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날씨는 농민 편이 아니었다.‘이상한 날씨’가 관행으로 이어져 온 농사 질서를 모두 혼란에 빠트렸다. 농작물 피해는 광범위하게 확산됐고 노지농사건 시설농사건 극심한 병해충에 온전한 수확을 포기해야 할 지경이었다. 덩달아 비료·농약 사용량도 급증해 환경에 대한 부담이 커졌을 뿐 아니라 당장 생산비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전쟁 같은 1년 농사를 지었을 농민들에게 올해 농업정책이 어땠는지 묻는 것조차 미안할 지경이었다. 농민들은 “평가할 농업정책이 어딨냐”고 이구동성 반문했다. `빈 깡통 농정'이라고도 표현했다.경남에서 딸기농사를 짓
45년 만에 최대치로 떨어진 쌀값 폭락에 양곡관리법 개정을 요구하는 농민들의 외침이 거세졌음에도 윤석열 대통령은 포퓰리즘 법안이라며 제1호 거부권을 행사했고, 농민들을 거리로 내몰았다.올 한 해 고물가·고금리로 민생이 파탄났고 농민들 또한 생산비 폭등과 기후재난으로 더 큰 고통을 겪어냈지만, 윤석열정권은 아무런 대책 없이 그저 고물가의 책임을 농민들에게 전가시키기 바빴다. 게다가 수확기 무관세·저율관세할당(TRQ) 수입으로 농산물 가격까지 폭락시키며 농민들을 무참히 짓밟았다. 이에 농민들은 더이상 윤석열정권을 가만둘 수가 없다고 선
지난해 어렵게 정식으로 임대차계약서를 작성한 농지와 내가 사는 곳의 거리는 20km가 훌쩍 넘는다. 후계농업인 자금을 대출받아 사려고 염두에 둔 농지는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지만 역시 20km를 조금 넘는 거리에 있다.1996년 농지법이 시행되면서 폐지된 통작거리가 20km였다. 왜 20km였을까 나름 생각한 결과, 그만큼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마음의 거리였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집에서 22km 정도 떨어진 곳의 농지를 보고 오니, 먼저 다니던 곳은 꽤나 멀게 느껴졌다.농민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오고 가던 때에
광역지자체 최초로 전라북도에서 필수농자재지원조례가 통과됐다. 지난 13일 열린 전북도의회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9명은 ‘필수농자재지원조례안’을 만장일치로 가결해 주목받고 있다.필수농자재지원조례는 생산비 폭등과 농산물 가격 폭락 사이에 숨통을 틔워보자는 농민들의 절박한 요구에서 출발했다.농사를 짓는 데 꼭 필요한 농자재값 폭등세는 심각한 상황이다. 지난 11월 오미화·박형대 전라남도의원이 주최한 생산비 폭등과 농가경제 대책을 논의하는 긴급현안 토론회에서 정부가 적극 추진하는 스마트팜 농가가 하소연을 했다. 6,400평 유리온실 스마트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전라북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안’이 13일 전라북도의회(의장 국주영은)를 통과했다. 필수농자재지원 관련 도 조례로는 전국 최초다.이번 조례안은 전북도의회 제405회 정례회 제3차 본회의에서 재석의원 29명 가운데 29명이 찬성해 만장일치로 통과됐다.표결에 앞서 최형열 의원(농산업경제 부위원장, 더불어민주당)은 농산업경제위원회 소관 의안 심사 보고에서 “필수농자재지원조례안은 농업소득 감소와 농업 생산비 상승으로 농가 경영악화와 부담이 가중된 데 따른 것으로, 농업인 생산비 부담을 절감해 농업 재생산 활동을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경남 농민들이 내년 경상남도(지사 박완수) 농업예산 편성 및 관련 사업 수립 과정과 그 결과물인 ‘2024 농업경쟁력 강화사업안’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지난 8월부터 농민들은 도 농정당국과 2024년 농업예산 등을 논의해 왔는데, 이 과정에서 생산비 폭등 대책과 농산물 가격안정 등 농업소득 보장을 위한 예산은 제대로 논의되지 않았고, 내년도 전체 농업예산 규모마저 미미해서다. 특히 대표적인 직접 지원 정책인 농민수당을 놓고 농정당국이 부정적 인식을 드러낸 데 대해 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의장 조병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생산비 폭등 속에서 농업을 지속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른 필수농자재지원조례를 제정하려는 움직임에 속도가 붙고 있다.전라북도의회는 오은미 도의원(진보당)이 대표 발의한 조례안을 12월 13일 본회의 통과를 목표로 추진 중이며, 전라남도의회에서는 오미화 도의원(진보당)이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은 올해 초부터 지역 농민단체와 연구자, 도 집행부 및 도의회와 논의로 이를 진행해 왔다.경상북도는 농민들(경북도 7개 농민단체 연합인 ‘경북 농민의길’)이 직접 나서 주민조례(발안)청구를 진행 중이다. 막바지 사과
[한국농정신문 윤병구 기자]보성군농민회가 지난 15일 ‘농업파괴 농민말살 윤석열 정권 퇴진 및 전남 농업생산비 긴급 지원 촉구 보성군농민회 기자회견’을 보성군청 앞에서 개최했다.윤용목 보성군농민회장은 투쟁발언을 통해 “기초농자재 가격이 지난해 대비 250% 상승했다. 농사를 지을수록 빚만 느는 게 지금 농업·농촌·농민의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이어 윤 회장은 “정부는 전기요금과 비룟값은 원가를 반영해 올리면서 농산물은 마치 물가상승의 주범인 양 몰아가고 있다. 생산비를 반영하기는커녕 물가가 오르면 농산물값만 떨어트리기 위해 혈안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온 한 아이가 본인 키 만한 현수막 뒤에 서서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스트로보 빛이 반사된 까닭에 아이의 까만 눈동자가 더욱 선명하다. 현수막엔 ‘충청북도 농정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이라고 적혀 있다.정치인들의 공약 이행과 정책 실현의 진정성을 판단하려면 예산의 반영 여부를 확인하면 된다. 실로 돈이 향하는 곳에 정책이 있다.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농업분야 대표 공약은 농민수당 100만원 지급이었다. 농민들은 이 약속을 믿었다. 그러나 올해 농민수당은 60만원이었다.매년 11월과 1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모처럼 마을 경로당은 활기가 넘쳤다. 지난 6일 전북 익산시 삼기면 원서두마을(19명)과 낭산면 하단마을(12명) 경로당에서 각각 진행된 ‘성평등한 마을 만들기 교육’에 참여한 주민들은 하나라도 놓칠라 강의에 집중했다.이 교육은 지난달 6일부터 12월 15일까지 익산시 바이오농업과가 지원하고, 농촌특화형 성평등교육 전문강사단(강사)이 진행한다. 강사인 김덕지·이현숙씨와 최순이 익산시여성농민회 부회장이 이날 교육을 이끌었다. 이들 모두 익산에서 농사짓는 여성농민이니 진짜 농촌을 잘 아는 '농촌특화' 강사인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의장 이진구)이 지난 4일 예산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진행했다.이진구 의장을 비롯해 대의원과 이갑성 전농 정치위원장 등 내빈이 참석한 가운데 치러진 이날 1부 대의원대회에서는 11일 윤석열정권 퇴진 총궐기 대회에 1,000명 이상 참가를 결의하고 2024 총선승리를 위해 전농 충남도연맹 총선방침으로 김영호 전 전농 의장을 조직 후보로 결정했다.이진구 의장은 “어려운 결단을 내린 김영호 후보에게 감사하다. 충남도연맹이 앞장서서 윤석열정권 심판을 위해 11일 농민 1,200명을 조직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7일 오전 충북 청주시 충청북도청 서문 앞에서 열린 ‘충청북도 농정예산 삭감 규탄 기자회견’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 산하 시군농민회 회장들이 ‘농업예산 확대 및 농민수당 100만원 공약 이행’을 김영환 지사에게 촉구하고 있다.김기형 전농 충북도연맹 의장은 “내년 농정국 예산 약 4,300억원 중 1.5%에 불과한 농민단체 지원금을 줄인다는 것은 충북도가 농업예산 증액에 대한 의지가 없음을 방증한다”며 “충북도가 진정으로 농업을 생각하고 농민의 어려움을 이해한다면 농민수당 100만원 공약을 이행하기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 충남 당진시농민회(회장 이종섭)가 지역 시민사회단체와 공동으로 ‘필수농자재 지원조례’ 제정을 주민조례청구 방식으로 추진하겠다며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지난 10일 당진시청 앞에 모인 당진시농민회, 민주노총 당진시지역위원회, 당진참여연대 등 7개 시민사회단체 대표들은 “더이상 소멸위기의 농촌을 방치할 수 없어 17만 시민들에게 조례제정을 설득해 나간다”는 계획을 발표했다.이종섭 당진시농민회장은 “농민들은 지난 몇 년 동안 농자재값 폭등으로 농사지으면 지을수록 적자로 빚만 늘어가고 있다. 당진시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동물복지 부문에서 선도적으로 의제를 수용하고 정책 수립에 나섰던 유럽연합(EU)이 최근 또 한 번의 ‘도약’을 앞두고 갑자기 발을 빼려는 모습을 보여 유럽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산란계나 암퇘지 등의 우리(케이지) 사육을 완전 금지하겠단 계획을 세워두고선 최종 실행을 앞두고 ‘유턴’을 해버린 건데, 그간 어떤 일이 있었는지, 왜 그렇게 됐는지 정리해봅니다.우리나라 지방자치법에 ‘주민발의제도’라는 것이 있지요. 인구 대비 일정 비율의 주민 동의서명을 받으면 의원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주민이 직접 의회에 조례
참으로 힘들었던 여름은 그 꼬리를 감추고 언제나 단명인 가을이 서서히 지리산을 물들이고 있다. 이번 여름이 가장 덜 더운 여름으로 기록될 거라 했고 극한호우란 단어가 등장했던 올여름, 유난히 더웠고 또 비는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많이 쏟아부었던가. 그럼에도 지리산의 들녘엔 알곡들이 여물면서 단순한 식량 그 이상의 무게로 벼들이 고개를 숙이기 시작했다.초봄 모를 준비하고 논물 대면서 시작하는 벼농사, 식량은 기본이고 가장 생태적인 저수지에 청정 산소를 생산하는 초록 공장 역할을 하는 우리들의 오래된 미래다. 게다가 봄부터 가을 그리
내가 처음 농민회를 시작할 때가 2005년 30대 한창 팔팔하던 때이다. 면 지회에서 마을을 돌며 농민대회를 홍보하러 다녔다. 낮에는 농사일로 바쁘다보니, 밤이 되면 농민회 형들을 따라다니며 동네방네 마을회관을 돌았다. 농민가 차트를 걸어놓고 젊은 내가 선창을 하면 엄마들과 동네 형님, 형수들이 즐겁게 따라 불렀다. 우리는 그렇게 수입농산물 저지를 위한 서울농민대회에 버스를 대절해서 데모하러 올라갔다.시간이 지나 2017년, 촛불항쟁으로 문재인정부가 들어섰다. 농민들은 농민헌법을 만들겠다며 1,000만명이 넘는 서명운동을 전개했다.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방자치단체들의 내년도 예산편성이 시작된 가운데, 광주시농민회(회장 이준경)가 광주광역시(시장 강기정)에 농업예산 증액을 촉구하고 나섰다. 광주광역시 전체예산에서 1%를 밑도는 농업예산이 적어도 3%는 돼야 한다는 것이다.광주시농민회는 12일 광주광역시 치평동 광주광역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농업예산 증액과 아울러 △농산물 수입 즉각 중단 △올해 나락값 선수금 7만2,000원 보장을 촉구했다.광주광역시 본예산 규모는 지난 2019년 5조원대에서 2020~2021년 6조원대를 거쳐 지난해와 올해 7조원
[한국농정신문 윤병구 기자] 1,000여명의 농민들이 전남 순천시청 앞에 집결했다. 지난 1일 순천시농민회가 주최한 ‘농민무시·독단행정 중단! 순천시 농업예산 확대를 위한 순천농민대회’다.오동식 순천시농민회장은 연단에서 노관규 순천시장이 농업·농민을 홀대하고 있다며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지난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농민수당 확대와 농업기반시설 사업비 대폭 증액을 약속해 놓고, 당선되고 나니 농민들과 한 약속은 종이쪼가리가 됐다. 가슴이 아프고 화가 나는데 아직까지 사과 한마디 없는 시장을 그냥 둘 수 없어 이 자리에 섰다”면서
지난 8월 23일 서울에 호우주의보가 예보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국에서 8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하얀 소복을 입고 거리에 나섰다.코로나19 이후 몇 년 만에 열리는 여성농민대회였기에 폭염과 폭우로 가을작물을 시작하는 바쁜 시기임에도 여성농민들은 서울시청 주변을 하얀 소복으로 물들였다.“농업·농민 말살하는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여성농민 법적지위 보장하고 농업경영체법 개정하라!”“일본은 핵오염수 방출 중단하라! 일본 핵오염수 방출 묵인한 윤석열 정권 퇴진하라!”“농민들 다 죽이는 무차별 농산물 수입 중단하라!”“반복되는 기후재난,
농사짓겠다고 두근두근 거리는 가슴을 억누르고, 사무실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고 땅을 구하고 작물을 선택하고 비료 구입하고 하던 때가 2007년이었으니 벌써 17년이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들어가려던 마을은 골프장이 2개나 들어서 농지가격이 몇 배로 올랐다. 땅을 구입할 엄두도 못 낼 뿐더러 임차하기도 꽤나 힘들었다. 그러니 그 마을에는 들어갈 빈집도 구하기 힘들어 시내에서 출퇴근하며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하지만 사무실 시절 운동했던 흔적이 많이 남아 있어서 그런지 시민사회단체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농민회에서 나를 찾았다. 농민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