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네댓 개의 당근 줄기를 부여잡고 좌우로 흔들며 쑥, 뭍에서 건너온 베트남 노동자 10여명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제주 특유의 검은 밭에서 주황색 당근을 뽑아 올린다. 이에 뒤질세라 여든을 훌쩍 넘긴 여성농민들과 이주여성노동자들이 뽑아 올린 당근에서 흙을 털어내고 줄기를 잘라 한 쪽에 놓는다. 이들이 지난 자리마다 검은 밭에 주황 카펫을 펼친 듯 당근이 일렬로 놓여 있다.지속된 한파가 누그러지며 잠시 영상의 기온을 회복했던 지난 5일 제주도 제주시 구좌읍 평대리 들녘에선 당근 수확이 한창이었다.이날 밭 작
“농민들의 새해, 달항아리처럼 넉넉하길”정한길 농민의길 상임대표·가톨릭농민회장2021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신축년 소의 해입니다. ‘豊農牛宿(풍농우수)’. 하늘의 별 아홉 번째 자리가 소의 자리입니다. ‘豊’ 자를 보면 ‘豆’는 음식을 담는 그릇이고 이에 그릇에 음식을 담은 모양이 됩니다. ‘農(농)’은 경작을 뜻하는 林과 농기구를 뜻하는 民을 말하며 즉 땅을 일구어 농사짓는다는 뜻입니다. 또 다른 해석은 별을 바라보며 노래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소의 해, 풍년을 기원하는 내용입니다.새해 소망은? 코로나19로 농업의 중요성이 확인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남들보다 출하를 일찍 시작했는데도 가격이 작년 같지 않아. 서울로 보내는데 (적채) 한 상자(16kg)에 2만원 정도라. 파종 시작할 때 태풍이 연달아 몰려와서 못해도 2번씩 심었거든. 빈자리 보이면 심고 또 심고. (출하 초기인) 지금은 최소 3만원은 나와 줘야 되는데. 그래야 생산비라도 건지지. 갈수록 (가격이) 떨어질 텐데….”
“코로나19 종식되고 희망찬 2021년을”농민들에게 어느 해인들 넉넉한 마음으로 마무리한 기억이 있을까마는 2020년 한해는 평생에 기억될 듯하다. 새해 벽두에 발생한 코로나19. 인간의 과학적 자만심을 경고하듯 새해에도 잡힐 가능성이 불확실해 모두가 불안하다.나는 서귀포시 안덕에서 콩, 보리, 조, 메밀등 식량작물을 재배하는 농민이다. 자연재해는 올해라고 비껴가주질 않았다. 4~5월, 평년보다 낮은 온도로 1,000여평 감귤은 달콤한 감귤꽃 향기만 남기고 9할은 낙과해 비상품만 거둬들였다.9월 한 달간 3개의 태풍이 제주를 할퀴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코로나19 감염병 확산과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으로 국가 간 이동 및 입국 제한에 대한 파급력이 가시화됐다. 이에 식량안보에 대한 인식 역시 급속도로 높아지고 있으며, 식량자급을 위해서라도 기후위기에 대한 근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단 주장 역시 강조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극심한 이상기후 현상을 겪은 농업계에서는 확산되는 식량자급 인식에 더불어 정부 차원의 기후변화 대응을 그 어느 때보다 강력히 촉구하는 상황이다.한국농촌경제연구원(원장 김홍상, 농경연)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지속가능한 미래에 대한 인식은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대대적인 가입 거부 운동이 언급될 만큼 올해를 기점으로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한 농민들의 시선이 더욱 곱지 않은 실정이다. 보험 가입자조차 몰랐던 적과 전 보상 삭감(80%→50%)으로 올해 NH농협손해보험은 농민들을 저버렸지만,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 3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1배 이상 높은 493억원을 기록했다. 농업계 일각에선 아예 보험제도를 없애버리자는 얘기까지 심심찮게 나오고 있지만 농협손보와 농림축산식품부는 ‘손해율에 따른 할증 폭 확대’라는 또 다른 개악에 손을 뻗고 있어 논란은 더욱 가중될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농민들에게 2020년은 유독 잊기 힘든 한 해였다. 이상하리만치 따뜻했던 겨울 탓에 병해충 발생이 비교적 많았고, 4월엔 이상저온으로 과수나무 꽃눈 대부분이 고사하는 큰 피해를 입었으며 그치지 않는 장마에 3개의 태풍까지 겹쳐 정상적으로 수확·판매할 농작물이 눈을 씻고 찾아도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특히 4월의 이상저온은 과수 농민들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 약관과 보상 기준이 변경된 줄도 모른 채 기한에 쫓기듯 보험에 가입한 대다수의 농민들은 냉해로 인한 피해 보상이 기존 80%에서 50%로
조용한 들녘에 마을방송 앰프가 수시로 코로나19 상황의 위험성을 알리며 정적을 깹니다. 노동 외의 시간이면 무언가를 소비해야 생활할 수 있는 도시의 삶과는 다르게 자연에 기대어 무언가를 생산하는 생산자의 일상은 코로나든 아니든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사실 동구 밖을 나가지 않고도 그럭저럭 괜찮은 삶을 살 수 있다면, 뭐 그리 나쁜 삶도 아닐 것인데, 소비가 삶을 윤택하게 하고, 경제만이 우리 삶을 승급시킬 수 있다는 신화에 갇혀 모두가 아우성이지요. 코로나19 상황이 너무 안타깝고 염려스럽고, 그만큼 도시 사람들이 더한 고생에 애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제주도 친환경농민들이 코로나19 3차 대유행과 학교급식 중단에 따른 농가 피해대책을 촉구하고 있다.지난 8일 제주도친환경농업협회·제주친환경급식생산자위원회·제주친환경연합생산자회 등 제주 친환경농민단체들은 제주도청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이날 참가자들은 “제주도 대표작물인 감귤의 가격 폭락과, 코로나19 3차 유행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친환경농가들은 대안 소비처 확보에 온 힘을 다하는 중이나, 생산농가와 생산자조직만으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제주도 행정과 농협 등 어느 곳에서도 대책 마
2020년 코로나로 시작해서 긴 장마와 태풍을 넘기고 가을이 지나고 이제 겨울이 왔다. 달랑 한 장 남은 12월 달력을 보니 어려운 시간 자신의 자리를 잘 지키고 단단하게 살아온 우리들이 흐뭇하고 자랑스럽기도 하다.파종부터 수확까지 농사달력은 계절에 맞춰 빠르게 지나가고, 집집이 한해 먹거리 농사인 김장으로 바쁜 계절이 왔다. 농사의 끝마무리로 처마 밑에 시래기들이 달리고, 뽀얗게 썰어 말린 무말랭이들이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단맛이 들고 있다.콩을 털고, 깨를 털고, 씨앗을 거두고 집마당 야생화 꽃씨까지 야물게 거둬 내년을 기약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 NH농협손해보험(대표이사 최창수, 농협손보)이 3분기 누적순이익 4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11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이에 농민들은 농협손보가 정책보험인 농작물재해보험과 농기계종합보험, 농업수입보장 외에도 여러 보장성보험 등을 판매 중이라고 하지만, 올해 초 극심했던 냉해와 기록적인 장마, 수차례 닥친 태풍 등에 보상 감축까지 겹쳐 어려움을 겪은 농민의 형편과 비교해 상반되는 성과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농협손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의 영업수익은 지난해 3조4,150억원보다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농수축산인들의 생활안정을 위한 각종 조세 감면 제도가 올해로 종료 예정이었지만 2022년까지 2년 연장된다.서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6월 대표발의한「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데 따른 것이다.2022년까지 적용기간이 연장되는 조세 감면은 △8년 이상 사용한 축사 및 어업용 토지 양도 시 양도소득세 감면 △농어민이 영농자녀 등에게 농지나 어선 등을 증여하는 경우 증여세 감면 △농어가 목돈마련저축 이자 소득세 비과세 △조합에 예치한 조합원의 예탁금 이자소득과 출자금
[한국농정신문 강찬구 기자]한 해 동안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유행과 지난 여름의 기후변화가 북한 농업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난 9월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내놓은 ‘코로나19 및 기상재해와 2020년 북한의 식량·농업’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의 곡물과 비료 수입량은 올해 상반기 예년 동기대비 크게 줄고 가격도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8월까지 이어진 장마와 이어진 태풍의 영향으로 농경지에 기록적인 피해를 입은 2007년과 비슷한 수준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보인다.보고서는 한국무역협회 해외무역통계를 근거로 북한의 농업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국회가 지난 2일 본회의를 열고 2021년 예산안을 처리한 가운데 농림축산식품부의 내년 예산과 기금 규모도 16조2,856억원으로 확정됐다. 문제는 7년 만에 농업 예산 비중이 국가 전체 예산 대비 3% 아래로 추락했다는 점이다. 농업계는 문재인정부의 농업 무시, 농민 무시가 도를 벗어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농식품부는 2021년 예산이 정부안 16조1,324억원보다 1,532억원 그리고 올해 15조7,743억원 보다 3.2% 증액됐다고 밝혔다.농식품부는 당초 16조1,324억원을 편성해 국회에
밤사이 서리가 하얗게 내렸습니다. 가을걷이가 끝난 빈 논의 벼 등걸들과 결구도 되지 못해 밭두렁에 남아 있는 섭치배추들도 밤새 덮어씌어진 서리 아래서 잔뜩 웅크리고 있습니다. 아침밥을 먹고는 할 일도 없으면서 습관적으로 밭두렁으로 나선 내 어깨도 따라서 오그라드는 아침입니다.두 달이 넘는 장마와 뒤이어 몰아친 태풍, 이로 인한 불가항력의 병충해는 일년농사를 쭉정이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전국에서 최고 수매가를 자랑하는 여주의 ‘진상벼’ 품종은 RPC 통계로만 33%의 감량에 평균 제현율 72%를 기록했습니다. 수매를 포기한 농가와 민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국가 예산대비 농업예산 3%를 지켜라.”국회에서 농업예산 확보를 위한 보폭이 넓어지고 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그 주축이다.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장(농해수위)과 이개호 농해수위원장은 서삼석 간사, 김승남, 맹성규, 어기구, 위성곤, 윤재갑, 주철현, 최인호 의원 등 더불어민주당 농해수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이낙연 당대표, 김태년 원내대표, 한정애 정책위 의장, 정성호 예결위원장을 지속적으로 만나고 있다. 농해수위 의원들은 올해 우리 농업·농촌이 그 어느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지난 19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관 법률안은 모두 10건이 통과됐다. 이 중 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과 농어업재해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농어업인 부채경감에 관한 특별조치법 일부개정법률안 등 3건이 농업분야로 포함돼 있다.이번 본회의에서 처리된「농업협동조합법 일부개정법률안」은 김정호 의원, 조응천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2건의 법률안을 통합 조정한 대안이다. 현행법은 임원이 되려는 사람이 ‘정관으로 정하는 기간 중에는’ 선거운동을 목적으로 조합원을 호별 방문하거나 특정 장소에
지금 북녘의 농촌은 가을걷이를 막 끝낸 상태다. 겉보기에는 여느 해와 다름없는 듯하다. 그렇지만 아직은 일 년 농사를 마무리할 수 없다. 올해는 80일 전투와 맞물려 있다. 수해를 당했던 지역에서는 살림집을 새로 짓고, 영농기반을 복구하느라 구슬땀을 쏟고 있다. 올해는 농업부문이 자력갱생의 최전방을 맡았던 터라 해당 분야별 실적을 평가하는 작업도 한창일 터다.올해 초 북한은 농업부문에 집중키로 하고, 이에 물자를 우선적으로 배분키로 했으며, 물길 제방 등 영농기반을 강화했다. 비료, 농약, 농기계, 식품가공 등 전후방산업도 크게 확
어디 계시나요? 수해참사 이후 대통령을 비롯해 수없이 많은 높으신 양반들이 이곳을 찾아 왔습니다. 지역의 절반이 물에 잠기다 보니 어느 부처라도 해당 사항이 없는 곳이 아마 없었겠지요. 하지만 유독 단 한 번도 오지 않은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님이십니다.긴긴 장마에 한여름의 수해참사 연이은 태풍까지 2020년 농촌현장은 쑥대밭이 됐습니다. 저 같은 조무래기 농민이 어찌 그 깊은 속을 알겠는가 싶지만 농식품부가 적극행정 경진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한 것도 모르고 우리 동네에 안 온 것만 가지고 아쉬워하는 속 좁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지난 24일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신도리 들녘에서 김대진(74)씨 부부가 적채(붉은양배추)를 수확하고 있다. 김씨는 "출하 초기임에도 가격이 작년같지 않다. 한 상자(16kg)에 2만원선"이라며 "지난 파종 때 태풍이 몰려와 2번씩 심었다. 최소 3만원은 넘어야 생산비라도 건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