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나온 암탉’ 이라는 동화 속에서 주인공 암탉은 좁은 마당을 떠나 세상을 구경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가출’을 감행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수많은 닭들이 좁은 마당조차 갖지 못하고, 가로 세로 30cm의 감옥같은 공간에 갖혀 지낸다. 태어날 때부터 각종 항생제 주사를 달고 사는 이들은 부리를 잘린 채 사료를 주워먹고(‘쪼아’먹지 못하고) 교미도 없이, 밤낮도 모르고 생명이 없는 알을 낳는다. 대부분의 농가들이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이같이 농장을 운영하고 있지만, “사람이 싫어하는 것은 닭에게도 하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20년째 건강하게 닭을 기르는 곳이 있어 만나봤다. 충북 음성군 소이면에 위치한 정문화 씨의 유정란 농장 입구에 들어서자 계사에 옹기종기 쉬고 있던
어리석은 사람도 그곳에 머물면 지혜로워 진다는 지리산 자락을 넘어드니, 초록일색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품 넓게 둘러진 산자락에 기대어 살아가는 사람살이를 들어보기 위해 구례군 용방죽정참매실작목반 정영이 총무를 찾았다.전여농 광주전남연합 정치위원장으로, 매실작목반 총무로, 죽정마을 이장으로 몇 사람 몫을 해내는 그의 첫인상은 야무지게 익은 매실처럼 단단했다.간단한 점심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와중에도 이장님 찾는 전화가 계속 울린다. 통화 내용인즉, 논에 넣어놓을 우렁이가 더 왔으니 이장님이 분배 해달라는 것. ‘나중에 정이장님이 어떤 솔로몬의 판결을 내려주실까?’라는 엉뚱한 생각마저 들었다. ‘가는 날이 장날’이라 했던가, 마침 죽정마을에서 사용하게 될 매실 선별기·운반기 시연회도 있어 더 분주하
금번 정부 주도의 ‘농수산물유통및가격안정에관한법률(약칭-농안법)’의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왕왕 ‘법’의 개정은 이해관계자들의 개정수요를 받아 추진되곤 하지만 이번 개정은 작년도 사상 유례가 없었던 고랭지 배추의 가격폭등에 대한 대책의 성격을 띠고 있다. 단적으로 말해서 물가안정을 겨냥하여 추진되는 정부입법인 것이다. 그 중 하나는 ‘가격안정명령제’를 도입하여 낙찰가격의 상승률을 제한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당연히 생산자로서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신조처럼 여기는 현 정부가 채소 값 폭등이 가져오는 물가부담을 이유로 이와 같은 비경쟁적 정책을 채택하는 것에 대해 의아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예년에는 운임에도 못 미칠 정도의 지나친 가격 폭락이 거듭되어 산지 폐기가 일수이던 상황을 생각해보면 형평성
양파를 뽑아놓고 아직 망에 담는 작업을 못하고 있다. 가격 전망이 없어 몇 일간 버티어 보자는 심산이다. 그동안 가격 회복이 없으면 썩히든지 헐값에 팔 수 밖에 없다. 2~3년에 한 번씩 찾아오는 똥값 그물에 걸려들어 버렸다. 어디 나뿐인가 봄배추 출하를 포기하고 로터리를 쳐버린 이웃이 수두룩하다.이러한 현상은 어제 오늘에 벌어진 일이 아니라, 본격적인 개방농정이 전개되면서 부터 있어온 수십 년 된 일이다. 그 때부터 들녘에는 보리, 밀, 콩, 옥수수, 조, 수수가 사라지면서 밭작물의 전통적인 작부체계가 무너지고 채소 중심의 농사로 바뀌어 버렸다.이와 같이 매년 반복되는 문제와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 그리고 유통을 위해서는 계약재배면적 확대와 생산자 조직이 강화되어야 한다.
서울 살이를 4년 전에 접고,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에서 엽채류 농사를 짓고 있는 한규성 씨. 그는 2,800평 하우스에서 상추 1,800평 농사를 짓는다.무농약 인증을 받아 키우는 상추는 상추 소비를 많이 하는 고기집 40여 곳과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3:7. 고기집에 직거래 하는 게 경매로 파는 것보다 20%가 더 높지만 출하물량을 모두 소진하려면 시장에 내는 수밖에 없다.그러나 무농약 인증은 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다. 키울 때 애를 먹지만 중도매인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속성상 무농약 인증에 대해 가치를 쳐 주지 않는다고. 억울한 면이 있지만 한가하게 따질 겨를도 없다. 개별 농민의 입김은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주로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지만, 물량이 넘칠
농산물 출하·유통 구조에 대한 농민들의 불만은 다양했다. 사과농사를 짓는 농민은 농산물의 품질보다는 시장반입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것에 불만을 표했다. 복숭아 농사를 짓는 농민은 경매 후 중도매인들의 터무니없는 판매가격 제시로 인해 경매후 유통단계를 줄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수박농사를 짓는 농민은 운송비가 부담되고, 경매는 가격 등락폭이 커서 산지유통센터에 출하한다고 밝혔으며, 마늘을 주로 공급하는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전영남 조합장은 ‘오대’상인들로 인해 가격이 좌지우지 된다며 현재 비상장품목으로 지정되어 있는 마늘을 상장품목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추 농사를 짓는 농민은 운송비 등 수수료가 낮아졌으면 좋겠다고 밝혔으며, 상추농사를 짓는 농민은 중도매인의 횡포를 막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제언했
상장경매 품목이었다가 지금은 상장예외품목으로 도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마늘. 지난 2001년 비상장거래품목으로 지정된 마늘이 몇 년 사이에 다시 ‘상장경매’로 전환해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는 가격 결정과정의 불투명성과 ‘오대’라 불리는 거대 상인들의 과점으로 기형적 유통구조가 발생하기 때문이라고 현장농민들은 주장한다. ▶마늘거래 유형과 문제점은?=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이뤄지는 마늘 거래 유형은 상장거래와 비상장거래(또는 상장예외)로 구분된다. 농협중회가 GS&J 인스티튜트에 의뢰한 ‘마늘유통 개선방안’이란 제목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가락동농수산물도매시장에서 중도매인에 의해 수의매매 방식으로 거래됐으며, 나머지 13.5%에 해당하는 4천600톤이 도매시장법인에 의해 경매로 거래됐다.
이 날 오이 값은 어땠을까. “오늘은 가격이 안좋은 편이다. 비올 것 같아서 물량을 많이 했더니 가격이 좀 떨어졌다”고 김성일 대표는 설명했다.이 날 가락시장 오이 경락가격은 백다다기오이 100개에 최고가 3만4천원, 최저가 3천원을 기록했다. ‘특’품의 평균가는 32,273원, ‘상’품의 평균가는 29,713원, ‘하’품의 평균가는 17,204원이었다. 강서시장에서의 백다다기오이 100개 경매가는 최고가 3만2천원, 최저가 5천원에 거래됐다. ‘특’품의 평균가는 32,000원, ‘상’품의 평균가는 28,213원, ‘하’품의 평균가는 17,204원이었다. 백다다기오이 100개의 강서시장 시장도매인 가격은 최고가 3만원, 최저가 5천원에 팔렸다. ‘상’품의 평균가는 27,500원이며 ‘하’품의 평균
하루 일과는 어떻게 되나- 저녁 8시에 물건을 들여와 아침까지 판다. 가장 손님 많은 시간은 물건이 가장 많은 새벽 1시. 팔고 남은 나머지는 다음 날 출근해서 재고현황과 현금, 미수, 외상 등을 점검한다. 거래는 어떻게 이루어지나- 거래는 현금 아니면 외상이다. 외상이어도 다음 날 안주면 안된다. 거의 현금거래로 이루어지고, 구매자에게는 적립금도 일부 제공한다. 주 구매자는 가공업체와 소매상들이다. 매수/위탁 비율은 각 50% 정도. 매수가 수입이 좋고 물량 조절도 할 수 있다. 매수는 비싸면 손해니 안 사올수도 있다. 위탁은 수입은 적지만 손님 확보를 위해 해야 한다. 물량(품목)의 안정적인 조달을 위해서.우리 경우는 품목의 구색을 맞추는 것보다 싼 것을 많이 들여오는 전략이다. 예를
좋은 점만 모아놓으면 농민들이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진데 아직까지 시장도매제는 갈 길이 멀다. 경매제도의 부작용을 견제할 만큼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하고, 오히려 경매가격에 영향을 받는 현실. 이에 대해 김성일 대표는 “규모화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구매 물량이 많은 ‘큰 손’들이 아직까지 가락시장 경매를 주로 이용하기 때문. 김 대표는 “지금의 구조라면 시장도매법인은 하루 10톤 이상을 감당하기 어렵다”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전산화 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구매자들을 일일히 상대하고 수기로 전표를 작성하는 것에 품이 많이 들어 많은 물량을 감당할 수 없다는 것. 김 대표는 컴퓨터업체 근무 경력을 활용해 스스로 전산시스템을 개발해 작년 2월부터 D 상사에 도입했다. 종이에 기록하는 것이 아니
연천 지역에서 A 농민이 생산한 오이를 위탁판매해주는 곳은 강서농산물도매시장 내의 법인인 D 상사. 이 곳의 대표 김성일 씨는 D 상사에서 A 농민을 비롯해 하루 300여 건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있다고 밝혔다. 여름에는 하루 1천건 정도. 주로 포천, 연천 지역에서 물건을 많이 받고 남쪽의 농산물은 부여에서 들여온다.■ 유통 시간, 비용 줄여김 대표는 시장도매제의 장점으로 유통 시간과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을 꼽았다. 그에 따르면 시장도매제에서는 보통 생산지에서 수확을 하면, 그 날 저녁부터 다음날 아침 사이에 판매가 완료된다. 그러나 경매제에서는 수확해서 그 날 밤이나 이튿날 아침에 가락동으로 보내면, 이튿날 저녁에 경매가 이루어질 경우 하루를 묵히게 된다.김 대표는 “경매시간이 엽채류는 저
시장도매인 제도는 ‘농수산물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제2조 8항에서 “‘시장도매인’이라 함은 제 36조 제 48조의 규정에 의하여 농수산물도매시장 또는 민영농수산물도매시장의 개설자로부터 지정을 받고 농수산물을 매수 또는 위탁을 받아 도매를 하거나 매매를 중개하는 영업을 하는 법인을 말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즉, 경매를 하지 않고 산지 농민들에게 농산물을 직접 매수해 소매상들에게 판매하거나, 위탁받아 중개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가 운영되는 곳은 서울의 강서농산물도매시장으로, 이 곳에 52개 법인이 참여하고 있다. 강서시장의 시장도매인들은 과거 영등포시장에서 도매를 하던 상인들로, 4인 이상이 주주가 된 도매법인을 이루어 2004년부터 이 곳에 자리잡았다. ‘한국시장도매인연합회(회장 임완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