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의 용주사 경내에 자리한 ‘화성자혜원’에 가을이 왔다. 전쟁이 끝나고도 여러 해가 지났지만, 헤어진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아 모름지기 고아로 남아있는 아이들이 아직도 줄잡아 수백 명이었다. 하지만 아이들 중 누구도 이내 부모를 만나고야 말 것이라는 희망을 결코 내려놓지 않았다.점심을 먹고 고아원 운동장에서 뛰어놀던 아이들의 눈이 어느 순간 반짝 빛났다.-어, 형! 저기 저 아주머니 누구지?-원장실로 들어가는 걸 보니까 혹시…누구네 엄마가 아들이나 딸 찾으러 왔나봐.아이들은 하던 놀이를 작파하고 연신 원장실 쪽으로 곁눈질을
지난 9일 농업정책보험금융원 가온누리 회의장에서 이개호·서삼석·윤재갑·이원택 의원 주최, 본지 주관으로 ‘농촌인력 부족,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코로나19 창궐 이래 다방면으로 전개돼온 농촌 인력문제 논의 중에서도 가장 공개적이고 체계적인 자리라 평가할 수 있다.이날 다양한 토론자들의 입으로 현장의 상황, 타국의 정책, 농협·지자체·정부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김정섭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박사는 농업 노동시장 구조에 대한 해박한 이해를 바탕으로 각각의 분야에 세분화된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농업소득이 유독 불안정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먹거리 소비에 관심이 없는 소비자라고 해도 ‘푸드마일’이란 개념을 이제 한번쯤은 들어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코로나19를 계기로 외식 소비가 줄어든 이후 ‘로컬푸드’ 등 유통단계가 축소된 먹거리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하는데요. 이와 같은 먹거리 시장의 확산은 소비자에게도 이롭지만, 농민들 특히 작은 규모의 농사를 짓는 농가의 지속가능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 이번엔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생산자들이 스스로 결성한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그리고 그 직매장 ‘상주생각’의 사례를 통해 그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태풍·폭우 등 재해로 인한 농수산물 생산감소의 국가 피해 보상 의무를 신설하고 농어업인 안전보험을 사회보험화 하는 「농어업재해대책법」 및 「농어업인 안전보험 및 안전재해예방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7일 대표발의했다.농어업재해대책법 개정안은 각종 자연재해로 농축수산물·산림작물 및 수산양식물 등의 생산량이 급감한 경우 정부 실태조사를 통한 적절한 피해보상 대책 마련 의무화를 골자로 한다. 개정안에 따르면 서삼석 의원은 제4조 제7항과 제8항을 각각 제8항과 제9항으로 하고 같은 4
마을에서 사무장으로 마을살림을 해온 지 어느새 3년이다. 마을에 청년이 귀한지라 귀농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이장님이 같이 일 좀 해야겠다 하셨다. 마을 통장과 영수증만 잘 관리하면 된다고 하셨는데 막상 해보니 신경 써서 챙길 일들이 꽤 되었다. 새해가 되면 윷놀이도 한판 벌이고, 삼복더위에는 온 마을 식구들이 함께 더위를 이겨내도록 닭도 한 마리씩 잡숴야 하고, 봄·가을로 있는 마을 청소와 한 해를 마무리하는 총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만도 만만치 않았다. 코로나로 오프라인 행사들은 취소되었지만 마을회관 관리비나 부역 준비 같은 마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지난 30일 개막한 녹색성장 및 글로벌 목표 2030을 위한 연대(P4G) 서울정상회의를 맞아 농어촌파괴형 에너지 반대 전국연대회의 준비위원회(위원장 위두환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의장, 전국연대회의 준비위)가 탄소중립 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전국연대회의 준비위는 “지난해 정부는 그린뉴딜과 2050 탄소중립 비전을 발표하고 국제사회 기후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있다. P4G 서울정상회의를 앞두고는 전국 243개 모든 지자체가 탄소중립을 선언했으며 이는 전 세계 최초로 모든 도시에서 탄소중립을 선언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답이 안 나와요. 답이….” 부처님 오신 날이었던 지난 19일 충북 음성의 한 고구마밭에선 한 달 전에 심은 고구마순을 비닐 위로 끄집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비탈진 사면을 따라 펼쳐진 약 2,000여 평에 달하는 밭에선 고작(?) 8명의 인원만이 각 고랑을 오가며 주어진 일에 전념하고 있었다. 40대부터 80대까지 연령대도 다양했지만 이 자리에 외국인노동자는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이날 작업에 나선 농민은 “일은 차고도 넘치는데 사람을 구할 수 없어 큰일”이라고 혀를 내둘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추가격이 석달만에 다시 폭락하면서 봄배추 농가들이 피해를 입고 있다. 재배면적이 늘어난 데다 작황까지 좋아 피해는 앞으로 더욱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이런 가운데 유력 언론들은 엉뚱하게도 ‘배추 폭등’ 기사를 쏟아내 가뜩이나 쓰린 농민들의 속을 들쑤시고 있다.배추는 지난해 고랭지배추 폭등의 반작용으로 가을부터 연초에 이르기까지 기나긴 폭락을 겪었다. 가격이 반등된 건 설 이후부터다. 1월 지독한 한파로 한순간에 월동배추 작황이 무너지자 10kg당 2,000~4,000원대를 전전하던 도매가격이 마침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배추·양배추·양파·무·대파 등 농산물 전반의 폭락 내지 가격하락세가 여실한 가운데 햇마늘 가격엔 낭보가 들리고 있다. 유독 좋게 형성되는 가격에 농민단체 일각에선 올 가을 마늘로의 작목쏠림 현상을 우려하고 있을 정도다.햇마늘 출하의 전초전이 열리는 전남 고흥 녹동농협공판장에선 지난 12일 주대마늘 첫 경매에서 평균 1만6,000~1만9,000원(50개묶음 대자 기준) 수준의 가격이 형성됐다. 이후 가격이 빠르게 하락해 현재 1만4,000~1만6,000원을 유지하고 있는데, 여전히 지난해(1만~1만2,00
뱀사골 깊은 골짜기에 있는 우리집에서 구례장을 찾아가는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계곡을 따라 내려와 면사무소를 지나고 고속도로를 달려 쉽게 찾아가는 길이 있고, 굽이굽이 산길을 돌아 올라 성삼재를 넘어 구례와 만나는 길을 가는 방법이 있다. 오늘은 푸르른 봄산을 한껏 눈에 담고 싶어 운전이 좀 불편하기는 하지만 성삼재를 오르는 길을 선택해 출발했다. 브레이크 파열이 염려되는 산길을 벗어날 무렵 만나는 천은사를 막 지나면 초록의 물결이 넘실대는 밀밭들과 만난다. 6월이면 수확을 하는 시기니 5월의 밀이삭은 서리를 해 먹어도 좋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정부는 이전에도 몇 번이나 국산밀 자급률을 높여보겠다고 나선 전적이 있지만 농가와 업체에 생채기만 잔뜩 남겼다. 지난해부터 밀산업 육성법과 5개년 기본계획이 각각 시행되고 마련됐다지만 현장과 동떨어진 건 여전하다. 농가에서는 이러이러한 것들이 필요하고 당장 이런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은데 괴리감 넘치고 뜬구름 잡는 것들뿐이다. 정말 자급률을 높이고 싶다면 현장 목소리부터 들어야 한다.”지난 18일 전라남도 장흥군 회진면 진목리 일원에서 만난 안선권 햇살농축산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정부의 무관심 속에서
50대 중반(2002년 기준)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있다. 작은 키에 다부진 외모를 가졌고, 서울 말씨를 쓴다. 만일 이 사람이 무슨 일로 경찰서에 불려가서 조사를 받는다고 치자.-이름, 생년월일, 그리고 본적을 말해보세요.-이름은 이상열이고, 1950년 8월 15일생, 본적은 경기도 화성군 태안면 송산리입니다.-틀림없지요? 거짓말 하면 안 돼요.이 사람이 경찰관에게 진술한 내용은 모두 사실이다. 하기야, 개개인의 신상기록이 행정 전산망으로 이미 빈틈없이 구축돼 있던 21세기 벽두에, 그런 기초적인 인적사항을 거짓으로 말했다가는 금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온 나라들이 하늘로 가는 문부터 걸어 잠갔다. 농촌은 곧바로 농촌노동력 부족으로 고통받기 시작했고, 감염병 사태가 1년을 넘어가면서 상황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은 인력 의존도가 큰 시설·노지 밭농업에 종사하는 현장농민들 및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과 함께 사안의 심각성 그리고 당장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적 대책을 고심하는 시간을 마련했다.사회 심증식 편집국장·정리 한우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은 각 분야 전문가들과 농정 의제별 좌담회를 두 달에 한 번씩 개최하고 이를
[한국농정신문 박정연 기자]서울시교육청이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응해 학교급식에서 소외된 학생들에게 지원하는 ‘희망급식 바우처’를 편의점에서 사용토록해 원성이 높다. 친환경 무상급식을 다양한 방안으로 고민해야 할 서울시교육청이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 사업을 진행함에 대한 우려다.지난해 5월 코로나19로 학교급식이 전면 중단되면서 서울특별시, 서울시교육청과 자치구는 ‘친환경 급식 꾸러미’라는 일회성 사업을 진행했다. 반면 올해는 서울시교육청이 코로나19로 원격수업을 받는 학생 56만명에게 6개 브랜드 편의점에서 사용 가능한 10만원의 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전환을 하려면 농민이 최소한 지속가능하게 농사짓고 살 여건은 보장돼야 하지 않나. 그러지 않고 전환하라고만 하면 농민은 굶어죽는다.”지난 3월 28일 경북 상주시 외서면 언니네텃밭 봉강공동체에서 열린 대산농촌재단 농업실용연구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지역 농민공동체 중심의 온실가스 감축농업 실험 및 조사 연구’ 관련 초벌회의에 참석한 한 상주 친환경농민이 한 말이다. 이는 이날 참석한 농민 대다수의 의견이었다.달리 말하면, 한국판 뉴딜로 대변되는 정부의 기후위기 대응농정이 농민 지속가능성을 보장하지 않고,
과학농사가 강조되면서 북의 벼농사 방식도 적잖게 바뀌는 양상이다. 북의 벼농사 방식은 남측과 사뭇 다르다. 분단 반세기를 거치며 남과 북은 서로 다른 방식을 택했다. 북에서 이 같은 변화는 향후에도 지속될 전망이다.북의 매체는 “알곡생산고지를 점령하자”고 다그치면서 벼농사에 있어 소식재배의 과학을 올들어 또다시 강조했다. 또 냉습지에는 지하수위 낮추기와 두둑재배법, 가뭄 타는 농지에는 건답직파재배법, 추락논에는 들춰갈이와 마른논쓰레치기, 조락논에서는 생육 초기에 물 말리는 방법 등을 제시하며, 성공사례를 소개했다. 이와 함께 천수답
[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 강원도 철원군이 주관하는 농부 직거래장터 ‘철원 DMZ마켓’이 건강한 활기를 띠고 있다. 올해부터는 장소를 기존의 노동당사에서 한탄강가 은하수교 앞으로 옮겼으며, 지난달 27일 개장해 매주 토·일요일 열리고 있다.은하수교는 수면기준 35m 높이에 3m 폭, 180m 길이로 한탄강을 가로지른다. 다리 한가운데 1m 폭의 강화유리를 깔아 화강암과 현무암을 휘감아치며 흐르는 한탄강을 고스란히 내려다볼 수 있다. 한탄강 절벽의 비경을 보며 강 위를 걸을 수 있어 코로나19로 거리두기 제한이 있음에도 철원만의 풍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2019년 가을, 전북도의회에선 농민들이 직접 만든 농민수당 주민조례를 처리해달라고 의사당을 방문했다가 문전박대를 당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찾아온 농민들보다 경찰 병력이 더 많았던 그 아수라장 속, 어떻게든 경찰들 속을 비집고 들어가 농업·농촌의 중요성을 외치는 한 여성이 보였습니다. 제가 오은미 전 전북도의원을 처음 접했던 순간의 풍경이 그러했습니다.일전부터 농촌을 직접 찾아다니며 정치하기로 유명했고 또 그 때문에 재선에 성공했던 오 전 의원은 의원직을 떠난 지금도 농촌을 돌며 농민운동을 하고 있는데,
4월 말인 요즈음은 새벽 5시만 되면 벌써 훤하게 먼동이 트고, 새벽 5시 30분경이면 해가 떠 오른다. 6월 21일 하지까지는 해는 점점 빨리 뜨고 늦게 진다. 그래서 낮 시간은 길어지고, 밤 시간은 짧아진다.농부는 해가 뜨고 지는 데에 맞춰 농사일을 한다. 5시에 해가 뜨면 그때부터 농사일은 시작된다. 한여름의 낮은 너무 더워 상대적으로 덜 더운 해뜨기 전에 일을 시작하기도 한다. 끝내는 시간은 농부 맘대로다. 일이 좀 적거나 너무 더우면 일찍 끝내기도 한다. 과수원의 경우 정지·전정 작업을 하거나 수확의 계절에는 늦은 밤까지
‘펜팔은 펜팔로 끝나야 펜팔답다’는 얘기가 있었다. 그러나 그야말로 미지(未知)의 처녀 총각으로 시작했다가, 평생지기 반려가 된 경우를 의외로 쉽게 찾을 수 있었다.“저희 이모는 서울 토박이고요, 이모부는 부산에 거처를 두고 원양화물선을 타던 마도로스였어요. 물론 펜팔로 소통을 하다가 결혼까지 하게 됐지요. 이모부가 세 살이나 연하인데도 워낙 오랫동안 많은 편지를 주고받아서인지, 처음 만났을 때에도 전혀 어색하지 않더라고 하시더라고요. 만난 지 두 달 만에 웨딩마치를 울렸다니까요.”2001년에 PC통신 동호회에서 만난 한 여자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