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우준·권순창 기자]중국산 감귤 수출이 활성화되면서 한동안 침체상태였던 우리나라 감귤 수출은 지난 2020년과 2021년 모처럼 활기를 띠었다. 러시아에서 갑자기 우리나라 감귤을 대량으로 수입한 덕이다. 러시아는 곡물 생산에서는 ‘큰 손’이지만, 과일의 경우 국내 시장의 85%가량을 수입산으로 채울 정도로 국내 재배 여건이 열악하다. 급증하는 겨울 감귤 수요를 주로 중국·중동산으로 대처하던 러시아는 지난 2019년 12월 중국산 감귤에서 ‘귤과실파리’가 검출되자 바로 다음 달부터 전면 수입금지조치를 취했다.이에 힘입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제주 감귤은 지난 1990년대 중반 첫 수출이 시작된 이래 말 그대로 전 세계를 돌며 판로를 찾았다. 예컨대 지난 2000년 무렵까진 캐나다에만 한해 최대 5,000톤에 가까운 물량을 보냈으나 수송 중 품질 저하 문제와 중국산 감귤의 부상을 극복하지 못해 오늘날 캐나다로 향하는 감귤의 양은 1/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이어 2012년엔 이역만리 영국에 1,500톤을 보내는 데 성공하기도 했지만, 검역 문제로 인해 현재 영국으로 향하는 감귤은 없다.최근에는 중국산 감귤의 수입이 막힌 러시아 시장을 확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러시아와 캐나다를 대상으로 하는 제주 감귤 수출은 농가 소득 향상과 내수 조절 등 그 효과가 여러모로 입증됐다. 수출 물량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러시아와 캐나다 등이 무엇보다 ‘감귤의 크기’를 중요하게 여기는 까닭에 국내에서 등한시되는 표준규격 2L 이상인 큰 감귤의 굳건한 소비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국내 소비가 저조한 큰 크기의 감귤을 가공용으로 판매하는 것보다 수출할 경우 kg당 더 높은 단가를 수취할 수 있어 소득에 도움이 된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아울러 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소농의 판로를 제공하고 대안농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알림으로써, 생산자-소비자 간 ‘연결짓기’ 작업을 계속하는 '농민친화적 기업'들도 눈에 띈다. 대표적 사례 중 하나가 친환경 소농들의 친구로 자리잡은 ‘둘러앉은밥상(대표 한민성)’의 사례다.둘러앉은밥상은 친환경농사를 짓는 중소농가의 물품만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기업이다. 물품 취급과 관련해 한민성 둘러앉은밥상 대표의 기준은 확고하다. △친환경농사를 짓는 소농가 △판로 확보에 현저한 어려움을 겪는 농가 △같은 재배방식으로 생산한다면 상대적으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만남은 과거부터 농민과 도시민 간에 진행된 도농교류의 핵심 활동이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이래 도시민-농민 교류활동은 과거보다 줄어들었고, 만난다 해도 1년 1~2회 정도의 일시적이고 단발적인 만남으로 그치는 경우가 많다. 신뢰를 기반으로 한 ‘상시적 만남’은 21세기형 도농상생의 핵심 동력이다.괴산-용산 주민들이 만나다충북 괴산군 웅골협동조합(이사장 박형백)과 서울 용산구 다사리협동조합(대표 남기문) 간 만남엔 특징이 있다. 양측 모두 부담 없이, 소소하게, 계속 만난다는 점이다.괴산-용산 주민들의 첫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1960년대 이래 한국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기반으로 중공업 발전정책을 펼쳤다. 모든 경제정책은 ‘수출 확대’라는 지상목표에 복무했다. 도시엔 공장들이 들어서며 산업화가 본격화됐다.그 과정에서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 정책, 농민에 대한 저곡가 정책이 동반됐다. 국가는 노동자에 대한 저임금을 유지하기 위해(그럼으로써 기업 이윤 확대와 가격 ‘경쟁력’ 강화를 위해) 노동자의 주식인 곡물 가격도 낮은 상태로 통제했다.이러한 정책은 이후 한국사회에 심각한 부작용을 낳았다. 저곡가 정책으로 농사짓고 살기 어려워진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한 달 전 죽창을 들고 나락을 불태웠던 정읍시 농민들이 이번엔 벼가 가득 담긴 톤백을 읍·면사무소 15곳에 적재했다. 지난 25일 오전 8시 무렵 신태인읍사무소 앞 주차장에는 이미 스무개 남짓한 톤백이 쌓아 올려졌고, 이날 하루 끝엔 100여개의 톤백이 거대한 벽을 이뤘다.죽창을 든 지 한 달여 만에 농민들이 다시 나락을 쌓아올린 이유는 쌀값 폭락에 대한 책임을 정부에 묻기 위해서였다. 정읍 농민들은 ‘쌀 소비가 줄고 있는데 농민들이 벼를 많이 심어 시장 논리에 의해 쌀값이 폭락했다’는 정부 논리를 새빨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지난 24일 오전, 충남 예산군 봉산면 일원에서 농민 이봉구(50)씨를 만났다. 새벽부터 논밭에 나와 밥 챙겨 먹을 시간조차 없다는 가을걷이철, 바쁜 와중에 짬을 내 만난 이씨 또한 지게차로 수확한 벼가 담긴 톤백을 옮기고 건조기에 벼를 쏟아붓느라 여념이 없었다.이씨는 인근 논에서 수확해 건조장 앞으로 가져온 벼를 옮기기까지 지게차와 트럭에 몇 번이나 타고 내리기를 반복했고, 건조기 투입구에 맞춰 지게차로 톤백을 이동시킨 뒤에는 쏟아지는 벼를 이리저리 힘줘 조정하기도 했다. 쉽지 않아 보이는 작업의 연속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45년 만의 최대치 쌀값 폭락.2022년 농민들의 상황을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지난해 수확기 이전부터 본격화된 쌀값 하락세는 정부의 미온적이고 책임감 없는 태도와 함께 결국 올해 걷잡을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선제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농민들의 요구를 정부가 묵살하고 결과적으로는 효과도 못 낸 ‘물가안정’만을 우선 쫓은 결과다.농민들의 쌀값 투쟁은 지난해 말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작황 조사를 통해 쌀 초과 생산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시장격리 골든타임을 지키지 않은 농식품부 앞에 나락을 적재했고 즉각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바야흐로 조합장 선거 시즌이다. 해마다 진행하는 조합원 실태조사도 이 즈음이면 한층 엄중한 분위기가 감돌게 마련이다. 농협은 지난 두 번의 전국 동시조합장선거에서 무자격조합원 문제로 말미암은 숱한 당선 무효소송에 골머리를 썩었다. 정리를 하기 싫어도 해야만 하는 상황에 놓였고, 실제로 지난 몇 년간 상당수의 무자격조합원들이 농협에서 제명됐다.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진 않다. 농협의 조합원 실태조사는 단순히 서류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농지원부, 농업경영체 등록확인서, 농지 임대차계약서 등 경작 형태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가짜조합원의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해 12월 13일자 본지가 보도한 인천지역 A축협이다(조합원 650명 중 농민이 50명? 기막힌 도시축협). 무자격조합원 정리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합원 실태에 대한 전 조합원들의 폭로가 터졌는데, 전체 조합원 650명 중 약 600명이 농업의 ‘농’자도 모른다는 충격적인 내용이었다.A축협 전직 임원·조합원들의 일관된 증언에 따르면 이 조합의 조합원들은 대규모 축사나 양봉장에서 소 2마리씩, 벌 10군씩을 임차 혹은 자기 소유로 계약함으로써 조합원 자격을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농협의 조합원 실태조사가 가짜조합원을 제대로 걸러내지 못하는 건 기계적으로 서류 구비 여부만을 살펴보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전남 해남의 D농협에서 직원조합원(농협 직원이면서 조합원에 등록된 이들) 전답에 대한 대규모 현장실사가 이뤄져 눈길을 끈다.실사가 결정된 건 이사회에서다. 올해 두 차례의 이사회에서 직원들이 직원조합원 수를 다르게 보고하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일부 이사들이 실사를 요구한 것이다. 이에 지난 9월 감사와 직원들이 직접 현장을 돌며 직원조합원들의 경작 여부를 조사했다.결과는 놀라웠다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만약 가짜조합원이 ‘제대로’ 정리된다면 전국 농협 조합원 수는 최근 몇 년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할 가능성이 크다. 도시지역이나 인구소멸 위기지역 농협의 경우 조합원 부족으로 존폐의 기로에 직면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에 대한 후속 대응책은 허탈할 정도로 논의된 바가 없다. 대응해야 할 상황(가짜조합원 정리)부터가 현실성 없게 느껴지는 탓이다.왜 현실성이 없을까. 가짜조합원을 찾아내는 일 자체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해남 D농협의 사례(가짜조합원 정리, 임원·조합원 의지에 달렸다)에서 볼 수 있듯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수입 밀가루를 대체할 건식 쌀가루 산업화를 핵심 과제로 추진해 식량안보와 쌀 수급 안정 문제를 개선할 것이다.”쌀값 폭락이 현실화된 가운데 윤석열정부의 첫 농정 수장을 맡게 된 정황근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장관이 지난 5월 취임식에서 한 말이다. 실제로 농식품부는 한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6월 8일 ‘분질미(가루쌀)를 활용한 쌀 가공산업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루쌀 재배를 통해 기존 밥쌀용 벼 재배 면적을 줄여 쌀 수급 균형을 달성하고, 가루쌀로 수입 밀을 대체해 밀 자급률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정부는 가루쌀 전문생산단지를 2026년까지 4만2,000ha(헥타르) 조성할 계획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는 2,000ha를 모집했는데, 약 3,300ha가 접수돼 농가들의 ‘가루쌀’에 대한 관심을 실감케 했다.신동춘씨도 곡성군 내 가루쌀 재배 농가들과 함께 공동으로 80ha를 재배단지로 지원했는데 65ha를 배정받았다. 정부는 2023년에 생산단지에서 생산되는 가루쌀을 전량 공공비축미로 매입한다는 방침이다. 또 국산 밀이나 조사료 등 동계 작물과 이모작하는 경우 전략작물직불제를 통해 ha당 250만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국정감사 최대 화두는 단연 ‘쌀값’이었다. 197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진 쌀값을 두고 여야 간 치열한 공방이 벌어졌다. 앞서 정부는 45만톤의 쌀을 수확기에 매입해 시장에서 격리함으로써 폭락한 쌀값을 회복시키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공공비축 물량 45만톤을 포함하면 총 90만톤을 수확기에 시장에서 격리하는 셈으로, 정부는 현재 80kg 기준 16만원대 초반까지 폭락한 쌀값이 13~18% 정도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하지만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농가소득을 뒷받침하기 위한 농가공의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최근 지방자치단체들이 직접 설립하는 공공형 농가공지원시설이 늘어나는 추세다. 소규모 농가공에 초점을 맞춰 3년째 실질적인 가공 창업을 돕고 있는 한 지역농산물가공센터의 사례를 통해, 가공에 대한 접근성이 향상된 농가의 만족과 이를 이끌어 낸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을 들여다봤다.전라북도 익산시의 경우 특정 특산품의 대량 생산보다는 다품종이 소량으로 생산되는 시 농업의 특성과 도농복합도시라는 환경 덕에 자체적인 로컬푸드 판매망이 비교적 잘 자리 잡은 지역이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우리나라의 「식품위생법」은 제2조에서 ‘영업’을 ‘식품 또는 첨가물을 채취·제조·가공·조리·저장·소분·운반 또는 판매하거나 기구 또는 용기·포장을 제조·운반판매하는 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서 ‘농업과 수산업에 속하는 식품 채취업’은 대상에서 제외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는 다시 말해 1차 생산을 하는 농어민이 이를 가공해 판매하는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전통농업에서 농산물 생산과 떼려야 뗄 수 없었던 ‘농가공’은 이제 반드시 자본을 거쳐야만 하는 ‘산업’의 영역으로 넘어갔
‘잘 키운 농산물로’‘제품을 잘 만들고’‘체험문화까지 잘 즐기는’‘참 잘 하는 6차산업’정부의 6차산업 소개 누리집(www.6차산업.com)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홍보문구이자 관련 지원사업의 핵심기조다. 농민이 농사를 지어(1차) 스스로 가공을 하고(2차) 또 직접 판매와 영업까지(3차) 병행해 가치의 곱으로써 더 많은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일련의 과정을 ‘6차산업’, 공식적으로는 ‘농촌융복합산업’으로 명명해 활성화 지원·육성을 시작한 지 벌써 8년이 흘렀다.우리 농산물을 주원료로 활용해 만든 질 좋은 가공식품을 발굴하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민·농업·농촌정책기본법(농민기본법) 제정을 위해, 농민운동가들은 지난 수년 간 전국 방방곡곡을 뛰어다녔다. 농민들의 노력에 진보정당이 합세했고, 올해부턴 농업·농촌·농민 문제를 고민하는 법조인들이 힘을 합쳤다. 이들 모두의 노력으로 농민기본법 초안이 마련됐다. 농민기본법 제정운동 주체들은 이제 본격적으로 법 제정을 위한 사회적 대화를 시작하고자 한다.농민운동 주체들은 오랫동안 현행「농업·농촌 및 식품산업 기본법(농업식품기본법)」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2019년 1월 7일 본지 주최로 진행된 필진 간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