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이렇게라도 (참)깨가 나온다는 게 기적이여. 비가 거의 매일 왔잖어. 말리기만 하는데도 20일 넘게 걸렸응게. 비닐로 덮어놨다가 해 뜨면 걷고 비 오면 다시 덮고. 엄청 애 먹었지. 주위를 봐도 이만큼 수확하는 데도 없어. 이 부락에서 태어나서 여태껏 농사지었어도 올해만큼 힘든 때가 별로 없었어. 조금이라도 털어야 비료나 퇴비값에 보탤 것 아녀. 들깨도 아직 밭에 있는데 나중에 해봐야 알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저 위에 저수지가 있거든. 거기 둑이 터지는 바람에 다 떠내려갔어. 담배 건조장, 창고, 화장실 뭐 마당에 있는 건 싹 쓸어가 버렸다니까. (콘크리트로 된) 마당이 파여서 물웅덩이가 생겼으니 말 다했지. 집이 이런 데 논에 가 볼 생각이나 나겠어? 어휴, 농사는 나중 얘기지. 이건 뭐 꼭 폭격 맞은 것 같으니. 여기서 나고 자랐는데 이런 물난리가 없어. 치워야 되는데 막막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 심어. 빨리 먹으려면 모종 내서 심기도 하는데 이렇게 (씨앗으로) 심어도 잘 커. 모종으로 심는 것보단 좀 느리긴 해도 괜찮아. 요 씨앗이 붉은 건 소독해서 그래. 우리 영감님하고 같이 짓는데 다른 밭 둘러보고 온다고 아직 안 왔어. 콩도 있고 인삼농사도 좀 짓거든. 어휴, 이제 골병이 들어서 그런지 심다가 앉았고 해야 낫지. 안 그럼 힘들어서 못해. 농사지은 지야 평생이지 뭐.”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요즘 오이 시세가 완전히 바닥이야. 초장엔 좋았는데 지금은 추청(오이) 50개 한 상자에 만원 언저리밖에 안 해. 거의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어. 품 들인 것만큼 가격이 안 나오는 거야. 첫 물 따면서 한 바퀴 돌면 일주일 정도 있다가 다시 따는데 아직 첫 물도 다 못 했어. 근데 이 놈의 비가 계속 오니깐 일도 안 되고 값도 없고. 노각은 일반 오이보다 약해서 빨리 물러지거든. 그래서 바로바로 작업해야 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바깥양반은 하늘나라 가불고 혼자서 농사지어. 이제 힘이 부쳐서 많이 못 짓제. 들깨랑 콩이랑 해서 조금 심는 정도여. 요 밑에 밭은 남 줬고. 근데 들깨는 괜찮은데 콩이 문제여. 콩은 심을 때마다 까치가 와서 다 파먹네. 심으면 또 파먹고 아이고 골치여. 맨날 지키고 있을 수도 없고. 지금은 풀 매러 나왔어. (풀은) 잠깐 한 눈 팔면 금방이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큰 비에 요 아래까지 싹 잠겼어. 벼가 안 보일 정도로 찼으니까. 어휴, 진짜 말도 못하게 퍼붓더라고. 그나마 논이라서 물이 하루 만에 싹 빠졌지. 밭이었으면 일 났어. 비 그쳤길래 비료 좀 줄까 싶어서 나왔더니 피가 겁나네. 몸이 찌뿌둥해서 며칠 안 돌아봤더니 그래. 피 뽑고 나면 잘 묶어서 다시 논에 묻어. 그럼 일도 편하고 거름도 되고 좋아.”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여기 (들깨)밭 길이만 100미터가 넘어. 이렇게 (비료) 두 고랑만 주고 나면 허리 아프고 땀나. 비 온다캐서 나왔는데 이것도 일이여. 참깨는 (수확)양이 얼마 안 돼서 덜 심었어. 들깨는 60kg로 세 포대는 나오거든. 작년엔 한 포대에 150만원 받았어. 우리 들깨가 기름이 많이 나온다고 달라는 분들이 있어서…. 사과농사도 같이 짓는데 작년엔 사과금(값)이 정말 없었어. 올해는 좀 괜찮아야 되는데 코로나도 그렇고 경기가 좋아야 사 먹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옥수수는 20일쯤 수확할건데 그 전에 미리 들깨 심는 거여. 이렇게 심어놔야 밭을 알차게 쓰지. 들깨로 이모작 하는 거여. 젊어서는 안 해본 게 없어. 방앗간도 해보고 목수도 해보고 이장도 해봤지. 농사야 남한테 아쉬운 소리 안하고 사니깐 그게 좋은 거지. 나 혼자 부지런해선 돈이 안 돼. 기계화 되면서 정부에서 융자도 해주고 보조도 해주는데 결국 빚만 늘더라고. 농사지어서 기계에 다 들어가는 거여.”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애호박 줄기 잘 올라가게 잡아주고 있어. 양쪽이 맞닿을 때까지 한 번 더 잡아줘야 돼. 수확 시작한지 일주일밖에 안 됐는데 벌써 값이 별로야. 어제 (가락시장에) 보낸 게 한 박스(20개, 약 8kg)에 8,500원 나왔어. 거기서 운임, 수수료 떼고 박스값 떼면 6,000원이나 될까. 작년에 값이 너무 없어서 다 폐기처분하고 헛농사 지었는데 올해도 이러면 모르는 거야. 평균 잡아 만원은 돼야 먹고 살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사료용 옥수수여. 집에서 한우 20여두 키우는데 사료비 좀 아껴보려고 심었지. 4월 말에 심었어. 이것도 키우는 건 일반 옥수수랑 똑같애. 다 크면 말려서 보관했다가 쓰는 거지. 비 온다고 해서 집사람이랑 같이 나왔어. 비료 주려고. 나락은 따로 안하고 더덕이나 곤드레 같은 나물 좀 짓는 정도여. 오미자도 좀 있고. 농사야 뭐, 평생이지. 여기서 태어나서 지금껏 여기서 살았는데….”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고구마 심어요. 아랫녘은 벌써 끝났을텐데 여긴 좀 늦어요. 고구마로 팔기도 하는데 우린 고구마순을 주로 해요. 석 달 좀 넘게 키워서 고구마순 100개를 한 단씩 묶어서 (농협에) 내요. 일부는 종자용으로 남겨뒀다가 내년에 다시 심고요. 비 온다고 해서 동네 부녀회장님이랑 같이 나왔어요. 날이 흐려서 일하기 좋네요. 덥지도 않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심은 지 한 달이 다 돼서 비닐 걷고 (수박)순 잘라주고 있어. 이대로 잘 크면 7월 중순엔 맛 볼 수 있지. 주말엔 애들이랑 손자까지 와서 도와주는데 평소엔 혼자 해. 사람 쓰려고 해도 일당이 너무 비싸. 농사지어서 일당 벌기가 쉽지 않거든. 애들은 어차피 밥 한 끼 먹는 거 힘들게 농사짓지 말라고 하는데…. 나이 들어도 할 일이 있으니까 좋아. 계약재배는 아니고 (값이) 비싸면 잘 파는 거고 싸면 내버리는 거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