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농민·농촌이 어렵다는 것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너무 오랜 세월 동안 농업이 축소되고 쇠락의 길에 접어들어 이제는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실정이다. 농업인구의 급감, 농촌사회의 공동화는 ‘원래 그런’ 안타까운 현실로 치부되고 있다. 먹을 것이 풍족한 지금 세계적 식량위기니 애그플레이션이니 하는 문제는 먼 나라 아프리카 빈국의 기아문제 정도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그 기저에는 농업의 희생을 토대로 구축한 산업화가 오늘날의 풍요를 가져왔다는 확신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직도 성장을 위해, 더 잘
2019년 마지막 날에 2020년 새해 첫 언니네텃밭 꾸러미를 보냈다. 설이 1월에 들어있어 배송주기를 맞추다 보니 자연스레 그렇게 됐다. 1년 열두 달 매주 쉬지 않고 비슷한 패턴으로 꾸러미 작업을 하다 보니 세월이 흐른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채 해가 바뀐 터라 정신없는데 이번 꾸러미는 경자년 새해를 맞이하면서 받게 될 첫 꾸러미라 신경이 더 많이 쓰였다. 새해니까 만두도 빚고 떡국떡도 보냈다. 두부 하고 김치 썰고 만두 속을 빚는 데 하루 이상 걸리는 힘든 일을 언니네텃밭 장터회원으로 있는 김경화의 도움을 받아서 꾸러미에 넣을
12월 25일 우리마을 총회 결의사항.‘농민수당 받는 주민은 3만원을 마을경비로 납부해 우리 마을을 더 아름답게 관리하는 데 힘을 보탠다’라고 결정됐다. 누구 하나 반대하지 않고 모두 즐거운 마음으로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농업의 공익가치를 공감하고 지속하기 위한 농민수당 운동은 이렇게 마을공동체에 유쾌한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2019년 농업의 최대 이야깃거리는 뭐니 뭐니 해도 농민수당이다. 이 이야깃거리는 국회에서 나온 것도 아니고, 연구실에서 나온 것도 아니며, 관청에서 나온 것도 아니다. 들판에서 시작됐으며, 농민들의 입에서
청년농업인들은 배울 게 너무나도 많다. 대부분의 직업들은 극도로 전문화된 한 분야의 작은 부분만 알고 있어도 월급받는 데 지장이 없지만, 오늘날 농업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거의 모든 분야에 전문가가 돼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로 모든 일에 능숙한 전문가인 사람은 없으니 배우고 익히는 과정이 필수다. 기본적으로 식물·토양·농기계조작·농법부터 판매·마케팅·가공·서비스·경영·회계·법·IT·금융 등등… 그놈의 ‘6차 산업’ 시대에 이제는 단순히 농사짓는 법만 알아서는 농부로 살아남을 수가 없다. 한국은 전문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농업관련
을씨년스러운 날씨에 나뭇잎 하나 없이 떨궈 낸 해묵은 고목의 우람함에 전봉준 장군과 농민군들의 결연한 위용이 보이는 듯하다.공덕비에 쓰여진 관리들은 어떠했을까. 덕망 있는 관리였을까, 아니면 민초들의 고혈을 짜내는 탐관오리였을까. 고목은 그 모든 것을 간직한 채 인간사 인간들이 해결하라는 듯 묵직하게 서 있다.8.15 광복기념일에 토착왜구들은 창녕 조씨 고택에 ‘인촌사랑방’이라 현판을 달고 80여명의 노인들과 국회의원 정운천이 김성수의 생전 정신을 기리고 명예회복을 하겠다고 망발을 늘어놓았었다.인촌로와 생가터, 새마을 공원에 동상도
“암만 까불어도 쪽수는 못이겨….”얼마 전 끝이 난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 주인공 대사가 생각난다. 아무리 세상이 힘들어도 악인보다는 선한 이웃이 더 많음을 느꼈다. 약하고 가는 작대기도 여러 개가 모여 함께 치면 큰 힘이 생기는 법인데 농민들은 쪽수도 모자라니 무엇으로 싸워야 할지 모르겠다.농업정책의 방향에 대해 논란이 많다. 정부에서는 WTO 개도국 지위 포기와 함께 공익형직불제로 방향을 틀었고, 며칠 전 전국농민대회에서 농민들은 개도국 지위 포기와 더불어 현 정권의 농업정책 부재와 공익형직불제 개악에 맞섰다.나는 농업
추수가 끝나고 농협에 수매한 대금이 입금되면 소작쟁이의 장부정리가 시작됩니다. 농협과 농약가게 외상값, 주유소 기름값, 농기계 수리비를 돌리고 나면 통장은 다시 마이너스를 타기 시작합니다.외상이 정리되면 다시 도지를 보내야 합니다. 지주에 따라 현금이나 쌀을 보내야 하는데 조금 오른 쌀값에 소작쟁이들 눈치작전이 벌어집니다. 도지를 현금으로 줄 때 쌀 80kg 한가마의 가격을 얼마로 할지 소작인과 지주의 셈법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지주는 많이 오른 마트 소비자가격을 바라고 소작쟁이는 우리가 주로 내는 벼값으로 주기를 바라지만 지역에서
2018년 작년 이맘때 마늘과 양파를 심어놓고 마늘·양파농가가 모이면 2019년 마늘·양파가격을 걱정했다. 농민들도 알고 있었다. 너무 많이 심어졌다는 것을.가격폭락을 걱정하면서도 겨울 동해(凍害)를 걱정하며 부직포와 이중비닐을 했고 봄 장마에 습해를 입을까 마늘·양파 논에 관리기로 몇 번이나 물꼬를 내줬다. 이런 농민들의 정성에 하늘도 감동했는지 몇 년 만에 따뜻한 겨울 날씨로 풍년이라는 선물을 안겨줬다.하늘은 농민들의 고생에 좋은 날씨로 답을 줬는데 이 나라 정부는 현장농민들의 소리를 내몰라라 하며 사전 수급조절 실패로 농민들에
이른 아침마다 나타나는 자욱한 안개 때문인지 운전을 해서 딸기하우스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인 나날이다. 어느덧 가을인 듯 싶더니 벌써 겨울문턱이다. 새벽녘 집을 나설 때마다 짙은 안개와 서리, 살얼음의 풍경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된다. 그런 날씨를 뒤로한 채 농민들은 수차례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겨우 일으키며 수확을 마쳤고 지금껏 미뤄뒀던 콩, 들깨 등의 갈무리와 김장 준비로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요즘 허리와 무릎이 말썽인 탓에 지난 부여군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행사에 다녀온 아내의 말과 각종 기사를 보니 행사
시댁식구들은 모두 광주에 산다. 울화통이 터져 못살겠다고 매주 상경해 서초동으로 여의도로 간다. 여든이 다 돼가는 어머님도 집회에 올라오셨다. 학생운동, 농민운동 하는 아들을 평생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느라 속이 시커매진 어머니가 서울집회에 참석하시는 것이다. 어린 조카들까지 서울에 온다.몸도 안 좋으신데 그냥 계시라는 아들 말에 “내 발로 내가 가고 싶은 곳도 못가냐?” 하시면서 올라오는데 지난주엔 가족들이 찢어져 여의도와 광화문집회에 각각 참여했다.난 이왕 광화문에 갔으니 조금 걸어 인사동도 들르고 조계사도 들르고 일본대사관도 들
‘농업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농정신문에 실린 글인데 지당하신 말씀이다.하나 더 있다. 농촌의 아이들이 교육에서 불평등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격보장과 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가격보장은 현재이고 교육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의 미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바치는 것이 농민이다.교육은 단순히 개별농민을 넘어 농촌사회의 생명이다. 텅 빈 학교는 농촌의 미래를 그대로
청년농업인의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승계농들은 소위 금수저라고 불린다. 부모님 기반에서 너는 거저먹는 거다, 얼마나 편하냐는 말을 밥먹듯 듣는다. 부러움의 대상이기도 하지만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기도 하다. 실제로 맨주먹으로 시작하는 창농에 비해서는 안정적인 기반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땅과 집이 있고 판로에서 수월한 면이 있다. 그렇다면 승계농은 아무런 문제없이 농촌생활을 하고 있는 것일까?겉보기로는 문제가 없거나 사소한 것처럼 보이곤 한다. 정말로 문제가 없는 것이 아니라 승계농들의 고충이 사적이고 은폐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
깝깝증 나는 때아닌 장마와 연이은 태풍에 미약한 것이 인간인지라 하루 왠 종일 떠들어대는 기상특보에 귀는 열려있으나 들리지 않는 대책이라 할 수도 없는 대책들. 에이 니미 바람을 뚫고 서로 말하지 않아도 늘 거기에 있거나 좀 기다리다 보면 오는 단골집 단골들, 일명 전설의 술꾼들이 모이는 술시가 있다. “노나는 것은 식당밖에 없고마이” 하는 농형제들과 농사 지어먹기 참 힘들다는 표현을 그리 우스갯소리로 안주나 잘 내오라는 말을 시작하여 취기가 오를 즈음 정치이야기에 서로 핏대 올려가며 뻘개지는 낯이 퍽이나 꼴보기 싫다. “니 걱정이
가을 햇살은 따갑지만 아침 저녁으로 부는 바람은 벌써 차가워져 두꺼운 작업복을 꺼내 입었다. 하루가 다르게 해는 짧아져 꾸물대다보면 해가 금세 넘어가고 그렇잖아도 늦된 산골은 부지깽이도 누워있을 틈 없이 싸돌아다닐 판이다. 가을 곡식들의 갈무리와 고추를 따고 붉게 익어가는 오미자를 수확한다. 잦은 비에 곡식은 더디 익고 겨울은 돌아오니 부지런히 수확하고 갈무리를 한다.농촌에 살기 전에는 그저 내 집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면 비가 오는지 눈이 오는지 무심하게 그런가보다 했다. 하지만 농사를 짓고 나서부터는 비가 오고 가뭄이 들고, 바람
팔십이 넘으신 어머니와 일을 하다보면 가끔씩 교과서에 나오지 않는 속담을 듣게 됩니다.추수를 앞둔 이맘때면 “도토리가 풍년이면 농사가 흉년이라는데…” 하십니다. 내 생각에는 도토리가 잘 열리면 나락도 잘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곰곰이 생각해보면 가을걷이를 앞두고 마지막까지 마음을 놓지 못하게 하는 태풍 걱정 같기도 하고, 그렇게 망가진 가을농사로 허기진 농부의 눈에는 유난히 도토리가 더 잘 보였을 것 같기도 합니다.두 번의 가을 태풍이 지나고 다시 태풍이 오고 있습니다. 반쯤 지나고 있는 가을걷이는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앞선 태풍에
8월 14일 제주를 시작으로 마늘, 양파 재배면적 사전조절을 위한 전국순회워크숍이 전남, 전북, 경남, 경북, 충남에서 진행됐다. 가격폭락의 원인이 농민의 과잉생산에 있으니 농민이 알아서 파종면적을 줄이라는 내용으로 주산지 지자체와 농협 담당자를 모아서 진행하려던 농림축산식품부의 계획은 올해 출범한 마늘·양파생산자협회 회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수립단계에서 폐기됐다.마늘·양파생산자조직을 중심으로 제기됐던 가격폭락의 결정적 원인이 농민의 과잉생산이 아니라 정부의 수급정책 실패임을 확인하는 워크숍이었다.워크숍을 시작하기 전에 생산자들과
내동생 곱슬머리 개구쟁이 내동생 / 이름은 하나인데 별명은 서너 개 / 엄마가 부를 때는 꿀돼지 / 아빠가 부를 때는 두꺼비 / 누나가 부를 때는 왕자님 / 랄라랄라랄라랄라 / 어떤 게 진짜인지 몰라몰라몰라어린 시절 불렀던 노래가사가 떠오르는 요즘이다. 별명이 서너 개인 시절만큼 세상이 나를 부르는 이름이 참으로 많고 다양해졌다. 바야흐로 정체성 혼란의 시기이다.나는 충남 부여에서 딸기, 양상추, 감자 등을 키우며 먹고 산다. 생존을 위해 농사를 짓는다. 나는 농민이고 농부이며 농업인이다. 또한 나는 농사꾼이고 생산자이며 사장님이다
횡성한우로 유명한 만큼 횡성엔 한우가 많다. 구제역으로 인해 소규모 사육농가는 많지 않고 일정 정도 사육두수를 가진 축산농가들이 키우는 소들이다. 최근 언니네텃밭 공동체 근거리에 대형축사를 신축하는 자와 축사반대를 원하는 마을주민들과의 대립이 장기화되는 시점에 군청 앞 집회가 있었다.여성농민회 회원들도 대형축사 반대 입장을 갖고 집회에 참석했다. 2년여 대립과정을 거치면서 축사는 거의 완공단계지만 마을주민들은 여전히 절대반대를 외치고 있었다. 마을주민들이 갈라서고 상처는 더욱 깊어져 마을주민들이 쏟아내는 분노는 다양했다. 이미 수백
전남도청의 구내식당은 전남의 또 다른 얼굴이다. 도지사를 비롯해 도청직원, 도의원, 민원인들이 많이 찾는다.친환경인증 면적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남에 맞게 친환경농산물을 많이 사용하고, 1인분에 4,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이 이용객을 끌어들이고 있다.며칠 전 도청에서 행사를 마치고 그 곳에서 농민 10여명이 함께 식사를 하는데 다들 소고기가 질기다고 툴툴댄다. 그러면서 모아진 의견은 “육우(얼룩소)지 않겠냐”로 정리됐다. 수입소고기를 사용하리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그런데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문 앞에 있는 원산지 표시
도시에서 나고 자라 생활하던 청년들이 농촌에 내려오면 그곳은 바로 미지의 세계다. 이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다. 신기한 것도 많고 놀라운 것도 많다. 자연의 신비, 맑은 공기와 탁 트인 하늘, 고즈넉한 풍경, 때가 되면 아낌없이 내어주는 대지… 모르는 것이 없으시고, 불가능할 것 같은 힘든 일도 척척 해내시는 어르신들… 모든 것이 궁금하다. 농촌의 신비란!그런데 마냥 신비로움에 취해 있을 수는 없다. 농촌에서 농업으로 먹고 살기 위해서는 다른 분야와 마찬가지로 배워야 하고 알아야 하고 교류해야만 한다. 자연의 신비를 탐구하여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