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도 더 전의 일입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시간이 많은 직업이다 보니 건강을 생각해 배드민턴을 시작했습니다. 동호회 활동의 백미는 운동 그 자체에도 있지만 이어지는 뒤풀이 또한 빼놓을 수 없습니다. 배드민턴에 조금 익숙해지자 아니나 다를까 운동 후 맥주를 곁들이는 시간도 잦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광주 출신 동년배가 이런저런 이야기 중 “기관총 소리에 잠 못 들어봤냐”라고 하는 것이었습니다.광주민중항쟁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경상도 출신인 저로서는 직접 겪은 일이 아니었기에 ‘이 양반이 우리 나이에 자다가 무
주황색을 띄는 호박은 맛이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채소로 다양한 요리에 사용됩니다. 가을에 주로 보이며 서양의 풍습인 할로윈 파티에서 호박이 사용되어 유명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후 부종, 성형수술 후 붓기에 호박의 효과가 좋다고 알려져 있어 많은 분들이 시중에 판매하는 호박차를 구매해 드시기도 합니다. 하지만 붓기를 빼주는 호박은 식물 호박이 아닙니다. 식물 호박은 남과(南瓜)라고 하며 소화기를 건강하게 하며 몸에 기운을 돋아주는 약으로 주로 쓰였습니다. 식물 호박에는 임산부의 임신 상태를 편안하게 만들
일교차가 큰 환절기에 비염이 심해지는 분들이 많습니다. 비염은 흔히 코막힘, 콧물, 재채기 등의 증상을 동반합니다. 콧물이 뒤로 넘어가 가래로 나오는 후비루 증상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동의보감에서는 비연(鼻淵), 비구(鼻), 비색(鼻塞)의 병으로 봅니다. 비연과 비구는 콧물이 나오는 증상인데 비연은 탁한 콧물, 비구는 맑은 콧물이 주로 나오는 증상입니다. 비색은 코가 막히는 것을 주 증상으로 하고, 더불어 콧물이 나오거나 재채기를 하거나 코로 냄새를 못 맡거나 하는 증상들도 포함합니다. 동의보감에서는 이러한 병은 대부분 장부상 폐
통상 나이가 들면 근육이 줄기 때문에 고기를 좀 더 먹어줘야 한다고 합니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 양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해선 누구도 선뜻 대답하긴 어렵습니다.노화연구자들이 추천하는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몸무게 1kg당 1g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즉, 60kg의 체중인 사람이라면 하루 60g의 단백질 섭취가 적당하다는 것입니다. 보통 고기 1인분(200g) 중 수분과 지방을 제거한 단백질량이 약 60g 정도인데, 이 정도 단백질량은 굳이 육류가 아니래도 계란이나 두부, 콩, 생선 등을 적절히 먹으면 충분히 공급할 수 있는 양입니다
음양오행은 한의학의 기본이론이라고 합니다. 저도 한의대 학창시절 이게 뭐지 하면서도 음양이 이렇고 목화토금수는 저렇다 했던 기억이 납니다.음양은 2가지로 대별되니 쉽게 다가오는데 오행은 5가지로 설명하니 상대적으로 어렵게 여겨집니다. 오행은 목화토금수, 즉 나무·불·흙·쇠·물의 5원소를 이야기합니다. 이는 동양고전 사서삼경 중 이라는 책에 나오기 시작합니다. 서양에서는 기원전 5세기 엠페도클레스라는 그리스 철학자가 바람·물·불·흙 4원소로 만물이 이루어졌다고 주장했습니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비슷비슷합니다.서양이나 동양사람 모
몇 달 전, 공영방송의 인기 건강 프로그램에 맨발걷기가 나오며 중장년층 이상의 환자들에게서 맨발걷기가 유행하고 있습니다. 맨발걷기가 열풍이긴 하나 아직 주류 의견이 아니며 신발을 신고 걸었을 때와 유의미한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신발을 신었을 때가 더 낫다는 연구결과들도 있습니다. 과학적 검증이 다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맨발걷기는 신발만 벗고 걸으면 되는 아주 쉬운 실천방법을 가지고 있어 많은 사람의 인기를 끄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맨발걷기의 효과에 대한 여러 이론 중 몇 가지를 소개해보겠습니다.첫 내용은 ‘접지 효과(
지난 칼럼에 이어 20대와 30대, 2030의 건강과 저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가 보겠습니다.2030의 임신과 출산은 30년 이전 세대보다 더욱 힘들어졌습니다. 결혼과 임신, 출산이 모두 과거보다 훨씬 늦어졌기 때문입니다. 지금 대한민국은 사상 초유의 저출산을 갱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반대로 35세 이상 고령산모의 비중은 늘어나는 특이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특이한 모습은 여성들이 단순히 결혼과 임신, 출산을 피하는 것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히려 여성들은 결혼이 늦더라도 적극적으로 출산을 선택하고 있습니다.2030의 임신과 출
세월이 가면 모두 세월이 흐른만큼 나이를 먹게 되는데, 이 나이를 다른 말로는 ‘세월나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똑같은 세월을 겪었어도 오로지 신체의 노화 정도에 따라 평가되는 나이가 따로 있는데, 이를 ‘신체나이’라고 부릅니다. 건강검진을 하여 모든 수치들이 정상 범위에 들게 되면 그 결과에 따라 어떤 분들은 실제 ‘세월나이’보다 ‘신체나이’가 더 적은 것으로 표시되기도 합니다.최근 수명이 늘어나면서 실제 세월나이보다 젊어 보이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최근에는 이 신체나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혈액 한 방
이명이란 밖에서 소리가 나지 않는데 내 귓속이나 머리 속에서 소리가 들리는 증상을 말합니다. 보통은 귀에서 ‘삐-’소리나 매미 우는 소리, 바람 부는 소리 등이 들린다고 호소합니다. 완전히 방음된 조용한 방에서는 모든 사람의 약 95%가 20데시벨 이하의 이명을 느낀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정도는 이명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괴롭히는 정도의 잡음이 느껴질 때를 이명이라고 합니다.한방에서 이명은 신허(腎虛)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많다고 봅니다. 담화(痰火)로 인해 생기거나 기허(氣虛)로 생기는 경우, 풍(風)이나 습(濕)으로
음식을 만들 때 들어가는 소금, 간장, 설탕, 고춧가루 등 조미료는 적정량이 들어가야 제맛을 냅니다. 너무 적게 들어가면 싱겁고 많이 들어가면 짜거나 매워 먹기 힘듭니다. 한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식약동원이기도 하지만 자연이나 생활의 이치가 그렇기 때문입니다.각각의 재료가 적절한 조화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것이지 많은 양을 넣어 끓이는 것은 과거 소여물 삶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소여물도 그렇게 마구 끓여 주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가끔 환자분 중에 녹용이나 뭐 좋은 거 많이 넣어 달라는 분이 계시는데, 그럴 때 저는 소여물 표
국가건강검진은 만 20세가 넘은 국민이라면 매 2년에 1번씩 무료로 받을 수 있으며, 비사무직이라면 매년 무료로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건강검진은 고혈압·당뇨병·신장질환·대사증후군 등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등 국민 건강 증진을 위해 시행되고 있으며, 이때 꼭 하는 검사 중 하나가 혈액검사입니다. 혈액검사 항목에는 혈색소, 공복혈당, 총콜레스테롤, AST, ALT, 감마지티피, 혈청 크레아티닌 검사, 신사구체 여과율 등이 있습니다. 혈액검사로 심혈관, 간, 신장 등 장부의 건강을 확인해볼 수 있는데요, 이번 시간에는 특히
한국의 인구구조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2023년 현재 한국의 중위연령은 남자 44.2세, 여자 47.1세, 전체 45.6세입니다. 중위연령이란 총 인구를 나이 순으로 쭉 늘어놓았을 때 가장 가운데에 있는 사람의 나이입니다. 즉 한국 인구가 총 100명이라고 한다면 50번째 사람의 나이가 45.6세라는 겁니다.30년 전, 1993년에는 중위연령이 28.4세였습니다. 20년 전인 2003년에는 33.5세였고, 10년 전인 2013년에는 39.7세였습니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대한민국이 늙어가고 있는 겁니다. 이러한 추세로 중위
건강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오면 보통은, 먼저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인가를 확인합니다. 그리고 술을 좀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곧바로 간 수치를 확인합니다. 다행히 이들 수치가 정상 범위에 들면 조금은 안도하면서 나머지 항목들은 대충 보아 넘기게 되는데, 나머지 항목 중에서 결코 쉽게 넘겨서는 안 될 항목으로 CRP란 것이 있습니다.CRP란 ‘C 반응성 단백질(C-Reac tive Protein)’로, C란 ‘C 다당체(C-polysaccharide)’ 성분의 세균성 항원을 의미하고, 이 항원에 대항하기 위해 간에서는 C
이유 없이 3개월 이상 골반, 회음부, 남성 생식기 등의 부위에 지속되는 만성통증, 압박감, 불편감이 있다면 남성 만성 골반 통증 증후군(Male chronic pelvic pain syndrome, MCPPS)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엔 보통 사타구니, 회음부(항문과 생식기 사이), 치골상부(생식기 바로 위의 뼈 윗부분), 음경, 음낭의 통증과 함께 배뇨증상과 성 기능 장애를 호소합니다. 배뇨증상은 소변을 볼 때 통증을 느끼거나 자주 소변을 보러 가게 되는 증상, 소변을 보고 난 뒤 덜 본 것 같은 느낌 등입니다. 배변 시
2023년 5월 국세청 자료에 의하면 지난 5년 동안 병원과 의원 가운데 가장 빠르게 늘어난 진료과는 신경정신과의원(정신건강의학과)입니다. 한의원, 내과의 증가율이 3~4%인 데 반해 정신건강의학과는 무려 30%나 증가했습니다.사람의 건강은 크게 몸건강, 마음건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서구의 이론은 서양근대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르네 데카르트의 영향으로 대두된 심신이원론입니다. 즉 몸과 마음은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입니다. 이에 반해 동양의 이론은 심신일원론입니다. 몸과 마음의 상태는 서로 긴밀하게 영향을 주고받는다는 것입니
무더위가 시작된 7월 초, 입꼬리가 안 올라가고 눈이 안 감긴다며 고통스러워하는 환자가 왔었습니다. 온천에 갔다가 찬물로 샤워한 뒤 자고 일어나니 입이 돌아갔다며 이런 경우가 처음이라 당황스러워 하셨는데요, 몇 가지 검사를 해보니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로 진단이 내려져 치료해드렸습니다.안면신경마비는 얼굴을 지배하는 신경의 장애로 인해 발생합니다. 안면신경마비는 말초성 안면신경마비와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로 나뉩니다. 말초성 안면신경마비는 뇌에서 얼굴로 빠져나온 안면 신경이 손상된 상태를 말하며, 중추성 안면신경마비는 뇌 속에서 얼굴 근육으
아토피는 피부장벽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질환입니다. 피부장벽이 제 기능을 못해 피부가 거칠어지고 건조해진 것을 한의학에서는 기부갑착(肌膚甲錯)이라고 합니다. 피부가 거칠고 메말라서 물고기 비늘처럼 보이는 겁니다.한의학대사전에서는 기부갑착의 원인을 두 가지로 말하고 있습니다. 첫째, 몸 안에 어혈이 생겨서 순환이 안 되는 것입니다. 어혈이 있으면 잘 먹어도 몸으로 흡수가 잘 안 됩니다. 그러면 잘 먹어도 전신이 다 마르거나, 배에만 살이 찝니다. 뱃속에서 팔다리의 피부 말단까지 제대로 된 혈액 공급이 잘 안되기 때문입니다.어혈이
건강검진 결과가 나왔습니다. 대부분 수치가 정상 범위에 있어 안심입니다. 그러나 단순한 숫자에 감춰진 또 다른 의미를 읽어낼 수 있어야 건강검진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제일 먼저 주의해야 할 것이 혈당입니다. 수치가 100 이하면 정상 판정을 받지만 여기에 함정이 있을 수 있습니다. 건강검진 당일엔 대부분 아침을 굶고 갑니다. 아침을 굶으면 설령 당뇨병이 이미 와 있어도 혈당 수치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따라서 혈당은 식전과 식후 2시간 후에 재보는 것을 며칠 정도 반복해서 식전에 100 이하, 식후 2시간
대한골프협회에 의하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 골프 인구는 1,176만명이라고 합니다. 이 자료를 어디까지 믿어야 하나 싶기도 하지만 여하튼 골프 인구가 엄청 많은 것은 사실입니다. 몇 년 전부터 골프 후 통증을 호소하며 한의원을 찾는 분이 매우 많아졌습니다. 그만큼 골프는 이제 소수만이 즐기는 스포츠가 아니라 대중화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골프로 인한 통증은 주로 손목, 팔의 과도한 사용으로 인한 것이 주를 이루며 다음으로 허리, 목, 어깨 통증입니다. 심지어 과도한 스윙으로 인해 갈비뼈 골절이 발생하기도 합니다. 어떤 운동이든
다방면으로 효과적인 부항 요법이지만 몇 가지 잠재적인 부작용과 주의해야 할 위험이 있습니다.1) 멍부항 요법의 일반적인 부작용 중 하나는 멍입니다. 부항 컵 안으로 피부를 당기므로 작은 혈관이 끊어져 피부에 멍이 생길 수 있습니다. 멍의 정도는 개인과 부항 요법에 따라 다를 수 있지만, 보통 며칠에서 일주일 이내에 사라집니다.2) 피부 자극컵에 의한 흡입으로 인해 피부가 붉어지거나 가려움증, 발진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아토피나 건선 등 알레르기성 피부이거나 피부 궤양 부위, 피부의 국소 종양 부위에는 부항을 하지 않는 게 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