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지난해 10월 26일 해남부터 12월 15일 춘천까지 열여덟 번의 ‘국민총행복과 농산어촌 개벽대행진’은, 도올·박진도 두 석학이 계기를 제공했을지언정 대부분의 과정이 지역민들의 의지와 참여로 완성됐다. 지역이 중앙 정치권에 보낸 메시지와 별개로, 지역 자체에 평소와 다른 활력이 생겨났다는 얘기다.이 활력을 설명하는 가장 적합한 표현은 ‘지역의 결집’이다. 생활터전을 공유하는 한 지역의 주민들이 개벽대행진을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이전보다 단단하게 결집할 수 있게 된 것이다.전호봉 개벽대행진 전북추진위원은 “국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최근 못난이 농산물만 정기적으로 배송하는 벤처 기업이 속속 등장 중인 가운데, 가치 있는 소비를 추구하는 해당 서비스 이용자의 호응 또한 매우 뜨거운 것으로 확인됐다.‘20% 비싸게 사서 20% 저렴하게 드립니다’라는 운영원칙을 내건 예스어스는 식음료 전문기업 ㈜올투딜리셔스(대표이사 정한석)가 지난해 11월 시작한 사내 벤처 플랫폼이다. 정한석 대표는 “회사가 급격히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의 더 나은 일상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더 큰 담론을 이야기하고, 그것에 기여할 때라는 인식을 갖게 됐다. 그러던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평균적으로 전체 수확량의 10~20% 정도 돼요. 크기가 아주 크거나 작은 고구마요. 모양이 이상하게 생긴 것도 많은데 이런 거 저런 거 전부 다 못난이죠. 맛이랑 영양은 똑같은데, 판매가 안 돼요. 팔릴 때까지 일단 저장고에 넣어두긴 하는데 결국엔 대부분 폐기하죠.”지난 10일 경기도 여주시 금사면에서 만난 농민 민지호(32)씨의 입에서 답답함이 흘러나왔다. 무농약으로 고구마를 재배 중인 민씨는 지금도 저장고에 한가득 못난이 농산물을 보관하고 있었다.민씨에 따르면 1만평 기준 약 60~80톤가량의 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7일 배송받은 친환경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 뿌리가 여러 개로 갈라진 당근, 야구공보다 작은 크기의 양파, 갓이 고르게 펴지지 않은 버섯, 과잉 생산된 로메인 상추와 판로가 부족한 쑥갓, 아주 큰 크기의 무 반쪽이 담겼다.겉으로 보기에 ‘특품’이나 ‘상품’은 아니지만 전부 몸에 좋고 맛있는 무농약 농산물이다. 하지만 표준규격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만으로 ‘못난이 농산물’이라 불리고 있다.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채소·과일 생산량의 10~30%는 ‘등급 외’ 농산물이다. 농식품부가 27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먹거리정책은 우리 사회와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소농직거래를 중심으로 하는 마을부엌은 농민에게 안정적인 소득을 보장하고, 도시 소비자에겐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면서 공공먹거리 시스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기능을 더욱 발전시키기 위해 먹거리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있는 지역들의 새로운 모델들을 탐구해볼 수도 있다.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민중식당(Belo Horizonte restaurante Popular)은 시의 예산으로 운영되는 식당으로, 벨루오리존치 시민이라면 누구나 저렴한 가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농업과 먹거리는 굉장히 중요하다.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분야인데도 현실에선 어떤 활동을 하기 위한 수단이나 부수적인 것으로 비춰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추경미 열린부뚜막협동조합 이사장의 말처럼 대부분의 도시 소비자들은 농업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농촌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는 말처럼 심각한 상황이지만 농민들의 현실이 어떠한지 알지 못하고 그에 따른 아무런 위기의식도 없다.그 이유는 먹거리와 농업의 분절에 있다. 마을부엌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농사 체험·먹거리 교육 등을 통해 생산자 농민과 도시 소비자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서울시민 모두는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서울시민 누구도 경제적 형편 때문에 굶거나 질이 낮은 먹거리를 먹게 되는 일이 없어야 하고, 사회·지역·문화적인 문제로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에 접근하는 데 곤란을 겪지 않아야 합니다. 서울시민은 먹거리 기본권을 보장받아 건강하고 풍요로운 삶을 영위할 수 있어야 합니다.”지난 2017년 서울시가 발표한 먹거리 기본권 선언문의 내용이다.선언문에 따르면 그 누구도, 시간·환경·경제적 여유가 없다고 할지라도, 유력한 대선후보의 발언과 달리 ‘부정
[한국농정신문 기고_ 김영재 한국친환경농업협회 회장]새해를 맞이하며 영농 계획을 세워본다. 어떤 작물과 품종을 선택, 재배할 것인가 고민한다. 가장 고민되는 것은 무엇보다도 자연재해에 강하면서 소득이 담보되는 작부의 선택이다. 영농 경험을 최대한 동원하여 설계해보지만, 선택의 여지가 그리 많지 않다. 이러한 고민은 단지 나만의 문제가 아니며 동시대의 모든 농민이 겪고 있는 일이 아닌가 한다.30여년의 짧은 영농 경력이지만 몇 해 전부터 작부 선택에서 자연재해를 가장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고, 실질적인 보상에도 한참 못 미치는 농작물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인증제도 상의 친환경농업 확대 못지않게, 전체 농업분야에서의 ‘환경친화형 농업’을 확대하는 것이 미래농업의 과제로 대두된다.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 친환경농업 TF는 ‘2030년까지 농경 면적의 60%에 환경친화형 농업을 적용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60% 중 10%는 유기농인증, 20%는 무농약인증, 30%는 넓은 의미의 환경친화형 농업이 이뤄지는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 친환경농업 TF의 입장이다.‘넓은 의미의 환경친화형 농업’이 확대되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당장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푸드마일리지’는 농축산물이 농장에서 생산된 이후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한다. 물류의 이동이 탄소의 배출과 직결되는 일이고 보면,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건 농산물 자체의 친환경적 생산 못지않게 탄소중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다.유통혁신, 갈 길이 멀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산물의 소비자 구매가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7.5%(2019년 기준)다. 유통 비효율로 인한 비용 낭비가 크다는 걸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비용들이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강원도 홍천군 영귀미면에서 27년째 농사짓는 박순웅 씨. 그는 홍천에서 목회활동을 하며 약 2,000평의 농지에서 감자·고구마·옥수수·토종땅콩·고추 등 다양한 작물을 재배한다. 변화무쌍한 기후 때문에 어려움이 없진 않으나, 박씨는 “친환경농사가 재밌고 너무 좋다”고 말했다.건강해지는 땅박씨는 왜 친환경농사가 좋을까? 첫째, 땅이 건강해지기 때문이다. 원래 박씨의 농지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던 땅이었다. 땅은 척박했다. 그러나 27년간 친환경농사를 지은 결과 땅이 비옥해졌다. 박씨는 “농사 과정에서 밭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하루에 굉장히 많은 음식물쓰레기가 발생해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유럽부터 국내까지 많은 모델을 찾아봤어요. 그린냉장고는 음식물쓰레기를 줄이고 먹거리 선순환과 환경보호를 도모하자는 취지에서 기획하게 됐어요.”서울대학교 재학생들이 창업한 ‘다인테이블’은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시 관악구에 위치한 책N꿈 도서관 앞에 ‘그린냉장고’라는 이름의 공유냉장고를 설치했다.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들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이다. 박민준 다인테이블 공동대표는 “취약계층의 먹거리 복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자국에선 ‘생태농업 확대’를 표방하나 타국에는 여전히 유전자조작농산물(GMO)과 농약·제초제로 돌아가는 ‘녹색혁명’ 체제를 부추기는 미국. 미국 주도의 신자유주의적 세계농식품체계에 기생하는 다국적 농화학기업들. 이들이 주도하는 기만적 질서를 바꿔야 참된 탄소중립 시대 개막은 가능하다.현재 세계농식품체계는 철저히 기업의 이윤 창출 목적으로 가동된다. 이윤 창출은 신자유주의의 핵심 가치다. GMO와 온갖 농약·화학비료·제초제는 이 체계의 산물이었다.GMO와 제초제 장사에 몰두한 대표 기업이 바로 몬산토였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유럽은 30년 전부터 ‘탄소중립’을 사회적 의제로 삼아 실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이제야 탄소중립 의미를 사회 각 분야에 이식 중이다. 뒤늦은 출발이기에 속도와 효율을 동시에 높여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국제사회에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확정·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약속한 탄소감축량은 2018년 탄소발생량을 기준으로 2050년엔 40%를 줄여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도 최근 탄소감축 시나리오를 발표해 농업분야의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3월 25일 탄소중립기본법 시행지난해부터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과 2050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최근 농업계에서도 탄소 발생 감축 목적의 정책이 개발·추진되고 있지만 한켠에서는 여전히 시설 투자를 부추기는 관행 농정이 그 규모를 좀체 줄이지 못하는 실정이다.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해 10월 발간한 ‘농업 부문 최종에너지 소비 현황 및 향후 과제’ 현안 보고서에 따르면 농업은 전통적으로 인력과 자연 기후 등에 의존했으나 오늘날엔 원예시설과 축사 등의 냉·난방 시설, 생산·유통과정별 농기계 및 설비 활용이 일상화되며 에너지 다소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교묘한 탈을 쓴 농산물 가격 하락 정책과 자유무역협정(FTA) 확대 등의 개방농정은 꽤 오랜 기간 우리 농업에 경쟁력 확보 명목의 규모화와 맹목적 생산성 향상을 부추겼다. 그간 수차례 정권이 바뀌었음에도 이러한 방향의 농정이 지속되자 농가 수는 거의 매년 감소세를 보이는 데 반해 농가당 경작면적은 늘었고, 우리 농업은 온실가스를 발생시키는 각종 자재 투입에 매몰된 형태로 전락, 변모하게 됐다.전라남도 곡성군에서 벼를 재배하는 농민 A씨는 1년에 1ha 기준 약 1,400~1,500
인류가 지구의 온도를 기록하기 시작한 것은 약 1880년대부터이다. 이후 축적된 기후변화 데이터를 통해서 인간의 산업활동으로 일산화탄소가 증가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구 온난화에 대한 과학적 자료가 축적되면서 1992년 무렵 범지구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 아래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UN 주관 환경 회의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유엔 기본협약(UNFCC)이 채택됐다.UNFCC는 1994년 3월 발효됐다. 우리나라는 이 협약에 1993년 12월에 가입하게 된다. 이후 우리에게 낯익은 1997년 교토의정서가 채택돼 각국의 탄소 감축을 강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지구의 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말은 경각심을 주기는커녕 무미건조하게 들린다. 기후위기 시대, 세계 곳곳에서 폭우·가뭄·태풍·산불·홍수 등 이례적인 자연재해가 발생하고 있다. 이 시대는 말 그대로 ‘폭풍의 한가운데’ 놓여있지만 대다수는 그 심각성을 외면한 채 살아간다.그렇다면 지구가 녹고 있다는 말을 ‘이대로 가다간 우리나라에서 사과 재배가 불가능하고 제주감귤은 사라진다. 더이상 우리땅에서 자란 배추와 고추로 김장이 불가능하다’고 달리 써보면 어떨까.환경부(장관 한정애)가 발간한 ‘2020 한국 기후변화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지난 2019년을 기준으로 전체 가축분뇨를 퇴·액비자원화 하는 비중은 약 89%였다. 그러나 우리 농업은 현재 퇴·액비화를 지속·활성화하는데 있어 여러 현실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퇴·액비를 뿌릴 농토가 이미 양분과다 상태인 데다가 농토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우리나라 양분수지 지표에 따르면 질소수지는 212kg/ha, 인수지는 46kg/ha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하위권의 성적을 낼 정도로 과다 함유돼 있다. 질소·인의 함유량이 특히 높은 퇴·액비 살포를 무턱대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기후위기는 우리의 밥상과 일상을 뒤흔든다. 기후위기의 풍파를 누구보다 먼저 체감하고 있는 농민들은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핵심주체이기도 하다. 세계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EU는 ‘팜투포크(Farm to Fork, 농장에서 식탁까지)’라는 공동농업정책을 통해 생산부터 소비에 이르는 전 단계에서의 환경친화적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농약과 항생제를 절반으로 감축하고 유기농업에 대한 교육과 공공식당 유기농 확대 등의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