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유래 없는 쌀값 대폭락으로 정부가 농가에 줬던 우선지급금마저 일부를 환수하는 일이 최초로 발생했고, 법으로 정해진 변동 직접 지불금도 자칫 모두 지급하지 못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질지도 모르는 우려마저도 있다. 이 모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정상적인 행태들이다.그런데 쌀 생산을 감축하는 문제에서도 정부가 상식을 저버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다. 기존의 과잉재고를 줄이는 특단의 대책과 더불어 올해 쌀 생산을 감축하는 것이 쌀값 대책에서 가장 중요한 두 가지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올해 예산을 결정하는 국회 심의 과정에서 상임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쌀 생산조정을 위해 약 900억 원의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주었다. 하지만 어이없게도 정부
우루과이라운드 협상 타결, 그리고 WTO 체제가 들어온 1995년 이후 농정은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구조개선(조정)을 최고의 목표로 설정해 달려왔다. 농축산물 개방이 본격 추진되면서 모든 농축산물은 국제 경쟁력을 갖춰야 살아남는다며 규모화 기계화 시설화를 농업의 생존 조건으로 여겼다. 그 중 가장 앞장서 질주한 분야가 축산업이다. 하우스 뼈대에 보온덮개를 덮어 만든 축사는 사라지고 철골구조의 번듯한 대규모 축사가 하나둘 늘어났다. 어느새 소규모, 부업축산은 사라지고 축산업은 전업화 또는 계열화로 급격히 재편됐다. 이른바 공장식 축산으로 축산업 구조가 바뀌었다. 시설과 기술의 발달을 내세운 규모의 경제는 나름 축산업에 경쟁력을 갖추게 했고, 농촌에서 돈을 버는 농민은 축산농민 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가 됐다.
북측의 문서에 자주 거론되는 용어 가운데 농업구조개선이란 것이 있는데, 남측에서도 동일한 용어가 지난 30년 동안 농업정책의 키워드로 사용됐다. 그런데 남북이 동일하게 사용하는 농업구조개선이라는 용어의 의미와 내용은 전혀 다르다.남측에서는 농산물의 시장개방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서 정부가 농업경쟁력 제고를 위한 중심과제로 농업구조개선을 추진해 왔고, 지금까지도 국내 농업정책의 핵심 가운데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남측의 농업구조개선은 한 마디로 ‘선택과 집중’으로 요약할 수 있는데, 한정된 농업자원을 선별적으로 선택받은 소수의 정예농가에게 집중 지원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전업농이니 기업농이니 하는 것이 바로 그 소수의 정예농가에 해당한다. 농민들은 이러한 농업구조개선을 농업구조조정으로 규정하고 있기
몇 년 전 지도교수를 맡고 있는 동아리 엠티에 저녁초대를 받아 간 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학생들은 한창 운동을 하는 중이었고 몇몇 식사당번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한 켠에서 압력밥솥의 추가 심하게 흔들리고 있었으나 아무도 끄려고 하지 않았다. 그 소리에 부엌을 들어가니 이미 탄내가 진동하고 있었다. 서둘러 불을 끄고 학생들에게 왜 불을 끄지 않았냐고 물었을 때 들은 대답은 지금도 어이가 없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추가 왜 그렇게 심하게 흔들리는지 이유를 몰라 그냥 두었다’는 대답이었다. 어떻게 그럴 수 있냐고 했더니 압력밥솥을 태어나서 처음 봤다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았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도 그럴 것이 그 학생들은 밥솥세대가 아니라 전기밥솥세대였기 때문이다.사실 솥에 밥을 하는 것은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정리 한우준 기자]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북도연맹은 지난 6일 대의원대회를 열고 신임 의장으로 김도경 전 부의장을 선출했다. 청원군농민회장 출신으로 도의원에 당선돼 충북 농민들을 대변했던 ‘농사꾼의 일꾼’ 김도경 의장을 지난 14일 충북 청주시에 위치한 충북도 농업인회관에서 만났다. 농민운동의 시작점을 돌아본다면.대대로 여기서 100년은 살았고 나도 20대 이후 계속 농사를 지어왔다. 그러다 지난 2000년 살고 있던 면의 농민회 면지회가 복원되는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농민운동에 발을 들이게 됐는데, 처음에는 그저 함께 농사짓는 사람들과 고통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참여했었다. 지금은 지난 세월 충북의 농민들을 위해 음지에서 열심히 노력했노라 자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이 신문이 나가면 곧 입사 5개월 차가 된다. 어머니는 애송이 기자가 되어 갑자기 여기저기 멀고 거친 현장을 나가게 된 자식이 매주 안쓰럽다. 나는 얘기한다. “엄마, 거기 저보다 훨씬 힘든 분들이 많아요.”얼마 전에 홍성의 한 농공단지 옆에 있는 농촌을 방문했었다. 마을 사람들은 폐수가 농수로에 유입되는 것 같다고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했지만 아무도 관심을 가져주지 않자 2년 전쯤 저항을 포기했다. 손을 넣으면 아주 미세하게 끈적임이 느껴지는 그 물로 마지막 임차 농사를 지어 팔고 먹을 쌀은 사서 먹었다는
[한국농정신문 방극완(전북 남원)]“정초부터 어떻게 노제를 지낸디야.”설 명절을 얼마 안남기고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발인이 설 당일이라 마을에서 말들이 많다. 노제를 지내자는 분들과 정초부터 어떻게 노제를 지내냐는 분들로 오랜만에 마을에 토론이 붙었다.“명절에 돌아가시지 말라는 법도 없고 여기 계신 분들도 돌아가시고 나서 이런일로 이야기하면 안 서운하겄소.” 결정타였다. 일순간 침묵이 흘렀다. 결국 노제는 지내되 마을 안쪽으로 운구차가 오지 말고 돌아서 장지로 가는 방향으로 결론이 났다.집성촌이다보니 큰집 며느리가 돌아가신 일이라 쉽게 결론을 내리진 못했지만 나름 절충안이 통과된 것이다.산일을 해야 될 사람이 없어서 장례식장에서 하루만 있고 새벽에 장지로 내려와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흰 방역복을 입은 정부 관계자들은 군데군데 서 있었다. 마을 뒷산과 평지가 맞닿는 곳엔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구덩이 위론 대형 비닐이 덧씌워졌다. 볏짚 더미로 둘러싸인 농장에서 살처분된 소를 싣고 온 트럭은 구덩이 인근에 10여 마리의 소를 한꺼번에 쏟아냈다.트럭이 멈춘 자리마다 축 늘어진 소들이 더미를 이뤘다. 한우 특유의 고운 빛깔 대신 진흙으로 범벅된 소들이 마구잡이로 엉켜있었다. 굴삭기는 소를 한 마리씩 떼 내어 구덩이로 밀어 넣었다. 방역당국의 한 직원은 소들이 묻힌 구덩이 위를 오가며 소독액을 연신 뿌려댔다. 정녕 을씨년스러운 살풍경이었다. 소 울음이 끊긴 농가 뒤편에서였다.또, 구제역이 터졌다. 충북 보은, 전북 정읍에 이어 경기 연
조만간에 대선이 치러질 모양이다. 각 정당과 각 후보자들이 무척이나 바쁘게 뛰는 것을 보니 대선이 곧 있을 것 같다. 아울러 농업계의 전문가들도 농정공약을 만들어 제시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지방선거, 총선, 대선 등 선거 때만 되면 매번 그랬다. 공약을 제시해 각 후보자들에게 받으라는 으름장도 놓는다. 그런데 정작 정당들과 후보자들은 농업계의 모습을 보고 어떤 생각을 할까? 하지만 농업계는 이런 반복된 행동을 계속 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불균형발전 전략에서 경시돼온 농민, 농촌, 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야 하므로.우리농업은 산업화시대의 경제성장 추진과정에서 산업일꾼으로서 저렴한 노동력을 제공하고, 도시민을 먹여 살리기 위해 값싼 식량을 공급해 현재의 우리나라를 만드는데 기여했다. 산업
AI 확산으로 사상 최대 규모의 가금류 살처분 기록을 세우고 온 나라가 계란대란에 빠진지 불과 며칠이 지났나. 이제는 구제역이 산지사방에서 발생했다. 2010년 전국을 휘감은 구제역 악몽을 축산 농가들은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2010년 백신정책으로 전환하고 사정이 나아지다 보니 너무 안일해졌다.2월 5일 보은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만해도 정부는 크게 걱정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런데 6일 정읍, 8일 연천, 9일 다시 보은에서, 이번 구제역의 특징은 최초 발생한 보은에서 120~200km 떨어진 농장에서 발생했다는 것이다.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당연히 정확한 원인을 규명해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정부는 일단 원인을 농민들에게 돌렸다. 농민들이 유량감소, 유산 등
최근 감사원이 「농산물 수급실태 감사보고서」를 통해 표준하역비를 제도취지에 맞게 도매시장법인 또는 시장도매인이 부담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라고 농식품부에 촉구했다.지난 2002년 도입된 표준하역비제도는 원래 시장개설자(지방자치단체)가 규격출하품목을 지정하고, 이에 대해서는 도매시장법인이 표준하역비를 부담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많은 도매시장이 갖가지 핑계를 대며 규격출하품 지정을 회피하면서 결과적으로 도매시장법인이 부담해야 하는 표준하역비를 출하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실정이다. 이 문제는 도매시장이 출하자인 농민이나 생산자조직 보다 도매시장법인 같은 독과점 기업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챙겨주는 대표적 사례로 항상 거론됐다.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나도록 개선되지 않고 있는 고질적 병폐
[최용혁(충남 서천)]사람들은 닭의 안부를 먼저 묻고 나서야 눈을 쳐다봤다. 어디서 누구를 만나도 “반갑다”는 말보다 “조심해라”가 먼저였고, 꼭 가야하는 자리도 ‘꼭 가야하나?’하고 스스로 다시 한 번 물었다. 닭 여남은 마리 키우는 옆집 형님이 “알을 안 낳으니 신고해야겠다”고 농담을 해도 섬뜩했다. 날마다 대한민국 지도를 채워가는 살처분 뉴스는 ‘진격의 거인’이었고, 저녁마다 닭장 위에서 펼쳐지는 가창오리 군무는 차라리 블록버스터 공포영화였다. 혹여나 부딪쳐서라도 반경 3킬로미터 안에는 한 마리도 떨어지지 않길, 두 손 모아 빌었다.도시 사는 친구들은 자신의 퇴직 걱정을 하며 위로했다. 게중에는 “나도 회사 쫓겨나면 시골 내려가서 닭이나 키워 보려 했는데….” 입방정 떠는 놈도 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