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마다 나타나는 자욱한 안개 때문인지 운전을 해서 딸기하우스에 가는 것 자체가 고역인 나날이다. 어느덧 가을인 듯 싶더니 벌써 겨울문턱이다. 새벽녘 집을 나설 때마다 짙은 안개와 서리, 살얼음의 풍경이 돌림노래처럼 반복된다. 그런 날씨를 뒤로한 채 농민들은 수차례 태풍으로 쓰러진 벼를 겨우 일으키며 수확을 마쳤고 지금껏 미뤄뒀던 콩, 들깨 등의 갈무리와 김장 준비로 나름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요즘 허리와 무릎이 말썽인 탓에 지난 부여군 농업인의 날 행사에 참여하지 못했다. 행사에 다녀온 아내의 말과 각종 기사를 보니 행사
북한의 온실농업이 크게 변했다. 외형상으로는 빠르게 성장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북한은 함경북도 경성군 중평남새(채소)온실 건설현장을 소개하면서 이곳을 온실농업의 새로운 기준이라고 밝혔다. 규모나 설비 측면에서 놀라운 발전이기도 했다.북한은 지난 2015년 평양의 장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준공한 이후 올해 원산 송천남새전문협동농장을 재정비했다. 또 2018년부터 중평남새온실·양묘장을 크게 건설하기 시작했다. 이곳을 시설농업의 부지로 선정한지 불과 1년 만의 일이다. 이들 온실농장은 대규모 면적에 조성됐으며, 시설농업에 필요한 내부 설비를
지난달 25일 정부는 미래 농업분야 협상에서 WTO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겠다고 했다. 정부는 미래 협상이 시작되려면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협상을 준비할 시간이 충분하고, 당분간은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개도국 지위 포기라는 결정 앞에 다소 안일한 태도를 보였다. 아울러 피해를 보상하는 농정이 아니라 투자하는 농정으로 바꾸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대안으로 공익형직불제 시행만 내놓았을 뿐, 무엇에 투자하겠다는 것인지 여전히 구체성은 낮았다.우리나라도 선진국형 농정으로 전환해야 한다는데, 개도국과 선진국 농정은 무엇이 다
[한국농정신문 장희수 기자]축산 담당 기자로 처음 배정받으면서 ‘미허가축사 적법화’ 이슈에 대해 알게 됐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정부는 축산농가가 법적 테두리 안에서 축산업을 영위하도록 돕고, 동시에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자 미허가축사 적법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하지만 미허가축사 적법화를 취재하며 만난 축산농민들은 대부분 표정이 밝지 않았다. 질문을 할 때마다 축산농민들은 한숨 쉬는 것은 기본이요, 이행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원만히 해결될 거란 희망보다 회의적이고 불만스런 반응이 많았다. 분명 장기적으로
[한국농정신문 박경철 기자]내년 1월 31일 치러질 제24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농협이 농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데다 그만큼 회장이 행사하는 영향력도 막강해서다. 농협 회장이 이른바 농민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에 향후 농협이 나아갈 방향을 전망하고자 농협중앙회장 출마 예정자 연속 인터뷰를 진행한다.“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임기 동안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하나는 흐트러진 농협의 정체성을 바로잡은 것이고, 또 하나는 경영적인 측면에서 농협을 정상화시킨 일이다. 또한 농가소득 5,000만원 달
시댁식구들은 모두 광주에 산다. 울화통이 터져 못살겠다고 매주 상경해 서초동으로 여의도로 간다. 여든이 다 돼가는 어머님도 집회에 올라오셨다. 학생운동, 농민운동 하는 아들을 평생 마음을 졸이며 지켜보느라 속이 시커매진 어머니가 서울집회에 참석하시는 것이다. 어린 조카들까지 서울에 온다.몸도 안 좋으신데 그냥 계시라는 아들 말에 “내 발로 내가 가고 싶은 곳도 못가냐?” 하시면서 올라오는데 지난주엔 가족들이 찢어져 여의도와 광화문집회에 각각 참여했다.난 이왕 광화문에 갔으니 조금 걸어 인사동도 들르고 조계사도 들르고 일본대사관도 들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의원은 지난달 31일 양곡관리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내용은 이미 알려진 것으로 새로울 것이 없다. 황주홍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이 대표 발의했다가 농민단체들의 반대의견을 수렴해 철회한 개정안과 큰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또 다시 유사법안이 발의되면서 농민들은 또 한 번 무시됐다. 입만 열면 소통을 이야기 했지만 실상은 일방통행의 면모를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다.박완주 의원이 발의한 양곡관리법 개정안은 근본적으로 양곡정책의 역사에서 정부가 최초로 쌀값을 포기한 심각한 사안이다. 정부는 지금까지 30여
지난 4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알셉 정상회담에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알셉)이 타결됐다는 소식이다. 알셉은 한국과 중국, 일본, 호주, 아세안 16개국이 참여하는 세계 최대의 메가 FTA로 불린다. 알셉 타결 소식은 정부의 WTO 개도국 지위 포기 선언으로 들끓고 있는 농심에 기름을 부은 겪이다.정부는 알셉 타결로 세계인구의 절반을 차지하는 거대한 경제블록을 형성해 안정적인 투자기반을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알셉은 2013년 5월에 협상이 개시된 이후 약 7년 동안 28차례 공식협상이 있었다. 그러나 그 긴 시간
지난 2001년 카타르 수도 ‘도하’에서 시작해 그 이름도 ‘도하 라운드’인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이 진행 중이다. 그 출발은 개발도상국들이 무역의 이익을 누리고 개발될 수 있도록 국제무역질서를 개선하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협상을 ‘도하 개발 아젠다(DDA)’라고도 부른다. 미국의 일방주의로 협상 타결이 언제 될지 불투명하지만, 개발도상국의 요구와 역할을 중시하는 협상이다.지난달 25일 정부가 이 협상에서 농업분야 개발도상국 지위를 주장하지 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협상에서 쌀을 비롯한 민감 품목을 보호할 것이라는 전제를 달았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 기자]‘2019 김제농업기계박람회’엔 유난히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마무리하는 농민들로 가득했다. 추수가 거의 끝났을 무렵 치러진 행사기도 했고, 때맞춰 물든 단풍도 농민들의 나들이 기분을 돋우는 데 한 몫을 한 듯 보였다.다양한 농기자재를 둘러보는 농민들의 들뜬 표정은 관찰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흐뭇한 미소를 머금게 했지만 안타깝게도 그 흐뭇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배토기와 써레 등을 생산·판매하는 농기계 업체를 마주했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 대호(주)는 지난해 5월 노골적인 문구와 선정적인 사진으로 광고를
[한국농정신문 한우준 기자] 대구에는 공항이 있다. 본래 공항은 도심에서 적당히 먼 곳에 있었지만, 도시는 수십 년 동안 농촌의 인구를 빨아들이며 팽창을 거듭했다. 결국 늘어나는 인구를 감당하기 위해 시가지는 시 외곽까지 잠식해나갔고, 결국 활주로 바로 옆에도 다세대주택과 아파트가 늘어서있는 기이한 형국이 됐다.공군비행단의 활주로(K-2)도 겸하고 있는 이 공항에서는 공교롭게도 우리나라에서 이착륙 소음이 가장 시끄러운 항공기가 뜨고 내리고 있다. 2000년대 중반 도입된 이후 대구공항에 배치된 최신예 전투기 F-15K의 소음은 민항
‘농업으로 먹고 살 수 있어야 한다.’ 지난 농정신문에 실린 글인데 지당하신 말씀이다.하나 더 있다. 농촌의 아이들이 교육에서 불평등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가격보장과 교육이라 말할 수 있다.가격보장은 현재이고 교육은 미래이기 때문이다. 굶어 죽을지언정 종자를 베고 죽는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자식의 미래를 더욱 소중히 여기고 어쩌면 자신의 모든 것을 아이들의 교육과 미래에 바치는 것이 농민이다.교육은 단순히 개별농민을 넘어 농촌사회의 생명이다. 텅 빈 학교는 농촌의 미래를 그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