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에서 태어나 어머님이 해마다 씨앗을 받아 이듬 해에도 심는 것을 보며 자랐다. 이후 대전 시내 변두리의 조그마한 텃밭에서 깨와 콩 등을 심었다. 심으면 씨를 받아야지 하는 건 어렸을 때부터 몸에 배이게 되었다. 어렸을 적 어머님이 계속 간직하던 담배상추 씨앗을 종묘가게에서 사서 그 씨앗을 계속 받아서 지금까지 심고 있다. 벌써 40년의 역사가 되었다.16년 전 대전에서 제주로 내려오면서 키우던 씨앗을 고스란히 들고 왔다. 그렇게 키운 씨앗들이 조금씩 늘어나 지금은 담배상추, 아욱, 각시동부, 신선초, 머위, 돌나물, 피마자, 참죽, 삼백초, 방아, 어성초 등을 보유하고 있다. 지금도 밭으로 와 각종 씨앗들을 보며 궁금해하는 이웃들에게 씨앗을 나누면서 토종씨앗을 지켜온 삶의 즐거움과 의미를 느낀다.
새끼줄은 그 쓰임새에 따라 굵기가 다르다. 짚신을 삼을 때 사용하는 새끼처럼 아주 가느다란 놈이 있는가 하면 어른이 잡으면 손아귀에 가득 차는 굵기의 ‘동아줄 급’ 새끼도 있다.내 고향인 남해안 섬마을에서는 70년대 초까지만 해도 볏짚으로 꼰 새끼줄을 노 젓는 배(목선)의 밧줄로 사용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배를 접안하여 선착장의 말뚝에 묶어둘 때, 그리고 물속에 닻을 드리울 때 사용하는 그 밧줄은 특별히 튼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끊어지기라도 하는 날엔 섬마을 사람들의 전 재산인 배를 잃어버릴 수도 있었다. 물론 소의 고삐로 사용하는 것 역시 일반 새끼줄과는 달라야 했다.밧줄을 만들기 위해서는 꼰 새끼를 또 꼬아야 한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오던 길에 매우 흥미로운 장면을 구경하였다.다 큰 어
아는 사람의 권유로 3년 전부터 인근 바닷가 마을 언니들과 겨울 공동 작업을 합니다. 마늘멀칭(난지형 마늘농사에서 두세 잎이 돋아난 어린 마늘 위에 비닐을 씌워 그 위로 마늘을 빼는 일)작업을 끝낸 바로 직후, 11월 초부터 겨우내 굴작업을 같이 하는 것입니다. 풍광이 좋은 남해바다에 감탄하며 구경만 하다가 막상 바닷일을 같이 하려니 보통 어려운 것이 아녔습니다. 굴을 까는 것도 손에 익지 않고 물때에 맞춰 자연산 굴을 채취하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굴 껍질의 이마부분을 정교하게 때려서 알굴을 빼 내야하는데 내 손을 찍어 멍이 들기도 하고, 남들은 두 개 깔 때 하나도 못 까며 버벅거리도 했습니다. 한달에 두 번씩 바뀌는 밀물과 썰물 시간도 알기 어려웠습니다. 바람이 불면 바람 분다고, 비오면 비온
[한국농정신문 홍기원 기자]3,11 조합장선거에 불출마한 이복재 전 양동농협(경기도 양평군) 조합장이 자신의 41년 농협 재직경험을 책으로 엮었다.은 1980년대 연말결산을 앞두고 적자결산을 피하려는 지역농협의 모습을 전하는 장면부터 시작한다. 돈이 없어 이자상환조차 못하는 농민, 회수액 목표미달로 시달리는 농협 직원, 그리고 명의유용대출 등의 분식결산을 감행하는 지역농협의 실태가 생생히 그려져 있다. 저자는 첫 장면의 제목을 ‘살얼음판을 걷듯이’라고 정해 시골농협 운영의 어려움을 표현했다.이 전 조합장이 재직한 양동농협은 2010년 종합업적평가순위가 그룹 내 67개 조합 중 57위를 기록했던 ‘꼴찌농협’이었지만 2013년 종합업적평가에선 최우수상과 상호금융대상 최우수상
“이 사회가 점점 보편적 복지로 나아가고 있는데 찬물을 끼얹는 행위다.”여영국 경남도의회 의원, 홍준표 경남도지사의 무상급식 예산 지원을 중단하는 행태를 규탄하며.“자기들 돈 같으면 그렇게 쓰겠어요?”서상희 충남대 수의과대학 교수, 정부의 FMD 백신정책이 관료주의에 빠져 국민들의 혈세가 의미 없이 허비되고 있다며.“농협은 직원이 많아서 인건비 주느라 농자재값이 비싼가.” 무안의 양파 재배 농민, 농자재를 저렴하게 팔면서도 해마다 사업을 확대하는 농약방과 농자재를 비싸게 팔면서도 해마다 적자를 보는 지역농협을 바라보며 한 마디.
손과 간단한 도구를 사용하여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손 수(手)’자를 써서 수공업이라 한다. 그런데 새끼줄을 생산하는 일은 수공업 중에서도 손바닥 이외에는 아무런 도구가 필요 없으므로 ‘손바닥 장(掌)’자를 써서 ‘장내 수공업’이라 할 만하다. 다른 도구나 설비가 필요치 않으므로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아도 된다. 토방마루건, 허청이건, 느티나무 그늘 아래이건, 논밭두렁이건 볏짚과 손바닥만 있으면 슥슥 비벼서 새끼줄을 생산하는 것이 가능하다.나일론 줄이 대중화되기 이전까지는 모든 물건의 포장 혹은 결속 수단이 새끼줄이었으므로 집안에 늘 여분의 새끼를 갖춰놓아야 했다. 들판에 곡식을 거두러 갈 때나 산에 나무하러 갈 때에도 낫과 지게와 함께 새끼줄 서너 발을 챙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그러나 이런
올해 78세이신 시어머니는 평생 농사를 지어 오셨습니다. 농지가 좁고 비탈진 남해 땅인 만큼 기계화가 덜 되어 고구마며 마늘 등의 농사를 줄곧 해 오셨던 까닭에 길을 걸으실 때는 허리가 90도로 꺾여서는 힘들어하십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노인의 상징인 듯한 지팡이를 멀리하시더니 요즘은 짧은 거리를 이동하실 때도 사용하십니다. 그만큼 불편하시다는 뜻일 것입니다. 그러면서도 농사에 관해서는 웬만한 지식은 다 가지고 계십니다. 철마다 곡식 심을 때는 언제이며, 언제쯤 여물었는지를 잘도 아십니다. 사소한 징표에도 일기의 변화를 읽어내고 날씨에 맞춰 농사계획을 세우시는 일등 농사꾼이십니다.그 중에서도 씨앗관리를 참 잘 하십니다. 수확한 콩이며 깨 등 갖가지 곡식들 중 제일 튼실한 놈을 골라 씨앗으로 남겨 두십니다.
세월호유가족 웅기군의 아버지 김학일님과 승현군의 아버지 이호진님이 고난의 십자가를 지고 진도 팽목항을 거쳐 다시 김제를 찾은 건,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해 8월 10일경이었다.나는 그날 진료를 서둘러 마치고 그분들이 잠시 쉬고 있었던 김제 원평성당에 들렀다. 애초의 계획은 찾아 뵙고 혹시라도 아프신 곳이 있으시면 한방진료라도 해드리려는 심산이었지만 정작 그분들게 필요한 것은 그분들의 심적 고통을 공감하는 사회분위기였다. 그래서 나는 애초의 계획을 바꿔 일행들의 도보행진에 동참하였고, 두 시간 남짓 걸은 후, 나는 다른 일정이 있어 다시 돌아갈 수 밖에 없었다. 그 때 금구에서 나를 다시 원평성당까지 낡은 트럭을 몰아 데려다 준 한 농부의 사연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나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다.
“당연히 정선택 씨도 그리 생각할 줄 알았소. 내가 그래도 사람 보는 눈이 있다니까. 그 때 같이 다니던 김재열이나 그런 친구들은 아무래도 삐딱한 자들이었고.”진담이 숨어있는 농을 던지며 권순천은 너털웃음을 지었다. 그런 식으로 재열을 평가하는 것에 살짝 반감이 일었지만 그들의 눈으로 보자면 어느 정도 맞는 말이기도 했다. 선택이 재열과 거리를 두게 된 것도 직접 정치에 뛰어들고자 하는 재열의 선택에 찬동하지 않았기 때문이지 않았던가. 그러고 보니 이번 군사 정변 와중에 재열이 어떤 선택을 했을지 궁금해졌다. 어쨌든 아직 권순천이 찾아온 이유는 짐작할 수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시골에 처박혀 사는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선택이 조심스레 묻자 권순천이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지금 알만
l 농촌진흥청사라져가는 종가 음식을 찾아내 정리한 에는 2010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 음식 문화의 맥을 잇기 위해 발굴한 27개 종가의 음식이 실려 있다.▲섬김, 조상의 얼을 기리는 제사 상차림 ▲모심, 부모님 은덕에 보답하는 올림 상차림 ▲나눔, 넉넉한 품을 나누는 손님 상차림 ▲채움, 정성으로 빚은 주안 상차림 ▲베풂, 마음으로 채우는 내림 상차림 등 5가지 주제로 나눠 구성돼 있다. 또한, 일반인들도 종가 음식 만드는 법을 쉽게 배울 수 있도록 ‘집밥, 종가 음식으로 차리는 건강 밥상’도 소개한다.
l 밀양구술프로젝트그들은 왜 송전탑을 반대했을까. 송전탑으로 인해 마을은 어떤 피해를 입었으며, 삶의 터전은 어떻게 짓밟혔나. 는 밀양 송전탑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 17명의 구술을 기록하고 있다. 기록노동자와 작가, 인권활동가 등이 모여 밀양 주민들을 찾아갔다.돈과 힘을 앞세운 한전과 정부에 대한 분노부터 돈 앞에 무너진 이웃을 향한 배신감, 그리고 공권력 앞에 무력할 수밖에 없었던 감정이 그대로 실려 있다. 이 책은 2014년 6월 11일 행정대집행을 두 달 앞둔 4월 출간됐다.
이제 봄인가 싶더니 꽃샘추위가 한창이다. 추운 겨울에서 뜨거운 여름으로 가는 길목인 봄에는 변화도 많고 일교차도 심하다. 봄철에 맞는 양생법(養生法)을 알아보자.양생법(養生法)은 한의학에서 병을 미리 예방하며 건강을 도모하는 모든 활동을 말한다. 한의학에서는 ‘치어미병(治於未病)’이라고 해서 병이 나기 전에 미리 다스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때문에 한의학 최고 원전인 ‘황제내경’에서도 계절에 따른 양생법이 나와 있다. 봄철 건강관리 방법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춘삼월은 천지가 모두 생(生)하며 만물이 생겨나고 번영하는 시기이므로 밤에는 늦게 자고 아침에는 일찍 일어나서 천천히 마당을 거닐고, 의복과 머리를 느슨하게 하여 몸을 편안하게 하며, 마음의 뜻은 살리는(生) 것에 중심을 두어 생겨나는
그는 선택보다 대여섯 살 위였고 수원에서 이미 정식 공무원이었기 때문에 선택과 그다지 친하게 지내지는 않았다. 다만 그의 처가가 선택의 고향 읍내였고 그런 연유로 몇 차례 이야기를 나눈 게 전부였다. 그런 그가 갑자기 선택을 찾아왔으니 천만뜻밖이었다. 서울에서 버스를 갈아타며 오려면 꼬박 하룻길이 걸리는 거리였는데, 더욱 놀랍게도 그는 운전기사가 딸린 자가용을 타고 왔다. 신작로에 이는 뽀얀 먼지를 뒤집어쓰긴 했지만 마을에 읍내에서만 가끔 보던 자가용이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다. 마을 사람들은 물론이고 삼촌이며 어머니도 눈이 휘둥그레졌다.“권 주사님이 어떻게 여기를 오셨어요? 그간 안녕하셨지요?”선택 역시 황망하게 인사를 건넸다. 하얀 셔츠에 엷은 양복을 걸친 그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꽤나 높은 자
“조합장이 커피 타주고 차에 잘 태워주면 될 수 있는거냐.”한 지역농협 조합장선거 후보, 현직 조합장이 인지도 올리는 방법을 설명하며 “조합원이 (이같은 방식을)좋게 여기면 방법이 없다”고 하소연.“농민들은 보수적이라서 가격에 민감하다”농협중앙회 직원이 농협 계통구매 제품 가격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농민들이 보수적이어서 가격에 민감한 거였나?
농사짓는 부모님을 거들면서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계속 농사일을 하고 있다. 결혼하고선 직장생활과 농사를 겸하면서 농사 규모가 줄었다가, 지금은 직장은 그만두고 농사에만 전념하고 있다. 주로 콩 농사를 짓지만 토종씨앗 농사를 지어 이웃들에게 나눠주기도 하며 농산물 가공에도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친정에서 50년 동안 재배해 온 토란과 산에서 채취해 20년 동안 재배한 양애(양하)를 각각 5년, 3년째 재배 중이다. 처음엔 콩 농사로 시작했지만 계속 늘어나 지금은 많은 콩과 채소 씨앗들을 지키고 있다. 토종씨앗을 늘려가면서 풍부해지고 다시 심고, 다른 이들과 씨앗을 나눌 때 잘 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키운 토종씨앗으로 기른 곡식과 채소를 먹으면 먹음으로써 건강해진다는 느낌이 든다. 토종씨앗을 지켜
국민학교 3학년 무렵의 어느 날, 우리 동네에 새끼 꼬는 기계가 처음 들어왔다. 나는 까까머리 동무들과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낱 가닥의 볏짚이 순식간에 새끼줄이 되어 나오는 요술 같은 모습을 넋을 잃고 구경하였다. 기계라고 했지만 단순하였다. 두 개의 조그만 나팔이 나란히 붙어서 회전하고 있었는데, 그 나팔 주둥이에다 각각 볏짚 몇 올씩을 넣으면 두 가닥이 따로따로 돌다가 이윽고 합쳐져서 꼬아지는 방식이었다. 그 기계의 역할을 수 세기 동안 사람의 맨손바닥이 해내고 있었던 것이다.나는 그 날, 볏짚 두 가닥이 결합하여 새끼줄이 되자면 사전에 각각 낱 가닥인 채로 충분히 몸을 비트는 예비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원리를 깨달았다. 위대한 발견이었다.손바닥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장 경쾌한 소리가 박수라
해마다 본격 농사철로 접어들기 전인 이맘때에는 지역농협이나 기술센터에서 작목별로 영농교육을 실시합니다. 교육을 주관하는 단위에서는 농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교육이 되고자 검증된 강사를 초빙합니다. 나름 그 분야 최고 권위자를 모시기도 하고 연구자를 모시기도 합니다. 자주 들어도 들을 만한 내용이 많은지 농민들의 관심과 참여가 높은 편입니다.이곳 남해는 단호박 생산량이 전국 5위쯤 되는 곳입니다. 바닷가 경관 좋은 언덕이 많은 남면이나 서면은 농지가 넓지는 않지만 경사진 땅의 밭농사로는 습을 싫어하는 호박농사가 적격입니다.일전에 인근 농협에서 실시하는 미니 단호박 재배교육에 다녀왔습니다. 다른 교육은 조금 들어봤으나 호박교육은 처음인지라 호기심을 가지고 인근마을의 몇몇 언니들과 함께 참석했습니다
구좌읍 김녕리에서 농사를 지은지 20년이 넘었다. 양파, 마늘, 배추 등을 관행적인 농사로 짓다가 유기재배로 당근, 감자 및 하우스에서 깻잎, 얼갈이 등을 재배하고 있다.토종종자에 대한 관심은 전여농이 토종사업을 시작한 2000년부터 가지고 있었고 전여농 제주도 연합 식량주권 위원장을 맡으면서 하우스 주변에 토종 물외, 수박, 고추 ,옥수수, 고구마 등을 심기 시작했다. 채종포 사업을 하면서 푸른독새기콩, 선비잡이콩, 오리알테 등을 재배했다.푸른 독새기 콩은 제주에서 자라는 콩 중에 제주지역 환경에 잘 맞는 콩이고 대부분 콩은 개량종에 밀려 사라졌지만 푸른 독새기 콩은 지금도 제주 곳곳에서 찾을 수 있는 콩이다. 제주 방언으로 달걀을 독새기라고 부르는데 이 콩 모양이 달걀형에 푸른색 띄어서 푸른 독새
어르신들은 늘상 말한다. “나는 아직 마음은 젊다.” 그렇다. 노인들의 마음 속 푸르름은 젊은이들 못지않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살면 언제까지 살겠느냐” 하는 우울한 정서를 내포하고 있다. 예금 만기가 되어 은행을 찾은 노인에게 직원이 만기 1년 연장을 권하자 노인이 화를 버럭 냈다고 한다. 노인에게는 만기 1년이 앞으로 살 수 있을지 아님 세상을 떠났을지 모르는 일인데 그런 쓸데없는 걸 권한다며 직원을 타박한 것이다. 노인 정서에 깔리는 우울함은 노화와 함께 찾아오는 매우 자연스러운 일이다. 인간의 숙명 아니겠는가.하지만 해마다 급격하게 증가하는 노인의 자살문제는 최근 사회문제가 될 만큼 심각한 수준이다. 치매에 걸린 배우자를 지극정성 돌보던 노인이 결국 긴 투병을 이기지 못해 배우자를 살해하고 자살
삼촌은 정말로 호중의 멱살을 잡고 그의 집으로 가서 한 바탕 난리를 피웠다. 선택이 그런 삼촌을 구슬리고 다른 일가붙이들까지 나서서 겨우 삼촌의 노여움이 풀렸다. 말린다고 했지만 실상 정씨가의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삼촌의 편을 들어 천호중의 집안을 혼낸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 일로 기가 죽은 호중은 이튿날 바로 군대로 돌아갔고 얼마 안가 제대를 했다. 그리고 마음껏 허세를 부리던 모습은 간 데 없이 얼마 안 되는 농사에 매달리는 신세가 되었다.호중이 제대하기 두어 달 전, 한창 봄 농사에 바쁠 때에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군인들이 나라를 뒤집어 엎었다는 소식이었다. 마을의 오종 대에 달린 스피커에서 하루 종일 똑같은 뉴스를 전했지만 그 뜻을 제대로 새길 수 있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대체 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