‘내발적 발전’을 강조하는 박 원장은 “농업정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지 않는 한 현재 농업·농촌·농민의 위기는 해결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화 문제에 대응하는 것은 지역화 밖에 없다”라고 밝힌 박 원장을 지난 18일 공주시에 위치한 충남발전연구원에서 만나 농업과 농촌의 희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도숙=한국농업이 위기라고 이야기 합니다. 현장에서 첫 번째로 느끼는 것이 ‘격차’입니다. 부자 농민과 가난한 농민의 격차가 눈에 보입니다. 또한 농촌 인구의 고령화와 경지면적의 축소가 눈에 보이는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생산물에 대한 가격보장
시원한 가을바람을 맞으면 맑은 하늘을 보며 단풍든 숲길을 걷는 나들이의 계절이 왔다. 들로 산으로 나가서 아름다운 금수강산 대한민국에 살고 있는 혜택을 마음껏 누려볼 시기이다. 산행이나 걷기에서 반갑지 않은 일 중의 하나인 발목 염좌의 응급처치인 RICE 법을 알아보자. 발목은 정갱이부근의 2개의 다리뼈와 7개의 발목뼈가 복잡한 모양으로 얽혀 있으며, 이뼈들은 4개의 큰 인대와 십여개의 작은 인대들에 의해서 서로 단단히 연결되어 있고, 좁은 모양의 ‘목’으로 발가락으로 통하는 여러가닥의 혈관, 신경, 힘줄이 지나가고 있다. ① 발목을 살짝 삐끗하는 경우는 인대가 순간적으로 당겨졌다가 제자리로 돌아가는 것으로 순간적으로 통증이 있고 한동안 얼얼하기는 하지만 붓거나 멍들지 않고 걷는데에도 큰 무리가 없으며
텔레비전이고 신문이고 온통 대통령 선거 이야기들이다. 선거라는 게 묘한 것이어서 평소에는 아무 관심도 없던 장삼이사까지 게거품을 물고 핏대를 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마치 민주국가에 사는 백성이라면 마땅히 정견이 있어야 하고 정견이 다른 자를 만나면 역시 마땅히 싸워야 하는 줄로 아는 것 같다. 지난 총선 무렵엔 술자리에서 서로 지지하는 정당 편을 들어 말다툼을 하다가 살인사건으로 비화한 일도 있었다. 지난 민주정부 기간에 백성들의 정치적인 관심이 시나브로 줄어드는 것 같더니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다시 정치에 대한 관심이 퍽 늘어난 게 느껴진다. 신문을 보니 아직 대선이 여러 날 남았는데도 이미 지지할 후보를 정한 유권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물론 그 동안 우리나라 선거판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았던 ‘
필자가 전통주를 연구하면서 “좋은 술의 발효기간은 얼마나 될까?” 하는 궁금증에 사로잡혔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세간의 상품화 된 술들이 소위 ‘전통주’를 표방하고 저마다 족보와 역사를 자랑하면서도, 경제성을 빌미로 3~4일 만에 또는 7일이면 상품화가 가능한 기술을 내세우고 있을 때,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고문헌 속의 전통 명주의 발효기간은 대부분이 21일 또는 30일이 넘어야 하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절대다수의 주품들이 3~4일 또는 5~7일이면 완성되어 상품화로 이어지는데, 필자가 연구하고 있는 술들은 짧아야 21일이니 대중주들과 시장성이나 가격경쟁 면에서 결코 이길 수 없다는 판단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전통주의 발효기간은 평균 몇 일이나
경남 고성군 마암면 두호리. 이 마을은 우리 농민운동사에 특별하게 기록된 곳이다. 갑오농민전쟁 이후 가장 크게 농민들이 일어났던 80년대 소몰이 투쟁에서 그 첫 번째 싸움이 일어난 곳이기 때문이다. 88년의 추곡수매거부운동이 일어난 곳 역시 두호마을이다. 80여 가구, 성산 이 씨가 집성촌을 이루어 살고 있는 마을에서 우리밀살리기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오랜 역사를 지닌 마을은 들어서면서부터 강한 인상이었다. 마을 입구에 작은 동산이 있는데 수백 그루의 소나무와 팽나무, 느티나무 등이 들어서 있었다. 숲의 이름은 민주동산이다. 시골 마을의 동산에 ‘민주’라는 이름을 단 곳을 과문한 나는 처음 보았다. 옛 농협 창고의 담벼락에는 각종 구호가 쓰여 있었다. 아마 농활을 왔던 대학생들이 써 놓은 듯, ‘통일
지난 9월 22일에 열린 서울여성문화축제에 횡성군 여성농민회 회원들이 떴다! 서울 도심 한 복판에서 횡성 여성농민들과 서울여성회 언니네텃밭 회원들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매번 횡성에서 밭둑에서 만나던 우리가 서울 도심 공원에서 만나니 기분이 정말 색달랐다. 헤어져 있던 언니를 만나듯이, 명절날 어긋나 서로 얼굴 보기 힘들었던 친정 언니와 동생이 만나듯이 환호성이 터졌고, 서로 너무도 자연스럽게 얼싸안았다. 서울에 사는 여성들이 준비한 축제의 자리에서 오랜만에 가을나들이를 온 횡성 언니들은 마음껏 축제를 즐겼다. 서울여성회가 준비한 이번 서울여성문화축제의 주제는 ‘가족’. 다양한 가족을 인정하고 가족내의 평등문화를 만들어야 하며, 가족을 구성하고 선택할 권리가 모두에게 있음을 선언하는 내용의 축제가 여성농
옛날 뒤를 보고 밑씻개가 없을 때 무엇으로 해결했을까. 풀잎이 많이 나는 계절엔 쑥이라든가 칡잎 등이 유효하게 쓰였을 것이다. 겨울에는 짚이나 마른 건초들을 이용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런데 그것도 한계는 있다. 주로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곳에서는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을 것이다. 즉 절간의 해우소(解愚所)에는 풀잎이나 볏짚 따위로 해결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하여 해우소 한쪽에다 새끼줄을 걸어두고 거기에 비벼 밑을 씻었단다. 그래서 다음 사람이 쓸 때 막대기로 떨어내고 쓰는데 이때 똥을 털어낸 막대기 이름이 ‘똥친 막대기’다. 그만큼 별 볼일 없고 하찮은 물건을 일러 ‘똥친 막대기’라고 한다. 대통령후보들이 선거운동으로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연일 그들의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고 있을 뿐 이렇다 할 공약
환절기입니다. 감기 환자가 많네요. 콧물 감기, 기침 감기, 몸살 감기, 종합 감기까지 다양한 환자가 옵니다. 그리고 가끔 이런 말씀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감기 한 방에 낫는 주사 놔 주세요.” 아마 옛날에 경험을 해보셨거나 이웃 주민이 어디서 주사 한 대 맞고 감기가 그 날로 나아버렸다며 어떤 병원을 추천하셨겠지요. 하지만, 현 지구상에 감기를 한 방에 낫게 하는 주사는 없지요. 다만 낫는 것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약들이 많을 뿐입니다. 세계 최고의 대학교수에게 물어봐도 돌아올 답변은 똑같지요. 감기 한방에 낫는 약은 없습니다. 감기는 여러 종류의 감기 바이러스가 코와 목을 침범해 염증 반응을 일으켜서 일어나는 병을 포괄적으로 말하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다섯 사람이 감기에 걸려서 기침, 콧물,
꼭 15년을 탄 트럭이 마지막 숨을 거두었다. 햇수에 비해 달린 거리는 그다지 많지 않았지만 험한 일을 주로 해서인지 마지막 두어 달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겨우겨우 버텨주었다. 트럭을 바꿀 요량으로 두어 달 전에 차 가게(그 곳을 왜 딜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에 들렀더니 무려 두 달을 기다리라는 것이었다. 불경기라고 난리인데 웬 수요가 그리 많은가 했더니, 작은 트럭은 불경기에 오히려 많이 팔린단다. 마땅히 할 게 없는 사람들이 생계수단으로 장만한다는 거였다. 어쨌든 낡은 트럭은 두 달을 더 고장 없이 가까스로 견뎌주었다. 우리 집에는 두 대의 차가 있다. 돌아보니 차를 두 대씩이나 굴린 세월이 짧지 않다. 17년 전 처음 귀농했을 때 중고 지프를 장만했다. 아직 둘째, 셋째 아이들이 태어나기 전이라 지
의성군농민회 금춘지회(금성면, 춘산면, 가음면 연합지회)에서는 지난 2월 26일부터 지금까지 214일 동안 한 번도 빠짐없이 한미FTA 폐기와 한중FTA 중단을 바라는 백배 선전전을 진행하고 있다. 매 장날마다 오전 9시 30분부터 약 40분간 회원들이 상복을 입고 한미FTA 폐기와 이명박 정부의 잘못된 농업정책을 바로잡기를 바라는 내용의 성원문을 낭독하며 절을 백번 올리는 방식이다. 상복을 입고 절을 하다 보니 처음에는 지나다니는 사람들로부터 눈총도 많이 받았다. 시골 정서상 상복을 입고 절을 한다는 것은 상갓집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사람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한미FTA에 대해 잘 모르거나 관심이 없던 농민들에게 쉽게 내용을 풀어 이야기 하듯 진행하는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