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누군가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적 존재다. 아이들에게는 부모의 돌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성인이 된 청년에게도 돌봄은 큰 힘이 된다. 누구에게나 돌봄은 따뜻한 관계를 형성시켜준다. 우리 사회는 물질적으로 풍요로워졌지만 돌봄과 치유가 필요한 사람이 너무나 많다. 특히 신체적, 정신적 건강상의 문제로 타인과의 관계에 어려움을 겪거나 사회와 단절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인의 경우 더욱더 절대적이다. 치유농업, 돌봄농업은 사회적 가치를 어떻게 실천할 수 있을지 막막해 함께하지 못한 사람들에게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우리 사회에 대표적인
소설《투명인간》에서 주인공은 몸이 투명해지는 약물을 발명하지만, 투명하기 때문에 타인과의 관계가 단절된다. 결국은 미쳐서 살인을 저지르다가 처단당하는 것으로 소설이 끝난다.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면 살 수 없고, 인정받으려면 남들이 나를 볼 수 있어야 한다. 가시성은 생존의 필요조건이다. 투명해서 존재감을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많다. 농민도 그중 한 부류다. 국민의 절반이 농촌에 살던 수십 년 전과는 달리 농민은 소수 집단이 됐으니, 농사짓는 삶과 농촌 살이에 대한 이해(理解)와 심정적 지지가 줄어든 당연한 결과라 말할 수 있다.
40년을 도시에 살다가 선택하게 된 농촌에서의 삶은 비록 몸은 힘들고 경제적으로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조용하고 따뜻하고 평화로웠다.고라니도 보고 멧돼지도 지나가는 산 바로 아래에 살다 보니 차 소리도, 사람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연의 소리뿐이다. 가끔 경주 아파트에 사시는 엄마 집에 가면 밤새 차 소리와 온갖 소음에 잠을 이루지 못한다. 태어나고 자란 경주를 늘 그리워하고 사랑하지만, 이제는 경주보다 곡성이 더 좋다. 곡성은 그렇게 나에게 제2의 고향이 되었다.그런데 그렇게 조용하고 평화로운 곳에 폐기물 처리장이 재가동을 준비하
오뉴월에 된서리라고 하더니만, 초여름 날씨에 접어든 6월 초 어느 날 이웃 화천군에 지름 2cm에 이르는 커다란 우박이 내렸다. 이제 막 자리를 잡아 10여일 뒤 첫 수확을 기다리고 있던 오이, 호박 등이 그야말로 초토화되고 말았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창 봉지 씌우기를 하고 있던 복숭아, 사과 등 과수농가들은 우박피해로 인해 한해농사를 정리해야 한다고 푸념하고 있다.몇해 전부터 간간이 나타나던 기후위기의 징조가 이렇게 농민들에게 다가왔다. 기후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된 농민들은 앞으로 매년 농사를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된 것이다
요즘 충북·경북·강원도의 넓은 면적에 우박이 쏟아져 농작물 피해가 극심하다. 봄에는 4만4,000ha를 훌쩍 넘는 면적에 냉해가 발생했다. 올해는 엘니뇨 현상까지 더해져 기후위기가 심각한 수준에 와 있다. 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끝이 보이지 않아 밀을 키워야 하는 농경지에 물을 공급하는 카오후카 댐까지 폭파돼 자연재해에 인재까지 겹친 상황이라 먹거리의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이런 위기 속에서 우리나라의 농업과 농민이 처한 상황을 보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곡물자급률이 18.5%로 급락했는데, 농업생산비는 26
2000년 제1차 여성농업인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된 이후 지금까지 여성농민의 권익보호, 삶의 질 향상 등의 목적 아래 다양한 시책들이 발굴되고 시행돼 왔다. 시대의 변화 속에서 과거보다 진전된 정책은 사회에 만연한 문제들을 하나둘씩 들쳐내며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이 중심에는 바로 자신들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오랜 세월 싸워온 여성농민의 투쟁이 있었다. 투쟁으로 쟁취한 대표적인 정책 중 하나가 바로 ‘여성농민 행복바우처’다.여성농민 행복바우처는 농촌사회에서, 가정에서 수많은 역할을 담당하면서도 지금까지 제대로 대우받지
자유, 공정, 상식. 현 정부 출범 이후 자주 강조되는 것들이다. 마치 현 정부 출범 이전에는 그런 것들이 없었거나, 매우 부족했다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물론 정권의 교체 시기마다 전임 정부의 실정을 부각해 현 정부를 더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은 늘 있었다. 현 정부의 성과를 더욱 빛나게 하려면 비교 대상이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과연 그것이 정당한 평가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것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비교하고 비판할 수 있는 대상이 있으면 된다. 현 정부 역시 임기 종료 후 어떠한 형식으로든 공과를 평가받게 될 것이다. 부디
정부는 지난 2021년 8월 지역인구감소 및 지방소멸 위기대응을 위해 지역이 주도적으로 지역의 특성에 맞는 인구활력정책을 추진하도록 지원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도입을 결정하고, 동년 10월에는 인구증감률, 인구밀도, 청년순이동률, 고령화율, 조출생률 등 8개의 인구감소지수를 바탕으로 89개 시·군을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발표했다. 그리고 2022년 2월 ‘지방소멸대응기금 배분 등에 관한 기준’을 제정·고시했으며, 동년 6월에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제정했다. 이로써 인구감소지역 지원을 위한 법적인 기본틀을 갖추게 됐다.이렇게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올해 유독 비는 와야 할 때 오지 않았고 되레 오지 않아야 할 때 쏟아붓듯 내려 작물에 적지 않은 피해를 야기했다. 또 얼마 전엔 충북·경북․강원 등의 지역에 알사탕만 한 우박이 내려 농작물과 농민들의 마음을 생채기 냈다.이처럼 이상기후와 자연재해는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해지고 또 빈번해지고 있지만, 농업재해 대책은 여전히 미약한 실정이다.자연재해로 인한 농업 피해 발생 시 정부는 농어업재해대책법에 근거해 농약대와 대파대 등의 복구비를 지급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 7월 관련 고시를
조합장 모임(농협조합장 정명회)에 초빙된 현의송 한일농업농촌문화연구소 대표의 강의 중 한 대목이다. 조합장 당선을 위해 너도 나도 목을 매는 우리나라와 달리 일본 농협 조합원들은 어지간해선 조합장을 맡으려 하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나라 조합장들은 조합을 경영하다 손실이 나도 ‘중대한 과실’이 아닌 이상 법적 책임이 없지만, 일본 조합장들은 일반적인 조합 손실도 자비로 변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건강한 조합의 경우 조합장이 되려는 사람은 오랜 시간 치열하게 공부하고 준비해서 조합장 자리를 물려받는다. 여러 사람의 공동자산을 관리
충청남도 예산에 내려온 지 3년, 누군가 물어보면 늘 이야기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전입신고를 하고 주말을 지나 예산에서 맞이한 첫 월요일 오전 8시 30분경, 동네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네에 한 명 들어와서 전화했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서울 촌놈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무엇하러 내려왔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아무 생각없이 ‘농사’ 지으러 내려왔다고 전달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일품이었다. “미쳤구만.”한평생 농사지어 살아온 동네다. 그리고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대답한 청년이건만 돌아온 대답은 ‘미쳤구만’이었다. 직
2021년 온 국민의 공분을 샀던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농지투기 사건 이후 정부와 여당은 ‘농지법’ 개정에 온 힘을 쏟았다. 농촌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경쟁적으로 ‘농지규제’를 강화하는 법 개정안을 발의하는 모습도 보였다.당시 농림축산식품부도 농지관리 개선대책을 서둘러 발표하면서 국회의원들의 경쟁적 농지법 개정안도 수그러들었다. 정부가 제시한 선에서 농지법은 개정됐고, 지난해 8월 18일부터 시행 중이다.법이 개정되면서 몇 가지 유의미한 변화도 있다. 개정된 농지법에 따라 정부는 농지위원회 심의제도와 농지 임대차 신고제
올해도 절반이 지나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또다시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예산이다. 현재 많은 지방자치단체에서 제2회, 제3회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해 의회에 제출하고 있다. 논의 중인 추경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바로 내년 본예산 규모다. 2024년 예산이 확정되기 전에 현장의 요구를 전하기 위해 각 지역 농민단체들은 한발 앞서 대응하고 있다.많은 지자체에서는 국비 예산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세우고 신규사업 발굴에 혈안이 돼 있다. 지역구 국회의원들 역시 각 중앙부처를 방문하며 지역구 사업을 정부 예산에
축산물 모방 식품의 제도적 명칭을 고심하던 정부가 이를 ‘대체식품’으로 통칭할 것이라는 소식이다. 이는 지난달 24일, 한국과학기술한림원이 개최한 ‘대체 단백질 식품과 배양육의 현재와 미래’라는 토론회에서 식품의약품안전처 책임자가 언급한 사실이다. 이 자리에서 “고기를 대체할 목적으로 생산되는 이 식품군의 명칭이 ‘대체식품’으로 결정됐다”고 밝혔다는 것이다.아울러 “대체식품이 국민들에게 안전하게 공급되는 것뿐만이 아니라, 신기술을 개발하는 식품업체의 경쟁력 강화를 고려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고민하고 있음”을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엘니뇨는 남아메리카 페루 및 에콰도르의 서부 열대 해상에서 수온이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이다. 엘니뇨는 스페인어로 남자아이 소년이라는 뜻, 반대로 그곳의 수온이 낮아지는 현상을 라니냐라고 한다. 라니냐는 여자아이라는 뜻이다. 태평양 서부의 수온이 2도 오르고 내리는 현상은 지구의 기상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물의 온도의 변화는 아주 오래전부터 규칙적으로 반복되어왔고, 일부에서는 지구환경 파괴의 생생한 증거로 이야기되곤 한다. 지구가 스스로 균형을 맞추려는 물의 온도변화를 지구온난화의 증후로 볼 수는 없지만 그 변화의 폭이 커진 것은
지난해 농가의 평균 농업소득 949만원. 전년 대비 26.8% 하락.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대 감소.세 자릿수로 떨어진 농업소득. 긴말이 필요 없다. 농업‧농촌‧농민이 위기다. 일 년 내내 농사지어 생산한 농산물을 판매해 손에 쥐는 수익이 1,000만원에 미치지도 못한다. 재작년까진 농업소득이 10여년째 1,000만원대에 정체돼 있다며 관련 대책 마련 등을 정부에 촉구하곤 했는데 이제 이마저도 옛말이 됐다. 그때가 ‘호시절’이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블랙코미디가 따로 없다.사실, 농업소득 감소는 예견된 일이라 볼 수 있다.
전국 농가의 경제상황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가 매년 발표된다. 지난달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농가경제조사가 그것이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2년 농업소득이 1,000만원도 안 되는 949만원이었다. 한 달 월급도 아니고 1년 동안 농사지어 번 돈이 그야말로 대폭락한 것이다.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며 연봉 6,000만~ 7,000만원을 받는 사람들도 연봉이 줄어든다면 힘들 텐데, 1,200만원 하던 농업소득이 900만원대로 떨어졌으니 농민들의 삶이 어떨지 가늠이 된다. 얼마나 팍팍할 것인가, 그저 답답할 따름이다.더 큰 문제는 20
정부는 수도권 그린벨트 규제 완화, 기업 규제 완화 등 지난 1년간 대대적으로 규제를 풀었다. 어느 집단을 위해 규제를 풀고자 하는지 그 방향성도 명확하다. 자본이 많은 사람들의 주머니를 더 채울 수 있는 방향으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가 지켜야 할 가치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규제 완화라는 명목으로 농지 투기를 부추기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 더 활기를 띄고 있다. 정부의 규제 완화에 발맞춰 지자체에서는 농지 개발에 속도를 내고 그린벨트의 중요성은 온데간데없이 개발사업에 전폭 지원할지 모른다. 반면 생존을 위해 투쟁하
순천린비료공장에서 ‘사변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인비료 생산을 개시한 것이다. 지난달 7일 로동신문은 순천린비료공장이 “지금 맡겨진 린비료 생산계획을 수행 중”이라고 보도했다.인비료 생산이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북한에서 생산되는 화학비료는 질소비료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흥남비료련합기업소와 남흥청년화학련합기업소 2곳이 전국적인 질소비료 수요를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공장 건설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지금 농사에서 제일 걸린 것이 린비료이며 린비료만 제대로 시비하여도 알곡을 수십만톤이나 증수할 수 있다”며 건설을 독려
고달픈 현대사회에서 인간은 어떤 희망을 품고 살아갈까? 월급의 일부를 모아 유럽여행을 떠날 날을 기다리며 하루하루를 버티기도 하고, 조금 더 쾌적한 집으로 이사하기 위해 전세자금을 꼬박꼬박 저축하며 살아가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꿈은 현실을 반영하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조금은 사치스러운 이상을 꿈꾸게도 한다. 팍팍한 삶만 생각한다면 너무나 우울하기 때문에 우리는 꿈을 위해 희망의 끈을 부여잡고 살아간다.하지만 먹고사는 현실적인 문제는 달콤한 꿈보다는 생존을 위한 치열한 현실세계로 내몬다. 이동권을 보장받기 위해 지하철역에서 투쟁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