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리 마을에서 윗말 사는 상을씨랑 순자, 도화, 순덕씨 그리고 아랫말로 가면서 찬규, 봉순씨랑 복순씨까지 이분들 외에도 성함은 잘 모르겠지만 오매가매 매일 보는 80대 할머니들과 함께 살아간다. 내 나이 서른아홉이니 나는 아직도 그분들 인생의 반도 못 살아본 셈이다. 이제와 몇 년이나마 할매들과 나의 삶을 공유하고 있다.상을씨와는 매주 일요일이면 잠깐이나마 드라이브를 하는데 다리가 아픈 상을씨가 멀리 못 다닐 것을 생각해 일부러 뒷말, 건너말로 돌고 돌아 오곤 한다. 그러면 누가 여든 넘었다 할까 싶은 초롱초롱한 눈으로 ‘어머
Q. 구입한 지 얼마 안 된 고구마에 싹이 났어요. 먹어도 괜찮나요? A. 네.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싹이 나도 먹는 데 전혀 문제가 없습니다. 싹이 난 부분만 제거해서 먹으면 됩니다.감자의 경우 햇빛을 받아 싹이 나게 되면 엽록소와 함께 솔라닌이라는 독성을 함유하게 됩니다. 솔라닌은 식중독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감자에 싹이 나 있다면 솔라닌을 가장 많이 함유하고 있는 싹과 씨눈, 껍질을 깔끔히 제거하는 등 섭취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지만, 고구마는 이와 무관합니다.휴면기간이 수개월 정도인 감자와 달리 고구마는 휴면기간이 짧아 온·
풍년의 역습.대지와 농부의 노고에 감사보다 역습에 대비해야 한다.벼가 익는 모습 아름답다.
날씨가 선선해지며 공중보건 사업으로 마을회관 경로당으로 출장 진료를 다니고 있습니다. ‘여기에 버스는 들어올까?’ 싶은 산골짜기 마을로 찾아가 진료를 하다 보니, 평소 거동이 불편하시고 교통편이 없어 읍내로 치료받으러 가지 못하시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의 반응은 뜨겁습니다. 한 마을당 여섯 번으로 진료가 정해져 있어 아쉬워하시기도 합니다. 저는 이 여섯 번의 진료 사업을 1주일에 2회씩 총 3주간 진행할 계획에 있습니다. 이렇게 사업 기간을 잡은 이유는 효과적인 침 치료 주기가 있기 때문입니다. 사업이 아니더라도 많은 환자분들이 평소
참 곱다. 우리 집 마당가에도 해마다 여름이면 이 꽃이 핀다. 길쭉한 통 모양으로 늘어진 이 붉은 꽃은 끝부분이 위아래로 벌어졌는데, 얼핏 보면 입술연지를 바른 여인이 입을 벌리고 화사하게 웃는 모양이다. 더구나 아랫입술에 해당하는 곳에 두 개의 하얀 이(치아)도 나 있어서 요염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 꽃의 이름을 알고 나면 ‘화사’니 ‘요염’이니 하는 상상은 턱없는 사치임을 깨닫는다. ‘며느리밥풀꽃’이다. 그렇게 보면 아랫입술 위에 난 두 개의 하얀 그것은 이가 아니라 밥풀이 된다. 그 꽃에 얽힌 전설이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한
본격적인 가을농사철이 다가왔습니다. 이제 진짜 바빠서 여우가 애를 업고 가도 모를 철이지만, 요새는 애가 없어서 뺏길 일도 없겠습니다. 어쨌건 이렇게 한 바쁨이 있기 전에 농가에서는 서로 간에, 지난여름에 수확한 깨나 고추가 남은 것이 있냐고들 연락을 하고는 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지난여름에는 가뭄과 폭염, 폭우 3종 세트가 겹쳐 기후위기란 이런 것이다, 라고 대놓고 경고를 하는 셈이었지요. 그러니 전국적으로 밭곡식이 흉작이었습니다. 어쩌다 잘 된 집도 있지만, 시쳇말로 그것은 재수가 좋았던 것이고 대부분은 평년에 못 미치는 형국이었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Q. 내년 시행되는 ‘고향사랑기부제’가 무엇인가요?A. 고향사랑기부제가 내년부터 본격 도입됩니다. 지난해 10월 19일 ‘고향사랑 기부금에 관한 법률’이 제정됨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것입니다.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 지역을 제외한 지방자치단체에 기부하면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하는 제도입니다. 기부받은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이내에서 지역특산품 등을 답례품으로 제공할 수 있습니다.개인은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습니다. 10만원 이하 기부금은 전액 세액이 공제되며, 1
청천벽력같은 심 국장의 소천 소식에 순간 잘못 온 문자 아닌가 했다가, 심 국장 본인이라는 소식을 확인하고는 ‘심 국장이 왜? 심 국장이 내 장례식에 와야지, 이건 아니지, 아직 너무 젊은데’라는 생각이 먼저 머리를 스쳤다.다음 날 서울대병원으로 문상을 갔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문상밖에 없다는 현실이 너무나 슬펐다. 환하게 웃는 영정사진이 나를 더욱 아프게 했다. 최근 들어 내 지인들의 소천 소식을 가끔 접하지만 이렇게 가슴 에이도록 아프진 않았다.어느덧 나도 칠순이 돼서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가 종이 한 장처럼 가볍게 느껴
소농이 수확한 농작물을 내고 싶을 때 그 양이 어떻든 원하는 가격으로 쉽게 판매대에 올려 소비자를 만날 수 있는 곳이 바로 거창푸드종합센터(거창푸드)이다. 나 역시 소량의 다양한 약초를 말려서 차로 끓여 마실 수 있도록 포장을 해서 내고 있다. 또한, 거창푸드는 농민이 단순히 생산자에서 나아가 식생활 수업, 토종씨앗 워크숍 등을 통해 지역 먹거리의 가치를 학생과 소비자에게 전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은 얼굴 아는 농부의 먹거리를 구해 밥상을 차리니 지역 공동체 의식이 절로 샘솟는다.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
오늘 점심은 어제 평택로컬푸드직매장 오성점에서 구입한 햇고구마와 복숭아로 대신했습니다. 고구마는 팽성읍 농가, 복숭아는 안중읍 농가가 기른 것입니다.고구마를 압력밥솥에 쪘는데 타박타박하고 부드러운 맛이 남다릅니다.
2012년 에 발표된 논문 ‘마음을 바꾸게 하는 미생물’을 보면 우리 두뇌에서 일어나는 대표적 병인 우울증과 불안증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은 바로 장내 세균총의 변화라고 합니다.이 논문에선 “우리 몸은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들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몸에 깃들어 사는 약 50조개에 이르는 미생물들과의 철저한 공생관계로서 존재하는 생명체”라고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우리 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장내 미생물이 두뇌와 소통하는 통로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 하나는 미주신경과 같은 신경회로를 통
“첫 임신을 하잖아요. 그러면 졸음이 시도 때도 없이 쏟아져요. 비가 오는 날이면 더하지요. 방안에서 바느질을 하며 졸다가 손가락을 찔려서 피가 나도, 눈꺼풀이 천 근 만 근 내려앉는 걸 어떡해요. 그래서 밖에서 아무 소리 안 들리고 조용하면 잠깐 드러누워 눈을 붙였다가도, 시어머니 발자국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후다닥 일어나지요. 들키면 지청구 들으니까.”이북에서 피란 나왔다가 강원도 홍천의 산간마을로 시집을 갔던 엄금희 할머니가 들려준 얘기다. ‘졸음이 호랑이보다 무섭더라’는 그의 회고담 역시, 그 시절 다른 며느리들의 경험과 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Q. 혼농임업이 무엇인가요? 이름을 봤을 땐 농업과 임업을 섞은 것이란 느낌인데, 대략적인 성격 및 현황이 궁금합니다.A. 맞습니다. 혼농임업이란 농업과 임업, 경우에 따라 축산업까지 도입해, 식량·과실·풀사료·땔감·목재 등을 생산하고 토양보전을 실천해 지속가능한 농업·임업을 가능하게 하는 복합영농 방식입니다.혼농임업은 크게 3가지 분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첫째는 ‘순수혼농임업’으로, 산림 내에서 목재 생산과 함께 농작물 생산을 병행하는 방식입니다. 둘째는 ‘혼목임업’으로, 산림 내에서 목재 생산과 더불
죽곡은 토란앓이 중입니다.올해도 역시 토란 캐는 철이 오니 비가 계속 내리네요.그 덕분인지 토란을 추석 전에 얼마 캐지 못해 토란금(토란 가격)은 유례없이 비싸졌지만 토란 캐기는 거의 지옥밭입니다.어제부터 다시 유봉 토란밭에 토란캐기 돌입!이틀에 걸쳐서 할 양을 비가 온다 해서 미친 듯이 하고 나니 여지없이 오늘 아침부터 비.더 늦기 전에 캐야 할 텐데 비가 야속하기만 하네요. ㅠㅠ그래도 함께 참 먹으며 하하호호 토란 캐는 시간이 즐겁습니다.몸에 좋은 곡성 토란 마이 드세요…깐토란도 판매합니다.
손가락이 딸각거리면서 잘 펴지지 않는다면 방아쇠수지를 의심해볼 수 있습니다. 흔히 탄발지라고도 부릅니다. 손가락이 잘 펴지지 않다가 계속 힘을 주면 어느 순간 ‘딸깍’ 하면서 손이 펴지는데요, 마치 총의 방아쇠를 당길 때처럼 어느 순간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움직이기 때문에 ‘방아쇠수지’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초기에는 손가락을 굽혔다 폈다 할 때 부드럽지 않고 약간 통증이 있거나 좀 덜그럭거리는 느낌 정도가 있습니다. 점점 증상이 심해지면 점차로 통증이 심해지고 손가락도 잘 펴지지 않게 됩니다.더 심해지면 혼자 힘으론 손가락을
충주 변두리 아파트의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들 중, 경상북도 김천 출신의 육명순 할머니(1928년생)도 18살 되던 해에 고향 인근 마을로 시집을 갔다고 했다. 이 할머니 역시 시집살이 중에서 가장 몸 고생을 했던 일은, 뭐니 뭐니 해도 식구들의 빨래였다고 회고한다.“그 때 경상도 우리 사는 데서는 점심때면 늘 김치하고 콩나물을 넣고 ‘갱시기죽’을 끓여먹었어요. 여남은 명이나 되는 식구들의 점심을 차려내고, 그 많은 식구들의 옷을 빠는 일을 나 혼자 감당했거든요. 솥단지 하나에는 죽을 끓이고, 또 한 솥단지에는 잿물을 넣고 빨래를 삶
Q. 일전에 어느 시골에서 논밭을 지나는데 엄청 큰 총소리 같은 게 ‘빵’ 하고 들리더군요. 산속도 아니고 민가도 그리 멀지 않았는데. 설마 이런 데서 위험하게 수렵활동을 하는 건 아니겠죠?A. 아마도 폭음기 소리를 들으신 것 같습니다. 물과 폭발적으로 반응하는 카바이드(탄화칼슘)라는 물질을 이용해 주기적으로 굉음을 발생시키는 장치입니다. 활주로의 새를 쫓을 목적으로 공항에서 거의 필수적으로 가동하는데, 농업에도 꽤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농사는 잡초들과의 싸움이기도 하지만 짐승들과의 싸움이기도 합니다. 몇 달 동안 힘들게 기
추석날 아침에 시어머니가 계신 광주에 가는데 해남 지역 곳곳에서 일꾼들이 거름을 뿌리기도 하고 비닐을 씌우고 있었다. 먼발치에서 보는 것만으로도 그들의 다급한 심정을 읽을 수 있었다. 며칠 전의 태풍으로 땅이 마르지 않아 명절 지나고 차분히 시작하려던 일을 앞당겨서 처리하느라 성묘든 명절이든 뒷전이다. 며칠 만에 또 태풍이 생겨서 11일 오후부터 4일 동안 비가 온다는 일기예보는 농사꾼들의 명절을 밀쳐냈다. 겨울배추를 미리 심지 않았다면 나도 저들과 똑같은 모습으로 숨 가쁘게 뛰어다니고 있으리라.9월 10~25일 즈음에 겨울배추를
환경과 생태를 살리면서 시장에 내다 팔 수 있는 유기농 사과 농사에 도전한 지 7년이 지나고 있다. 초창기 4년의 알프스오토매 사과 농사는 결국 실패했고, 5년 차에 다시 재식한 시나노골드, 후지, 스타킹 등의 사과가 금년 3년 차가 됐다.그러나 아직도 처음 시작할 때처럼 어렵고 헤매기는 마찬가지다. 묘목을 심어 놓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던 초기보다는 많이 듣고 배우고 익혀 이론적으로나 실천적으로 어느 정도는 알게 됐으나 갈 길은 멀다.모든 농사가 그렇듯 사과 농사도 매우 정교한 지식과 기술, 그리고 노하우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이제
Q. 오늘 가족과 먹는 소고기에 대한 정보를 알고 싶은데 어떻게 확인하나요? A.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소비자의 알 권리, 그리고 식품안전 및 방역과 관련된 추적의 용이성을 위해 축산물에 대해 이력제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선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축산물이력제’ 누리집을 통해 내가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그리고 닭고기·오리고기·계란의 이력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축산물을 구매할 때 보통 스티로폼이나 플라스틱 용기에 비닐 포장된 고기를 사게 되는데, 여기에 으레 붙어있는 스티커에는 해당 고기의 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