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호는 목을 돌려 사내들을 보았다. 맨상투거나 떠꺼머리인데 이마를 동인 자는 무명 아래로 자자(刺字) 자국이 선명하고 갈고리에 팔이 패인 자, 얼굴에 지네 같은 자상이 있는 자까지 몰골부터가 의협과는 담 쌓은 자들이었다. 그들을 향해 그가 공손히 말하였다.“그쯤 했으면 술맛도 나려니와 그만하면 어떨지요.”그러나 말만 공손하지 눈이 어찌나 살기등등한지 무뢰배들은 잠깐 말을 놓쳤다. 이윽고 자자 자국 있는 작달막한 자가 이죽거렸다.“방금 짖은 것은 어느 집 발바리인가?”와하하 웃음이 터졌다.“이분은 전주영장 김시풍 영감의 족질이올시다.
이 글을 쓰는 마음이 편치 않다. 이번 총선에서 농업·농민단체들은 정책제안과 정책협약도 하고 있고, 소수이지만 농민·농촌을 대표하고자 하는 후보나 정당들이 열심히 뛰고 있다. 필자가 활동하는 도 지난달 14일 산업폐기물 문제로 피해를 입고 있는 농어촌주민들과 상경집회를 하고, 거대양당을 비롯한 정당들에게 정책질의 및 정책요구서도 전달했다.구도 중심 선거에서 ‘농’의 자리는?그러나 솔직히 총선 이후에 농촌·농업·농민들의 현실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지 않다. 선거에서 농촌·농업·농민에 관한 얘기는 주변적인 의제
눈길 가는 모든 곳이 봄이다. 남쪽 어딘가부터 꽃소식을 따라 들려오는 봄소식. 봄바람. 봄비…. 제아무리 춥고 매섭던 겨울도 때가 되면 시나브로 봄으로 물들어 가는 것이 자연의 섭리임에도 해마다 봄은 늘 새롭다. 그래서 봄은 시작이며 희망이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농민들에게 봄은 더욱 그렇다.사실 세상에서 가장 빠르게 봄을 맞이하는 것은 서서히 봉오리를 터뜨리고 얼굴을 드러내는 꽃도, 겨울잠에서 막 깨어난 개구리도 아닌 이 땅의 농민들이다. 농민들은 이미 한참 전에 논과 밭으로 나와 기지개를 켜듯 농사일을 시작하는 것으로 봄이 오
많은 분들이 새해만 되면 올해는 다이어트에 성공해서 멋지고 건강한 몸을 가지겠다는 결심을 하고 헬스장을 등록합니다. 그런데 작심삼일이라고 일주일만 지나도 북적이던 헬스장은 한산해지죠. 굳게 결심한 다이어트가 일주일 만에 끝나는 건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닙니다. 배고픔에 대한 우리 몸의 반응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입니다.먼저 살이 찌는 이유에 대해 알아봅시다. 단순하게 살이 찌는 이유를 정리하면 먹는 만큼 에너지 소비가 되지 않아서 몸 안에 잉여 에너지가 쌓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먹는 양을 줄이기 위해서 식욕 억제제를 처방받거나 식사
-며칠 전에, 물웅덩이 안쪽 구석으로 이따만한 구렁이가 들어가는 걸 봤거든. 넌 그것도 모르고 저 웅덩이 물 마셨지? 이제 큰일 났다. 그 웅덩이에 뱀이 알을 까놨는데 그걸 마셨으니.-구렁이 알 그런 것 없었어. 내가 물에 떠 있는 나뭇잎 같은 거 후후 불고 나서 마셨거든.-바보야, 뱀 알은 워낙 작아서 눈에 안 보인단 말야. 아랫말 사는 어떤 형도 여기서 물 마셨는데, 며칠 뒤에 목구멍으로 새끼 뱀 한 마리가 쑥 나왔대. 아니 똥구멍으로 나왔다던가?나이가 한두 살 위인 짓궂은 녀석이 다소 어리숙해 뵈는 아이에게 이렇게 엄포를 놓으
진짜 바닥민심 살피는 22대 국회가 됐으면평소 국회의원들이 민심, 바닥민심이 어떻다고 하지만 그들이 느끼는 바닥민심과 현장에서 느끼는 바닥민심하고는 정말 괴리가 크다. 한숨이 나올 정도다. 이번 총선에서 당선된 국회의원들은 본인이 알고 있는 민심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진짜 현장에 많이 내려와서 보고 들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올바른 정치를 할 수 있고 제대로 된 법안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제주 성산은 제2공항 문제를 겪고 있는 핵심지역이다. 식량자급도 못하는 나라에서 농사지을 땅을 없애고 그 위에 공항을 건설한다는 게
어릴 적 맏이로 태어나 당연히 학교 보내 줄줄 알았는데떼를 써도 보내주지 않아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늦게나마 도서관을 만나 한글을 읽어 간다한글은 대충 읽어도 핸드폰은 한글을 알아야 문자를 보내지보내는 법을 몰라서 고생도 많이 했다내가 생각해도 신기한 것은도시가스 검침은 예전에 숫자를 적어 냈는데요새는 사진으로 찍어 보내달라고 한다도서관에서 핸드폰 배우는 시간에 배워서사진 찍어서 우리집 주소도 적고 기사한테 보냈다행복한 하루 되라고 답장이 왔다공부는 참 좋은 것 같다나를 자신 있게 만들어 주니잘배워서 어디에서도 꿀리지 않는 내가 되어
본격적인 봄을 맞아 농촌에서는 풍년을 기원하는 행사가 연일 성황을 이루고 있다. 농민의 무사 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영농발대식은 한 해 농사를 시작하기 전에 치러지는 의식이면서 축제이다. 농업을 중시한 고려시대에는 국왕이 직접 풍년을 기원하며 국가적 축제로 치렀고, 농본주의 경제정책을 내세웠던 조선시대에도 기곡제를 지내며 풍년이 들기를 모두 기원했다. 역사에서도 그 의미를 알 수 있는 것처럼 한 해 농사의 풍년을 전 국민이 함께했다.전국 방방곡곡 농촌지역에서 열리는 영농발대식에는 농민들의 염원이 담겨있다. 그리고 영농발대식의 대회사
22대 국회의원을 뽑는 선거가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각 정당이 내놓은 뚜렷한 민생대책이나 농업대책은 찾아보기 어렵다. 지역구 후보들 역시 ‘나를 뽑아달라’는 구호만 앞설 뿐 앞으로 지역주민들을 위해 어떤 정책을 펴겠다고 차분히 설명하는 일은 등한시한다. 유권자들도 어떤 정당이냐, 그 후보가 어떤 인물이냐로 투표권을 행사하기는 마찬가지다. 후보자가 국회의원이 돼 무엇을 하고 싶은지 면밀하게 따지는 것에 소홀하단 뜻이다. 국회의원 후보와 유권자 모두 공약에 대한 무관심이 암묵적 동의가 되다 보니 정책선거가 실종된 것은 아닐까.하지만
북한이 지방경제발전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 중이다. 전국 200여개 시군에 생활필수품을 생산하기 위한 경공업공장단지건설을 시작했다.올해 1월 우리의 국회에 해당하는 최고인민회의에서는 앞으로 10년 동안 매년 20개 지역에 지방공업공장단지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방발전 20×10정책’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1962년 이래로 북한의 공업관리체계는 중앙공업과 지방공업으로 이원화돼 운영되고 있다. 국가예산도 중앙과 지방으로 구분하고 있는데, 중앙공업은 국가가 투자하고 직접 관리하는 반면 지방공업은 지방 자체의 힘으로 운영된
한우자조금관리위원회는 지난달 14일 회의에서 230억원 규모의 수급안정사업을 확정했다. 지난해 대폭적인 정부 지원에 힘입어 417억원 규모로 사업을 추진한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아쉬움이 큰 가운데 회의 이튿날인 15일 정부가 발표한 1500억원 규모의 물가안정대책으로 한우고기 소비 촉진에 약 130억원의 추가 지원이 가능해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전체적으로 약 360억원의 소비 활성화 재원을 확보해, 주로 소비자가를 낮추는 할인행사 재원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소비자 할인행사의 목적은 그동안 경기침체로 생산비보다 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문지영 기자]‘순환과 공생의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지역주체 양성, 현장 중심 연구활동, 사회연대 활동을 다각도로 수행해 온 (재)지역재단(이사장 허헌중)이 창립 20주년을 맞았다. 최근 지역재단은 ‘지방소멸’, ‘지역개발’을 명목으로 중앙과 자본을 살찌우는 상황에 맞서,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행복을 위한 ‘지역리더의 유쾌한 반란’에 동참하자고 제안 중이다.‘지방소멸’ 개념, 무비판적 수용 금물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은 지역재단 20주년을 맞아 발간한 저서 (한울)에서 소위 ‘지방소멸론
[한국농정신문 최설화·강선일 기자]친환경무상급식풀뿌리국민연대(상임대표 진헌극, 국민연대)가 기후위기 시대 먹거리 불평등 해소를 위해 △친환경 학교·공공급식 확대 △공공급식 영역의 정부 재정 분담 책임 의무화를 요구했다. 국민연대는 지난 26일 국회 정문 앞에서 ‘친환경 기후급식! 모두를 위한 공공급식으로 대전환! 22대 총선 4대 정책요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국민연대는 ‘아이들에게 건강을, 농민들에게 희망을’이란 가치를 내걸고 친환경 무상급식 운동을 20년 이상 진행해 오고 있다.이날 국민연대 주최 기자회견엔 한살림연합·전
[한국농정신문 강선일·최설화 기자]한국친환경농업협회(회장 김상기, 친환경협회)가 오는 4월 10일 총선을 앞두고 각 정당과 ‘탄소중립 실현, 친환경농업 가치 확산을 위한 정책협약’을 맺으며 친환경농업 확대정책 실현을 촉구 중이다. 친환경협회는 27일 현재 녹색정의당·더불어민주당과 정책협약을 맺었으며, 다음 달 1일엔 진보당과 협약을 맺을 예정이다.지난 25일, 친환경협회는 세종시 SB플라자 회의실에서 녹색정의당과 첫 정책협약식을 가졌다. 이날 정책협약은 김상기 친환경협회 회장과 김옥임 녹색정의당 비례대표 후보 간에 이뤄졌다. 녹색정
병호가 상두재를 넘어 종정마을에 도착할 때까지 세상은 어둑신하였다. 송진사의 집 앞을 지나 희옥이가 일러준 집으로 가자 그녀는 대문 밖에 나와 있었다. 노랑저고리에 다홍치마를 입었는데 장옷을 걸치지 않아 용모가 시원하였고 쪽진 머리에 비녀를 찔러 금산사 때보다 숙성해 보였다. 상대를 알아본 그들은 반절을 하고 들길로 내려와 하나는 앞서고 하나는 처져 걸었다. 원평천 둑길에 올라서자 마차바퀴가 미치지 않는 길 가운데 풀숲에서 이슬이 채였다.“낭자라고 부르겠습니다. 괜찮겠지요?”병호가 동의를 구하자 그녀가 다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였다.
지금부터 49년 전인 1975년 9월, 일본인 손님 한 사람이 우리 집에 왔다.일본의 유기농업 단체인 ‘애농회’를 만든 고다니 준이치 선생이었다. 그 2년 전에 나의 아버지는 일본으로 고다니 선생을 찾아갔다. 그분이 내는 잡지를 감명 깊게 읽고 계셨기에 한 번 만나고 싶으셨다고 했다. 두 사람은 밤늦도록 이야기를 나누었다. 고다니 선생은 “이제까지 많은 한국 지인들이 초청했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는데 당신을 만나서 이야기하니까 한국에 가고 싶어졌다. 당신이 초청해 주면 열매 있는 한국 방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농부인 그분은
사람은 왜 밤에 잠을 잘까를 생각해 보기 전에 먼저 사람은 왜 잠을 자는지 생각해 봅시다. 당연히 졸리니까 자는 거지, 자는데 무슨 이유가 있나 싶긴 하지만, 그래도 생각을 한번 해 봅시다.사람도 핸드폰과 마찬가지로 충전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활동을 하면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방전시키는 거지요. 그러면 방전시킨 만큼 에너지를 다시 충전해야 합니다. 사람은 두 가지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하나는 음식입니다. 음식을 먹고 소화하면 위장에서 근육으로, 뱃속에서 팔다리로 영양분이 전달됩니다. 그 결과 우리 몸이 에너지를 공급받아 기운이 납
부산스레 돌아다니기 좋아하는 고만고만한 나이의 사내아이들이라고 해도, 무시로 산에 들어가서 휘젓고 다녔던 건 아니었다. 가령 6교시까지 공부를 해야 하는 국민학교 고학년의 경우, 수업이 파하고 집에 돌아오면 해가 서산 능선에서 몇 뼘밖에 남지 않은 시각이므로, 산행은 주로 반공일인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이루어졌다. 어린아이라도 세 끼 밥값은 해야 했다.-망태 메고 산에 가서 솔방울 좀 주워 오너라.-뒷산에 가서 토끼 먹일 꼴이나 한 망태 베어 오너라.-외양간에 매둔 소 끌고 나가서 배가 불룩하게 좀 먹이고 오너라.그런 경우 기쁜 마음
농민의 ‘농민 3법’ 제정 요구에 ‘해내겠다’는 답변 주길농산물 최저가격 보장으로 안정적인 생계가 보장 된다면, 농업에 도전하는 젊은이가 늘어나고 농촌이 활성화될 것이다. 조금이나마 나은 수익을 얻기 위해 새로운 작물에 도전하지 않아도 될뿐더러 쏠림 현상으로 인한 가격 폭등락을 겪지 않고 걱정 없이 농사지을 수 있을 것이다.농민들은 그간 꾸준히 지역구 후보에게, 비례대표 후보에게 농민들의 요구를 전달해 왔다. 바로 농산물 최저가격 보장 등을 포함한 농민3법 제정이다. 하지만 늘 ‘노력해 보겠다’는 불확실한 답변만 돌아왔다. 농민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