쿼블러 로스라는 심리학자는 임종을 맞이하는 말기환자들을 오랜기간 연구하여, 죽음에 이르는 정신상태를 5단계로 구분하였다. ‘부정 ·분노·거래·좌절·수용’ 의 5단계는 꼭 죽음을 맞이하는 환자들뿐만 아니라, 암이나 만성질환, 난치병 등의 진단을 받아들이는 환자들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 1단계 부정(denial)에서 많은 사람들은 단 한번의 진단으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거부하고 확인하고 싶어 한다. 검사가 잘못 된 건 아닐까? 의사가 실수 하는 건 아닐까? 의심하고 다른 병원에 가서 다시 한 번 검사하고 확인하고 심한 경우에는 모든 의사들이 다 짜고 나를 골탕 먹이려 한다고 생각하고, 치료를 거부하며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채 세월을 보내기도 한다. 부정은 보호자들에게도 흔히 일어나는데, 치매 환자의 보호자들 중에
아내의 말에 준석 역시 퍼뜩 생각이 거기에 미치게 된 것이었다. 아무래도 사다가 쓰는 석회유황합제는 집에서 만든 것보다 냄새도 덜 독한 것 같고, 제대로 만든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과수원을 하면서 하도 여러 번 속다보니 그런 의심이 솔솔 피어올랐다. 특히 묘목과 영양제에는 수도 없이 사기 비슷한 것을 당했다. 새로 나온 품종이라며, 다시없을 기가 막힌 사과가 달릴 것이라는 묘목상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서 심었다가 실패를 본 적이 여러 차례였다. 당도와 색깔을 획기적으로 높여준다는 영양제를 들고 오는 자들도 숱했다. 한편으로는 의심을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비싼 값에 구입해 써보면 역시나 별무신통이었다. 그런 자들은 한두 해만에 연락조차 되지 않고 잠적하기 일쑤였다. 아마 전국적으로 그런 피해를 입히고
약이 되는 음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의 최고를 꼽자면 단연 삼계탕이고 그 삼계탕에 빠지면 안되는 재료가 바로 인삼(人蔘)이다. 사람의 형상을 닮아 인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지 싶은데 보약 중의 으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산삼(山蔘)은 예외로 하더라도 바다에서 나는 것 중의 으뜸을 해삼(海蔘)이라 이름 붙이고 모래땅에서 캐는 것 중의 으뜸에 사삼(沙蔘)이라는 이름을 붙인 것이 그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가격이 좀 비싼 것이 흠이지만 가을에 생산되는 것으로 향과 맛이 으뜸인 더덕은 모래땅에서 나는 인삼이라 불릴 정도로 인삼과 견주어 모자람이 없이 사람에게 보약이 되는 식재료이자 약재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그런지 더덕은 인삼을 흉내 내어 가짜를 만들거나 인삼이 없을 때 인삼 대신 쓰이는 것으로도 알
시골길에 눈이 쌓이면 자동차가 움직이지 못하는게 보통이다. 그래서 미리 다니기 좋은 곳에 차를 대놓고 대비하곤 한다. 나도 출근에 대비해 미리 차를 빼두고 아침에 보니 눈은 한방울도 내리지 않았다. 기상예보가 잘못된 것이다. 요즘 들어 부쩍 기상예보 적중률이 낮아진다는 느낌이다. 공식적으로도 예보정확성이 40%대라 하니 하늘의 일을 알기란 어려운 것인가 보다. 삼국유사나 삼국사기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기상에 대한 기록이 많이 보인다. 관측 장비가 전무했던 시기에 기상변화는 매우 중요한 일 일수밖에 없다. 한해가 들면 기우제를 지내고 임금이 백성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도 하늘의 일을 알 수 없기에 두려움으로 행했던 일일 것이다. 흙비가 내렸다는 기록이 있는가 하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렸다는 기록도 있다. 옛
가을 추수가 끝나면 고사를 지낸다. 붉은 팥을 켜켜이 깔고 무를 채썰어 넣은 고사떡과 돼지머리를 놓고 하늘에 감사한다. 풍년이고 흉년이고를 가리지 않고 해마다 일을 치렀다. 그리고 풍년이 들어 좀 넉넉해지면 당골네를 불러 쇳소리를 울렸다. 즉 ‘굿’을 했다는 말이다. 이 모든 행위를 미신이라고 배웠다. 일제강점기부터 그렇게 가르쳐 왔단다. 미신이란 말은 종교적 보편성이 없는 것을 따른다는 뜻과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는 것들을 믿고 따른다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우리가 배운 미신은 후자인 듯싶다. 그런 미신을 어머니는 지극정성으로 모셨다. 못마땅했다. 그래서 심부름도 안하고 음식도 께름칙해서 잘 먹지 않았다. 어머니는 속상함을 누르고 어린 나를 달랬다. 머리가 커지고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굿하는 사람도 없고
“네 형편이 어렵게 된 줄이야 늬가 시골로 내려오는 걸 보고 알았다만, 그 정도인 줄을 몰랐다. 나도 사실 요즘 경기가 안 좋아서 당장 도와줄 형편은 안 되고, 땅 얘긴 그만 하자. 사실 형하고는 땅에 대해서 근저당 설정이라도 해놓자고 얘기를 했었는데, 형, 좀 더 두고 봅시다. 아무려면 농사짓다가 땅을 다 날리기야 허겄수?”핏대를 높이던 경철이 숙지자 오히려 경수가 볼멘소리를 했다.“그야 모를 일이지. 요새 농사가 어디 옛날 농사냐? 솔직히 경태가 하는 하우스 농사는 투기 비스름한 거 아니냐? 값이 좋으면 대박이 났다가도 잘못되면 걷잡을 수 없이 말아먹는 수가 있다더라. 형제끼리 의 상해가며 근저당은 그렇지만, 어쨌든 경태 늬가 앞으로는 우리하고 매사를 상의해서 하도록 해라.” 두 형이 미리 그런 논의를
며칠 전 춘천에 살면서 생활협동조합에서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지인의 페이스북 게시판에 도루묵에 관한 홍보물이 올라왔다. 도루묵의 계절이다. 지금은 자주 갈 수 없는 곳이지만 춘천은 내가 태어나고 어린 시절을 보낸 아주 특별한 곳이다. 하지만 내가 그 시절을 기억하면서 떠올릴 수 있는 음식들 중에 생선은 양미리와 고등어자반, 그리고 도루묵 정도가 전부다. 아주 가끔 장날에 할아버지께서 사들고 오시던 고등어자반은 지나치게 비리기도 하고 쌀뜨물에 하루저녁을 불린 후 조리해 먹어야 할 만큼 너무 짜서 그랬고, 양미리는 꾸덕꾸덕하게 말려진 상태로 사와서 주로 조림을 해먹었는데 어쩐지 나는 그 양미리조림은 별로였었다. 하지만 도루묵은 아니다. 수수알 같은 큰 알들이 한 보따리나 들어 있어 오로지
비타민 C에 대해 들어보셨나요? 과일이나 채소에 많이 들어있는 영양소이고 피로감을 없애며 우리 몸에 활력을 주는 영양성분이라는 정도는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우리는 비타민을 음식물로 섭취해야 하는데 일부 동물(기니아 피그, 송어, 사람 등)을 제외한 대부분의 동물은 체내에서 생성이 된답니다. 사람도 4000만년 전에는 그랬었는데 유전자 변이로 비타민 C를 만드는 능력이 소실되었다고 하지요. 18세기 영국 해군들이 배를 오래 타고 다니면 괴혈병이 걸리곤 하여 제임스 린드라는 장교가 비타민 C를 공급하였더니 좋아졌다는 옛이야기가 있지요. 신체의 필수 구성 성분인 비타민 C는 혈관, 힘줄, 인대, 뼈의 구성성분인 콜라겐 합성에 필요한 성분이며, 뇌기능에 필수적이며 지방 대사에 관여, 특히 우리 몸에 거
“내가 못할 말을 했냐? 왜 성질부터 내고 그래? 엄마도 있는 자리에서 따질 건 따져보자. 아니 할 말로 지금 엄마 앞으로 되어 있는 땅 오천 평은 결국 우리 삼형제한테 오는 거 아니냐? 요즘은 상속법이 큰 아들이고 막내고 없이 똑같이 돌아간다고 하더먼. 그런데 그 땅에 누가 먼저 손을 대면 그건 아니지 않냐? 넌 농사지어서 갚는다고 하지만 그게 맘처럼 안될 수도 있고. 글고 땅을 담보로 잡히는 거 같이 큰일은 우리하고 상의를 했어야지. 내 말이 틀렸냐?” 흥분한 경태를 보고 움찔한 경철이 차분하게 입을 열었지만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어쩔 수 없이 따지는 듯한 말투가 되었다. 옆에서 담배만 피우고 있던 경수도 어딘지 떨떠름한 표정이더니 한 마디를 보탰다. “넌 언제 상속법까지 알아봤냐? 나도 맏이나 지차나
농촌에서 살다보면 학교에서 배운 지식과는 다른 삶의 지혜들이 있으니 과학적인 잣대를 가지고 대처하는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알 수 없는 것들이다. 그런 삶의 지혜 중 하나는 절기를 따라 사는 것인데, 태양력을 사용하며 사는 사람들에게는 낯선 문화가 될 수도 있겠지만 오랜 시간 음력과 절기를 통해 삶을 꾸려온 어르신들의 먹을거리의 갈무리가 그 대표적인 예가 된다. 도시에서 귀농한 젊은 사람들은 농사일이 끝나면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거나 아니면 그동안 미뤄두고 하지 못했던 일들을 시작하지만, 그 터에서 삶을 유지해온 어른들은 봄부터 키워 수확한 콩을 삶아 메주를 쑤고 긴 겨울동안 먹을 청국장을 띄운다. 때를 놓치지 않고 메주를 만들어 매달아 두어야 좋은 곰팡이가 번식해 잘 뜨기 때문이다. 며칠 전 경남지역에
누당에 벗이 찾아 들었다. 한동안 죽을 고비를 넘길 정도로 건강이 좋지 않았던 벗이 한권의 책을 꺼내들었다. ‘백석의 맛’이라는 책이었다. 이 책은 백석시에 등장하는 음식들을 분류하여 각 음식과 시의 조화에 관한 연구를 발전시켜 펴낸 책이다. 백석은 재북작가로 요즘 같으면 해금은 어림없는 일이겠으나 80년대 후반 창작과 비평에 소개된 이후 해금되어 20년이 지난 지금은 그의 연구서와 시전집 등 그의 시를 즐겨 찾는 이가 많아졌다. 백석이 시 중에 음식이름을 유난히 많이 쓴 것은 음식이 지방의 문화를 대변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백석이 태어난 정주지방은 평안북도로 지방특유의 음식문화가 있었다. 그 음식들은 고스란히 시어로 들어와 감칠맛나는 시들을 만들었다.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음식들이 많고 우리가 들어 보지
골다공증이란 뼈가 만들어지는 것은 감소하고, 뼈가 녹는 양은 많아져서 뼈의 양이 전반적으로 줄어드는 질환입니다. 뼈의 껍질은 얇아지고 뼈 속의 스펀지 모양으로 된 골소주의 수량과 크기는 감소되어, 뼈의 밀도가 약해집니다. 초기에는 외모에서나 방사선 검사에서나 어떤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며, 환자는 허리 쪽의 둔한 통증, 피로감 등의 일반적 증상만을 호소합니다. 그 후 골다공증이 조기 진단이나 치료 없이 진행되면, 점차 허리나 등이 구부러지며, 비로소 방사선 검사에서 척추 뼈의 모양이 변화하거나 찌그러드는 압박골절이 나타나게 됩니다. 흉추, 요추 이외의 뼈에도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가볍게 넘어지기만 하여도 쉽게 손목이 부러지거나, 엉덩이뼈 골절이 일어납니다. 특히 엉덩이뼈 골절환자의 95%는 입원을 필요로
경태가 농사를 짓겠다며 내려올 때 가지고 온 돈은 겨우 천만 원 남짓이었다. 거기에 귀농자금이니, 영농자금이니 해서 농협에서 얻은 게 삼천만 원이었고 다시 논을 담보로 이천을 빌린 것이었다. 그 중에는 서울에 두고 온 처자식에게 생활비 삼아 부친 돈도 있었지만 결국 이년 사이에 고스란히 하우스로 들어간 셈이었다. 날린 돈이 아니고 하우스라는 자본으로 남아서 계속 농사를 짓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라고는 하지만, 쫀쫀히 따지고 보면 해마다 농사에서 돈이 나와야 자본이 되는 것이지, 적자가 지속된다면 허울 좋은 하우스 농사가 자칫 집안 말아먹을 애물단지가 되지 말란 법도 없었다. 가갸거겨를 깨우치지 못해 평생 제 이름자도 남의 손을 빌어서 쓴 찬샘댁이지만 손가락셈만으로도 빤한 일이었다. 요즘은 그래도 일년 중에 제
지리산의 북쪽 산내엔 넓은 논이 없다. 농촌이라기보다는 산촌에 더 가까운 마을이므로 당연한 일이지만 그래도 집에서 먹고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에게 보낼 만큼은 쌀농사가 된다. 최근엔 가까운 실상사에 귀농학교를 통해 귀농공부를 마친 많은 젊은이들이 들어와 살게 되면서 그들이 농사지은 쌀은 이런저런 인맥을 통해 도시로 팔려나가기도 한다. 넓은 들이 없으니 쌀의 산지로 알려지지 않은 곳이지만 그렇다고 쌀맛까지 없는 것은 결코 아니다. 처음엔 서툴게 농사짓기 시작했지만 이제는 나름대로 농사 노하우가 쌓여 밥맛의 풍미가 제법이다. 추수가 끝나면 쌀농사 없는 내게도 먹어보라 조금씩 나눠주는 것 얻어먹는 재미 또한 꽤 재미지다. 쌀은 봄부터 가을까지의 긴 시간을 보내면서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는 평화로운 성질(平性
양귀비는 중국을 두 번 흔들었던 이름이다. 하나는 양귀비(본명 양옥환)로 당현종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여자다. 지금도 미인하면 양귀비를 떠올릴 정도지만 왕이 정사(政使)를 살피지 못하고 정사(情事)만 했으니 나라가 망하고 만다. 또 한 번은 아편 전쟁이다. 아편은 양귀비의 꽃봉오리에서 추출한 즙액이다. 이는 민간에서 삶아서 먹으면 배앓이를 그치게 하는 등 진통효과가 있다. 그러나 지나치면 환각과 중독이 강해 사람을 폐인으로 만들고 만다. 그런 이유로 국내에선 양귀비의 재배를 금하고 있다. 1840년 중국은 영국의 아편 밀매에 대한 폐해가 심해지자 아편 밀매를 엄격히 금했다. 아편 수출국이던 영국은 이에 항의했고 결국 두 나라는 전쟁을 치르게 됐다. 홍콩은 바로 승리한 영국이 손해배상으로 얻어낸 땅이다. 양귀비
최근 들어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문의가 많습니다. 대상포진의 후유증과 위험성이 알려지면서, 이를 예방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상포진은 피부 발진과 물집 형태의 증상이 나타나고 해당부위에 신경통증이 동반되는 것이 특징입니다. 우리나라 성인의 수두 항체 보유율이 90%를 넘는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말은 대부분의 성인이 소아기에 수두에 걸린 적이 있고, 잠재적인 대상포진 위험군이라는 것입니다. 대상포진의 국내 유병률과 관련된 연구에서는 45세부터 급격히 발병이 증가하며, 70대에 최대치에 이른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스터박스라는 백신이 외국에서 만들어졌고, 2006년 이후 사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올해 식약처에서 허가되어 현재 시판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백신을 투여 받은 모든
시장이나 대형마트에 갈 때마다 우엉이 눈에 들어온다. 우엉의 계절이 온 모양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리산 주변에 귀농한 친구들은 밭에 돌이 많아서 그런지 마대자루에 흙을 담아 거기에 우엉을 심는다. 여느 농산물과는 달리 뿌리를 땅속 깊이 뻗기 때문에 캐기가 어려우니 마대자루에 키워 수확할 무렵이 되면 자루 속의 흙을 털어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다. 식구가 서넛뿐인 사람들이 식구들 한두 번 먹을 정도만 심는 방법이다. 친구들과는 달리 나는 우엉을 워낙 좋아해서 자주 먹기 때문에 그런 농사에 결코 만족하지 못하고 자주 우엉을 구입해 교육도 하고 밥상에도 올린다. 우엉은 경상북도나 경상남도의 곳곳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지만 나는 주로 진주시 지수면 압사리의 우엉을 구입해 사용한다. 압사리는 남강을 끼고 자리한 마을
비싼 기름 때가며 지은 오이 농사도 생각과는 달랐다. 그것도 운수소관이라고 해야 할 지, 몇 년 동안 좋았던 값이 경태가 첫 수확을 시작한 때부터 가격이 곤두박질 쳐서 첫 해에만 이천 만 원이 넘게 적자가 나고 말았다. 그 적자를 조금이나마 메워준 게 찬샘댁이 혼자 짓다시피 한 논농사였고 더불어 찬샘댁의 한숨소리도 깊어만 갔다. 속상한 걸로 치면 경태가 내려온 뒤로 형제간에 서로 의가 틀어진 것이 더했다. 위로 두 형은 경태만큼 공부를 잘 하지는 못했어도 서울에서 시작한 직장 생활을 그럭저럭 이어가며 살고 있는 형편이었다. 집을 살 때 논 몇 마지기를 팔아 보태준 것 말고는 부모에게 손을 벌리지 않고 살림을 해나갔다. 명절이면 자가용에 손주들 태우고 삼형제가 줄줄이 들어서는 걸 보는 게 찬샘댁의 자랑이고 남
밀레의 이삭줍기라는 그림이 있다. 넓은 들에 아낙들이 허리를 굽힌 채 이삭을 줍고 있는 그림이다. 이 그림은 볼 때마다 가슴 밑이 서늘하게 하는 힘이 있다. 사람들은 평화로운 농촌풍경을 그린 것이라 말들 하지만 자세히 보지 못한 것들이 있다. 멀리 높다랗게 쌓인 노적가리와 앞의 한줌의 이삭을 줍는 사람을 대비했다. 부와 가난의 대비다. 게다가 멀리 작게 말을 타고 감시하는 지주가 손에 채찍을 들고 있다. 자본과 노동의 대비다. 이삭을 줍는 사람들의 남루함과 지친 듯한 모습을 보지 못하고 평화로운 농촌의 모습이라고 가르친건 엄청난 저의가 숨어있다. 이 그림을 보면 머리에 흰수건을 쓰고 벼이삭을 줍는 어머니의 모습이 겹쳐 가슴이 스산해진다. 가을이면 밀레의 이삭줍기처럼 이삭을 주웠다. 이삭(穗)이라는 말은 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