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중앙회장 선거제 개선은 농협개혁의 최우선 과제였다. 그것이 개혁의 근본적 열쇠라기보다는, 이해관계가 복잡하고 대수술을 필요로 하는 여타 구조·사업개선과는 달리 문제와 해법이 비교적 명확하게 눈에 띄는 사안이었기 때문이다.정부 주도 설립이라는 농협의 태생적 결함과 함께 농협중앙회장은 줄곧 정부 임명 방식을 유지했다. 그러나 민주화의 물결을 타고 1990년부터 회원조합장 직선제가 시작됐으며 한발 더 나아가 2000년대부터는 전국 조합원 직선제에의 열망까지 높아지고 있었다.이 시점에서 돌연 민주농협을 퇴보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세밑을 앞둔 지난 13일, 청와대 인근 효자치안센터 앞에선 아주 생경한 광경이 연출됐다. 정부의 쌀 시장격리 보류와 그로 인한 쌀값 하락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전국 농협 조합장 300여명이 머리띠를 두르고 집회를 연 것이다.조합장들이 농민들의 집회에 개인적으로 얼굴을 비추거나 후방에서 차량·비용지원을 해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조합장들끼리 자발적으로 모여 집회를 연 것은 1990년대 우루과이라운드 반대투쟁 이후 처음, 그러니까 약 30년만이다.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농협은 농민들의 조직이며, 적어도 대규모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촌은 도시에 비해 인간관계가 단순하고 전통적 가치가 폭넒게 공유되며 최근엔 극심한 고령화에 직면해 있다. 사회 변화에 대한 감수성이 도시에 비해 무딜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농촌에서 드물게 자본과 인재가 집중되는 농협은 지역에 사회적 감수성을 확산시키는 중요한 구심점이 될 수 있지만, 상당수 농협들은 오히려 폐쇄적·위계적·강압적 조직문화를 유지하며 지역의 인식변화를 가로막는 적폐로 자리잡고 있다. 심지어 도시에 소재한 농협조차 전체 농협 조직문화에 동화돼 도시 속에서 그들만의 ‘이상한 사회’를 유지하는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해 8월 발생한 수해에 대한 배상 문제가 여전히 매듭지어지지 않았다. ‘참사’라고 불릴 만큼 큰 수해 이후 어느덧 1년 하고도 5개월째 접어들었으나 삶터를 잃은 수해민에 대한 배상이 언제 마무리될지는 여전히 오리무중인 실정이다.합천·남강댐과 용담·대청댐, 섬진강댐 하류지역에 집중 발생한 수해는 원인 조사부터 난항을 겪었다. 댐 운영 적정성 조사를 위해 ‘댐관리 조사위원회’가 지난해 9월 꾸려졌으나, 피해지역 주민들이 배제돼 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조사위원회는 주민대표를 포함하는 ‘댐하류 수해원인 조사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업재해 발생 빈도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지만, 피해를 미연에 방지하고 그 규모를 줄일 근본대책은 여전히 미비한 상태다. 올해 역시 한파에 이어 봄 냉해, 집중호우와 이상고온이 농경지를 덮쳤고, 이상기후의 여파로 창궐한 병해충은 여느 때와 비교가 안 될 만큼 큰 피해를 남겼다.가장 먼저 1월 한파로 농작물 8,886ha에 동해가 발생했고, 4월 이상저온으로 인한 경북·전북·충북 등의 농작물 피해면적은 4,511ha에 달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한파와 이상저온에 의한 농작물 피해 규모는 약 3만1,59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8월 원자재 가격 급등을 이유로 농협 계통구매 무기질비료(비료) 판매가격이 한 차례 인상됐다. 이어 호주와 무역분쟁을 치르던 중국이 10월경 비료·요소 수출제한 조치를 단행함에 따라 요소수, 요소비료 대란이 촉발됐고, 당시 시기적으로 동계작물 재배가 한창이었던 만큼 농업계에도 적잖은 파장을 불렀다.현재 단편적으론 급한 불을 끈 것처럼 보이나 농산물 생산량과 직결된 비료 수급 문제에 있어 정부의 대처가 상당히 미온적이었던 점과 원자재 자립 및 비료 가격 인상 후속조치 등은 여전한 과제로 남아 있다.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도 농촌주민과 농민들은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오로지 돈벌이 수단으로만 취급하는 민간 업자들과 대립했고, 그들 편에 선 행정을 규탄하며 지역에 무분별하게 들어서는 발전·송전시설을 막아내느라 여념 없었다.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의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 신재생에너지 확산은 정부 정책 우선순위 맨 꼭대기에 자리 잡았지만, 풍력·태양광 발전시설 입지를 공공 차원에서 계획·논의하지 않은 채 확산에만 주력하다 보니 민간 기업체를 주축으로 한 발전사업 대부분이 땅값 저렴하고 발전효율 좋은 농산어촌에 쏠리며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유문철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사무처장은 최근 인근 강원도 영월군에서 추진되는 산업폐기물처리장 사업에 대한 지역주민들의 반대활동을 지원하며 ‘연대’의 중요성을 다시금 느꼈다고 말한다. 이 싸움의 성과를 토대로 전국 단위 대책위 설립을 주도한 그를 통해, 지난 9일 발족한 ‘전국산업폐기물처리장대응대책위’의 목표를 들어본다. 전국대책위 발족을 제안한 이유와 경과를 듣고 싶다.작년 쌍용C&E(구 쌍용양회)산업폐기물매립장 건설을 막고자 하는 강원도 영월군 주민들의 반대활동을 쭉 지켜보고 있
‘산단 찬양’ 지속하는 충북·충남, 올해 새로 지정한 계획만 ‘350만평’2010년대 이후 공장을 짓기 위해 갈려 나가는 녹지의 면적은 매년 상상을 초월한다. 특히 농지는 기후위기 시대 식량 생산의 기반이자, 현장에서 생산을 담당할 농촌 마을공동체의 주요한 토대라는 점에서 절대 가볍게 볼 수 없는 가치를 지녔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공장만 지으면 돈 벌기 좋은 땅’이라는 자본주의적 논리 앞에 무차별적으로 파괴되고 있다.통상 임야 다음으로 지가가 저렴해 건설사가 분양 차익을 남기기에 매우 용이할 뿐만 아니라, 일정 면적 단위로 경지정리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탄소중립 실현이 선택 아닌 의무가 된 시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들이 실생활 영역에서 탄소 발생을 줄일 수 있도록 각종 권고를 만들고, 필요한 경우에는 규제를 강화하는 데 여념이 없다. 그런데 다른 한 손으로는 탄소중립 실현에 있어 보존이 마땅한 농지를 매년 수도 없이 파괴하고 있다.최근 사회적 화두로 등극한 ‘농촌 태양광발전소 난립’과 더불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커다란 언행불일치가 하나 더 있으니, 지금 이 순간에도 건설기업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열렬한 환대를 등에 업고 농촌에 조성하고 있는 산업단지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설상가상’의 시대다. 기후위기와 코로나19라는 양대 위기는 인간들을 봐주지 않고 있다. 이런 ‘위기의 중첩’ 속에서, 한국 농업정책의 ‘전환’에 대한 농민들의 갈망도 더더욱 쌓이고 있다. 이 갈망에 발맞춰, 지난 7일 서울 여의도 산림비전센터 대회의실에선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이원택 국회의원 주최, 주관으로 ‘전환의 시대, 농업정책 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비록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토론장에 많은 인원을 모시지는 못했으나, 인근 더불어민주당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정 틀 전환. 농민들 입장에서 정말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 표현이면서도, ‘제발 말만 떠벌리지 말고 실천하라’고 촉구하는 게 바로 이 ‘농정 틀 전환’이다. 당최 지금의 농정 틀에 무슨 문제가 있길래 지금까지 농정 틀 전환이란 말이 반복됐을까?현재 한국 농정의 틀은 사실상 세 주체에 의해 만들어졌다. 첫 번째 주체는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다. 일제는 조선에 ‘근대농업’을 전파한다는 명목으로, 1,500여종에 달했던 조선의 토종벼를 몰아낸 자리에 일본에서 육성한 신품종 벼를 이식했다.이 벼는 화학비료를 사용해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울금이 국내에서 처음 재배된 게 언제인진 확실치 않지만 삼국~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전래와 함께였을 것으로 추측된다. 기록상으로는 조선 전기까지 전남지역 7개 이상의 지역에서 재배된 사실이 확인되는데, 조선 중기 이후엔 류큐 왕국(지금의 일본 오키나와현)으로부터 조공을 받았다는 이야기만 있을 뿐 국내 재배 기록이 전무하다. 언젠가부터 모종의 이유로 국내에서 명맥이 끊어진 것이다.국내에 울금 재배가 다시 규모 있게 이뤄진 건 불과 30년 전, 전남 진도에서다. 일본에서 울금(우콘) 종자를 가져온 강원도 사람 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생강을 쏙 닮은 모양과 노란 빛깔, 짙은 흙내음을 품은 향. 진도울금은 모로 보나 바로 보나 카레의 원료인 강황과 판박이다. 그러나 ‘울금이 강황이냐’라고 묻는다면 대답하는 입장이 무척 난처해진다. 울금이라는 작물의 정의가 딱 떨어지게 내려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울금=강황?민간에서 울금과 강황을 구분하는 가장 보편적인 속설은 다음과 같다. “같은 작물을 인도에서 재배하면 강황, 국내에서 재배하면 울금.” 울금·강황 구분에 있어 가장 단순하고 명쾌한 가설이다.문제는 한의학에서 고래로부터 울금과 강황을 구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진도울금의 최대 난제는 판로다. 산지 유통조직들이 수급을 조절하며 농민들에게 일정한 소득을 안겨주고 있지만, 마음놓고 규모를 확대할 수 없는 이유가 불안한 판로에 있다.어떤 농산물이든 처음 재배하는 품목은 판로 개척이 관건이다. 사회적 ‘열풍’이 불지 않는 한 관행유통에 편승할 길이 없고 결국 직거래부터 시작해 길을 뚫어야 한다.진도울금의 선구자 격인 박시우씨는 울금 재배를 본격화한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수시로 방송사 문을 두드리는 방법을 택했다. 선택은 주효한 것처럼 보였다. 2003년 지상파 생활
박시우 진도강황영농조합법인 대표는 부친의 뒤를 이어 진도에서 울금 재배를 확산시킨 주역이다. 진도울금의 역사와 함께 수많은 굴곡을 거쳐오다 지금은 다소 침체된 상황이지만, 울금에 대한 여전히 뜨거운 애착을 자랑하고 있다.권순창 기자·사진 한승호 기자 진도울금에 얼마나 공력을 들여왔나.2002년 귀농해 2004년 영농조합법인을 만들었다. 처음엔 정확히 어떤 식물인지도 몰라서 주산지라는 오키나와에 가 재배기술을 접하고 2줄재배, 주간거리 등 우리 풍토에 맞는 재배기술을 개발했다. 오키나와보다 추운 한국의 적정 수확시기를 알아내는 데만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천연발효종 빵은 발효시간을 때맞춰 기다려야 해요. 하루 전에 반죽해서 저온 발효시키고 오전에 2차 발효까지 시켜야 구울 수 있어요. 오늘은 모닝빵을 만드는 날인데 하루에 50개 정도가 전부에요. 힘들어서요(웃음).”충북 청주시 서원구 산남동의 한 조그마한 제빵작업소 ‘그레이스의 부엌’을 어렵게 찾았다. 이곳에서 빵을 만드는 이영희씨는 제빵에 쓰기 까다로운 우리밀을 천연발효종으로 숙성시켜 빵을 만든다. 이날은 모닝빵이 나오는 날로 수분을 머금기 위해 비닐에 덮인 모닝빵 반죽들이 오븐에 들어갈 때만을 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