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화장품이나 양산, 커피 같은 물건들은 사치품으로 분류되어서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에도 특별소비세가 부과됐을 뿐 아니라 외국산 제품의 유입을 엄격하게 통제하였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도회지의 부유층 아녀자들은 일본에서 건너온 화장품을 얼굴에 바르고, 미국에서 건너온 양산을 손에 든 채, 역시 서양에서 흘러들어온 커피를 마시면서 한껏 멋을 부렸다. 일본에서 여수항으로 들어오는 활선어선에서 양산, 화장품, 커피 따위의 밀수품이 단골로 적발되었던 데에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만일 세관 조사원에게 들키지 않고 밀수품을 ‘업자’에게 안전하게 넘길 수만 있다면 밀수꾼들은 적게는 두세 배, 많으면 대여섯 곱절의 이익을 남길 수 있었다.선박 밀수꾼들이 성공적으로 일을 해내기
며질 전, 부부가 꼭 같이 농사를 지어야 돼요? 라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오는 여자후배가 있었습니다. 아니, 어… 그런데 같이 지어야 되지 라며 흐릿하게 답을 했습니다. 뒤늦게 농사를 시작한 젊은 부부인데 이미 물어보는 말 속에 같이 농사를 짓자니 여러모로 힘들다는 뜻이 들어있고, 나 또한 같이 농사를 안 지어도 되지만 그럴 경우 살림이 엉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답변을 한 것입니다.부부가 함께 짓는 농사와 어느 한 쪽만이 짓는 농사가 현재의 수준에서 보자면야 비교할 것이 못 됩니다. 농업 선진국처럼 일정정도의 소득이 보장되는 조건에서 전업화, 규모화, 기계화된 농사의 경우는 몰라도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십중팔구 규모나 농사의 질에서 차이가 날 것입니다.농사일을 부부가 따로 한다는게 말이나
지금껏 몇 차례나 기자농활을 다녀왔지만, 정작 고향 마을에서 이모와 이모부가 꾸리시는 과수원엔 한 번도 제대로 발을 들인 적이 없었다. 계절은 마침 한창 분주한 사과 수확철. 아주 잠깐 농활거리를 고민하던 나는 이내 무릎을 탁 치고는 이모가 계신 경북 영주로 발걸음을 향했다.큰이모인 김정분(57)씨와 이모부 장재덕(62)씨의 과수원은 그리 크지도 작지도 않은 규모다. 남의 손 타지 않고 부부 둘이서 살뜰히 꾸려가며 직거래 위주 출하를 하고 있다. 섭섭해하실까봐 성함을 적어 드리자면, 이날 농활은 외할머니인 한동희(80)씨도 함께했다.과수원에 도착했을 땐 이미 수확작업이 한창이었다. 작황이 썩 좋다는 이모의 말대로 어른 주먹 두세 개는 겹쳐놓은 듯한 사과가 바구니마다 가득 들어차 있었다. 보통은
가을입니다. 어릴 적 시원한 가을바람 맞으며 좁은 골목길이나 들길을 신나게 뛰어 다니다 보면 어느새 옷엔 조그만 씨앗 같은 것들이 주루룩 달라붙어 있어 떼는 데 애를 먹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어린 우리들은 이것을 보고 몰래 달라붙었다 해서 ‘도둑놈의 가시’라고 부르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이 바로 우슬의 씨앗이었던 것입니다.유난히도 더웠던 올 여름에 제대로 쉴 틈도 없이 농사일에 매진해 온 농부님들, 항상 고된 농사일에 파묻혀 지내다 보면 나이가 들면서 어느새 허리와 무릎이 예전 같지 않음을 느낄 것입니다. 이러한 무릎질환에 예전의 우리 어르신들은 우슬 뿌리와 엄나무를 구해서 푹 고아 먹었는데, 이 우슬 뿌리는 그야말로 무릎관절 질환에는 효능이 아주 뛰어난 한약재였습니다.우
며칠 전 양양친환경농업대학 현지실습과 견학차 양양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유기농 사과 농장을 방문했다. 양양읍에서도 설악산 쪽으로 한참을 올라가 비포장도로를 통과하니 산 중턱에 농가가 나타났다. 산골이 깊어 놀랐다. 주인장과 부인이 반갑게 맞아주었고 몇몇 분들은 이미 도착해 있었다. 우선 사과부터 한두 개씩 나눠 주어 맛있게 먹고는 농장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농장은 온통 사과나무와 주변의 숲이 뒤엉켜 있는 산골이었다. 친환경 농업을 해 보려고 공부하고 있는 40여명 농부들의 탄성이 쏟아졌다.나는 사과나무와 잎의 상태, 병충해 발생 여부, 과수원 흙 등을 유심히 관찰했다. 사과나무는 10월 중순임에도 수세가 좋아보였고 꽃눈도 잘 형성돼 있었으며, 흙은 거의 부엽토 수준의 검은색이었다. 아직 열려 있는
산골짝 작은 동네에 꽃이 피었어요.매화꽃도 아니어요.동백꽃도 아니어요. 자전거 타고 따릉따릉유모차 밀고 드륵드륵지팡이 짚고 기뚱기뚱네가 일등이냐내가 일등이냐씽씽쌩쌩 마음만 달려간다. 박수치며 가나다라흔들흔들 거너더러시끌벅쩍 웃음꽃 소리꽃이 만발이다.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메일 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고려 말의 외교관이었던 문익점이 몰래 들여온 목화씨야말로 우리나라 최초의 밀수품’이라는 취지의 글을 읽은 기억이 있다. 글쎄, 더 멀리 삼국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면 밀수품이라 부를 만한 품목들이 없지는 않았을 터이니 그 말에 선뜻 동의하기 어렵지만, 당시 목화씨는 원나라의 금수품이었으니, 그것을 몰래 들여온 것을 ‘밀수’라 하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그러나 현대를 사는 우리가 말하는 ‘밀수-밀수품’은 문익점의 시대와는 그 개념부터가 다르다. 단순히 금수품목을 반출하거나 들여오는 것뿐 아니라, 관세청의 공식적인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고 몰래 들여오는 모든 상품이 밀수품이며, 그렇게 하는 것이 곧 밀수행위다.시절마다 밀수 대상 품목들이 달랐다. 요즘이야 녹용, 보석, 마약, 중국산 농산물
마을회관 현대화 사업이 대대적으로 벌어진 탓에 요즘은 전국 어디를 가더라도 붉은 벽돌에 기와를 얹은 마을회관이 보기에도 참 좋습니다. 스쳐 지날 때면 덩그러니 서있기만 하는 마을회관인 듯해도 마을 대소사를 결정할 때나 대동회 할 때, 또는 마을분들이 돌아가실 때면 회관 안마당에서 노제를 지내며 마을에서 한평생 살다간 망자의 혼을 달래는 등 마을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요긴한 공공의 장소입니다.보기에도 좋고 활용도가 높은 우리 마을회관이 다 좋은데 한 가지 불편한 점이 있다면 의외로 부엌이 좁다는 것입니다. 음식을 나누려고 부엌바닥에 두세 명만 자리를 잡아도 통로가 없습니다. 그러니 음식을 준비하는 사람의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지요.거기다가 싱크대에서 물이라도 사용할 량이면 물이 튀어
생강밭 퇴비 뿌리듯자음 ㄱ, ㄴ, ㄷ, ㄹ생강밭 밭 갈듯모음 ㅏ, ㅑ, ㅓ, ㅕ 생강 쪼개어 심듯가, 나, 다, 라지푸라기 덮듯각, 낙, 닥, 락, 받침을 주고매일 풀 매듯읽고, 쓰고, 읽고, 쓰고 가을이면 생각이 주렁주렁한글 실력도 쑥쑥 삶의 애환이 담긴 농민들의 손편지, 그림, 시 등 소소하지만 감동있는 작품을 ‘한글꽃이 피었습니다’에서 소개합니다. 게재를 원하는 농민이나 관련단체는 신문사 메일 kplnews@hanmail.net으로 연락주시길 바랍니다.
발바닥에 이상한 감각을 느끼는 분들이 많습니다. ‘발바닥이 화끈거려요’, ‘발바닥이 모래를 밟는 것 같아요’, ‘발이 저려요’, ‘발이 시려요’와 같은 증상들입니다. 특히 밤이 되면 증상이 심해진다는 분들이 많습니다. 열이 나듯이 뜨겁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고 반대로 차갑다고 느끼는 분들도 있는데 결국 같은 병입니다. 바늘로 콕콕 쑤시거나 발이 저리는 느낌도 납니다.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먼저 허리에 이상이 있어서 생기는 경우가 있습니다. 말초 순환이 잘 안 돼서 생기는 경우도 있습니다. 발끝에 신경이 손상을 입어서 생기는 경우도 있고 신경과 혈관이 지나가는 길목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들도 있습니다. 각각 원인에 따라서 그 해결방법도 다릅니다.우선 허리에 협착증이나 디스크 같은 질환이 있어
『나를 보내세요』코레일이 KTX 운행을 시작하면서 내건 슬로건이다. 참 좋은 광고카피다, 생각했다. 그러나 옛적 개발연대에, 완행열차로, 그것도 설이나 추석 등의 명절 대목에 고향의 식구들에게 ‘나’를 보내는 일은 매우 고단한 여정이었다. 열차표 구하기가 1라운드였다면 진짜 전쟁은 개찰구를 빠져나가면서부터다. 좌석 지정이 안 돼 있는 완행열차의 경우 먼저 앉은 사람이 임자였으므로, 개찰구를 빠져나간 승객들은 전속력으로 승강장으로 내달린다. 하지만 객실 좌석은 재바른 승객들에 의해 삽시간에 점령되고…이제는 자리를 차지하느냐 마느냐가 아니라, 그 기차간에 어떻게 ‘나’를 우겨넣느냐가 문제다. “안 되겠어. 애는 이쪽으로!”젊은 여자가 승강장에서 아이를 번쩍 들어 올리자, 먼
잦은 가을비와 가을비 사이로 분주하게 움직인 덕에 월동작물 파종도 얼추 끝나 갑니다. 수확기의 잦은 비가 밉지만 그래도 작년처럼의 폭우는 아니어서 그것만으로도 감사하다고 생각을 예쁘게 해봅니다. 날씨랑 농사는 한 몸처럼 움직이는 지라 마음에 들고 안 들고를 탓할 수 없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공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깨닫습니다. 마늘파종이 한창이던 때, 일 해주러 오신 분이 하도 열심히 일하고 저녁 늦도록 고생을 하길래 고맙고 미안해서 상냥한 표정으로 무엇을 해드리면 좋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런데 천만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술을 좋아하는데 술 중에는 입술이 최고라고 천연덕스럽게 농을 합니다. 순간 얼음이 되고 말았습니다.그런데 더 한심한 것은 나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