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농협중앙회장 셀프연임법’으로 더 유명한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 본지는 이 법안의 문제점을 최초로 보도한 매체며 이후 국회 농해수위 법안소위, 농해수위 전체회의, 법사위 전체회의 등 국회 내 모든 회의를 밀착 취재하고 있다.농해수위가 이 법안을 의결하는 모습을 보면서 기자는 아연실색했다. 법안은 명백히 비상식적이었고, 몇몇 의원들의 법안 반대 의견은 매우 논리정연했으며, 이에 대한 반론조차 개진되지 않았다. 하지만 결과는 원안 가결. 위원장·간사와 여당 의원들은 하다못해 법안 통과를 위한 ‘억지논리’를 만들어내려는 노력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논콩 심은 들녘마다 트랙터 소리가 요란하다. 푹푹 찌는 날씨에 ‘논콩 수해피해 전액보상!’ 농민들 이마에 두른 붉은 머리띠는 땀에 젖어 흥건하다. 장맛비에 이은 수해로 황톳물에 완전히 잠겼던 논콩, 침수 피해가 없었다면 논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무성해야 할 콩잎은 오간 데 없이 키만 웃자라 손 한 뼘 크기에 머물러 있다.두 필지 가득 듬성듬성한 논콩을 바라보니 속이 시꺼멓게 타들어 가는 농민들은 애꿎은 담배만 연신 찾는다. 속이 시끄러운 만큼 들판 여기저기서 담배 연기가 피어오른다. 본디 논에는 벼,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둘러봐도 골치 아프고 한숨 나오는 기사들만 가득하다. 그러다 눈이 번쩍하는 기사를 만났다. 최신이거나 단독, 심층기사여서가 아니었다. 그 기사로 무뎌진 마음의 회로가 켜지고 용기를 새로이 얻어서다. 사연은 이렇다. 7월 9일 자로 5년을 꽉 채운 기자 생활. 제대로 하고 싶었던 것만큼 헤맸던 시간으로 일은 좀 익숙해졌지만, 마음은 이상하게 점점 쪼그라들고 있었다.이때 취재차 제주에서 만난 한 농민은 기자의 질문에 “인터뷰가 탐탁지 않다. 이미 지면에 수십 번도 더 깔렸다. 그런데도 깡그리 무시하고 가잖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촌에서 만난 70~80대 농민들로부터 최근 들은 얘기가 귓가에 계속 맴돈다. ‘농사는 내 대에서 끝나지 싶다. 10년 뒤 여기에 누가 남아 있겠나’, ‘우리야 덥고 힘들어도 지금껏 해왔던 일이니까 참으면서 하지, 젊은 사람들이 사서 이 고생을 왜 하겠어. 돈벌이도 안 되는데’ 등의 말이다.농업전문지 기자로 농촌 곳곳을 돌아다니며 농민을 만난 지도 어느덧 7년째가 됐다. 최근 들어 오래 안면을 트고 지낸 취재원인 농민들을 투쟁의 현장에서 마주할 때면 이전보다 더 검게 탄 얼굴에 깊게 팬 주름마저 자리해 안
‘원가 세일, 한우 안심 100g 8,900원, 한우 등심 5,900원, 치마살 100g 8,900원. 최상등급 맛 보장’.삼겹살을 팔아줬더니 카카오톡으로 판매가격을 매주 알려주는 한 정육점이 얼마 전 보내온 신규 가격정보다.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된 이후, 우리 집은 한 곳에 둥지를 튼 이래 주로 근처 단골 중형 슈퍼마켓에서만 고기를 사던 이십년 가까운 관습(?)에서 벗어나 처음으로 구매 경로를 다양화했다. 나이 든 부모님은 물론이고, 나 역시 인터넷에서 (신선도를 보장한다는 대형 쇼핑 체인이 아니더라도) 고기를 사도 신선품 소비
여주통합RPC가 운영위원회 구성에서 농민 위원들을 퇴출시킨 일로 여주 일대가 시끄럽다. 이 사건은 단순히 한 지역의 문제로 치부해선 안 된다. 여주통합RPC가 전국 쌀값의 기준을 제시하고 있는 곳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농협의 협동조합 정신이 어떻게 훼손되는지 구조적 문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지역농협의 주인이 조합원이라는 건 굳이 법이나 정관으로 들어가지 않더라도 ‘협동조합’이라는 태생이 보장하는 바다. 건강하지 못한 조합이 간혹 조합원을 배반하는 일은 있지만 조합원은 그런 조합을 정당한 권리로써 응징하고 바로잡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주객전도. 지금 윤석열정부의 행태를 요약할 단어들이 많겠지만, 본인은 이 단어를 꼽으련다. 정부의 주인인 국민은 무시하고, 우리 국익에 맞지 않는 ‘남’의 선택은 존중하는 상황. 이걸 주객전도라 표현하지 않으면 뭐라 할까.국민을 무시한 사례?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지난 4월 대통령이 양곡관리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더는 쌀값 폭락이 반복돼선 안 되며, 쌀값 폭락으로 인한 쌀 농가의 파탄이 국내 농업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며 양곡관리법을 개정해야 한다던 농민의 목소리는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염천의 더위에, 외국인노동자 10여명이 시설하우스에서 열무를 수확하고 있다. 뜨거운 햇빛을 조금이나마 줄여볼 요량으로 하우스 비닐 위에 차광막을 쳐 보기도 하지만 한껏 달궈진 복사열에 숨이 턱턱 막히고 줄줄 흐르는 땀은 어쩔 수 없다. 통풍을 위해 비닐을 걷어낸 곳에서 이따금 바람이 들어와 땀을 식혀주는 게 그나마 위안이 된다.열무 농사를 짓는 농민은 수확을 앞두고 이미 밭떼기로 시장상인에게 열무를 넘긴 뒤였다. 온갖 비용은 비용대로 올랐는데 인건비까지 감당하며 열무를 수확하기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한 여자가 남편과 두 아들, 세 사람을 업고 서 있다. 업힌 세 사람은 웃고 있지만, 업은 여자는 등이 굽은 채 굳은 표정이다. 집에 아이가 있다면 한 번쯤은 봤을 그림책, 의 표지 그림이다. 이 책에서 집안일은 전적으로 아내이자 엄마인 피곳 부인 몫이다. 멋진 집과 차를 가진 남편, 두 아들은 끊임없이 피곳 부인에게 “빨리 밥 줘”만 외치며 집안일엔 손 하나 까딱하지 않는다. 이들에게 피곳 부인은 목소리를 지닌 존재가 아니라 자신들의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대상일 뿐이다. 결국 어느 날 피곳 부인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취약계층. 누군가의 발언을 인용하거나 특정 자료의 본문 내용을 인용해야 할 상황이 아닌 한, 언젠가부터 기사 작성 시 일부러는 절대로 쓰지 않는 단어다. 이 단어를 오·남용할 시 저지르게 될 몇 가지 문제 때문이다.첫째, 취약계층이라는 단어 자체가 품고 있는 그 엄청난 ‘대상화’ 위험성 때문이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으로 호명되는 대표적 집단은 빈민, 그리고 장애인이다.그들을 취약계층이라 표현하며 마냥 ‘도와야 할 사람’으로 여기는 순간,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새 마음속에서 그들과 우리 간에 선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유독 비는 와야 할 때 오지 않았고 되레 오지 않아야 할 때 쏟아붓듯 내려 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야기했다. 또 얼마 전엔 충북·경북․강원 등의 지역에 알사탕만 한 우박이 내려 농작물과 농민들의 마음을 생채기 냈다.이처럼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지고 또 빈번해지고 있지만, 농업재해 대책은 여전히 미약한 실정이다.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 발생 시 정부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근거해 농약대와 대파대 등의 복구비를 지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관련 고시를
조합장 모임(농협조합장 정명회)에 초빙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의 강의 중 한 대목이다. 조합장 당선을 위해 너도 나도 목을 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농협 조합원들은 어지간해선 조합장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합장들은 조합을 경영하다 손실이 나도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법적 책임이 없지만, 일본 조합장들은 일반적인 조합 손실도 자비로 변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강한 조합의 경우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은 오랜 시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서 조합장 자리를 물려받는다. 여러 사람의 공동자산을 관리
지난해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 949만원. 전년 대비 26.8% 하락.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감소.세 자릿수로 떨어진 농업소득. 긴말이 필요 없다. 농업‧농촌‧농민이 위기다. 일 년 내내 농사지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손에 쥐는 수익이 1,000만원에 미치지도 못한다. 재작년까진 농업소득이 10여년째 1,000만원대에 정체돼 있다며 관련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하곤 했는데 이제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그때가 ‘호시절’이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사실, 농업소득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 볼 수 있다.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농협이 목장관리 어플리케이션을 출시한 가운데, 이 서비스가 민간시장의 앱 ‘키우소’를 도용했다는 문제제기와 함께 양측의 분쟁이 진행 중이다. 핵심 쟁점은 농협이 소규모 기업의 아이디어를 탈취했는지, 그리고 농협이 수집하고 키우소가 활용하던 농가·개체 정보 등을 ‘공공데이터’로 볼 수 있는지다.‘공공데이터의 제공 및 이용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공공데이터’는 공공기관이 법에서 정하는 목적을 위해 생성 또는 취득해 관리하고 있는 자료들이다. 국민은 이 데이터의 이용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으며, 이에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120여개 시민·사회·종교 단체가 공동 주최한 어느 기자회견장. 통상적, 합법적 노조활동에도 올 초부터 이어진 윤석열정권의 노조 탄압으로 공동강요, 공갈·협박, 갈취 혐의자가 돼 구속된 양회동 노동자(민주노총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3지대장)의 분신 사망 투쟁을 애도하고 규탄하는 자리였다.고성능 확성기를 매달고 기자회견 내내 “민주노총 해체”, “일하기 싫으면 꺼져” 같은 비난을 내뿜은 차량부터, 때마침 진행된 보도블록 공사 노동자들의 항의로 이날 애도와 규탄은 절박함을 더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산업에서 유통·식품으로 담당 지면을 바꾼 후 처음으로 가락시장 경매 현장엘 다녀왔다. 배추 하차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지난달 19일 늦은 밤 11시 경매시간에 맞춰 가락동으로 향하는 길은 주차장과 다름없는 평소와 다르게 이질적일 만큼 뻥 뚫려 있었고, 수원서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되던 가락시장까지의 여정은 5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허전한 도로를 떨리는 마음으로 내달린 결과 시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장과 가까워질수록 대형 화물차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경매 첫 관람을 목도
‘몇만원짜리 정액이 KPN950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 출생신고도 2~3개월씩 속이는 분들 많다.’‘감정사는 보면 알 텐데 하도 많으니 넘어간다.’‘올초 26마리에서 모근 채취했는데 5마리만 친자확인. 따지니 검사기관과 축협은 서로 책임전가하고 있다.’‘직원들이 무서워서 대의원, 이사들 소 털 뽑을 수 있을까?’‘우리 축협은 귀표 달 때 아예 꼬리털을 뽑아간다.’지난해 말, 유명 한우 사육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우 혈통정보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자는 내용으로 올라온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잘못된 이력을 신뢰하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본사 입사 이래 7년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었다. 중앙 주요언론 기자들은 일상다반사로 겪는 일이나 본 기자는 딱히 겪을 일이 없었던 상황. 바로 ‘취재경쟁’이다.취재경쟁의 원인은 유전자조작체(GMO) 쥬키니호박 발견사태였다. 정부의 출하정지 조치 해제 뒤 쥬키니호박의 ‘홍수출하’로 10kg 쥬키니호박 한 상자당 가격이 최하 500원까지 떨어지던 지난 4일, 본 기자도 수많은 언론이 오가고 있던 경남 진주시 금곡면 농가를 방문 중이었다. 열심히 피해 농민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던 중, 농민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를 규탄하면서 이에 대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농업·농민을 대표하는 가장 큰 주체라는 농협중앙회가 최대 농업 이슈에 수수방관인 모습이 썩 이상하긴 하다.추측건대, 이성희 회장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에게 힘이 되는 법 개정인 만큼 찬성 의사를 표하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더욱이 상황을 인식하는 이 회장의 관점은 애당초 농민들의 관점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의 원인을 “
장면 하나. 두 눈을 질끈 감았다. 두 손으로 마이크를 부여잡고 사자후를 토하듯 호소하는 목소리엔 분노와 설움이 뒤섞였다. 이마엔 ‘농업인력확보하라’ 여덟 글자가 새겨진 붉은 머리띠를 질끈 동여맨 채였다.장면 둘. 검은 비닐을 씌운 밭 두둑 위로 씨감자를 쏟아붓는다. 씨감자엔 손가락 한두 마디 크기로 싹이 돋아나고 뿌리까지 여러 갈래로 자라 있다. 며칠째 감자를 심고 있는 농민은 “이대로 심어 (상품성이) 좋은 감자가 나올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농업인력을 제때 구하지 못해 파종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생긴 일이었다.‘부지깽이도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