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참 험상궂다. 아니 무시무시하다. 왜 그런 이름을 들고 나타났을까. 중미산 근처에 있는 친구집에 갔다가 그 집 황구가 어찌나 반기는지 어루만지다가 머리털 속에 들어박힌 진드기를 빼서 자세히 보았는데 그놈이 일명 살인진드기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하는 놈이었다. 이미 고인이 되신 아버지께서 쓰쓰가무시에 걸려 고생했던 기억이 있다. 아들이 콤바인질 하는 것을 지켜보다가 허리가 아파 잠시 논두렁에 누웠는데 이후로 감기몸살증세로 병원에 입원한 것이다. 당시는 유행성출혈열은 알아도 쓰쓰가무시는 잘 모르던 때였다. 잘못하면 목숨을 잃기도 한다는데 의사는 도통 무슨 병인지를 알려주질 않고 혈청검사를 의뢰했으니 기다리라고만 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허리부위에 난 상처를 확인하고 쓰쓰가무시인줄 알았다. 쓰쓰가무시
우리나라 사람들의 사망원인을 보면 1위가 암, 2위가 중풍을 비롯한 뇌혈관 질환, 3위가 심근 경색을 비롯한 심장 질환으로 나타납니다. 2위와 3위가 고혈압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전체 인구의 4명 혹은 5명중의 한명은 고혈압으로 인해 사망 한다고 할 수 있는데, 전 세계적으로 보면 이것이 3명 중 한명 정도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오래 살고자 할 때 고혈압을 어떻게 이겨내는가 하는 문제는 절대적으로 중요한 문제가 됩니다. 사람이 살아있음을 나타내는 것이 심장이 뛰고 맥이 만져진다는 것인데, 심장이 뛰어 온 몸으로 피를 순환시킬 수 있으려면 혈관에 압력이 가해져야 하지만 이것이 과하면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혈관에 가해지는 바람직한 압력은 가장 센 압력(이것을 수축기 혈압이라고 합니다)이 120보다
“사진을 그냥 붙여 놓으니께 보기도 안 좋고, 먼지도 앉고 해서 말인데, 액자를 좀 해서 끼워 놓으라고. 이장이 시내 나갈 때 해오지.” 정선택의 말에 맞장구라도 치듯이 여기저기서 고개를 끄덕이고, 왜 진즉에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꼬, 하는 작은 탄성들이 쏟아졌다. 마을 사람들 거개가 사진을 보며 흡족한 미소를 지을 때마다 왠지 창피한 생각이 들던 준석이었다. 대체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회관에 대통령 사진을 걸어두는가 싶었던 것이다. 준석의 기억으로는 전두환 시절에도 사진을 걸지는 않았었다. 대통령이 된 이의 아버지가 대통령이던 시절에만 곳곳에 사진이 걸려있었다. 그러니까 삼십 년의 세월을 건너뛰어 부녀 대통령이 탄생하고 마을도 자못 그 시절로 돌아간 듯했다. “글쎄요, 꼭 대통령 사진을
강원도의 산골에서 태어나 산채 먹고 자라난 내게 있어 가장 친근한 나물은 고사리다. 잔칫상이나 제사상에 빠져서는 안 되는 나물이기 때문이겠다. 봄에 비가 그치고 집 근처의 산이나 들에 나가면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많은 고사리가 올라오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어른들 따라 산으로 들로 다니며 산나물 들나물을 채취하던 놀이 같은 재미 뒤에 고사리에 얽힌 에피소드 하나 가지고 있다. 지리산으로 이사 온 어느 해 봄 ‘덤 앤 더머’ 같은 느낌의 할머니 친구 두 분을 따라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간 적이 있었다. 취나물도 뜯고 다래순도 따고 늦은 두릅순도 따면서 눈에 들어오는 고사리를 꺾어 배낭에 담는 재미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 중의 으뜸이라 할 만큼 빠지게 된다. 한참을 돌아다
앞산 뒷산에서 장끼가 소리친다. 까투리를 찾아 부르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콩(大豆) 심을 준비를 해야 한다. 농사에 서툰 사람은 콩 심는 시기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 콩은 까투리가 알을 까서 꼬랑지에 꺼병이를 매달고 다닐 때 쯤 심어야 한다. 너무 이른 시기에 콩을 심으면 콩이 매달리지 않는다. 요즘 귀농하는 이들이 그런 경우들이 많은 것 같다. 콩 씨를 넣고 꿩이나 비둘기와 사투를 벌이고 가뭄과도 싸워 콩 싹을 올려놓고 보면 주위어른들이 핀잔을 한다. 소를 먹이라는 둥 땔감이냐는 둥 ...콩은 봄에 파종하는 작물이 아니다. 여름이 시작되는 망종 무렵에 심어야 한다. 제시기를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콩대만 웃자라고 콩을 맺지 못하는 폐단이 있다. 콩은 우리역사와 함께한 귀중한 작물이다. 육류성 단백
지방간,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보셨을 거에요. 며칠 전에는 제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물어보더라구요. 남편이 많이 피곤해해서 근처 병원에 가서 검사를 했더니, 지방간이 심하니 조심하라고 했다며, 잔뜩 겁을 먹고, 위험한 거냐고, 어떻게 해야 하냐고 하더군요. 그 친구 남편을 본 적이 없어서 술을 많이 먹는 편이냐고 물었더니, 어쩌다 가끔 한두잔 하는 정도래요. 그 유명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구나 싶었죠. ‘그럼 살이 좀 찐 편이니?’ 라고 물으니, 뱃살이 많이 나왔는데, 요즘 들어 부쩍 더 살이 찐 것 같다고 하네요. 운동하는 것은 무척이나 싫어한답니다. 이렇게 지방간이 있는 분들을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어요. 10명에 1~2명은 지방간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비만인에서는 50%
“사실은 나도 영주 아버지, 그러니까 서준석 씨가 이장을 봐야 하지 않겠나, 하고 생각을 하고 있었소. 다만 현 이장인 정갑철 씨가 큰 대과 없이 해온 터라 그간 정리로 보아 먼저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을 뿐이었소. 서준석 씨가 농협 총대도 보고 있고, 면내에서 인간관계도 넓으니까 잘 할 거라고 봅니다.” 뜻밖이었다. 정선택이 근엄한 말투로 아퀴를 짓자 분위기는 그대로 준석이 이장을 맡는 것으로 넘어갔다. 다만 정갑철만이 붉으락푸르락하며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자신이 다시 이장을 맡게 되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이장을 맡아 쥐꼬리만 한 월급이나마 평생 처음 다달이 통장에 들어오는 재미에 들렸던 그로서는 갑자기 나락으로 떨어진 듯한 표정이었다. “그럼, 다들 생각이 같은 걸루 봐야겠쥬? 정갑
보리 이삭이 패기 시작한다. 일렁이는 바람 따라 보리밭도 같이 일렁인다. 푸른 바다와 하모니를 이루고 있는 그 모습도 영락없이 바다와 닮아 있어 역시 제주의 보리밭이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만든다.5월이 지나고 6월이 되고 보리타작을 하고, 그러면 본격적인 더위가 사람들을 괴롭히기 시작하는 때이므로 우리 몸은 더위를 피하는 음식을 부르는데 그 음식의 중앙에 보리밥과 된장, 오이 등이 있고 제주엔 육지에 없는 자리돔이 하나 더 있다. 딱 어린 아이 손바닥만 한 크기의 자리돔은 산란기인 5~6월이 제철로 산란기가 지나고 나면 뼈가 더 억세어지고 커지므로 젓갈로 담아 두고 일 년 내내 먹는다. 그러므로 그 크기는 작아도 제주 사람들의 밥상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꽤나 확고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할 수
죽어지내다시피 드러누워 봄이 오길 기다리는 것은 살아있는 생명들 뿐 만이 아니다. 말라버린 그루터기들이 제빛을 잃어버린 색 바랜 논들도 봄을 학수고대했을 것이다. 트랙터가 들판을 울리고 봇물이 고랑을 빡빡하게 흐르면 논들은 모내기 준비로 한창 들썩인다. 색 바랜 논들이 물빛과 여린 볏모들의 환희로 가득차면 농촌의 들녘은 비로써 꽉 들어찬 충만함을 보여준다.이런 농촌의 모습을 완성시키는 모내기는 우리네의 오랜 습관이다. 마을 어른 중 누군가가 말끝을 잊지 못하며 그랬다. “이제 몇 번의 모판에 씨 나락 앉히는 일을 하게 될지….” 오래전부터 한해를 다시 맞는 것은 농사와 깊게 골이 맺혀있었다. 새로운 해를 맞으며 죽음의 문턱에 그만큼 가까워 젖지만 여전히 나락을 뿌리고 모를 내고 콩을 심는 것이다. 그것
충치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생깁니다. 충치가 생기는 양상에 있어서 남녀의 차이는 없지만 노소의 차이는 있습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르게 생기는 걸 이해하면, 생기지 않도록 잘 관리하는 방법도 배우기 쉬워질 것입니다. 충치는 치아의 표면에 음식물잔사가 붙고 여기에 세균이 증식하면서 내뿜는 산에 의해 치아의 칼슘성분이 빠지는 현상입니다. 칼슘성분이 많이 빠지면 삭은 듯이 보이게 되고 결국에는 형태가 무너집니다. 점점 깊어지면서 세균이 치아 내부로 침입하면 통증도 느끼게 됩니다.이러한 과정은 모든 충치에 공통적인 부분입니다. 청소년의 충치와 장년층 이상의 충치가 다른 점은 어디에 음식물잔사가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처음 난 치아는 산과 골이 명확합니다. 그
“그럼, 두섭이네는 누가 이장을 했으믄 좋겠다는 거유?” 양만득이 맹한 표정으로 부녀회장을 바라보았다. 올해 오십이 되는, 마을에서 세 번째로 젊은 편인 그녀는 주민의 절반이 훨씬 넘는 여자들 사이에서 신망이 두터운 편이었다. 젊은 데다 마을 일을 제 일처럼 늘 두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서기 때문이었다. 회관 청소며 음식이며 그녀가 나서서 손을 내지 않으면 무엇 하나 제대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녀가 붙박이로 부녀회장을 한지 벌써 육년 째였다. “저 혼자 생각은 아니구, 다덜 영주 아부지가 한 번 해야허지 않을까 말이 돌었시유. 왜 저한테만 그런대유? 우리찌리 있을 때 성진 할무니두 그리 말씀하셨는데.” 석준은 속으로 으이구, 하고 가만히 한숨을 쉬었다. 성진 할머니란 다름 아닌 정선택의 부
할아버지의 밥상에나 가끔 오르던 소고기, 아이들인 우리들은 병이 나서 심하게 앓고 난 다음에라야 몸을 추스르라는 뜻으로 끓여주시던 죽에서 볼 수 있었던 소고기를 떠올린다. 끼니 걱정을 해야 했던 때였으니 만큼 투정을 부릴 처지도 아니었기에 일 년이면 불과 몇 번 밖에 먹을 수 없었던 소고기는 국민소득이 높아지고 먹을 것이 흔해진 요즘에도 여전히 밥상에 쉽게 올릴 수 있는 먹을거리는 아니다. 닭처럼 성질이 따뜻한 것도 아니고 돼지고기처럼 몸을 차게 하지도 않으니 형편만 된다면 평소에 자주 먹어도 크게 무리가 없는 소고기는 그 맛이 달다. 비장이나 위장을 도와 몸에 기와 혈을 더해주고 근골을 튼튼하게 하며 오래된 병으로 몸이 허약해졌을 때 먹으면 회복을 빠르게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옛 문헌
피는 것은 어려워도 지는 것은 쉽다더니 인공수분이 끝나자마자 꽃잎이 흩날린다. 한해농사가 인공수분의 결과에 달렸으니 배과수원은 모두가 정신없이 비상상황이다. 일을 할 사람은 없고 시간은 촉박하다. 막걸리 마셔가며 꽃구름속에 어쩌고 하다가는 패농하기 십상이다. 그야말로 시간과의 전쟁이다. 그러다 보니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속출한다. 수분용 꽃을 따다가 꽃가루를 묻혀준 것은 70년대 방식이다. 80년대 개방농정은 농법도 수입됐다. 선진농가라는 사람들이 수분용꽃을 길러 화분을 채취해서 인공수분을 했다. 지금도 일부기술센타에서 꽃가루은행을 시행하는데 일손이 모자라고 기계가 없는 농가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2000년 이후엔 중국의 값싼 수분용 꽃가루를 수입해 사용하고 있다. 어떤 지자체는 꽃가루값 일
봉독약침은 꿀벌의 독을 우리 몸의 경혈이나 아픈 곳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주로 관절통, 신경통, 근육통에 사용합니다. 요즘 한의원에서 약침과 더불어 많이 사용하는 치료법인데, 봉독약침에 대하여 설명해 보겠습니다.1. 봉독약침은 누구나 다 맞을 수 있나요?봉독약침은 일종의 독을 우리 몸에 주입하는 치료법입니다. 봉독(꿀벌의 독)을 주입하면 우리 몸의 면역 계통이 활성화 되고, 활성화된 면역력을 이용하여 염증과 통증을 줄여주는 방법입니다. 또한 봉독 자체에도 염증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습니다. 다만, 관절약, 피부과약, 알레르기 약 등(소염진통제나 스테로이드, 항히스타민제 등)을 복용하고 계신 분들은 효과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소염제 계통의 약들이 봉독의 효과를 죽이기 때문이죠. 따라서 봉독약침을 치
우리가 의료생협을 만들고 참여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도 건강한 삶을 살고, 지역사회는 건강하게 만들고자 함이다. 지역사회가 건강해지려면 다양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지만, 그 중에서도 금연은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우리나라 성인 남자의 흡연율은 2010년 기준 48.3%이다. 과거 20년간 75.1%에서 크게 감소하였지만, 최근 5년간은 정체 상태이며, 아직도 OECD 국가 중에서 흡연율이 가장 높은 나라에 속한다. 그리고 여성 흡연율은 6.2%로 과거 20년 사이 큰 변화가 없이 유지되고 있다. 청소년은 남자 16.6%, 여자 7.1%로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특히 청소년 흡연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흡연 시작 연령이 어릴수록 암과 혈관 질환이 걸릴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말단 공무원도 내려 보는 이장 자리일지언정 머리에 든 게 있고 관에 가서 말발이라도 세울 줄 아는 사람이라야 마을에도 득이 될 터이고 정선택으로 말하자면 누가 뭐래도 마을에서 제일 많이 배우고 면이 아닌 시에서도 함부로 보지 못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었다. 십여 년 전에, 정선택이 다시는 이장을 맡지 않겠노라는 선언과 함께 그 자리를 내려놓을 때까지 마을의 이장은 당연히 정선택으로 알고 살아온 세월이었다. 그 때도 이미 예순 중반이었던 정선택은 면내의 이장 중에 자신이 제일 나이가 많다며 이제 나다니기도 창피하다는 이유를 댔다. 그 얼마 전 오토바이를 타고 가다가 트럭에 받혀 달포 넘게 병원에 입원했던 것도 이유였다. 그런데 정선택의 뒤를 이어 이장이 된, 지금은 흙보탬이 된 최성대가 맡은 지 일
대한민국 최후의 오지를 한 곳 꼽으라면 나는 주저하지 않고 경북 영양을 말할 것이다. 개발이 덜 된 원시의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곳이기도 하다고 느껴지는 일월산이 있어 더 그런지도 모른다. 우리나라의 마지막 오지답게 꽁꽁 숨겨진 산채들을 많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생각될 수도 있다. 게다가 경상북도 보건환경연구원 산채류 연구팀이 영양지역에 자생하는 산채류의 생리활성에 대해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항고혈압 활성, 항당뇨 활성, 항산화 활성 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활성이 뛰어난 영양의 산채류 중 특히 어수리는 항고혈압·항당뇨 활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혈압이나 당뇨병 등 성인병에 탁월한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미나리과의 어수리는 다년초로서 성인 키 만큼 자라지만,
손전화를 내던져버릴까를 여러 차례 고민하고 있다. 이미 그렇게 결행하고 사는 사람들도 있음을 주위에서 보고 있어 고민은 더 깊어진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걸려오는 전화는 그런대로 소통을 위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쉴 새 없이 들어오는 금융권의 집요한 광고와 마지막기회를 강조하며 새전화기를 구입하라는 판촉까지 사람을 피곤하게 한다. 도대체 누가 내 전화번호를 팔아먹었는지에 대한 분노와 금융자본주의의 끝장이 다가오는 것은 아닌지 하는 기대감이 교차한다. 이렇게 수많은 금융회사들이 돈을 빌려가라고 꼬시는 것을 보면 투자에 한계가 왔음을 짐작하게 한다. 또 손전화 시장도 새로운 시장은 없고 이미 형성된 시장안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가입자를 가져가는가가 살아남는 조건이 된 것이리라. 바로 제로섬게임의
“올해 대학에 들어가는 자녀나 손자 있으신 분 계신가요? 장학금 때문인데요, 시곡에선 아무도 없구먼요. 다음에 각자 찾아뵙고 말씀드리겠지만, 올해 화재 공제나 안심운전자 공제가 만기 돌아오는 분이 몇 집 있네요.” 이상태를 따라온 박한주가 서류를 뒤적여가며 별 영양가 없는 이야기를 덧붙였다. 공제 담당으로 상무인 그녀는 오십 줄을 넘어선 지가 한참 지났는데도 주름살 없는 얼굴이 탱글탱글했다. 그녀는 연봉이 조합장보다도 많다. 일반 보험 모집인들은 발이 닳도록 뛰어다녀도 뜨악하게 쳐다보기 마련이지만 시골에서는 농협에서 하는 공제라고 하면 그저 들어야 하나보다 하고 선뜻 들게 마련이라 박한주에게는 땅 짚고 헤엄치기였다. 어떻게 돌아가는 조화속인지 무지렁이들이 알 리 없는데 아마 거기에서 떨어지는 커미션
초등학교 다니던 무렵으로 기억한다. 어머니께서 체하셨다고 가슴이 쥐어뜯듯이 아프다고 하셨다. 며칠간 고생을 하셨고 그 후로도 가끔씩 같은 증세를 호소하시면서 고생을 하셨다. 내가 좀 더 자란 후 어머니께서 그러실 때마다 드신 음식을 찾아보고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 범인이 오징어임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문제는 오징어만이 아니라 오징어 비슷하게 생긴 문어나 낙지 따위를 드셔도 늘 같은 통증을 느끼시기로 어머니는 아예 다리 많은 오징어 비슷한 것도 입에 대지 않으신다. 국물이라도 드셨으면 좋겠지만 그야말로 국물도 없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은 가능하면 낙지나 주꾸미, 오징어, 문어 등을 집에서 먹는 것을 피하려고 한다. 그런데 다행스러운 일인지 알이 꽉 찬 주꾸미가 제철인 계절인 요즘 어머니께서 일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