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농산업에서 유통·식품으로 담당 지면을 바꾼 후 처음으로 가락시장 경매 현장엘 다녀왔다. 배추 하차거래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다.지난달 19일 늦은 밤 11시 경매시간에 맞춰 가락동으로 향하는 길은 주차장과 다름없는 평소와 다르게 이질적일 만큼 뻥 뚫려 있었고, 수원서 1시간 30분 남짓 소요되던 가락시장까지의 여정은 50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허전한 도로를 떨리는 마음으로 내달린 결과 시장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는데, 시장과 가까워질수록 대형 화물차들이 즐비해 있는 모습이 눈에 띄어 경매 첫 관람을 목도
별로 즐기지는 않지만 헐리우드의 재난영화는 나름 거대한 스케일을 앞세워 보는 이를 긴장하게 만든다. 재난영화를 보면서 일정한 형식을 발견한 적이 있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주인공과 동료들이 닥쳐올 재난을 이야기할 때 많은 이들이 무관심하다.막상 재난이 닥치면 여기저기서 생존을 위한 노력들이 시작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지금의 재난을 멈출 약한고리가 등장하고, 주인공과 동료들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그곳으로 간다. 문제를 해결하고, 마무리되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생각지도 못했던 경우의 수가 등장한다. 가령 모두 구출한 것이라 생각
16년 전 사과 농사를 처음 시작하던 해 사과 수확 시기 신기한 장면을 봤다. 농민들이 사과를 따서 과수원에 한가득 쌓아 사과 언덕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왜 사과를 따서 상자에 바로 담지 않고 쌓아 놓느냐 물으니 사과 꼭지를 절단해서 담아야 하는데 일손이 부족하고, 여러 번 옮겨 담는 번거로움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서라 답했다.사과 수확(만생종 후지 기준)은 10월 하순에서 11월 초순까지 끝내야 한다. 11월 초에도 영하 5~6도까지 떨어지는 해가 종종 있어 사과가 얼어버리기 전에 나무에서 다 따야 한다. 일손은 부족하고 시간은
‘몇만원짜리 정액이 KPN950으로 둔갑하는 게 현실, 출생신고도 2~3개월씩 속이는 분들 많다.’‘감정사는 보면 알 텐데 하도 많으니 넘어간다.’‘올초 26마리에서 모근 채취했는데 5마리만 친자확인. 따지니 검사기관과 축협은 서로 책임전가하고 있다.’‘직원들이 무서워서 대의원, 이사들 소 털 뽑을 수 있을까?’‘우리 축협은 귀표 달 때 아예 꼬리털을 뽑아간다.’지난해 말, 유명 한우 사육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 한우 혈통정보 신뢰성 문제를 개선하자는 내용으로 올라온 글에 달린 댓글들이다. 아무것도 모른 채 잘못된 이력을 신뢰하고
[한국농정신문 김희봉 기자]한국농어촌공사 당진지사(지사장 김재선)는 해마다 모내기철 물부족으로 농민들로부터 민원을 받고 있다. 지난 19일 김재선 지사장을 지사장실에서 만나 못자리 물 공급을 비롯한 물관리 전반을 점검하고, 지난해 대호간척지 용배수로 문제와 물 부족에 의한 염해 해소방안도 물어봤다. 당진지사 현황에 대해 말해달라.당진지사는 전국에서 가장 넓은 1만8,392ha의 농지와 방조제 4개소, 저수지 10개소, 양수장 102개소, 농업용수로 2,266km 등 농업생산기반시설과 약 2,000ha의 간척농지를 임대관리하고 있다.
이상기후가 일상이 되고 있다. 봄에 꽃이 피는 자연의 현상도 남녘부터 차츰 북상하는 게 아니고 뒤죽박죽이다. 이달 초 전남 고흥에서 벚꽃이 피었다 지고 서울에는 벚꽃이 한창인데 충남 예산의 벚꽃은 필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요즘 한창인 철쭉이나 연산홍이 심긴 화단을 봐도 꽃이 핀 것도 있고 안 핀 것도 있다. 모든 꽃이 제각각 피고 진다. 관상용 꽃인 경우라면 그나마 덜 당황스러운데 사과, 배, 복숭아 등 과수의 개화기는 농민들을 노심초사하게 한다. 꽃이 너무 일찍 피어 열매가 맺히기도 전에 냉해를 입고 곧 꽃이 떨어져 버리는
미승인 GMO쥬키니호박 종자가 국내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 알려진 지 한 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에 투명한 정보공개를 요구하며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많은 논의와 대응을 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여전히 관리체계 실패에 대한 사과나 책임자 문책은커녕 피해자인 농민과 가공생산판매처를 마치 적발하고 있는 듯 언론을 호도해 불안감만 더욱 키우는 형국이다.얼마 전 개최된 소비자, 농민 피해 대책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미흡한 관리체계와 무책임을 지탄하면서 피해자를 위한 대안 마련을 촉구했다. 이번 GMO쥬키니호박 종자 유통문제는 정부를 믿고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흐름과 쌓인 것들이 미래 사회의 모습을 결정한다고 믿는 현대인은 드물다. 미래는 받아들여야 할 숙명이 아니라 개발하고 생산해야 할 제품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농업의 미래’라는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열심이다. 그러나 명확한 선분과 정교한 곡선으로 그려낸 설계 도면에 맞추어 미래를 생산할 수는 없지 않은가? 다만, 몇 가지 숫자와 그럴싸한 짐작으로 이미지를 그려내는 게 최선이다. 그렇다고 해서 누군가가 그려낸 미래 농업의 이미지가 허술한 상상에 불과하다며 도외시할 수만은 없다. 조금만 덧칠하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창수 신임 경기도농수산진흥원장이 지난달 27일 취임했다. 경기도 공적 먹거리정책의 실행기관인 경기도농수산진흥원(진흥원)의 수장으로서 향후 어떤 계획을 갖고 있을지 묻고자, 지난 12일 광주시 진흥원에서 최창수 원장을 만났다.경기도 지역먹거리 판로 확보를 위한 계획은?우선 농협과의 연계를 통한 농산물 유통 신(新)플랫폼을 구축해 경기도 농수산물 유통을 선도하려 한다. 농협유통센터, 하나로마트, 공판장 등 농협사업장과 진흥원 유통센터를 연계하는 신플랫폼을 구축해 농수산식품 판매를 획기적으로 증대시키겠다. 또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최근 본사 입사 이래 7년간 단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상황을 겪었다. 중앙 주요언론 기자들은 일상다반사로 겪는 일이나 본 기자는 딱히 겪을 일이 없었던 상황. 바로 ‘취재경쟁’이다.취재경쟁의 원인은 유전자조작체(GMO) 쥬키니호박 발견사태였다. 정부의 출하정지 조치 해제 뒤 쥬키니호박의 ‘홍수출하’로 10kg 쥬키니호박 한 상자당 가격이 최하 500원까지 떨어지던 지난 4일, 본 기자도 수많은 언론이 오가고 있던 경남 진주시 금곡면 농가를 방문 중이었다. 열심히 피해 농민으로부터 이야기를 듣던 중, 농민
경상북도 경주에서 태어나 20년, 대구에서 20년을 생활하고 이후 전라북도 고창에서 4년, 전라남도 곡성에서 12년째 농사를 짓고 있다.도시에서의 생활을 마무리하고, 새로운 삶을 고민할 때 생명과 평화라는 화두를 들고 전국을 탁발하던 실상사 도법스님을 성주성당에서 만났다. 스님은 “세상에서 생명을 살리는 가장 소중한 직업은 농부다”라는 깨달음을 전해주셨다. 그길로 탁발 순례를 1년 반 동안 함께하고 농부가 되기 위해 귀농을 했다.도시에서의 삶은 열심히 살았지만, 공허하고 보람을 느낄 수가 없었고 늘 부림을 받는 삶을 살았는데 농부의
미국의 통상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미국 무역대표부가 작성한 2023년 국가별 무역 장벽보고서를 보면 한국에 대한 통상압력이 한층 강화되는 흐름을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의 농업과 생명공학 관련 규제 완화를 언급하며 유전자조작체(GMO) 수입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또한 미국은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를 통해 미국산 농산물의 ‘해외접근 수단’을 늘리려고 한다. 위생·검역(SPS) 조치와 같은 비관세 장벽을 허물어 상대국을 공략하겠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럴 때 우리 정부의 역할은 통상전략을 확고히 세워
얼마 전 열린 국무회의에서 제1차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최종 확정됐다. 이번 기본계획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탄소중립기본법)」에 따라 20년을 계획 기간으로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첫 번째 계획이다. 산업부문 탄소배출 감축목표를 하향 조절한 계획으로 현 정부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의무가 대폭 줄어든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첫 출발부터 탄소중립이라는 목표와는 거리가 멀어지면서 시민사회단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2021년 9월 24일 제정한 탄소중립기본법에서 정의하는 ‘탄소중립’은 대기
나라 안팎으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다. 기분 좋은 일보다는 아프고, 때로 울화가 치미는 일들이 더 많아 곤혹스러운 요즘이다. 농심 역시 편치 않기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둘러싸고 여야의 대립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국민과 농민을 위한 해법을 모색하기보다는 정치적 투쟁에만 매몰된 모습이다.또 쌀값은 떨어졌는데 생산비는 크게 올라 지난해 쌀 생산순이익은 당연히 하락했다. 때문에 올해 쌀 재배면적 의향도 감소했다. 거기에다 바빠질 농사철이 다가오는데 인력 구하기는 갈수록 힘들다. 오히려 정
오늘날 우리는 ‘3고(三高)’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서 삼고는 고물가, 고금리, 고환율을 말한다.그렇다면 혹시 ‘3무(三無)’의 어려움이란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도시생활을 접고 농촌으로 귀농·귀촌한 청년이 직면하는 어려움을 삼무의 어려움이라고 한다. 무자본, 무기술, 무연고의 삼무다. 기존의 농민조차도 정상적인 농업경영이 어려워지는 현실인데 삼무 상태인 청년 귀농·귀촌인의 어려움이야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그런데, 농업·농촌의 어려움을 심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의미의 삼무만이 아니다. 믿고 따를 수 있는 정책이 없고(無농
매년 얼었던 땅이 녹고 퇴비, 비료 뿌리고 밭을 갈기 시작할 때면 농민들이 하나같이 관심 두는 것이 있다. 물론 농약, 농자재 가격이 얼마나 오르는지도 궁금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인건비가 얼마나 올랐는지, 그리고 제때에 인력이 충원되어서 심을 수 있을 지다.매년 오르는 인건비가 생산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지 오래다. 특히나 코로나19 시대에 외국인노동자 입국이 통제되고, 남아있던 그들마저 출국해버리자 인건비는 천정부지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어쩌다 대한민국의 농업이 이러한 현실에 직면했는가? 원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역대 정부
쌀자급률이 2021년 기준 84.6%고, 2022년 예상 쌀자급률은 82.5%에 불과하다. 정부는 식량자급률을 2022년 기준 44.4%에서 2027년엔 55.5%로 끌어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그러나 식량자급률을 11.1%p나 올리기 위해서는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식량작물을 심는 면적이 늘어나야 한다. 벼를 심는 면적을 줄여서 콩·밀·가루쌀을 심는다는 게 정부의 구상이지만 이는 경지면적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다. 둘째, 같은 면적이라면 수확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야 한다. 이것도 불가능한 게 정부의 계획이 다수확보다 미질이
서울시가 자치구의 공공급식센터를 서울친환경유통센터로 통폐합하려던 계획을 올해 7월에서 내년 1월로 연기했다. 의견 수렴 절차를 통해 개편안을 최종적으로 마련한다는 것인데 산지와 시민사회의 강력한 반발로 잠시 뒤로 물러서는 모양새다. 서울시가 개편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흘러간다면 먹거리 양극화와 공공급식 사각지대는 더욱 확대될 것이다. 거꾸로 가려는 먹거리 정책을 바로잡아야 한다.학교급식에서 공공급식으로 먹거리 정의를 확대해 가는 방향은 지난 몇 년간 농업, 먹거리 진영의 중요한 흐름이었다. 도시민과 농촌의 상생으로 먹거리 체계
최근 국회를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지난해 12월 홍문표 의원을 중심으로 ‘한우산업기본법 제정안’이 발의됐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한우산업 경쟁력 강화 및 한우 가격의 안정적 도모, 5년마다 한우산업 발전 종합계획 수립, 한우수급 상황을 고려한 적정 사육두수 규모 관리 및 한우산업발전협의회 설치, 수급 조절 목적 도축 및 출하 장려금 지급, 한우산업 경영으로 인한 일정 부채 농가에 대한 경영개선 자금지원, 한우의 품질개선 및 유통 활성화를 위한 유통구조 개선, 한우의 수출 진흥 사업 추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전협노)이 윤석열 대통령의 ‘양곡관리법 개정안 거부’를 규탄하면서 이에 대한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우리나라 농업·농민을 대표하는 가장 큰 주체라는 농협중앙회가 최대 농업 이슈에 수수방관인 모습이 썩 이상하긴 하다.추측건대, 이성희 회장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법 개정에 반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농민들에게 힘이 되는 법 개정인 만큼 찬성 의사를 표하려면 진작에 했을 것이다. 더욱이 상황을 인식하는 이 회장의 관점은 애당초 농민들의 관점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지난해 쌀값 폭락의 원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