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들의 성장은 투쟁을 통해서, 교육을 통해서, 어린이날이나 한마당이란 문화행사를 통해서 다양한 경로로 나타난다. 그 중에서 특별히 여성농민들의 투쟁력과 조직적 성장을 가능케 해준 전국적인 투쟁은 단연 수세투쟁이다.수세투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1987년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었고, 1980년대부터 개방농정으로 인한 농산물 가격파동과 1986년 9월 우루과이라운드를 통해 농산물 무역 완전 자유화 등 농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된 시기였다. 특히 1985년 전국적인 소몰이 투쟁이 전개되었고, 1987년 6월 항쟁 이후 각 부분의 이슈
로컬푸드에서 푸드플랜으로요즘은 로컬푸드라는 용어보다 푸드플랜이라는 단어를 빈번하게 접하게 되었다. ‘로컬푸드’는 ‘글로벌’, 즉 세계화 된 농식품체계에 대한 문제의식을 바탕에 두고 있다. 로컬푸드는 기본적으로 기업이 지배하는 현재의 농식품체계에서 생산자(農)와 소비자(食)는 같은 피해자라는 인식에 근거하여 ‘농’과 ‘식’사이의 물리적, 사회적, 심리적 거리를 축소하자는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2007~8년의 세계적 식량위기는 먹거리에 대한 중요성을 환기하는 계기가 되어 로컬푸드의 확산에도 이바지했지만, 거대 기업농들의 농업생산 진출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저는 모태유기농 농부예요. 부모님께서 결혼서약으로 죽을 때까지 유기농사를 짓겠다고 약속하셨어요. 정농회 회원이셨는데 회원들 앞에서 결혼식을 하면서 그렇게 했다고 해요.”강선아씨는 우리나라 유기농의 1세대이고 최초로 쌀 유기농인증을 받은 전남 보성농민 강대인씨의 딸이다. 강대인 선생은 우리나라 유기농업의 역사를 써온 분으로, 유기농 선구자이며 일반 사람들에게는 낯선 생명역동농업의 선구자이기도 하다.매일 논밭에서 일하던 부모님그러나 유년시절 그녀에게 아버지 어머니는 매일 논밭에서 일하는 농부일 뿐이었다
흔히들 현대사회를 대의 민주주의라는 명목하에 뭔가를 바꾸기 위한 ‘정치적 선택’에 대해서 많은 기대를 한다. 물론 선거는 중요하다. 대표성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 대표성을 가진 사람이 누구의 이해를 대별하는가는 더 중요한 문제이다. 진보적인 정당의 후보라고 해서, 혹은 여성 후보라고 해서 여성을 대별하거나 여성의 삶을 개선한다는 보장이 없다.여성농민의 입장을 대별할 수 있는 정치파트너가 없다면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들어주는 정치인은 극소수이다. 특히 여성농민과 관련된 정책의 추진과정을 보면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세상을 바꾸는 수많
농산물유통업체인 구리농수산물도매시장 내 구리청과가 매각되었다. 인수과정은 매우 급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자는 포시즌캐피탈파트너스와 웨일인베스트먼트인데 인수를 위해 290억원이 지불되었다.2015년에는 마찬가지 농산물경매업체인 서울 가락시장의 동부팜청과(현 동화청과)가 칸서스자산운용 주식회사에 540억원에 매각된 적이 있는데, 1년 후인 2016년 칸서스측은 동부팜청과를 한일시멘트 자회사인 서울랜드에 약 600억원에 팔아치워 1년 만에 약 40억원의 시세차익을 남긴 뒤 ‘엑시트’, 곧 손을 털었다.구리청과는 구리지역 농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지난해 10월부터 시작한 통일트랙터 품앗이 운동은 판문점선언 1주년 되는 4월 27일 일단락 지으려 합니다. 지금까지 모금해서 마련한 트랙터를 가지고 북으로 갈 계획입니다. 트랙터로 논·밭갈이를 해야 할 시기잖아요. 판문점선언 1주년에 맞춰 임진각으로 트랙터를 끌고 갈 예정입니다. 물론 미국의 대북제재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그래도 시도해 봐야죠. 트랙터 가져다 주는 것이 안 되면 북녁땅 연백평야에 가서 논갈이 해주고 다시 끌고 내려오면 되지 않겠습니까. 농민들이 가서 논갈이 해주고 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얼과 꼴어떤 조직이든 그 조직의 목적과 골격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회칙이나 정관을 살펴보고, 다음으로 조직의 사업내용을 분석하면 조직의 지향점과 조직체계를 확인할 수 있다.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의 얼은 규약 제2조(목적)에 ‘여성농민의 전국적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여성농민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향상과 민족자주, 민주사회, 조국통일 실현을 통해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삶의 실현함을 목적으로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즉 전여농의 얼은 여성농민만이 아니라 민족통일, 민주사회 실현 등을 통해서 여성농민의 인간다운
심화되는 농업·농촌 위기농산물 수입이 늘어나면서 농업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 농축산물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농축산물 수입액은 352억7,000만달러로 2017년의 322억5,000만달러보다 9.4% 늘었다.농산물 수입증가의 영향으로 농산물 가격이 연쇄적으로 폭락하고 있다. 배추·무·양배추에 이어 대파·시금치·애호박까지 겨울철 대표 농산물들이 전부 폭락했다. 고소득작물이었던 시설원예 재배 파프리카와 토마토도 최근 몇 년간 가격이 하락하여 수익성이 나빠졌다.농산물 가격의 실질적
전북 익산 어느 찻집에서 만난 김영재 회장은 기자를 만나자마자 두툼함 봉투에서 농협 관련 서류를 꺼내 놓고 지역농협에서 일어난 이야기를 풀어 놓았다. 익산군산축협의 고정자산 취득 과정에서 절차와 규정을 어긴 여러 가지 의혹이 있다는 이야기다.“2017년 익산군산축협 임시총회에서 축산물종합판매장 부지 매입을 승인해줬습니다. 그런데 매입 과정에서 갑자기 부지가 건물로 변한 거예요. 그러면 총회에서 용도조정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가 없었어요. 그리고 건물 매입 절차가 진행되는 동안 법인이 설립돼 법인에서 이 건물을 20억에 매입
모순(矛盾)이 있는 곳에 운동이 있다. 이 한마디로 여성농민운동이 왜 필요한지를 설명할 수 있을까? 여성농민들이 삶에서 겪는 문제는 남성과 다르고, 극복해야 할 생활상의 문제 역시 다르다면 저항이나 활동 역시 다른 형태로 진행돼야 하지 않을까? 이 당연한 상식을 왜 설명해야 하는가? 이것은 여성농민운동의 정체성과 지향을 이해하고 그들의 실천인 여성농민운동사를 이해하는 중요한 물음이고 답이기 때문이다.실천과 투쟁 통해서 성장한 여성농민운동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라는 자주적인 여성농민 대중운동 조직이 만들어진 지 30여년이 다 되어가지만
대통령 신년사를 보며새해가 들고 열흘이 지나 올해도 어김없이 대통령의 신년기자회견이 있었다. 기자회견 모두에 신년사가 있었다.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대통령과 농업계의 만남에 실망스러웠던 필자는 대통령의 신년사를 기대하고 챙겨봤다.일단 눈에 띈 것은 국민을 수십 번, 각 분야 이해당사자를 모두 언급하면서도 농업을 언급하지 않았던 지난해와 달리 농업에 대한 언급이 있다는 것이 달랐다.신년사의 주요 핵심은 ‘사람중심 경제’와 ‘혁신적 포용국가’라 할 수 있겠다. 함께 잘사는 경제, 공정하게 경쟁하는 공정경제를 기반으로 혁신성장과 소득주도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농사경력 25년 조원희. 농민으로써 이름이 있는 사람이다. 지난 25년간 해왔던 일도 많고 하고 있는 일도 많았다. 지금도 그가 맡고 있는 직책이 6~7개가 넘는다. 경북 상주시 낙동면 승곡리 이곳은 조씨의 고향이다.농사를 지었던 부모님은 일찍이 자식들을 서울로 보냈다. 그 역시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서울생활을 했다. 서울 작은아버지집 근처에 방을 얻어 서울 유학을 했던 것이다. 그 시절 두메산골이나 다름없는 낙동면 승곡리에서 부모님은 어려운 살림에도 자식들을 가르치기 위해 서울 유학을 보냈다.“지금
모든 자리에 있었지만 어디에도 기록되지 못했던 여성농민에 주목합니다. 새해를 맞아 ‘오미란의 한국여성농민운동사’를 월 1회 연재합니다. 오미란 젠더 & 공동체 대표가 시간을 되짚으며 풀어내는 여성농민운동의 역사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셨나요.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언제나 여성들의 삶과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은 어렵다. 그것은 여성들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이 일반적인 역사적 기록과 달리 이중의 노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나는 묻히고 가려진 여성들의 흔적을 찾아서 들춰내야 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여성의 활동에
흔들리는 촛불새해를 맞이할 때면 항상 희망을 이야기한다. 2018년은 더욱 그러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의 실질적인 원년이었기 때문이다. 2017년의 농정은 박근혜정부에 의해서 만들어진 정책들을 정리하는 해였기에 2018년에는 희망의 농정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내년에도 농사짓자”는 수많은 백남기는 농업의 가치와 농민권리, 식량주권이 녹아들어간 헌법 개정이 2018년에 이뤄질 것이라는 희망과 기대를 갖고 새해를 맞이했었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선 이후 출범한 농정개혁위원회도 이를 담아내고 있는 무언가를 내놓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농민들이 모이는 투쟁의 현장인 아스팔트 위에 항상 눈에 띄는 분이 있다. 생활한복 차림에 긴 수염이 상징인 원로농민 배종렬씨다. 배씨를 아는 사람은 전 전농 의장, 전남서남부채소농협 조합장 정도로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배 전 의장은 농민운동의 역사를 끌어 왔으며 여전히 농민운동 현장이라 할 아스팔트를 지키는 ‘현역 운동가’이다.기자가 그를 찾기 며칠 전, ‘밥 한 공기 300원 보장’과 민주당이 야당시절 주장했던 쌀값보다 못한 목표가격 제시에 항의하기 위해 국회 의원회관을 찾은 농민들을 이해찬
인식의 공유문제점을 지적해 비판하기는 쉬워도 개선하기는 힘든 법이다. 특히 문제가 있는 조직이 권력을 지녔다면 고치기는 예사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어느 농협이 요청한 임원교육에서 조합장으로 출마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분이 지속적으로 농협의 문제점을 질문 형식으로 발언하는 것을 본 적이 있었다. 그는 농협의 감사를 맡은 분이셨는데, 그 때 그분에게 “그 현상에 대한 대안을 혹시 갖고 계십니까?”라고 물어보며 발언을 중지시킨 적이 있었다.필자가 생각하기에 농협 전체는 대단한 힘을 가진 조직이다. 그러면서도 본래의 기능 상당부
벌써 달력은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한해가 저문다는 것은 언제나 공과 과를 생각하게 한다. 농업과 농민들에게도 공과 과가 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있다. 2015년 유엔(UN)에서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에 농업 영역으로 식량, 기아해소, 기후변화, 지역 간 격차해소 등을 포함한 목표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또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토지와 기술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생산수단의 소유, 정책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11월 유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지 3년이 지났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이끌어 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올 1월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김영호 전 의장의 일터인 충남 예산 육인농장 유리온실에선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다. 아직 수확하려면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유리온실에 들어서니 파프리카는 주먹만 하게 컸지만 아직 초록색이다. 앞으로 한 달 후면 빨간색 노란색 알록달록 색이 물들어 수확이 가능해진다. 김 전 의장은 작은 돋보기를 들고 다니면서 파프리카 잎의
올해 필자는 과수원을 기본으로 봄에 노지 호박 농사를 지었고 후작으로 김장용 배추를 심었다. 필자가 심은 김장배추의 가격은 어찌될까? 당연히 모른다. 30년 농사를 지어 왔건만 농산물 수확 시, 가격을 알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었다. 농사 초년기에 들었던 ‘내일 아침 장 시세만 알아도 농사짓지 않는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나름 생산에만 노력했었다고 변명을 해본다.농사 중에서 유일하게 낙농하는 농가들만 가격을 정해 생산하고 그 생산량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유를 생산하는 농가들을 보면 각각의 농가가 생산 쿼터
지난 9월 중순 일단의 농민들이 청와대 앞 나들목에 농성장을 꾸렸다. 이들은 농업적폐를 청산하고 농업패러다임의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안제시가 늦어지자 조급해진 것이다. 이들의 생각에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인만큼 농업적폐를 청산할 가장 적절한 정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시간을 끌면 적폐청산이 어려워지니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는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었다. 이들은 농민단체장도 아닌 일반 농민들로서 남양주의 유영훈, 군산의 채성석, 부산의 진헌극, 홍성의 김영규 등 네 명이었다.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대통령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