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설상가상’의 시대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양대 위기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고 있다. 이런 ‘위기의 중첩’ 속에서, 한국 농업정책의 ‘전환’에 대한 농민들의 갈망도 더더욱 쌓이고 있다. 이 갈망에 발맞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대회의실에선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이원택 국회의원 주최, 주관으로 ‘전환의 시대, 농업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비록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토론장에 많은 인원을 모시지는 못했으나, 인근 더불어민주당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정 틀 전환. 농민들 입장에서 정말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 표현이면서도, ‘제발 말만 떠벌리지 말고 실천하라’고 촉구하는 게 바로 이 ‘농정 틀 전환’이다. 당최 지금의 농정 틀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지금까지 농정 틀 전환이란 말이 반복됐을까?현재 한국 농정의 틀은 사실상 세 주체에 의해 만들어졌다. 첫 번째 주체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다. 일제는 조선에 ‘근대농업’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1,500여종에 달했던 조선의 토종벼를 몰아낸 자리에 일본에서 육성한 신품종 벼를 이식했다.이 벼는 화학비료를 사용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울금이 국내에서 처음 재배된 게 언제인진 확실치 않지만 삼국~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전래와 함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상으로는 조선 전기까지 전남지역 7개 이상의 지역에서 재배된 사실이 확인되는데, 조선 중기 이후엔 류큐 왕국(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으로부터 조공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국내 재배 기록이 전무하다. 언젠가부터 모종의 이유로 국내에서 명맥이 끊어진 것이다.국내에 울금 재배가 다시 규모 있게 이뤄진 건 불과 30년 전, 전남 진도에서다. 일본에서 울금(우콘) 종자를 가져온 강원도 사람 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강을 쏙 닮은 모양과 노란 빛깔, 짙은 흙내음을 품은 향. 진도울금은 모로 보나 바로 보나 카레의 원료인 강황과 판박이다. 그러나 ‘울금이 강황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하는 입장이 무척 난처해진다. 울금이라는 작물의 정의가 딱 떨어지게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울금=강황?민간에서 울금과 강황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속설은 다음과 같다. “같은 작물을 인도에서 재배하면 강황, 국내에서 재배하면 울금.” 울금·강황 구분에 있어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가설이다.문제는 한의학에서 고래로부터 울금과 강황을 구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진도울금의 최대 난제는 판로다. 산지 유통조직들이 수급을 조절하며 농민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안겨주고 있지만, 마음놓고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이유가 불안한 판로에 있다.어떤 농산물이든 처음 재배하는 품목은 판로 개척이 관건이다. 사회적 ‘열풍’이 불지 않는 한 관행유통에 편승할 길이 없고 결국 직거래부터 시작해 길을 뚫어야 한다.진도울금의 선구자 격인 박시우씨는 울금 재배를 본격화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수시로 방송사 문을 두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선택은 주효한 것처럼 보였다. 2003년 지상파 생활
박시우 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부친의 뒤를 이어 진도에서 울금 재배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진도울금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굴곡을 거쳐오다 지금은 다소 침체된 상황이지만, 울금에 대한 여전히 뜨거운 애착을 자랑하고 있다.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진도울금에 얼마나 공력을 들여왔나.2002년 귀농해 2004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처음엔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도 몰라서 주산지라는 오키나와에 가 재배기술을 접하고 2줄재배, 주간거리 등 우리 풍토에 맞는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오키나와보다 추운 한국의 적정 수확시기를 알아내는 데만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천연발효종 빵은 발효시간을 때맞춰 기다려야 해요. 하루 전에 반죽해서 저온 발효시키고 오전에 2차 발효까지 시켜야 구울 수 있어요. 오늘은 모닝빵을 만드는 날인데 하루에 50개 정도가 전부에요. 힘들어서요(웃음).”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의 한 조그마한 제빵작업소 ‘그레이스의 부엌’을 어렵게 찾았다. 이곳에서 빵을 만드는 이영희씨는 제빵에 쓰기 까다로운 우리밀을 천연발효종으로 숙성시켜 빵을 만든다. 이날은 모닝빵이 나오는 날로 수분을 머금기 위해 비닐에 덮인 모닝빵 반죽들이 오븐에 들어갈 때만을 기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직접 생산한 농산물을 활용해 빵·쿠키 등의 디저트를 만들고, 이를 창업으로 연계해 농산물 판로 및 관광 사업 확대로까지 잇는 의미 있는 시도가 관측되고 있다. 경북농민사관학교가 올해 개설한 ‘지역 특산물 활용 디저트 개발’ 교육 과정을 통해서다.지난 2007년 문을 연 경북농민사관학교는 농어업인 경영능력 향상을 위한 단계별 전문 교육 및 수료자 사후관리 등을 지원한다. 이에 고품질 농축산물 생산을 위한 재배기술·사양관리 교육에서부터 경영·가공·체험관광·ICT 기술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교육 과정을 운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성별, 나이에 상관없이 식사 대용으로 밥보다 빵을 즐겨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식사 후 커피·차와 함께 디저트를 곁들이는 것 또한 어느새 상당수 도시민들의 일상이 된 지 오래다. 밥보다 비싼 커피, 밥보다 비싼 빵은 더이상 우스갯소리가 아닌 기정사실이지만, 농림축산식품부 가공식품소비자태도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빵류를 구입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는 전체의 99.5%나 되는 실정이다.이와 더불어 흙에서 막 캐낸 듯한 춘천감자빵, 길쭉한 고구마와 모양과 맛까지 모두 꼭 닮은 해남고구마빵, 보기만 해도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상임대표 박흥식, 농민의길)은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에서 ‘2021 전국농민총궐기’를 열고 농정개혁을 촉구하는 묵직한 메시지를 던졌다. 올해 초 농민기본법 제정 운동을 결의한 전국농민회총연맹을 필두로 1년 가까이 이날을 준비한 농민들은 전국 방방곡곡의 마을을 찾아 농민들을 만나고, 트랙터로 국도를 행진하며 더 이상 농정개혁을 미룰 수 없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농민들은 이번 총궐기대회를 통해 ‘촛불정부’로 탄생해 민중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음에도 끝내 농업 분야 개혁을 이루지 못한 문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정확히 5년 전, ‘전봉준투쟁단’의 트랙터들이 국회를 목적지 삼아 남도 땅끝에서 출발했다. 국정농단의 추악한 현실이 드러난 직후 농민들은 스스로 민중의 죽창이 되길 주저하지 않았다. 정부를 통째로 갈아엎는 새 농사를 통해 오랜 세월 바라마지 않았던 농정개혁이 드디어 이뤄지리라, 모두가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겨울이 그렇게 시작됐다.2016년 12월 9일, 농민들이 경찰의 숱한 방해를 넘어 기어이 국회의사당 앞에 올렸던 단 한 대의 트랙터는 무자비한 진압에 유리창이 깨지고 곧 도로 밖으로 끌려나갔다. 그러나 그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구점숙 운영위원장은 언니네텃밭을 돌이켜보니 그야말로 ‘생고생’이었다고 기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희망을 놓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 8일 비대면으로 구 운영위원장과 만나 언니네텃밭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김한결 기자 언니네텃밭, 어떻게 만들어졌나농민들이 가격결정에 참여하지 못하는 주류 농업시장에서의 비주체적인 방식이 아닌 새로운 방식을 만들어 접근해보고자 했다. 특히 여성농민들은 농업현장에서 경제·교육·신용·농업정책 등 여러 측면에서 소외돼 있다. 여성농민들의 경제적 권리가 보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휴식타임, 쌍화차 드셔요~.”아침부터 바쁘다. 넓지 않은 공간에서 꾸러미를 싸기 위한 분주한 손놀림이 오고갔다. 잠깐 쉬자는 말에도 계란 싸는 손은 쉬지 않는다. ‘언니’들의 주름진 손은 빠르고 날렵하진 않아도 익숙하게 움직인다. 혹여나 배송 중에 깨지지 않을까 걱정을 거듭하며 신문지를 잘라 몇 번씩이나 꼼꼼히 감싼다.“은자언니 쌍화차 먹고 해! 기자들 왔다고 그렇게 열심히 하는 거야?(웃음)”큰소리가 난 후에야 언니들은 난로 앞으로 다가왔다. 옹기종기 모인 자리는 얼마 전 다녀온 제주도 여행 얘기로 웃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도 많았지만 오늘까지 왔다. 언니네텃밭여성농민생산자협동조합(이사장 박점옥, 언니네텃밭)이 만들어지고 13년의 시간이 흘렀다.오래전부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은 토종씨앗을 지켜 먹거리 주권을 되찾고자 했다. 이를 위해 토종씨앗 채종포를 만들고 토종종자를 나누는 등 최일선에 섰다.언니네텃밭은 이를 더 확장하기 위한 전여농의 식량주권사업단으로 출발했다. 지난 2009년 4월 첫 꾸러미사업을 시작해 토종농산물의 생산과 소비를 연결하고, 제철·토종·친환경 농산물을 통해 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 확대 논란은 우리에게 학교급식, 나아가 공공급식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중요하면서도 의외로 간과된 숙제들을 던진다. 요약하자면 △노동이 존중받는 공공급식 △시민의 건강을 위한 공공급식 △교육을 통한 가치 전달이 이뤄지는 공공급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이다.노동이 존중받는 공공급식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은 대부분 비정규직이다. 이들은 지난달 20일 민주노총 총파업에 참가해 비정규직 철폐 및 학교급식 현장 노동환경의 대대적 개선을 촉구했다. 조리노동자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는 전국학교비정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고백한다. 농업전문지로서 농민들의 이야기는 부족하나마 계속 다뤘으나, 학교급식의 또 다른 주체들인 영양교사, 조리노동자 등 학교현장의 이야기는 거의 다루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영양교사들에 대해, 때로는 학교급식에 납품되는 친환경농산물의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악역’처럼 다룬 적도 없지 않음을 고백한다.아울러 적지 않은 학교급식 조리노동자들이 건강의 위협을 받으며 아이들 먹거리를 만들어 온 점에 무관심했음을 고백한다. 학교급식 현장을 제대로 직시하지 않는 한, 농민과 상생하는 학교급식, 나아가 공공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또 학교급식 이야기다. 본지 커버스토리에서 한두 번 이야기한 주제가 아니다. 누군가는 “또 학교급식 이야기야?”라고 질려 할 테다. 예의 그 ‘친환경농산물 판로 확보’, ‘벌레 먹은 친환경농산물의 건강성’, ‘친환경 학교급식 발전’, 이 이야기 또 하나 싶을 테다. 하지만 이번엔 좀 다른 이야기다.지난 9월,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현재 일부 초등학교 돌봄교실 학생들에게 제공 중인 ‘초등학교 과일간식 지원사업’을 2024년까지 전 학년에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농식품부는 올해 4월 해당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최근 유명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체에서 ‘양상추 없는 햄버거’가 등장해 화제다. 10월 때 아닌 한파로 양상추 작황이 붕괴되자 그 최대 수요처 중 하나인 햄버거 업체가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다. 아직은 양상추를 넣고 있는 경쟁업체들도 앞으로를 장담할 수 없다는 입장이며 마트·편의점의 샐러드 상품도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있다.소비지의 상황이 이쯤 되면 산지 상황은 생지옥이다. 강원 영서 준고랭지 지역은 영상 10℃ 이상이었던 일 최저기온이 지난달 16일 영하 7℃로 떨어지면서 하루만에 대규모 냉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자연재해를 입은 농민들의 마음을 더욱 착잡하게 하는 건 피해를 구제받을 길이 없다는 사실이다. 정부 재해대책과 민간(농협) 재해보험이 없는 건 아니지만 모두 실효성이 없어, 농민들이 자연재해에 맨몸으로 노출돼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올해 추석을 전후해 발생한 병충해·우박피해·냉해 등은 밭이나 작물의 일부가 상하는 정도가 아닌, 전파(全破) 수준의 피해를 양산했다. 농민 입장에선 한 해 소득이 없어진 건 둘째치고 종묘·비료·농약·토지임차료 등 빚을 내 가며 투입한 수천만원의 생산비를 하나도 건질 수 없는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