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을 생각하면 넓은 농지와 푸르른 산이 먼저 떠오른다.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맡았던 땔감을 태우던 시골 냄새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그리운 냄새로 기억난다. 농촌이라는 공간이 주는 경관의 가치는 심미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휴양적 기능을 내포하며 도시와는 차별화된 매력을 갖는다. 하지만 현재 농촌은 도시에서 떠넘겨진 유해·기피시설들로 아름다운 자연경관이 망가지고 있다. 농촌주민을 위한 사회서비스 구축과는 별개로 자연환경과 주민들의 주거공간을 훼손하는 개발사업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때문이다. 난개발의 전형적인 모습을 전국 농촌지역 곳
김진표 국회의장이 또 한 번 양곡관리법 중재안을 내놨다. 자동시장격리 발동요건을 9% 초과생산이나 15% 가격하락으로 수정하고, ‘3~9% 초과생산 또는 5~15% 가격하락 시 국회가 정부에 매입을 권고할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3~5% 초과생산 또는 5~8% 가격하락을 발동요건으로 했던 첫 번째 중재안보다 더 후퇴한 내용이다.2021년산 쌀값은 통계작성 45년 만에 최대치로 폭락했다. 당시 전년 대비 초과생산량은 7.5%였고 늦은 시장격리, 역공매 최저가 입찰 방식까지 겹쳐 쌀값이 곤두박질쳤다.농민들은 생산비가 보장되는 방
최근 기후변화의 영향으로 예년보다 이른 시기에 산불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 피해 규모도 점점 더 심각하다. 수십 년 동안 애써 가꾼 숲이 찰나의 실수나 고의적인 방화로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는 모습은 참담하다. 식상한 문구지만, 우리 후손들에게 소중히 물려줘야 할 금수강산 아닌가. 보다 철저한 산림관리와 함께, 근본적으로는 기후변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총체적인 환경정책이 필요하다.우리의 식목일은 누구나 알다시피 4월 5일이다. 1949년 제정된 이래 1960년 잠시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됐다가 이듬해 다시 공휴일로 지정됐다.
지난해 대표적인 소멸 위험 지자체로 알려진 지역에서 열린 큰 행사에 참여하던 중 대중교통을 이용해 본 적이 있다. 몇 년 사이 인근 시·군을 오가는 시외버스 노선이 거의 없어져 서울과 지역 대도시를 오가는 버스가 몇 대 있는 정도였다. 이용자는 노인이나 학생 몇 명이 고작이었다. 지방소멸의 실상을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다.대개 지방소멸의 원인을 저출산-고령화라고 한다. 맞다. 하지만 그 내용을 조금만 들여다보면, 그 이면에는 결국 농지문제가 있다. 농지소멸-농민소멸-농촌소멸-농업소멸-지방소멸은 ‘3농’문제-환경문제-도시문제-식량주
주민자치 시대를 열자면 현재 마을에 놓여 있는 녹록지 않은 상황을 냉정한 눈으로 보되, 오랜 역사를 통해 축적된 마을자치의 경험과 기억을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앞선 글에서 말한 바 있다. 그렇다면, 마을자치를 실현하기 위해선 어떠한 조건을 갖춰야 할까.우선 크든 작든 마을의 규모와 상관없이, 마을 내 민주주의 운영 원리가 작동할 수 있도록 준비하여야 한다. 마을별 편차가 심할뿐더러 전국의 수많은 마을을 직접 들여다보지 못해 확증할 수는 없지만, 아직도 마을 대소사를 결정할 때 소수 몇몇 주민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꽤 있다.
올해 노지 햇양파 수확이 시작됐다. 전라남도 고흥군이 선두다. 전국 양파 재배 농민들의 시선도 햇양파 수확 지역에 쏠려있다. 시세를 가늠하는 중요한 출발선이기 때문이다.다행히 최근 양파의 도매시장 경매가는 평년 수준으로 형성돼 있다. 지난 2년 계속 폭락하던 양파값이 겨우 회복하고 있기에 일단 안심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한편에선 중국산 양파 수입 소식이 들려 향후 가격 전망을 흔들고 있다.지난해 이맘때 조생양파를 심은 농민들은 지난 1년 내내 어려움을 겪었다. 작황 부진에 수확량이 크게 줄었고, 가격이라도 좋아야 손해를 줄일 수 있
농민은 자신이 재배할 농작물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타인의 강요가 아니라 본인의 의지와 판단으로 농사짓는 땅에 가장 잘 맞는 품종과 품목을 선택한다. 하지만 정부가 일방적으로 정한 정책은 이러한 농민들의 기본 권리마저도 빼앗고 있다. 과거 벼 육종기술과 재배기술 등의 발달을 유인했던 다수확 품종이 이제는 천덕꾸러기 신세가 돼버렸다. 우리 사회는 쌀부족 문제를 해결해 식량위기를 겪지 않고 있지만, 농민들이 이를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과 땀을 흘리며 오랜 세월 공들여 왔는지는 잊어버린 듯하다.얼마 전 농림축산식품부가 발표한 쌀 적정생산
3월, 겨울 방학을 끝내고 전국의 초·중·고등학교를 비롯해 대학들도 개학을 맞이했다. 검은색의 겨울 점퍼가 얇은 코트로 바뀌고 화사한 옷차림의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어두운 경기 전망 속 불안정한 사회 분위기로 봄의 따스함을 만끽할 여유가 없다. 봄과 함께 가벼워진 옷차림만큼 억눌려있던 마음도 여러 어려움도 훨훨 날아갈 만큼 가벼워진다면 얼마나 좋을까.유난히 추웠던 겨울도 끝이 나면서 농민들의 몸과 마음은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못자리를 준비하는 분주함에 밭 갈기, 마늘과 양파 웃거름 주기에 하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윤석열정부가 내놓은, 말도 안 되는 강제동원 제3자 변제안과 ‘주당 최대 69시간 노동’을 골자로 한 근로시간 제도 개편안 등은 ‘소통’을 앞세워 집무실을 옮긴 대통령 자신의 발언이 무색하게 정부와 국민 사이의 벽을 고스란히 나타내고 있다. 이권을 가진 이들이 갖게 될 이익과 이권만을 우선 따진 뒤 일단 질러버리고 추후 당사자 의견을 취합하겠다는 식의 말 안 되는 행보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그저 기가 막힐 따름이다. 아무래도 대선 전 소통을 중시한 대통령은 대선 후 철옹성 같은 집무실 벽에 갇혀 국민적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농업에 청춘의 뜻을 바친 이들이 있다. 전국 200명에 가까운 청춘들이 머리 맞대 농업을 고민하는 ‘청년농업인연합회’. 고령화·소멸이란 단어로 상징되는 농업·농촌 현실에서도 푸릇한 봄 내음을 뿜어낸다. ‘청춘은 인생의 봄 시절’이라 했던가. 이 봄 청년농민들은 어떤 꽃을 준비할까. 전남 나주에서 배 농사를 짓는 서인호 청년농업인연합회 회장(41)에게 들어봤다. 청년농업인연합회(청연)가 창립된 지 이제 6년 차다. 간단히 소개한다면?청연은 비영리단체로 2017년 발족했다. 청년농업인(청년농)을 대변해 농업정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산물 가격 불안정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심각해지는 농업계의 오랜 숙제다. 최근 물가급등에 따른 소비자 부담과 맞물려 농산물값 자체가 공격을 받으며 유통의 문제도 꽤나 화두에 오르긴 했지만, 농가들의 노력이 부족하다는 여론의 질타는 여전히 자주 일어난다. 떨어진 산지 가격이 농가를 강타하면 무작정 심고 길러서 그런 것이고, 가격이 높아도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면 생산비 절감 노력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한다.생산효율의 증대와 비용감소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말은 그렇다 치더라도, 수급조절의 책임
전남 구례에서 시작된 농사용 전력 문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비록 한국전력공사 전체의견은 아니었다고는 하지만 한전 구례지사의 저온저장고 단속으로 전국 수많은 농민들이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기 때문이다. 단속으로 별안간 위약금이 부과된 것도 문제지만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은 농민들은 불합리한 조치로 일상생활에 영향을 받고 있다. 문제 개선과 방안 마련을 위해 지난달 27일 국회에 논의의 자리가 마련됐다.농사용 전력은 영농에 없어선 안 되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농업현장에 맞는 개선방안이 도출돼야 한다. 어떤 점을 개선해 나가야 하는지에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는 것 혹은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는 전 세계에 대한 테러 행위이고 그 피해는 가히 천문학적이다. 특히 반감기(방사선 물질의 양이 처음의 반으로 줄어드는데 걸리는 시간)를 고려하면 우리 세대만 피해를 보고 끝날 일이 아니라는 데 문제가 더 심각하다. 수만 세대가 흘러도 영향을 미칠 것이며 그것은 인류가 망하고 나서도 존재할 만큼 위력적이다.우리 정부는 올해 봄과 여름 사이 일본이 핵오염수를 방류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지난달 28일 제주도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평양에서 열린 노동당 중앙위 제8기 제7차전원회의가 크게 주목받았다. 이는 ‘농업 문제’만을 별도로 논의하겠다고 예고됐던 회의이다. 더욱이 지난 연말 제6차전원회의에 이어 두 달 만에 새로 개최된 것이라 이례적이다.앞서 북은 지난달 5일 “농업의 올바른 발전전략을 수립하고 당면한 농사에 필요한 해당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고 절박한 초미의 과제”라며 농업 문제만을 별도로 다룬 전원회의를 열겠다고 밝힌 바 있다.북의 노동신문은 제7차전원회의와 관련해 “올해 알곡생산목표를 성과적으로 점령하며 가까운 몇 해
제3회 전국 동시조합장선거가 이제 이틀 앞으로 다가왔다.하지만 여성농민들은 조합장 선거에 관심도가 떨어진다.왜 그럴까?여성농민들은 우선 조합원 가입부터 쉽지 않다. 복수조합원제가 1994년 도입·시행됐지만 여전히 여성조합원 비율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기준 전국 전체 조합원 211만3,437명 중 여성조합원은 33.9%에 불과하다. 농업협동조합법에는 1구좌 5,000원씩 20구좌 이상이면 복수조합원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하지만 지역농협으로 내려오면 지역농협 정관에 의해서 평균 출자금 이상을 내야 한다는 조항과 가구원 수
경칩이다. 좀 더 부지런한 개구리들은 벌써 잠에서 깨어 하우스 안을 뛰어다니며 주인을 놀리고 있다. 흙에서도 봄의 기운이 느껴지고 농사 준비로 몸은 바쁘지만 마음은 봄날 같지 않다. 처음 친환경 인삼농사로 시작했기에 하우스 여섯 동이 비가림이다. 작목을 바꾸다보니 3중하우스가 아니면 한 작기밖에 농사를 지을 수가 없다. 보강을 하자니 자재값, 인건비가 너무 올라서 한 동에 1,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니 엄두가 안 난다. 그래도 조금 앞당겨 심어 두 작기에 도전하느라 요즘은 잘 하지 않는 터널을 만들었더니 매일 조마조마하고 몸도
다음달 8일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장 전국 동시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지역농협에서도 많은 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출마하고 있다.그동안 농협이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농협의 역할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다.특히 농협은 전국 도매시장 공판장, 물류센터, 중앙회·지역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온라인거래소, 농협은행 내 직판장 등 수많은 유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팔려고 하면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지, 제값을 받을 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서울시가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통해 미약하게나마 이어져 온 도농교류의 끈을 끊고자 한다. 장애인과 이태원 10.29참사 유가족에 이어,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통해 지역산 친환경먹거리를 서울 어린이집에 공급해 온 농민까지 적으로 돌리려는 오세훈 서울시장에 대한 분노가 점점 끓어오르고 있다.사실 오 시장이 이렇게 나오리라는 건 예견됐다. 본지는 오 시장이 다시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했던 2021년 초부터, 오 시장 당선 시 결코 도농상생 공공급식 사업을 가만두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정부는 현행 양곡관리법의 ‘임의’시장격리를 ‘자동’시장격리로 개정하는 게 ‘공산화법’이라 우기더니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구속시키고 말았다.지난 2022년 농민들은 끝이 어딘지 모르고 추락하는 쌀가격에 시장격리를 빠르게 실행할 것을 요청했으나 시기도 적기를 놓치고 방식도 최저가 역공매 방식으로 처리하다 쌀값을 45년 만에 최대폭으로 떨어뜨렸다. 농민들은 추가 대책도 요구했다. 쌀값의 반등이 있어야 다음 수확기 가격에 피해가 그나마 줄어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락하는 쌀값을 붙잡을 수는 없었다.이런 방식의 양곡관리법에선 쌀값
주요 식량작물 중에서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품목은 바로 밀이다. 밀은 주식인 쌀 다음으로 소비가 많은 제2의 주식이지만 99%를 수입하고 있는 작물이다. 값싼 수입밀의 공세 속에서 국산밀 생산은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식량작물임에도 불구하고 밀을 자급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산밀의 소비처가 더 폭넓게 확대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2022년 사료용작물을 포함한 식량자급률은 20%대가 무너졌다. 식량주권 실현을 외침에도 불구하고 자급률 향상을 위한 실행이 적극적으로 뒷받침되지 못한 참혹한 결과다. 10년 전인 201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