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지내다시피 드러누워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들 뿐 만이 아니다. 말라버린 그루터기들이 제빛을 잃어버린 색 바랜 논들도 봄을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트랙터가 들판을 울리고 봇물이 고랑을 빡빡하게 흐르면 논들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 들썩인다. 색 바랜 논들이 물빛과 여린 볏모들의 환희로 가득차면 농촌의 들녘은 비로써 꽉 들어찬 충만함을 보여준다.이런 농촌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모내기는 우리네의 오랜 습관이다. 마을 어른 중 누군가가 말끝을 잊지 못하며 그랬다. “이제 몇 번의 모판에 씨 나락 앉히는 일을 하게 될지….” 오래전부터 한해를 다시 맞는 것은 농사와 깊게 골이 맺혀있었다. 새로운 해를 맞으며 죽음의 문턱에 그만큼 가까워 젖지만 여전히 나락을 뿌리고 모를 내고 콩을 심는 것이다. 그것
충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깁니다. 충치가 생기는 양상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없지만 노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르게 생기는 걸 이해하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기 쉬워질 것입니다. 충치는 치아의 표면에 음식물잔사가 붙고 여기에 세균이 증식하면서 내뿜는 산에 의해 치아의 칼슘성분이 빠지는 현상입니다. 칼슘성분이 많이 빠지면 삭은 듯이 보이게 되고 결국에는 형태가 무너집니다. 점점 깊어지면서 세균이 치아 내부로 침입하면 통증도 느끼게 됩니다.이러한 과정은 모든 충치에 공통적인 부분입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른 점은 어디에 음식물잔사가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 난 치아는 산과 골이 명확합니다. 그
“그럼, 두섭이네는 누가 이장을 했으믄 좋겠다는 거유?” 양만득이 맹한 표정으로 부녀회장을 바라보았다. 올해 오십이 되는, 마을에서 세 번째로 젊은 편인 그녀는 주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여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었다. 젊은 데다 마을 일을 제 일처럼 늘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기 때문이었다. 회관 청소며 음식이며 그녀가 나서서 손을 내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가 붙박이로 부녀회장을 한지 벌써 육년 째였다. “저 혼자 생각은 아니구, 다덜 영주 아부지가 한 번 해야허지 않을까 말이 돌었시유. 왜 저한테만 그런대유? 우리찌리 있을 때 성진 할무니두 그리 말씀하셨는데.” 석준은 속으로 으이구, 하고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성진 할머니란 다름 아닌 정선택의 부
할아버지의 밥상에나 가끔 오르던 소고기, 아이들인 우리들은 병이 나서 심하게 앓고 난 다음에라야 몸을 추스르라는 뜻으로 끓여주시던 죽에서 볼 수 있었던 소고기를 떠올린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때였으니 만큼 투정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기에 일 년이면 불과 몇 번 밖에 먹을 수 없었던 소고기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먹을 것이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아니다. 닭처럼 성질이 따뜻한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처럼 몸을 차게 하지도 않으니 형편만 된다면 평소에 자주 먹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소고기는 그 맛이 달다. 비장이나 위장을 도와 몸에 기와 혈을 더해주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오래된 병으로 몸이 허약해졌을 때 먹으면 회복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쉽다더니 인공수분이 끝나자마자 꽃잎이 흩날린다. 한해농사가 인공수분의 결과에 달렸으니 배과수원은 모두가 정신없이 비상상황이다. 일을 할 사람은 없고 시간은 촉박하다. 막걸리 마셔가며 꽃구름속에 어쩌고 하다가는 패농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수분용 꽃을 따다가 꽃가루를 묻혀준 것은 70년대 방식이다. 80년대 개방농정은 농법도 수입됐다. 선진농가라는 사람들이 수분용꽃을 길러 화분을 채취해서 인공수분을 했다. 지금도 일부기술센타에서 꽃가루은행을 시행하는데 일손이 모자라고 기계가 없는 농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중국의 값싼 수분용 꽃가루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어떤 지자체는 꽃가루값 일
봉독약침은 꿀벌의 독을 우리 몸의 경혈이나 아픈 곳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주로 관절통, 신경통, 근육통에 사용합니다. 요즘 한의원에서 약침과 더불어 많이 사용하는 치료법인데, 봉독약침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1. 봉독약침은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나요?봉독약침은 일종의 독을 우리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봉독(꿀벌의 독)을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 계통이 활성화 되고, 활성화된 면역력을 이용하여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입니다. 또한 봉독 자체에도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관절약, 피부과약, 알레르기 약 등(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고 계신 분들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소염제 계통의 약들이 봉독의 효과를 죽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봉독약침을 치
우리가 의료생협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고, 지역사회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함이다.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금연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2010년 기준 48.3%이다. 과거 20년간 75.1%에서 크게 감소하였지만, 최근 5년간은 정체 상태이며,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 흡연율은 6.2%로 과거 20년 사이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고 있다. 청소년은 남자 16.6%, 여자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소년 흡연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흡연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암과 혈관 질환이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말단 공무원도 내려 보는 이장 자리일지언정 머리에 든 게 있고 관에 가서 말발이라도 세울 줄 아는 사람이라야 마을에도 득이 될 터이고 정선택으로 말하자면 누가 뭐래도 마을에서 제일 많이 배우고 면이 아닌 시에서도 함부로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십여 년 전에, 정선택이 다시는 이장을 맡지 않겠노라는 선언과 함께 그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마을의 이장은 당연히 정선택으로 알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 때도 이미 예순 중반이었던 정선택은 면내의 이장 중에 자신이 제일 나이가 많다며 이제 나다니기도 창피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받혀 달포 넘게 병원에 입원했던 것도 이유였다. 그런데 정선택의 뒤를 이어 이장이 된, 지금은 흙보탬이 된 최성대가 맡은 지 일
대한민국 최후의 오지를 한 곳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경북 영양을 말할 것이다. 개발이 덜 된 원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고 느껴지는 일월산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답게 꽁꽁 숨겨진 산채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게다가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산채류 연구팀이 영양지역에 자생하는 산채류의 생리활성에 대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항고혈압 활성, 항당뇨 활성, 항산화 활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활성이 뛰어난 영양의 산채류 중 특히 어수리는 항고혈압·항당뇨 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나리과의 어수리는 다년초로서 성인 키 만큼 자라지만,
손전화를 내던져버릴까를 여러 차례 고민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결행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주위에서 보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는 그런대로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금융권의 집요한 광고와 마지막기회를 강조하며 새전화기를 구입하라는 판촉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도대체 누가 내 전화번호를 팔아먹었는지에 대한 분노와 금융자본주의의 끝장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가라고 꼬시는 것을 보면 투자에 한계가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손전화 시장도 새로운 시장은 없고 이미 형성된 시장안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가입자를 가져가는가가 살아남는 조건이 된 것이리라. 바로 제로섬게임의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나 손자 있으신 분 계신가요? 장학금 때문인데요, 시곡에선 아무도 없구먼요. 다음에 각자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지만, 올해 화재 공제나 안심운전자 공제가 만기 돌아오는 분이 몇 집 있네요.” 이상태를 따라온 박한주가 서류를 뒤적여가며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공제 담당으로 상무인 그녀는 오십 줄을 넘어선 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주름살 없는 얼굴이 탱글탱글했다. 그녀는 연봉이 조합장보다도 많다. 일반 보험 모집인들은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도 뜨악하게 쳐다보기 마련이지만 시골에서는 농협에서 하는 공제라고 하면 그저 들어야 하나보다 하고 선뜻 들게 마련이라 박한주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어떻게 돌아가는 조화속인지 무지렁이들이 알 리 없는데 아마 거기에서 떨어지는 커미션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드신 음식을 찾아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범인이 오징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징어만이 아니라 오징어 비슷하게 생긴 문어나 낙지 따위를 드셔도 늘 같은 통증을 느끼시기로 어머니는 아예 다리 많은 오징어 비슷한 것도 입에 대지 않으신다. 국물이라도 드셨으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국물도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가능하면 낙지나 주꾸미, 오징어, 문어 등을 집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제철인 계절인 요즘 어머니께서 일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