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같지 않은 겨울이 지나가고 있다. 한겨울을 나기 위해 쌓아놓은 땔감이 절반이나 남았다. 예년 같으면 간당간당 모자란 땔감을 준비하러 나무를 해야 할 때지만, 겨울 동장군은 힘을 잃었고 폭설 대신 겪어 보지 못한 겨울 장대비가 지나갔을 뿐이다.17년 전 처음 시골에 와서 어르신들께 농사를 배울 때 아랫집 할아버지는 “농사는 기술보다 때를 맞추고 절기에 맞추면 된다”고 하셨다. 처음 듣는 이야기에 고개는 끄덕끄덕 했지만 잘 알지 못했다. 막상 우리가 직접 농사를 해보니 절기는 농사의 중요한 달력이고, 자연의 시계에 맞춰 장을 담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1985년, 전두환 동생 전경환의 대대적인 호주 소 수입으로 농민들이 분노해 투쟁하던 상황에서, 전북 부안군의 한 농민이 투신하려다 저지된 일이 있었다. 그를 저지하던 농민 중 박흥식 신임 전국농민회총연맹(전농) 의장이 있었다. 박 의장은 그 과정에서 ‘우리 농업 현실이 왜 이럴까?’란 의문을 가졌고,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을 시작했다.어느새 박 의장이 농민운동을 시작한 지 35년. 그는 서른 살을 맞이한 전농의 새 지도자가 됐다. 박 의장이 만들어가고자 하는 전농의 미래상은 무엇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성격 좋고 무던하고 물 흐르는 대로 흘러가는 사람일까? 모나지 않고 둥글게 사는 게 나쁘지는 않지만 때로는 성격 좋은 사람 때문에 여럿이 힘들 때가 있다. 상대적으로 무엇을 하려면 성격 좋지 않은 나 같은 사람이 밀고 나가야 하는 일이 종종 벌어지기 마련이다. 성격 좋은 사람은 그냥 따라오거나 별말 없이 가면 된다.그래서 성격 좋지 않은 내가 종종 억울해지는 일도 있지만 나는 내가 맘에 든다. 악착같이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지난날도 잘 살았다고 얘기할 수 있고 앞으로도 나는 잘 살 것이다. 할 말 다하고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흥식, 전농)의 신임 지도부 출범과 더불어 광역조직들도 새 지도부를 얻는다. 올해 많은 광역조직들의 인선 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전농 강원도연맹은 지난달 31일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강원지원에서 대의원대회를 열고 새로운 임원 선출 및 올해 사업계획의 결의를 마쳤다.이날로 임기를 마친 신성재 강원도연맹 의장은 대회사에서 “1년 농사계획을 철저히 세우듯 1년 사람농사 계획도 철저히 세워야 한다”라며 “농민수당 실현으로 활짝 열린 공간에서 대의원 여러분들의 역할을 높여낼 계획을 세우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새로이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박행덕, 전농)을 이끌 18기 지도부가 출범했다. 동시에 이번 총선에서 현장농민을 국회의원으로 만들겠다는 조직적 결의도 마련됐다.전농은 지난 5일 충청남도 문예회관에서 18기 1차년도 정기대의원대회를 열었다. 재석 대의원 756명 가운데 568명이 참가한 이번 대회에서 전농은 17기 2차년도의 사업 및 결산 보고를 승인하고, 18기 임원을 선출하는 한편 21대 국회의원 총선거에 나설 전농 조직후보를 확정했다.박행덕 전농 의장은 대회사를 통해 17기 지도부가 기록한 성과와 한계를
올해는 하얀 쥐의 해라 합니다. 원래 쥐라는 동물이 호감형은 아니지만 나라를 국밥처럼 말아드신 전직 대통령 덕에 이미지를 한층 망쳐버린 것 같습니다. 해마다 설날 즈음엔 온갖 방송에서 ‘소의 우직함’이니 ‘영리한 토끼’니 하면서 새해의 덕담으로 호들갑을 떨기 마련인데 올해는 좀 덜한 듯합니다.쥐는 부지런한 동물입니다. 영리해서 자연의 위험을 미리 인지하기도 합니다. 음식을 모아두기도 잘 하고 가족끼리 나눠먹기도 잘합니다. 생존력이 강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열심히 노동(?)을 합니다. 이러한 특성들이 인간의 소망과 만나 십이간지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20대 국회가 실망감만 가득 안은 채 임기를 마쳐가고 있다. 농민의 대변인 역할을 해야 했던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는 활동기간 내내 ‘맹탕’이란 눈총을 받고 말았다.지난 2016년 4월 총선은 야권이 승리하며 ‘여소야대’의 20대 국회가 열렸다. 박근혜정권의 일방적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된 결과였다. 그 뒤 국정농단의 실체가 드러나며 촛불항쟁이 시작됐으며 국회는 이같은 민의에 따라 12월 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다음해인 2017년 5월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당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김영호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이 지난달 22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중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농민전략명부 후보에 출마한다고 밝혔다. 민중당은 비례명부 2번을 농민전략명부로 정한 바 있다. 민중당이 오는 총선에서 정당득표 3%를 획득할 시 당선이 유력한 순번이다. 오는 5일 전농 대의원대회에서 전농 후보로 확정을 앞두고 있는 김 전 의장을 만나 오늘날 농민 정치세력화가 필요한 이유를 들어봤다.현 농정의 문제는 무엇인가?최근 정부가 WTO에서 쌀 관세율 513%를 지켰다고 혹세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농민의 정치세력화는 급진전되는 정세 변화와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농민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농민들이 정치의 주인이 되자는 것이다. 농민의 손으로 만들고 운영하는 정권을 세우자는 것이다.’2003년 11월 4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임시대의원대회에서 채택된 농민정치세력화 방침은 이렇게 시작한다. 전농은 2000년 총선까지만 해도 정당참여를 하지 않았지만 신중한 토론을 거쳐 민주노동당을 통한 농민정치세력화에 뜻을 모으게 됐다.이어 다음해인 2004년 총선에 6명의 농민후보가 출마해 2명의 농민 국회의원이 탄
천하위공(天下爲公), 즉 ‘세상은 모든 사람의 것’이라는 명제는 중국 고서 에 나온다. 예기 편에는 ‘진리가 행해지면 세상은 모든 사람의 것이 되며 이를 대동(大同)이라고 말한다’고 쓰여 있다. 하지만 어찌 중국 고서에만 이런 명제가 나왔겠는가. 동서양의 무수한 경전과 글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런 명제가 나왔을 것이며, 특히 대부분의 종교는 이를 바탕으로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그럼에도 ‘천하위공’을 다시 생각하는 것은 이 단어가 주는 역사적, 시대적 메시지 때문이다. 신해혁명을 일으켜 구체제인 청조를
총선이 눈앞에 다가왔다. 또다시 예년과 같이 농민들은 농촌을 위해 그래도 무언가 할 수 있을 때라고 소박한 희망을 품고, TV나 언론 지상에서 보던 얼굴을 모처럼 보게 된다. 농촌을 위한 현란한 여러 약속도 조만간 농가 곳곳에 제시될 것이고.그러나 그런 희망에 차고 굳건한 약속은 지금까지 제대로 지켜진 바 없다. 선거철에 등장했던 약속은 늘 그렇듯 실현되지 않고, 다음 선거에서 조금 형태를 달리해 상투적으로 반복되어 유포된다. 이는 대부분의 공약이 실현되지 않고 끝난다는 점에서 총선이건 대선이건, 혹은 여당이나 야당이나 그리 차이
제21대 총선이 두어 달 남았다. 국민의 대표를 뽑는 국회의원 선거가 임박해오면서 정치권은 본격적인 총선체제에 들어섰다. 정치권의 모든 일정은 4월 15일 국회의원 선거에 맞춰 짜여 있다. 주요 정당에서는 소위 인재 영입과 공약을 앞 다퉈 발표하는 중이다. 아울러 정치인들의 이합집산 또한 분주하다.국회는 국민을 대표하는 기관이다. 그래서 다양한 국민들의 대표가 국회의원에 선출돼야 한다. 농민의 대표성을 가진 국회의원도 반드시 필요하다. 전체인구 대비 농민인구 비율은 4%다. 국회의원 300명 중 4%는 12명이다. 300명의 국회의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충남 당진시농민회(회장 김영빈)는 지난달 20일 당진시와 농민수당 지급 등 농업정책 협약서를 체결했다(사진). 당진시 농정개혁을 요구하며 한겨울 천막농성에 돌입한 지 42일만이다.협약은 △농민수당 △간척지 경작권 △고품질쌀 장려금 △상토사업 등 4개항으로 이뤄져 있다. 농민수당의 경우 충남도 농민수당과 별도로 당진시 농민수당 연 20만원을 지급하고, 충남도 농민수당과 중복돼 지급할 수 없을 경우 다른 사업으로 변경 합의해 농민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이다. 간척지 경작권은 당진시장이 당진낙협이 경작하는 대호간척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농정의 틀을 바꾸겠다’는 대통령 공약을 실현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박진도, 농특위)가 연구용역을 통해 예산과 제도 개선방안 연구에 나섰다. 연구용역 분야는 재정구조 개편·공익직불 확대·정책추진체계, 세 분야로 내달 25일 최종 발표가 예정돼 있다. 지난 13일 열린 중간보고회에서 농림축산식품부는 큰 틀에선 동의하지만 각론에선 사실상 동의하지 않아 이목이 집중되는 상황이다. 농특위와 농식품부 간 이견이 자칫 농정전환 실현 속도를 늦출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농특위는 지난 13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민들이 있는 곳에 언제나 그가 있다. 크고 작은 회의나 집회로 농민들이 상경할 때마다 그가 달려가고, 농민들이 오지 않을땐 전국 방방곡곡을 직접 찾아가 농민들의 이야기를 청한다. 농업의 가치와 농촌의 현실과 농민의 마음이 어느새 그를 통해 도시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전문위원으로 활동한 지 겨우 1년 남짓만에 농민들의 대화창구로, 민원해결사로, 도시와 농촌 사이의 연결고리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백혜숙씨를 만났다.권순창 기자·사진 한우준 기자 아직 생소해 할 농민 독자들을 위해
[한국농정신문 안기원 기자]충북 제천시농민회(회장 김준철)는 지난 15일 제천농민단체협의회 사무실에서 제34차 정기총회를 열고 2019년도 사업평가와 2020년도 사업계획을 토론·의결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지난 사업에 대한 신중하고 내실있는 평가와 올해 사업계획에 대한 토론이 진지하게 이뤄졌다. 또 4.15총선을 앞두고 정치방침에 대해 토론하고 결정하는 자리가 됐으며, 제천시농민회 남부지회(지회장 신진철)가 새롭게 창립돼 조직에 힘을 더했다.전농 충북도연맹 정치위원장을 겸임하고 있는 황해문 민중당 충북농민위원장은 정치방침 토론에 앞
[한국농정신문 정경숙 기자]농민수당 실현을 위해 물밑작업을 해오던 철원농민들이 철원군농업인단체협의회(김동익 회장, 철원군농단협)를 중심으로 지난 6일부터 조례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시작했다.철원군농단협은 2017년 가을에 강연과 토론회로 농민수당에 대한 철원농민의 관심과 논의를 이끌어냈다. 이후로도 농민수당 도입의 당위성을 전파하며 여론을 조성해왔다. 지난해 12월엔 군의회로부터 “행정에서 추진할 뜻이 있다고 확인되면 적극적으로 협조하겠다”는 답을 받아냈다.이에 철원군농단협은 군수와의 대화를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철원군(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2018년 10월 어느 날 박형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한테 연락이 왔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 인터뷰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도올 선생은 지난 대선 때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로 ‘풍요로운 농촌건설’을 주창했다.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라지는 이때 당대의 석학이고 철학자인 도올 선생이 농업을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전부터 도올 선생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인터뷰라니 너무 반가웠다.그런데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는 박형
한국농촌경제연구원(농경연)에서 농업·농촌의 대내외적 여건과 주요 현안들을 고려하여 2020년 10대 농정이슈를 선정했다고 발표를 했습니다. 농경연은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우리 농정의 방향을 끌어간다고 보면 가장 적절할 것입니다. 농정당국이 농경연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농정을 수립하거나, 농정당국이 추진하고자 하는 사업의 내용을 농경연이 연구 조사해서 사업의 타당성을 뒷받침해주기 때문이지요.그렇다면 정작 최대의 이해당사자인 농민들은 매년 발표하는 농경연의 농정이슈를 찾아보느냐? 꼭 그렇지도 않습니다. 그간 농정당국의 정책이 현장의 농
20대 국회는 무능하기 짝이 없었다. 여당은 여당이라는 이유로 정부와 청와대의 눈치만 살피고 야당은 농업에 관심조차 없었으며 마땅히 해야 할 정부에 대한 비판과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다.국회는 정부의 농업분야 WTO 개발도상국 지위 포기 방침에 대해 발표 시점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며 쌀 관세화 협상내용에 대해서도 보고조차 요구하지 않았다.황주홍 의원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이 철회된 이유는 현장 농민들이 실효성 없는 시장격리제와 시장격리제조차 무력화시키는 휴경명령제를 반대했기 때문이다. 휴경명령제의 반농민성, 반헌법성에 대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