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강릉에서 열린 지정폐기물매립장 공청회에 갔다가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강릉시 주문진읍에 무려 904만톤이나 되는 지정폐기물·사업장일반폐기물을 매립하겠다는 계획을 업체가 밀어붙이면서 개최된 공청회였다.그런데 업체측은 ‘지정폐기물 등 산업폐기물이 얼마 나오지 않는 강릉시 주문진읍에 왜 매립장을 추진하느냐’는 질문에, 지역소멸 얘기를 꺼냈다. 주문진읍의 인구가 줄고 있고 강릉시 인구도 줄어드는데, ‘인구를 늘리려면 지정폐기물매립장을 먼저 유치해서 산업단지가 들어오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는 기막힌 주장을 편 것이다.난개발과
지난여름의 긴 장마에 잦은 가을비까지 더해져 올해 지리산의 단풍 농사는 영 시원찮다. 단풍나무류의 단풍은 그 어느 해보다 우중충한 민낯으로 가을을 맞았다.광합성에 최적화된 초록잎으로 화장을 하고는 햇빛을 열심히 흡수하던 나무들은 이제 동파 방지를 위해 물길을 닫았고 제 몸속에 지니고 있던 본색을 드러낸 뒤 제 가진 것을 하나둘 땅으로 돌려보내면서 긴 월동을 준비한다.단풍 농사가 흉작인 숲에서도 은행나무가 있어 그나마 지리산의 가을 풍경을 남길 수 있음에 여간 다행스럽지 않다.하지만 이 은행나무 단풍을 사진으로 남기기가 결코 쉬운 일
백마강, 낙화암 등 문화유산의 답사지로 기억되던 부여는 이제 내 기억에서 사라지고 없는 것 같았다.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식재료나 특별한 음식 등으로 분류되어 언젠가는 꼭 가봐야 할 곳으로만 기록되고 남아 있었다. 오일장에도 꼭 가봐야지 하는 생각만 가지고 있었다. 그러다 찾게 된 부여오일장은 볼거리가 많지는 않았지만 나에게 또 하나의 잊지 못할 추억을 남기는 귀한 시장으로 남았다.이번 부여장에선 혹시라도 표고목을 이용해 재배한 질 좋은 생표고버섯이나 건조표고버섯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며 갔지만 허탕을 쳤다. 엄청난 양의 생표고
전봉준, 김개남, 손화중.세 분의 초상을 오래도록 들여다본다. 무릇 혁명에 있어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이분들은 어떻게 동학농민혁명 3대장군의 반열에 오르고 시공을 뛰어넘어 역사 속에 살아남게 되었을까?어찌 이분들 뿐이겠는가? 5대 장군, 10대 장군, 이름도 성도 없이 쓰러져간 무수한 농민군들을 그려본다. 스러져가는 한 시대와 더불어 기꺼이 사라짐으로 하여 새 시대를 열어젖힌 사람들, 자신의 흔적을 끊임없이 지워가며 온몸을 불살라 오히려 선명하게 역사에 각인된 혁명가들,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지조를 잃지 않았기에 유해조차 수습
큰아이가 얼마 전 동아리 친구들을 데리고 집으로 놀러 왔다. 친구의 엄마이기도 하지만 이들과 같은 종교동아리 출신의 선배이기도 한 내 이야기가 궁금했단다. 어디 가서 ‘라떼는 말이야’라고 하는 일은 모양이 빠져 눈치를 봐야 하는데, 입을 열라 하니 신나서 그 시절의 이야기를 주절댔다.내가 학생일 때는 구제금융 전후의 세기말이기도 해서 길거리로 뛰어나가 싸울 일이 많았었노라, 특히 농촌활동(농활)은 지금의 삶에도 깊게 영향을 주어 ‘농촌사회학’을 공부하기로 한 데에 중요한 계기였다 하니 동아리 활동이 진로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에 놀라
[한국농정신문 강선일·장수지·김수나 기자]농촌에서 살아가는 장애당사자 주민의 이동권, 자기 생활방식을 결정할 권리, 사회참여를 위한 농(農)적 방안, 장애인 먹거리기본권 등을 한 번에 아우를 주제를 찾기는 애매하다. 분명한 건 이 문제 모두 장애인기본권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농업·농촌·먹거리 담론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는 고민 아래, 은 장애인기본권 관련 기획을 진행한다.서러운 밥상“2년 전(2009년), 김포에 있는 석 모 시설(석암베데스다요양원)에서
지리산에서 실상사가 갖는 의미는 아주 각별하다. 지리산 생명 평화 운동의 시작점이자 중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엄숙 진지함보다는 마을 가운데 자리하고는 스스럼없이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웃 같은 절집으로 느껴지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하지만 지리산이 위태로울 땐 저항의 구심점이 되어 지리산의 사람들이 모이게 하는 역할을 자임해 온 것도 실상사였다.이 가을날, 지리산 운동의 심장 그 실상사가 지리산프로젝트란 이름을 달고 울타리 없는 미술관이 되었다. 그림, 사진, 설치미술 등등 다양한 모습으로 실상사 곳곳을 장식하면서
살아남은 농민군은 의병이 되었다.우금티 패전 이후 농민군은 일본군과 관군, 유림이 조직한 민보군에 맞서 삼천리강산을 피로 물들이며 죽어갔다. 이렇듯 광범위하게 자행된 살육전에서도 살아남은 농민군은 산적 혹은 화적떼로 변신하거나 흩어져 몸을 숨겨야 했다. 이런 그들이 항일의병 투쟁에 가담한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유림이 중심이 된 초기 의병 투쟁에서 농민군은 환영받지 못했다.“충성심을 품고 의리를 붙들려 하는 자는 몇몇 사람에 지나지 않으며… 그리하여 농민이 천 명, 백 명씩 무리를 이루고는 의병이라 일컬었다.
[한국농정신문 강선일·권순창 기자]농촌에서 살아가는 장애당사자 주민의 이동권, 자기 생활방식을 결정할 권리, 사회참여를 위한 농(農)적 방안, 장애인 먹거리기본권 등을 한 번에 아우를 주제를 찾기는 애매하다. 분명한 건 이 문제 모두 장애인기본권에 직결되는 문제이며, 농업·농촌·먹거리 담론과 연결되는 문제라는 점이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이러한 문제들을 논의할 기회는 흔치 않았다는 고민 아래, 은 장애인기본권 관련 기획을 진행한다.일본의 농복연계 제도최근 국내에선 해외의 장애인 참여형 농업·복지 연계제도 중 하나로 일본
강원도의 도청소재지인 춘천보다 커져 이제는 어엿하게 대도시 같은 면모를 갖춘 원주를 만나고 왔다. 나 어릴 때 교과서에도 언급된 군사도시 원주는 이미 사라진 유물 같은 것이었다. 직업군인 아버지를 둔 내가 중·고등학생이었을 때 들락거리던 군부대 담장과 군인극장 등이 있던 원주는 어디에도 없었다. 추억에 잠길 수는 없어서 서글프기도 했지만 새벽시장에 도착해서는 어느 사이 다 잊고 시장 분위기에 동화되어 야단스레 좋아하는 나를 보았다.원주 새벽시장은 4월 14일(금)부터 12월 10일(일)까지 매일, 새벽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농촌에 사는 사람이든, 도시에 사는 사람이든 서민·중산층이라면 뛰어오른 물가 때문에 살기가 팍팍하다. 환율과 국제유가도 날로 오르니, 앞으로 수입물가는 더 오를 수밖에 없다. 당장 다가올 겨울의 난방비부터가 걱정이다. 농민들의 입장에서도 생산비 부담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현 대통령은 ‘이념이 중요하다’고 하니, 한숨이 더 커질 뿐이다.힘들어지는 삶의 원인, 퇴행하는 민주주의‘민주주의가 밥 먹여주냐’라는 얘기를 할 수 있지만, 최소한 농민과 노동자들, 서민·중산층들에게 민주주의는 밥이다.흔히 정치의 핵심은 ‘자원을 배분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여기 농장에 있는 거 다 별이에요?”“그럼! 다 별이야.”“그럼 여기는 우주겠네요?”농장에 있는 농작물들을 ‘별’이냐고 묻는 한 어린이의 질문에 농민은 웃으며 답했고, “여기는 우주겠네요”라는 어린이의 답변을 듣고서 “시인이 여기 있다”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경기도 화성시 송산면의 유기농 포도 농장인 ‘스튜디오 흙’. 이곳에서 농사짓는 이상배씨는 지난 16일 화성지역 ‘느린 학습자’ 어린이·청소년 및 그 가족 10여팀을 농장에 초대했다. 이상배씨는 아이들에게 벼·포도 등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설명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