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석도 그러면 그렇지, 하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지었다. 농자재에 붙는 부가세 중에는 일단 값을 치렀다가 나중에 환급받는 부분이 있는데, 농민이 일일이 할 수가 없으니까 농협에서 일괄적으로 환급을 대행해주고 있었다. 경태는 하우스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남들보다 이런저런 자재가 많이 들어갔고 당연히 환급된 금액도 많을 터였다. 그런데 찬샘댁은 그렇게 통장에 들어온 돈을 농협에서 거저 준 걸로 여긴 모양이었다. “하여튼 경태 자네가 한 얘기는 대의원회의 때, 좀 알아봄세. 듣고 보니 나두 찜찜허네.” “아, 형님도 대의원이시죠? 그래서 드린 말씀은 아니고요, 그냥 이거 보다가 말이 안 된다 싶어서 그런 거예요. 저도 사실 그런 데 신경 쓸 계제가 아니죠. 제 코가 석 잔데.” 경태도 팍팍한 처지였다. 대
된서리가 내린다는 상강이 막 지났다. 된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니 땅위의 만물이 그 힘을 잃고 아래로 기운을 내리고 있는 계절이지만 오직 하나 국화만은 푸른 잎에 노란 꽃을 달고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꼭 이맘때였다. 여러 해 전 안동에 작은 토굴(그곳이 봉정사였지만)을 꾸리는 동수스님을 만나러 다녀온 적이 있었다. 차를 타고 멀리서 바라본 그곳은 마치 산기슭에 샛노란 유화물감이라도 풀어놓은 것 같은 진기한 풍경을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국화꽃 무더기들이 벌이는 향연이었다. 그것이 금국(金菊)이라는 국화꽃임을 확인하기 전에는 단풍든 차나무인가 하는 생각도 잠깐 했는데 그 모습이 보성의 한 차밭을 보았을 때 그 규모와 아름다움에 반해 넋을 잃었던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 가
신혼일 때 자주 듣게되는 말이 “깨가 쏟아지는구나”하는 부러움과 빈정거림이 섞인 인사말이다. 둘 사이가 너무 좋아 까르르대는 모습과 소리가 깨를 털 때 깨 떨어지는 소리 같아서 일거다. 게다가 깨가 얼마나 고소한가. 신혼도 먹을 것이 없어도 고소한 것이다. 들깨 두어 마지기를 두들긴다. 좁은 공간에서 도리깨질을 하니 깨가 사방으로 튄다. 아내는 연신 눈을 흘기며 깨가 달아난다고 성화지만 도리깨질이 서툴러서인지 자꾸만 깨는 밭으로 돌아가려 한다. 도리깨도 내가 만들어 쓰지 못하는 세상이라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힘이 더 필요한 것 같다. 어깨가 부러질 듯 한 고통으로 잠시 담배 한 대를 빼어 문다. 문득 김준태의 참깨를 털며가 생각난다. 할머니는 토닥토닥 두들기는데 젊은 청춘인 손자는 집에 빨리 가려는 욕심으로
월경은 건강한 여성이면 누구나 겪는 생리현상인데, 생리 때 나타나는 통증 때문에 생활에 많은 지장을 받는 여성이 많습니다. 생리통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누어집니다. 하나는 생리에 관계된 장기의 문제인데, 즉, 자궁이나 난소 또는 하복부, 골반강 등의 실질적인 염증이나 병으로 인해 발생하는 경우와 하나는 별다른 문제없이 기능적으로 발생하는 경우입니다. 앞의 문제라면 해당 병을 치료하면 되지만 대개 생리통의 원인은 별다른 문제없이 기능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능적으로 발생하는 생리통의 가장 큰 원인은 아랫배 쪽의 혈액순환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른바 “아랫배가 차다”라고 호소를 많이 합니다. 아랫배가 찬 것은 혈액순환이 많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평상시 생활관리가 안되어서 아랫배에 혈
아버지의 밥상엔 늘 양념한 새우젓이 올라 있었다. 다진 파 마늘, 매콤한 고춧가루, 볶은 참깨, 그리고 참기름이 적당하게 조화를 이룬 새우젓, 어쩌다가 어머니의 마음이 바뀌면 밥솥에 얹어 쪄내기도 하였던 거친 식감의 그 새우젓들은 참 지루하고 재미없는 밑반찬이었다. 결혼을 하고 내 스스로 밥상을 차리게 되면서 마땅한 반찬이 없는 날에는 가끔 어머니 흉내를 내어 새우젓을 조물조물 양념하여 상에 올리니 갯가 출신인 남편이 좋아하였다. 덩달아 나도 먹어보니 새우 알알이 입 안에서 터지며 제법 쓸 만한 반찬이 된다. 두부찌개의 간을 할 때나 호박을 나물로 볶을 땐 편한 재료 중의 하나가 새우젓이므로 몹시 짜지만 요긴하기 이를 데 없다. 새우젓은 담그는 시기에 따라 그 이름이 사뭇 다르다. 이른 봄인 2~3월
“야, 늬가 조합장 한 번 해라. 내가 팍팍 밀어줄게.” 병균의 말에 경태가 피식, 웃었다. “나도 알만큼은 안다. 아무리 작은 농협이라도 조합장 자리가 보통 자리가 아닌데 늬가 민다고 되냐, 인마. 글고 벌써 출마하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여럿이라더만.” “안될 것은 뭐여? 내후년에 선거니께, 그때는 우리 나이두 마흔아홉이여. 나이가 어려서 못허냐, 머리가 떨어져서 못허냐? 지금 따지는 폼대로 똑부러지게 나서면 안될 것두 없지.” 병균이 술이 좀 깨는지 혀가 제대로 돌아갔다. 진즉에 술이 떨어져서 아쉬운 듯 병 밑에 고인 몇 방울을 쥐어짜듯 잔에 따르고 있었다. “병균이 자넨 슨거에서 중립을 지켜야하는 공무원 아니여? 괜히 나스다가 입방아에 오를라.” “형님, 그것은 뭐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뽑을 때 그런 거
중국은 다민족 국가답게 건국신화도 많다. 그중 대표적인게 사마천의 사기에 전하는 삼황오제 신화다. 기록에 따르면 오제의 탄생과 업적을 건국신화로 하는데 태호 복희, 염제 신농, 황제 헌원을 삼황이라 하고 거기에 소고, 전욱을 합쳐 오제라고 한다. 이는 자료 마다 다르게 나오므로 이 글이 정설이 아님을 밝힌다. 문제는 건국신화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자는 것이다. 중국의 건국신화는 삼황오제가 각기 인간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어 내거나 가르치거나 하는 것으로 인간 실생활과 연결되어있다. 첫 번째로 복희는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사냥법과 불을 활용하는 법을 가르쳤다. 그 다음으로 신농은 농사짓는 법을 가르쳤으며 각종 약재를 구분하도록 가르쳤다 . 또 태양이 높게 떠 있는 시간에는 사람들에게 장사하는 법을 가르쳤
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는 과거와는 다른 보건 문제들이 부각되고 있는데, 그 중 하나가 남성 갱년기이다.예전에는 늙으면 힘이 빠지고 의욕이 저하되며, 성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당연한 노화의 하나라고 생각했다. 물론 노화 과정의 일부이긴 하지만, 50세 이상 남성 중 10~30% 정도는 그 정도가 심하여 심각하게 삶의 질이 떨어지고 당뇨, 심혈관 질환, 골다공증, 대사 증후군 고혈압과의 관련성 때문에 남성 갱년기의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 건강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그럼 남성 갱년기(테스토스테론부족증후군, TDS)는 어떤 사람들에게 잘 생길까? 위험 요인을 알면, 그걸 피하면 될 것이다. 우선 남성호르몬은 대사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현저히 낮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다시 말해서 지나
올 여름은 유난히 더웠지만, 9월 들어서 갑자기 기온이 뚝 떨어지더니 최근에는 꽤 쌀쌀합니다. 특히 아침, 저녁과 낮의 기온차가 커서 환절기 감기 환자들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입니다. 감기야 말로 만병의 근원이라고 합니다. 환절기 감기 예방과 감기에 걸렸을 때 관리 방법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현대 의학에서 감기는 바이러스의 전염에 의한 상기도(上氣道) 감염이라고 정의합니다. 한의학에서는 감기는 상한(傷寒, 차가운 공기에 노출되어 우리 몸의 기능이 저하되는 것)을 원인이라고 합니다. 조금 다른 견해이긴 하지만, 바이러스의 경우 공기 중에 언제나 존재하는 것이고 우리 몸이 아주 피곤하여 면역력이 떨어져 있을 때 감염이 되어 감기가 발생합니다. 보통 이 때 과로로 인해 체력이 저하되어 있는 상태에서 찬 공기
귀농을 해서 농사를 시작한지 아직 이년도 되지 않은 경태가 조합 일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게 놀라우면서 그래도 대학까지 나온 사람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준석은 해마다 허리가 휠 정도로 이자를 물면서도 어디나 다 그러려니 여기고 있었다. 그런데 농협이 시중 은행보다도 높은 이자를 받고 있다는 경태의 말이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었다. 그리고 배당에도 문제가 있다니, 준석은 솔깃해서 귀를 기울였다. “배당을 많이 해주면 좋은 거 아닌가? 조합장두 늘 그 자랑이더만. 자기가 조합장 되고나서 계속 고배당을 한다고.” 병균도 곁에서 추임새처럼 거들었다. “사실 농민들 중에 출자를 많이 한 사람은 몇 사람 안 된다고. 내가 알기로는 억대가 넘는 돈을 출자금으로 넣어놓은 사람들이 몇 명이 있는데, 이 사
선조들은 홀수가 겹치는 날은 이름을 붙여 특별한 행사를 하거나 의미를 더하는 음식을 해 먹으면서 고단한 삶에서 활력을 찾으려 노력했다. 일 년 중 마지막으로 홀수가 겹치는 음력 9월 9일(올해는 10월 13일)은 중양절(重陽節)이라 불린다. 重陽節이란 한자에서도 엿볼 수 있지만 이 날은 양(陽)의 기운을 가지는 홀수가 겹치는 날이다. 중양절에 조상들은 높은 곳에 올라 단풍 구경을 하면서 시와 음식을 함께 나누는 중양놀이를 하였는데 재액을 피하고 장수를 기원하는 하나의 풍속이었다고 할 수 있다. 에도 ‘단풍이 들고 국화가 만발할 때 사람들이 놀고 즐기는 것이 봄에 꽃과 버들을 즐기는 것과 마찬가지이다.’고 하는 기록이 남아 있다. 중양절에 중양놀이를 산으로 가지 못한 사람들은 대신 집에서 가족들과
석주명이란 사람이 있었다. 세칭 나비박사로 불린다. 일제가 조선의 모든 것을 수탈해가려고 조선의 토지, 산물, 식생 하다못해 조선인의 성격까지 기초조사를 벌였다. 그중에 나비에 관련한 자료를 보고 석주명은 뭔가 잘못됐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그는 교직생활을 하면서도 제주도를 포함한 전국각지의 나비를 채집해 우리나라 나비의 근거를 정확하게 밝혀 놓았다. 248종의 나비를 분류하고 표본하여 개성송도중학교 박물관에 전시한 것을 우연히 발견한 미국학자에 의해 미국학술원 후원을 받아 이후 연구에 재정적 도움을 받기도 했다. 석주명을 떠올리는 것은 그가 훌륭한 학자라서가 아니다. 그가 세계30명밖에 안 되는 나비학회 회원이라서도 아니다. 바로 한글날이라서 그의 이름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조선의 나비를 분류하면서 기존의
그뿐 아니라 농협에 빚을 졌다가 경매로 땅을 날리고 고향을 뜬 경우는 꽤 여럿이었다. 언젠가 정부에서 유리온실 사업을 권장하면서 대규모로 융자를 해줄 때 혹해서 시작을 했던 이들이 대표적이었다. 우선 먹기엔 곶감이 달다고, 엄청난 초기 투자비용을 낮은 이자로 빌려주자 젊은 농민들이 뛰어들었다. 유기농으로 쌈 채소를 기른다, 어쩐다 했지만 값이 떨어지면 따는 품삯도 나오지 않는 상추 따위를 해서 수지타산이 맞을 리 없었다. 대체 어는 책상머리에서 나온 정책인지 몰라도 평당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시설비를 노린 업자들의 농간이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저리라는 것도 때맞추어서 잘 갚을 수 있을 때 말이지, 연체라도 하게 되면 곧장 몇 배의 이자로 부풀려지고 도무지 감당할 수 없게 되는 것이 빚이
문 걸고 몰래 먹는다는 아욱국. 얼마나 맛있으면 밥상을 차려준 조강지처까지도 쫓아내고 먹을까만 아욱국은 맛만 좋은 것이 아니라 몸에도 좋다하여 ‘아욱으로 국 끓여 삼 년을 먹으면 외짝 문으로는 들어가지 못한다.’는 속담도 있다. 국을 끓여 먹으면 장의 운동을 유연하게 하며 젖을 잘 나게 해주므로 산촌에서 미역을 구하지 못하면 아욱국을 끓여 산모에게 먹이기도 하였다. 한방에서는 동규채 혹은 파루초라 부르는데 1907년 7월 대한매일신보에는 아욱을 파루초로 부르게 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아욱은 보양하는 나물이라 한 집에서 봄에 나물을 심는데 그 집 아씨가 좋다며 말하기를 다른 나물은 심지 말고 아욱만 심으라. 우리 서방님이 좋아하시는 나물이다. 종의 대답이
65세에 기초연금 받으면 인생 잘못 산 것이라고 말한 복지부 김용하 전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의 망발로 노인들의 심기가 많이 불편할 것이다. 아니 노인들뿐 아니라 앞으로 기초연금을 받게 될 국민 모두가 벌레 씹은 꼴일게 틀림없다. 김용하 전 위원장(52)이 지난달 27일 오전 KBS 라디오에 출연, “나이가 들어서 65세가 돼 기초연금을 받게 된다면 인생을 잘못 사신 겁니다”라고 잘라 말했다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애초 모든 노인들에게 월 20만원씩을 지급하겠노라 약속했다. 그 재원의 마련도 틀림없고 국민과의 약속은 지킨다고 했다. 아마 그래서 선거판에서 50대의 반란이라 표현된 박근혜 몰아주기가 가능했을 것이다. 박근혜 당시 후보는 문재인 후보보다 50대에게 190만표나 더 받았다. 우리
이제 바람이 서늘해지니 독감예방접종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는 독감예방접종 보급이 조금 늦어졌는데, 사정이 있다. 세계 보건기구는 해마다 그해에 유행할 것으로 예상되는 독감 바이러스 종류를 발표하는데 올해 독감 바이러스의 형태가 바뀐 것이 좀 늦게 발표되는 바람에 그에 맞는 독감 백신 생산이 늦어졌다고 한다. 이와 같이 매년 독감 백신은 그해에 맞춤으로 생산이 된다. 독감 바이러스는 매년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므로 독감 예방을 위해서는 매년 유행예상 바이러스에 작용하는 백신을 새로 접종받아야한다. 독감은 매년 겨울마다 찾아오고 사망자가 발생하는 질병이므로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독감예방접종이 특히 필요한 대상자는 당뇨병, 심부전증, 신부전증 등과 같은 면역 기능이 떨어진 만성질환자와 노인, 어
생활습관병이라 불리우는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등은 그자체로는 별다른 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쉽게 치료되지 않고, 오랫동안 앓게 되면 여러가지 합병증들을 일으키게 된다. 어려운말로는 비감염성 만성퇴행성질환이라 하는데, 예전에는 성인병이라 부르던 것들이다. 성인병이라고 부를 때에는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생기는 질병’으로 받아들여져 환자들은 더 수용적이 되지만, 치료는 간과되기 쉬웠다. 어차피 나이들면 생기는 질병, 다시 젊어질 수도 없는 것을 치료해서 무엇하랴... 요즘에는 발병 나이가 점점 어려져 아동에게도 소아당뇨, 고혈압 등이 나타나면서 ‘성인병’ 이라는 용어가 부적절하다고 생각되어서 ‘생활습관병’이라고 부른다. 사전적 의미로 식사, 운동, 휴식, 흡연, 음주 등의 생활습관이 질병의
“솔직히 난 봐도 잘 모르겠으니까, 자네가 설명을 좀 해봐.” 준석은 경태가 보여준 손익계산서 페이지를 눈으로 당기며 손등으로 눈가를 비볐다. 부쩍 눈이 나빠져 작은 글씨는 잘 보이지 않았다. “우선, 쉽게 말씀을 드리자면, 손익계산서라는 게 한 마디로 전체 수입 내역과 지출 내역을 보여주고 손해가 났는지 이익이 났는지를 보여주는 거란 말이지요. 보면, 산동면 농협이 작년에 총 백오십 억 정도 수익이 나고 비용은 백삼십 억이 좀 넘지요. 그러니까 한 이십 억 정도가 이익이 났다는 거지요. 그런데 그 이익 중에 십오억이 한 군데, 그러니까 대출금 이자에서 나왔어요. 예치금 이자 오억까지 보태면 이자 수익만 이십억인데요, 물론 그 중에 예수금 이자로 십억이 나갔으니까, 절반 정도가 순수익이라고 볼 수 있어요.”
자색고구마는 맛이 없다. 호박고구마나 밤고구마를 생각하고 먹는다면 정말 실망스럽기 짝이 없을 것이다.보라색 물은 줄줄 흘러 손을 물들이고 입 주변까지도 물들이지만 정작 입안에서 느끼는 식감은 서걱거리기도 하고 덜 익은 무를 씹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푹 삶으면 부드럽기는 하나 물렁거리면서 여전히 계속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는 않는다. 그런 까닭에 자색고구마들은 대부분 가루로 가공되어 색을 내야 하는 음식에 사용되는 것이 고작이다. 나의 이런 편견은 2년 전 음성으로 귀농한 한 농부를 통해 깨졌다. SNS를 통해 알게 된 농부로 나는 그 농부에게서 건강하게 농사지은 자잘한 농산물들을 구입해 먹어왔다. 어느 날 그가 보내온 고구마들 중에 자색고구마가 들어 있었고 호박고구마와 밤고구마의 중간 맛으로 그냥 삶아
2004년 쌀 재협상에서 우리 정부는 해마다 2만 톤씩의 의무수입(MMA)쌀을 추가 수입하기로 결정하고 쌀 개방여부를 10년 뒤로 미뤘다. 그리고 다시 10년이 가까이오자 이젠 자동관세화라고 농민들에게 말했다. “논의할 것도 없이 협정문에 10년 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언급이 없는데도 그렇게 되나요” 하고 농민들이 물으면 예의 자동관세화론을 말했다. 그런데 이렇게 관계자들이 떠벌린 데에는 이유가 있다. 바로 점화효과를 노린 것이다. 물론 지금은 재협상을 해야 한다는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여기서도 관세화 개방이냐 아니면 의무수입물량을 확대하며 유예를 할 것이냐 두 가지의 안 만을 제시하고 있다. 둘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지금 들여오는 의무수입물량만도 처리가 곤란하니 완전개방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