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선거는 정치적으로 보자면 그 의외성에 비추어 혁명적이라 할 만하다. 도대체 누가 이런 결과를 예상했을까. 물론 내가 말한 그 의외성이란 게, 뚜껑 열어 보니 도무지 헛소문보다 못한 엉터리 여론조사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러나 그 사회경제적 측면에서 보자면 4.13 총선 결과는 차라리 신보수요, 신자유주의에 가깝다. 그도 그럴 것이 선거기간 중 경제민주화, 재벌개혁, 쉬운 해고를 위한 노동법개악 반대와 같은 사회경제적 의제의 대중적 조직화는 찾아보기가 어려웠다. 일부 소수 진보정당을 제외하고 주요 정당 어디도 이를 쟁점화 할 의사가 없었다. 따라서 기꺼이 투표소로 달려가 야권에 몰표를 던진 한국의 젊은 ‘장그래’들에게 이는 무엇을 의미할까. ‘장그래’, 이른바 프리카리아트(Precari
시대정신은 어떤 시대의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 그 시대를 지배하고 특징짓는 정신을 말한다. 오늘 우리 시대의 정신은 무엇인가. 신자유주의와 성장 위주, 경쟁력 제일주의와 승자독식 패러다임은 이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시대정신이며, 지금 시대정신은 불평등과 양극화 해소에 있다. 세계 1위 국민행복국가 덴마크를 일군 협동사회경제의 아버지 그룬트비는 “너무 많이 가진 사람이 적고, 충분히 갖지 못한 사람이 더 적을 때 사회는 풍요로워진다”고 했다. 풍요로운 사회의 척도는 얼마나 평등하고 얼마나 공생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논어에서 얘기한 “환불균 불환빈(患不均 不患貧)”도 마찬가지다. 무릇 나라살림을 책임진 이들은 ‘백성은 가난을 걱정하지 않지만 불평등에 분노한다’는 점을 늘 명심해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1월 익산시장 재선거에 출마를 하고 나서 공약을 정리하던 중 문득 아주 오래 전 익산에서도 GMO 실험이 이루어졌었다는 어렴풋한 기억이 떠올랐다. 10년 가까이 살았는데 왜 그때서야 생각이 났을까? 아마도 농촌진흥청이 있던 수원을 중심으로만 사고해 왔기 때문이었을까? 어쨌든 그 기억을 토대로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익산에서는 GM벼가 오랜 동안 시험재배되었고 그것이 작년 9월 문제가 됐던 바로 그 벼임을 알게 되었다. 그 사이 특허까지 받았다. 선거에 출마한 사람으로 이것을 문제 삼으면 어떻게 될까를 생각할 겨를도 별로 없었던 듯하다. 아니, 어쩌면 이것이 후보자로서의 인지도를 높여줄 것이라는 마음이 한 구석에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기자회견을 했다. 2015년을 끝으로 폐쇄되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선거가 끝났다. 공약도 끝났다? 각 당이 발표한 공약이 지켜지기를 기대한다면 세상물정 모르는 상당히 순진하거나 바보라는 비난을 받는 것이 서글프게도 우리의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것이 우리가 매번 선거를 치르면서 배워 온 것인데도 또 미련을 못 버리는 사람들이 민초들이다. 선거 전에 농정 전문가의 각 당 공약에 대한 평가를 보면 그 밥에 그 나물이라거나, 지켜질 가능성이 없는 공약들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약이란 ‘선거 때 정당이나 후보자가 당선된 후에 실시하겠다는 정책으로서 유권자들과의 공적(公的)인 약속’이다. 따라서 약속을 지키도록 촉구해야 한다. 여야 등 각 당이 공약을 시행하기 위해 공통적으로 필요한 것은 농업예산의 확대이다. 비전 제시에 있어 가장 초라한 새누리당 마저도
4.13총선이 며칠 남지 않았다. 이번 총선의 특징은 갈수록 현 정부에 대한 엄정한 심판이 진행되고 있으며 어느 선거 때보다 결과를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치열하다는 것이다. 어떻든 총선이 끝나면 정치 환경과 대선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그러면 민중들은 민생과 민주주의 진전에 어느 정도의 기대를 걸고 있을까? 총선결과가 민주주의, 실업, 비정규직, 남북긴장 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할 것이라 믿을까? 많은 민중들은 선거 결과가 ‘나의 삶’을 바꿔줄 것이라는 믿음보다는 또다시 ‘정치인의 삶’만 바뀔 것이라 여기고 있다. 그건 여러 선거를 거치며 나타난 경험이고 학습이다. 이런 증상은 농민들에게서 더욱 심하게 나타난다. 누가 국회의원이 되건 나락값, 배추값을 보장하지 않을 것이며 농업이 회생될 것이라는 기
이광석 의장님은 임기를 마치고 14년 지방선거 전북도지사 후보로 나가 짬짝 놀랄만한 성적을 냈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시선이 싸늘한 시기, 송곳하나 꽂을 데 없는 단단한 여론의 바위틈 사이에서 일궈낸 결과기에 더욱 소중하다. 10.3%, 진보당 광역시도 후보 중 10%를 넘긴 두 곳 중 한 곳이었다. 이광석 의장님은 지금 농민당 대표를 하고 계신다. 민중연합당 공동대표다. 당신도 왜 쉬고 싶지 않았겠는가. 아마, 후배들의 간곡한 부탁을 늘 그랬던 것처럼 뿌리치지 못했을 것이다. 지난 3월 17일 민중연합당 고홍·보성·장흥·강진군 위두환 후보 출마기자회견장, 보성역 백남기 회장 쾌유기원 천막농성장 앞에 세 사람이 모였다. 전농 14기 이광석, 위두환, 이대종. 의장은 당대표로, 총장은 지역구 농민후보로, 정
도시의 정신없이 쫓기는 생활 속에서 조금이라도 몸과 마음의 건강함을 찾는 도시인이라면, 자그마한 텃밭에서 자신의 간단한 먹거리는 스스로 만들고 언제나 흙냄새 맡으며 생활하는 건강한 전원주택 생활을 잠시라도 생각해 보지 않은 이는 없다. 물론 도시민들이 가지고 있는 낭만적인 농촌과 대부분의 농가가 처한 현실과는 꽤나 거리가 있다. 또한 실패한 많은 귀농자들은 단지 물리적 환경만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서는 오랫동안 같이 생활해온 농촌마을 속에 갑자기 들어온 외지인에 대한 폐쇄적인 마을문화로 말미암은 경우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농촌에 살고 있는 사람이나 도시인, 그리고 설령 도시로 되돌아 온 귀농자를 포함해서 누구도 부정하지 못하는 것은 농촌에서의 건강한 먹거리다. 바쁜 도시생활과 농촌생활에서 가장 차이
임학을 공부하고 여전히 산판일로 먹고 사는 친정 오빠 덕분에 나무 관련 책은 꽤 들춰본 축이다. 머리 굵어지고, 죽은 말과 글들을 쑤셔 넣느라 꽃과 나무 이름은 자꾸 까먹는다. 돈이 되지 않고 밥이 되지 않으니 자꾸 멀어지곤 한다. 무엇보다 대도시 아파트에 빤한 조경수만 바라보고 살고 있으니 익혔던 나무 이름들은 식물도감에서도 찾아지지 않는다. 아직 겨울 기운이 남아 있던 3월, 새로 이사를 온 아파트에 들어서니 꽃향기가 폐부로 훅 들어왔다. 이상한 일이었다. 조경수 중에서도 가장 빨리 꽃이 피는 산수유와 매화 몇 그루에서 이런 압도적인 꽃향기가 풍길 일이 없을 텐데 말이다. 평소에 명절 안부도 전하지 않는 데면데면한 여동생인 내가 대뜸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오빠, 아파트에 꽃향기가 엄청 진한데
날이 따뜻해지고 지난해 심었던 양파 논에 풀이 많이 자라 있는 걸 보면서 밭은 매야 하는데, 마음만 바쁘고 도무지 논에 들어가서 풀 뽑을 일이 아득하기만 하다. 2년 전 양파값이 폭락했을 때는 양파라면 쳐다보기도 싫었는데 그래도 올해는 지난해 가격이 좋아서인지 하루하루 자라는 양파들이 참 예뻐 보이는 건 농민들의 다 같은 마음일 것이다. 이렇듯 양파값이 좋으면 계약된 양파를 가져가는 농협에서도 물량을 확보하려고 수확하는 즉시 가져가지만, 양파값이 좋지 않으면 농가들은 난리다. 양파를 빨리 가져가지 않아 밖에 야적한 채로 몇 달간 농협과 실랑이를 한다. 선별이 좋지 않다는 등 별별 핑계를 대면서 좋은 것만 가져가고 중과 소는 남아버리는 현상이 나타난다. 거기에 다시 선별을 요구하면서 인건비는 더 많이
제20대 국회의원 선거가 4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부터 선거구가 다시 획정되어 농촌지역 선거구 수는 줄어들고 도시지역 선거구는 더 늘어나게 되었다. 결국 농민·농촌의 이익을 대변할 국회의원 수는 이전 국회보다 줄어들게 되고 그로인해 다른 집단 내지 세력과 비교하여 농민세력의 영향력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상황이라면, 도·농간 심화되는 경제적 격차, 농촌인구의 급격한 고령화 및 농민의 빈곤화는 국가적 차원의 패러다임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현재 국회 시스템을 통해서는 쉽사리 해결할 수 없어 보인다. 지난 총선 때, 농촌지역 국회의원들은 농촌을 살리기 위한 다양한 공약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들이 제안한 대다수의 공약은 무척이나 실망스러웠다. 그들의 방점은 ‘농촌·농업’이 아니라 ‘지역
김현종 참여정부시절 통상교섭본부장이 더불어민주당에 ‘입사’했다. 두루 알다시피 한-미 FTA의 주역이다. 참여정부 출범 때부터 발탁되어 장관급인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내다 UN대사도 역임했다. 그 뒤엔 삼성전자에 ‘입사’해서 사장자리를 맡았다. 그가 삼성의 사장으로 갈 때도 논란이 많았다. 정부의 고관을 지낸 사람이 물러 난지 얼마 되었다고 이해당사자이기도 한 사기업 사장으로 옮겨가나, 이것이 고위공직자의 윤리로 볼 때 적절한 건지가 논란의 핵심이었다. 이래저래 삼성과 참여정부의 유착 여부에 말이 많은 데 그 중 한-미 FTA가 빠지지 않는다. 한-미 FTA가 참여정부의 생각인지 아니면 삼성이 참여정부에 던져 준 안인지 말이다. 그런데 바로 그 당사자가 물러난 뒤 바로 삼성으로 입사했으니 까마귀 날자 배 떨
지난 1월 12일 임기 4년의 민선 제5대 농협중앙회장이 뽑혔다. 선거 직후 서울선관위가 당선자를 선거법 위반으로 검찰에 고발하여 수사결과의 귀추가 주목된다. 그에겐 운신의 제약이 있어 현장의 우려를 사고 있다. 그에게 바라는 것은 유무죄 다툼 종료까지 해야 할 마땅한 일을 하는 것이다. 세간의 예측을 깬 첫 호남출신이라고 한다. 선거과정에서 좋은농협만들기국민운동본부가 추진한 후보자 매니페스토 운동에 따른 24대 공약권고안에 동의도 했다. 그래서 당선자의 행보에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더욱이 그가 지난해 말 한-중 FTA 협정 발효에 대해 어느 신문 기고문에서 “어려움을 해결하는 한 축은 농협이 맡아야 한다. 농협 혁신은 무엇보다 절실한 과제이다. 2012년 조직 개편 이후 ‘판매농협 구현’에 진력했
요즘 사회 이슈중의 하나가 ‘해고’이다. 저성장과 수출 급감으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불안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 경영혁신이나 재벌이익을 줄이기보다는 노동자를 먼저 해고하는 것은 여전하다. 여기에 한술 더 떠 정부는 정리해고도 부족해서 ‘쉬운 해고’를 보장하고 말았다. 일자리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더러워도 대들지 못하고 참고 또 참을 수밖에 없다. 노조를 만든다는 것은 언감생심이 된 것이다. 정부는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를 빼앗아 버린 것이다. 그래서 한국노총까지 나서서 파업을 벌이고 있고, 이런 상황은 이번 설 명절에 가족들의 이야깃거리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그런데 ‘해고’는 노동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해고 바람은 농민에게 닥쳐오고 있다. 작년 12월에 농식품
작년 12월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4차여성농업인육성계획을 발표했다. 그동안 줄기차게 요구했던 여성농민 담당부서는 외면한 채 그나마 여성농민들의 공동경영주 등록이 가능해 진다는 사실로 만족해야 했다. 지난달 20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16기 2차년도 대의원총회를 열었다. 강다복 회장님이 3년의 회장 직무를 정리하고 내려오시면서 신임회장으로 김순애 부회장님이 전여농 16기 2차년도부터 회장직을 수행한다. 전여농은 인선을 할 때면 내려가는 사람도 새로운 사람도 눈물을 흘리지 않으면 대의원총회가 되지 않는다는 속설이 언제부턴가 생겼다. 오늘도 어김없이 김순애 회장님을 추대하면서 여성농민들은 울고 웃으며 대의원총회를 마쳤다. 지역에서 가지고 온 갖가지의 음식으로 총회가 끝난 후 풍성하게 저녁까지 먹었다.
중국경제가 휘청거린다. 단기 조정국면이란 사람도 있고 장기침체, 적어도 10년 이상 간다는 말도 있다. 중국 제조업 가동률이 60%까지 떨어졌다. 공장 10개중 4개는 논다는 거다. 설비투자가 급감하면서 한국산 철강제품이 갈 곳을 잃고 있다. 저유가로 석유화학산업이 위축되고 있다. 조선업으로 먹고사는 거제와 울산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현재 조선업계 중 한계기업은 2015년 말 기준 18%, 거대 메이저 조선업체 노동자는 올해부터 회사마다 3,000명에서 1만명까지 구조조정 된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작년 두산인프라코어라는 회사에서는 신입사원까지 희망퇴직을 강요해 물의를 일으킨바 있다. 다가올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자본의 방식은 노동자를 쉽게 해고하는 것과 임금을 낮추는 것이다. 이것을 보장하기위해 만든 것이
내 주거래 은행은 농협이다. 짧게 끝났지만 오래전 잠깐 하던 월급쟁이 시절에 급여통장이 농협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많은 관공서의 주거래 은행이 농협인데다 학교마다 지정하는 스쿨뱅킹이 농협이어서도 그렇다. 게다가 농촌지역 곳곳을 훑고 다니는 일이다보니 아무래도 지역에서 돈 뽑기가 제일 편해서 이기도 하다. 얼마 전 딸아이 통장을 재발급 받으려고 동네 농협에 들렀더니 여기는 중앙회이고 ‘회원조합’으로 가야 한단다. 도시내기로 그저 동네에서 가장 가까운 농협에다 통장을 만들었는데, 기억도 안 나지만 무려 5천원이나(!) 출자를 했던 모양이다. 물어물어 이제 흔적도 없는 ‘구’ 축협에 가서 통장을 갱신하고 돌아오면서 짜증을 섞어 한 마디를 내뱉고 말았다. “뭐가 이리 복잡해. 이걸(중앙회인지 단위조합인지) 누
쌀 관세화를 통한 농산물 완전개방의 원년, 전국동시조합장 선거, 한-중 FTA 발효, 쌀값 폭락 등 2015년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이슈들이다. 전부는 아니지만 대다수의 이슈가 우리 농업과 농민들에게는 반가울리 없는 소식이다. 굳이 수치로 표현하지 않더라도 농가의 빈곤과 농촌인구 감소가 가속화 되는 상황에서, 2015년의 이슈들은 우리 농민·농업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거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특히, 정부는 작년 쌀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떤 법적 근거도 없이 밥쌀용 쌀을 수입했다. 한국은 쌀 관세화로 인해 의무수입물량 중 일부를 밥쌀용 쌀로 의무적으로 수입할 필요가 없고 더군다나 국내 쌀값이 폭락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굳이 밥쌀용 쌀을 수입했는데 이는 도저히 납득
밤 사이 눈이 내렸습니다. 털어 보지도 못하고 썩어버린 쭉정이 콩 무더기도 잠시 눈으로 가려졌습니다. 썩어가는 콩 무더기를 볼 때 마다 마음이 무거웠는데 못 본 척 하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것이 한결 마음이 편안합니다. 콩은 알도 차지 않고 말라 죽거나 시들어 버렸습니다. 참 징한 가뭄이었습니다. 동네 한 복판 밭에 심은 콩이라 그냥 세워놓기가 민망해서 지푸라기처럼 가벼운 놈들을 무더기 무더기 베어 놓았었습니다. 지나가는 어르신들마다 “왜 콩 안 털어?”하면 “가물어서 알도 없어요. 거름이나 해야지요” 콩만 썩는 게 아니라 내 가슴도 썩어가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내린 눈에 잠시 죄스러움을 감추는 자신의 간사함에 신기해 하다가 새로 사서 한 번도 쓰지 않은 콩 탈곡기를 마주하고는 웃음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우리 농업·농촌에 대한 농민의 가장 기본적인 생각은 이렇지 않을까 싶다. 농업이야말로 우리 ‘민족’의 뿌리 또는 근간이어서 농업이 무너지면 곧 민족의 자주권이 무너진다. 그래서 농업, 민족, 자주는 이렇게 서로 안으로 맞물려 있어 서로 분리되지 않는다고 인식되고 있다. 먹거리가 곧 목숨이고 목숨이 있어 민족이 이어지는 것인데, 이 먹거리를 공급하는 것이 농업이니 그럴 만도 하다. 또 먹거리를 외부에 의존하는 한 이는 스스로가 운명의 주인 되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봐도 무방하리라. 그런데 지난 20년의 우리 현대사는 바로 이 인식틀에 대한 치명적인 공격을 의미하는 것이었다.첫째는 세계화다. 세계화란 곧 경제의, 자본의, 초국적 기업의 세계화를 의미한다. 그 중에서도 요추는 물론 금융자본이다.
한-중, 한-베트남, 그리고 한-뉴질랜드 FTA 비준과 더불어 밥쌀 수입 소식 등이 농민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국가 정책에 항의하던 노령의 농민이 경찰의 과잉 진압에 뇌사상태에 빠졌다. 그 분의 성실했던 삶의 여정을 굳이 언급하지 않는다 해도 국가권력이 바라보는 농민이란 평소의 정치적 수사와는 달리 결코 존중되지 못하는 계층이다.지난 12월 1일, ‘쌀 정책, 어떻게 바꿀 것인가’라는 주제로 열린 국회토론회에서도 정부의 이런저런 변명과 더불어 구체적 정책 부재는 재확인되었고, 특히 38필지에서 쌀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의 일 년 수익이 현행 직불금을 포함해서 겨우 1,500만원에 불과하다는 현실은 평소 농촌에 관심을 지니고 있던 이들조차 놀라게 했다.축산 농가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각종 F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