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의 대략 운세를 태세라고 한다. 해마다 운세가 다른 것은 천지간의 조화다. 지구의 움직임, 별들의 흐름, 태양의 변화들을 종합해 나타낸 것이다. 농경시대엔 이런 천지간의 조화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또한 농민들에게 태세를 미리 알림으로써 대비하고 정치적으로는 이데올로기화하여 근면한 생활을 유도했음이다. 임금이 신하에게 그해 새달력을 나누어주면 그것으로 태세를 점치고 아랫사람들에게 알렸다. 이것은 토정비결을 보는 개인의 행불행을 점치는 것보다 먼저였다. 세상이 변해 산업사회가 되다보니 태세는 간데없고 토정비결만 사람들에게 회자된다. 불확실성의 시대가 되어선지 곳곳에 점집이 늘어가는 추세다. 미신이라고 터부시하던 60년대를 능가하는 점집의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정도다. 올해
시래기는 김장무의 잎을 바람이 잘 통하는 그늘에서 곰팡이가 생기지 않게 말려두었다가 긴긴 겨울 채소가 부족한 밥상에 올리는 귀한 음식의 재료이다. 어떻게 보면 자칫 쓰레기로 버려지기 쉬운 것임에도 불구하고 어머니들의 지혜에서 재탄생한 보물 같은 것이 시래기라고 말하고 싶다. 몇 년 전 어느 해 겨울, 여러 회에 걸쳐 진행되던 전통장류교육의 마지막인 메주 만들기를 끝으로 모든 교육생들과 헤어졌는데 그 교육생 중 40대의 한 가장교육생으로부터 초대를 받은 적이 있었다. 집으로 찾아가니 주방으로 안내하여 구운 고구마와 차를 내주면서 잠시 기다리라 하고는 점심을 차려 주는 것이었다. 놀랍게도 밥상엔 그 동안 교육받으면서 담근 장으로 끓인 시래기된장지짐과 시래기간장볶음이 올라있었다. 감칠맛이 한껏 담긴 음식이 참 맛
무슨 소린지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준석이 평촌댁을 보며 물었다.“무슨 말씀이래유? 무슨 비라니? 형갑이는 누구고. 아는 거 있으셔유?”“아뉴. 저 냥반이 온전한 맴으루 허는 소리가 아니니께 귀에 담지 말어유. 영주 아부지, 고만 내려가 봐유. 누구헌테 말 내지는 말구.”병문안 삼아 정선택을 찾았다가 봉변 비슷한 꼴을 당하고 내려오다가 준석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었다. 벌써 십여 년이나 지난 일이라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정선택이 했던 송덕비 이야기, 그 이야기가 아주 잠깐 나온 적이 있었다. 세상 뜬 지 한참 된 임규남이 동계에서 정선택의 송덕비를 세우자는 공론을 내었던 것이다. 우선 당사자인 정선택이 손사래를 쳤고 다들 뜨뜻미지근하게 얼굴만 쳐다보는 바람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던 일이었다. 임
며칠 전 오신 젊은 여자 분은 밖에 외출을 하면 손발이 차서 괴롭다고 했다. 심지어는 밖에 나다니기가 겁이 난다고 하는데, 날이 추워지면 손가락이 하얗게 되었다가 나중에는 파래지고, 이쯤에서 시리다가 손이 아픈 증상까지 있다는 것이다. 흔히 수족 냉증이라고 부르는 증상이었다. 추운 곳에 나가거나 찬물에 손을 담그면 우리 몸은 혈관을 수축시킨다. 몸의 열을 손실하지 않기 위한 반응인데, 수족 냉증이 있는 사람들은 이 혈관의 수축 반응이 과도하게 병적으로 일어나는 것이다. 손발이나 코, 귀의 끝에서 혈관이 수축되며 혈액의 순환에 장애가 생긴다. 이런 것을 레이노병이라고 부른다. 레이노병은 다른 원인 없이 오는 경우도 있고, 다른 원인질환으로 따라 오는 경우도 있다. 다른 원인이 없는 경우를 일차성 레이노
속이 쓰리고 아플 때면 사람들이 포장지 째로 입에 넣고 빨아먹던 흰색의 약을 기억한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로 그 약의 재료가 양배추의 성분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는데 양배추에 들어있는 비타민U는 궤양이나 염증을 제거하고 상처를 봉합하는데 상당히 좋은 효과가 있어 위나 십이지장의 궤양에 가장 좋은 식품이 양배추임에 틀림없다. 동양의학에서도 양배추는 간(肝)과 장(腸), 위(胃)를 이롭게 하는 것으로 말하고 있다. 맛이 달고 성질도 평화로우니 늘 먹어도 좋은 양배추는 요즘은 농법이나 저장하는 기술이 좋아져서 일 년 내내 먹을 수 있어 다행이기는 하나 겨울이 제철이므로 요즘 먹어야 정말로 제 맛이 난다. 유럽의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인 십자화과의 식물로 서양에서 들어온 배추라 붙여진 양배추의
준석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정선택이 자신을 아버지인 필성으로 착각한 게 틀림없고 그렇다면 꽤나 진행된 치매가 틀림없을 터였다.“어뜨케 됐어? 내가 얘기했던 거. 엉? 내가 내 입으루 헐 수는 잖어. 필성이 자네가 해야지.”대체 무슨 말인지 알 수가 없었다.“성진 할아부지, 왜 이래요? 영주 아부지잖아요. 요새 우리 집 으른이 좀 몸이 좋지 않어서 총기가 흐려졌나뷰. 그런 줄 알구 남들헌텐 암말 말어유.”준석은 할 말을 찾지 못해 한 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 그러면서도 정선택이 무의식 중에 자신의 아버지 필성에게 무슨 말을 하려고 하는지 궁금했다. 평촌댁이 정선택을 다시 방안으로 들여놓으려고 끌다시피 했지만 그는 완강하게 문지방을 잡고 버티며 고함을 쳤다.“이 년아, 왜 날 잡구 지랄이여? 못 놔? 이 못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내년이 갑오경장 120주년임을 상기시켰다고 한다. 비록 실패한 개혁이었지만 그런 정신으로 국무에 임해야 한다며 철도노조의 파업에 대한 원칙을 강조했다고 전해진다. 갑오경장이 원칙을 지키지 않았기에 실패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내년은 갑오농민전쟁이 일어난지 120년째 되는 해다. 갑오경장은 갑오농민전쟁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본의 간섭과 정부의 무능력으로 시대와 민중의 욕구를 제대로 반영한 올바른 개혁이 되지 못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갑오경장을 본보기 한다는 것은 뭔가 이상하다. 뭘 본보기 한다는 것인지… 하긴 박근혜 대통령의 역사 인식은 유명하지 않은가. 유리하면 불러 세우고 불리하면 앞만 보자하고 제논에 물 끌어 대기식의 역사인식. 時來天地皆同力, 運去英雄不自謀,
매달 고혈압 때문에 진료실에 내원하는 환자분이 이번에 방문하셨을 때는 아주 괴롭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피부가 너무 가려워 잠을 못 잘 정도라고 호소하였습니다. 어디가 가장 가려우신지 물으니, 팔과 다리가 심하긴 한데, 전신이 다 가렵다고 하셔서 팔, 다리, 몸통의 피부를 살펴 보았습니다. 특별히 이상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는데, 피부가 촉촉함을 유지하지 못하고 건조한 편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부터 가려우셨냐고 물으니, 일주일 전에 아들과 함께 목욕을 하고 난 이후로 가족중에 아들과 자신만 몸이 가렵다고 하십니다. 아! 그렇구나. 답을 듣는 순간 원인은 목욕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열심히 탕에서 때를 불리셔서 빡빡 미셨나요?”라고 물으니, “오랜만에 목욕탕에 갔는데, 밀어야죠.”라고 답을 하셨습
얼마 전 같이 일하는 사람들과 함께 부산에 어묵투어를 간 적이 있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부산까지 갔으니 다들 새벽의 공동어시장을 가보고 싶어 했다. 마침 안내를 자청하신 분도 있고 하여 꿀 같은 새벽잠을 반납하고 나갔더니 한 마디로 장관이라는 말 외에 어떤 더 좋은 표현을 찾아내기 어려운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등 푸른 생선이란 말은 영양학적으로 떠들 때나 들먹이던 어휘였는데 그 어마어마한 고등어들을 만나자 등 푸른 생선 고등어라는 말이 절로 실감이 났다. 누구는 그런 싱싱한 고등어는 회로 먹으면 좋다고 한다. 또 누구는 그런 날이 선 고등어는 굵은 소금 뿌려 구우면 맛있다고 한다. 국을 끓여도 좋다고 하고, 조림을 하여도 좋다고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누구도 믿을 수 없
정용이 들려준 말에 따르면 정선택이 두어 달 전부터 심각한 치매 증상을 보인다는 거였다. 준석도 정선택이 조금 이상하다고 느끼긴 했지만 여든이 가까운 나이다 보니 으레 총기가 떨어져서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거였다.“재길이 말로는 집 밖 출입도 어려운 지경이래요. 남들한테 쉬쉬 해서 그렇지, 지들 식구들끼리는 요양원까지 알아본 모양이더라고요. 뭐, 재산도 있고 자식들도 잘 사니까, 고급 요양원으로 가면 그게 나을 텐데, 재길이 엄마가 반대를 한대요. 아무래도 남들 눈이 있으니까 그렇겠지요.”정용이 가고난 후 준석은 정선택의 집에 가보기로 했다. 치매가 병 중에 고약한 병이고 마을 안에서도 모를 정도로 숨기는 심정도 모르지 않지만, 모르면 몰라도 알고 나서도 마냥 모른 척할 수도 없
2013년이 막 저물어 가고 있다. 한해를 차분히 마무리 하고 싶은게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각일 게다. 그런데 세상은 그렇지 못하다. 아니 안녕하지 못하다고들 여기저기서 대자보가 나붙는다. 대학을 졸업해도 직장 하나 변변히 갖지 못하게 되는 이 사회의 암울한 착취구조에 학생들의 심정을 드러낸 것이 발단이 됐다. 이제는 고등학생부터 기성세대까지 대자보 물결이다. 지난 12월 19일이 작년 대선일로부터 딱 1년이 되는 날이다. 박근혜정권의 탄생은 복지확대라는 시대적 과제를 비교적 정확하게 그리고 빠르게 선점한데서 출발한다. 그것이 경제정의며 창조경제라고 해석했기에 국민들은 그에게 표를 줬다. 그러나 당선된 뒤부터 박정권의 입장은 달라졌다. 복지는 매번 후퇴를 거듭하고 있으며 경제정의는 사라지고 가난한 자들의 허리
십 수 년 전 필자가 치과 대학을 다닐 때 였습니다. 본과 4학년이 되면 원내진료라는 것을 시작합니다. 즉 치과대학병원의 각 과를 돌아다니며 교수님과 선생님들(졸업하고 면허증이 있으신 분들)이 진료하는 것을 옆에서 직접 보고 배우며 실제 환자도 관리 감독 하에 진료하는 것입니다. 책으로만 보고 배우던 학생이 환자를 직접 대하니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치주과라는 곳에서 원내진료를 하게 되었습니다. 치주과란 잇몸치료를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우리가 환자분께 쉽게 설명하기 위해 잇몸치료라고 하지만, 이것은 틀린 표현이고 정확하게는 치주치료(치아주위조직의 치료)가 됩니다. 치아주위조직 중에서도 치아뿌리를 감싸고 있는 뼈(치조골)가 가장 중요한데, 이 뼈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 치주염(치아주위 조직의 염증)입
세상에 갓은 청갓과 붉은갓 두 가지 뿐인 줄 알던 나에게 갓에 대한 새로운 눈이 뜨인 날이 있었다. 결혼 초였는데 여수로 출장을 다녀온 남편이 선물이라며 내놓은 것은 평소에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굵고 큰 갓으로 담은 김치였기 때문이었다. 입에 넣자 코끝을 타고 정수리까지 뻗치는 톡 쏘는 매운 맛을 느끼게 해 준 그 갓김치는 나에게 전혀 새로운 맛의 세계를 알게 해주었다. 한 마디로 눈물이 쏙 빠지는 매운맛이었지만 혀만 자극하는 기분 나쁜 매운맛이 아니라 뭔가 속에 웅크리고 있던 응어리가 풀리는 것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었다. 항돌연변이의 효과가 있는 십자화과 식물 중의 하나인 갓은 따뜻한 성품을 가진 재료다. 갓이 가진 따뜻한 성질과 매운맛이 몸을 따뜻하게 하고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여 기의 소통을 원활
황을 다 고아서 이십 리터짜리 통에 나누어 담는 일까지 끝내고나자 얼추 세 시가 넘었다. 해가 길어져서 아직 한낮인데, 이런저런 마무리를 하던 정용이 문득 정선택 이야기를 꺼낸 것이었다. “웃말에 정선택이라는 으르신이 사시죠?” 뜻밖이었다. 같은 면이라 해도 정용이 사는 동네와는 멀리 떨어져 있고 정선택이 팔십이 다된 노인인데 정용이 그 이름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자네가 어찌 그 양반을 알어?” “재길이라고, 그 분 막내아들이 제 동기잖아요.” “아, 그렇게 되나? 재길이가 자네하고 친구여?” “그럼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내내 동기에다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는 사이죠.” “그럼, 정용이 자네도 중고를 나왔던가? 난 농고를 댕긴 줄 알었네. 워낙 젊어서버텀 농사를 지어서.” “저두 뭐, 첨부터 농
역사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항상 삶이 어려워진 곳에 반드시 민란이 일어난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민란은 사회발전의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찬찬히 살펴보면 모두가 제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대부분 주모자가 잡혀 처형당하고 무리는 흩어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후 사회는 드러난 폐단을 감추기 위해서라도 변화를 꾀할 수밖에 없다. 보통 역사에서 민란의 시대라 하면 조선 후기를 일컫는다. 명종시대부터 자연재해로 흉년이 겹치고 양반관료의 수탈이 심화되자 임꺽정이나 장길산 같은 도둑의 무리가 나타났다. 이후 관료의 탐학, 수탈, 부정부패에 외세와의 갈등까지 겹친 조선 말기는 민란이 싹트기 가장 좋은 환경이었다. 홍경래의 난(1811)은 최대의 민란이었다. 목적은 봉건제도 혁파에 있지만 발생원인은 양반관료들의 수탈에 있다.
모든 사람은 평생 몇 번은 허리통증, 즉 요통에 시달리게 된다. 가벼운 근육통부터 심할 경우 많은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디스크까지 증상도 다양하다. 예전에는 힘든 노동을 하면서 허리를 다치거나 근육 피로가 쌓이면서 요통이 많이 생겼지만, 최근에는 장시간 앉아서 일을 하는 사무직이 많아지고, 또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는 학생들도 많아져 부적절한 자세와 운동부족으로 발생하는 요통이 많아지고 있다. 허리 관리의 가장 핵심은 디스크이다. 디스크란 허리뼈 관절 사이에 있는 물렁뼈인데, 대부분 수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디스크의 가장 핵심적인 역할은 허리 관절을 움직일 때 충격을 줄여주는 것이다. 사람은 나이가 들면서 점점 디스크의 수분이 빠져나가 허리 충격에 약해지게 된다. 디스크 관리에서 첫 번째 중요한 것은
나는 어느 하루도 거르지 않고 늘 어머니의 음식과 만난다. 바쁜 나를 대신해 밥상도 차려주시고 가끔은 교육에 필요한 도움도 주시니 그렇다. 더러 밖에 나가서 매식을 하는 날에도 나는 어김없이 집밥에 대한 갈증으로 또 다시 어머니의 음식과 마주 하게 된다. 그런 만남 중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는 단연 콩이다. 콩의 변신은 화려해서 맛이나 모양 그 어느 것 하나 소홀한 대접을 받을 것이 없고 시간도 담기고 정성도 담기고 기원도 담기는 것이 대부분이라 귀하기 이를 데 없다. 해마다 담그시는 된장이나, 막장, 간장, 고추장이 그렇고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자주 띄워두고 신 김치와 함께 넣고 끓여주시는 청국장도 있다. 보통학교를 2년도 채 다니지 못했다 하시는 어머니는 배운 것이 없어 자식들에게 늘 미안하다시며 밥상을
“하여튼 중국하고 에프티에이가 어뜨케 될지도 모르는 판에 자꾸 농사에 돈을 들였다가 절딴이 날 수도 있을 거 같어. 인제 해먹을 작물이 없어.” 드럼통을 잘라 만든 통에 물을 받고 불을 피우고 나서 준석이 담배를 빼어 물었다. 포대를 풀어 생석회와 유황을 풀고 젓는 일은 정용이 맡았다. “정말 형님 말씀이 맞아요. 돈 되는 작물이 없으니까 자꾸 이리저리 몰려서 돌아가면서 폭락을 하잖아요? 그거 언제죠? 우리 면에서 복숭아 과수원 다 갈아엎던 게. 칠렌가 어디하고 에프티에이할 때죠? 폐원 보상금 준다고 하니까, 다 갈아엎었잖아요. 제가 알기론 복숭아 작목반이 거의 스무 명이 넘었는데 지금 면내에 복숭아 농사짓는 사람은 네댓 명도 안 될 걸요? 사실 그 때 농민들이 에프티에이 반대 투쟁을 엄청나게 해서 폐원 보
인간이나 짐승이나 제 몸을 뉘여 휴식하고 제 새끼를 낳아 기르는 집, 보금자리는 참으로 중요한 것이다. 원시시대 움막에서 현재의 아파트라는 건조물까지 인류의 집짓기는 고난의 연속이었고 먹이와 함께 삶의 투쟁 한가운데에 있었다. 동고비란 새는 참새처럼 작은 몸집의 우리나라 텃새다. 주로 참새 같은 작은 새들은 따로 둥지를 틀지 않고 숲 덤불이나 초가지붕 틈 같은 곳을 보금자리로 마련해 겨울을 난다. 동고비는 주로 딱다구리 수컷의 둥지를 찾아 제 몸이 들어갈만 하도록 입구에 진흙을 발라 좁혀 제집으로 삼는다. 이는 거저 얻거나 빼앗은 것이 아니다. 피눈물 나는 투쟁의 결과다. 동고비가 집을 짓는 시기가 요즘이다. 딱따구리가 쓰다버린 빈집이면 금상첨화로 입구만 좁히면 딱따구리건 뭐건 걱정 할 것이 없다. 그런데
의학이 태동한 이래 아직도 완전히 해결되지 못한 것이 바로 통증이다. 원인이 무엇이든지 환자를 가장 괴롭히는 것도 바로 통증이다. 어딘가를 다쳤을 때 생기는 급성 통증부터 다양한 질병으로 인한 두통, 흉통, 복통, 요통, 신경통, 치통, 이유를 찾기 힘든 통증, 말기암 환자의 참을 수 없는 통증, 분만 시 생명 탄생의 통증, 마음이 아픈 통증, 가성 통증까지 그 종류는 너무 많다. 어쨌든 환자 입장에서 볼 때 통증은 의사가 없애주길 바라는 문제 중 가장 우선적인 것이다. 그런데 통증에는 좋은 통증과 나쁜 통증이 있다. 좋은 통증은 대개 급성으로 오는 통증으로 우리 몸이 어떤 위협에 처했을 때 그 위협을 피할 수 있게 우리 몸에 퍼져 있는 통증 감각이 활성화 되어 뇌에서 느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발에 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