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일반 농민들이야 잘 모르기도 했지만 공무원이나 농촌에서 유지 노릇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이미 박정희를 민족을 구원할 인물로 여기는 사람들이 꽤 있었다. 소문에는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있던 이후락이 박정희 대통령을 교주로 하는 박정희교를 신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지만 그 정도는 아니라도 하늘이 내려준 지도자라고 수군거리곤 했다. 선택도 노는 물이 그 가운데라서 그랬는지 아니면 원래부터 농촌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오랜 생각 때문이었는지 이미 박정희가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지지를 하는 편이었다. 이번에 마을에 시멘트를 보내준 일만 해도 그랬다. 전국의 수만 개 마을에 그렇게 많은 시멘트를 내려줄 생각을 한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물론 삐딱하고 아는 체 잘 하는 명오리의
고향 동네 뒤쪽의 재를 넘어서 한참을 더 걸어가면 산비탈 외진 곳에, 흡사 부잡스런 사내 녀석의 대가리에 난 부스럼 흉터처럼, 작은 밭뙈기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면적이라야 부잣집 마당만큼도 안 되는 자투리 밭이었다. 우리 집에서는 그 곳을 재 너머에 있다 하여 ‘재너미밭’이라 불렀다. 집에서 워낙 멀리 떨어져 있었으므로 봄철 파종기가 돌아오면 아부지와 엄니는 해마다 그 곳에다 농사를 지을 것인지 말 것인지를 두고 말다툼을 하였다.“밭이라고 꼭 손뿌닥 만한 디다가 뭣을 심어 묵겄다고 헛고생을 해!”아부지는 그까짓 땅뙈기 그냥 묵히라 하였으나 엄니한테는 통하지 않았다. 작년에 거기에다 깨를 심어서 기름을 네 병이나 짰고, 차조를 심어서 한 말가웃이나 거두었는데 뭔 소릴 그렇게 하느냐, 그러니 여러 말
따지고 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것은 한 열흘 남짓했는데도 그 더위는 참으로 견디기 어려웠습니다. 날 새기가 무섭게 기온이 오르고 선풍기도 샤워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농촌에서는 정서적으로나 실용적으로 맞지 않다고 당초부터 가질 계획이 없던 에어컨도 상당히 유혹적이었습니다. 나는 더위 안탄다고, 정월대보름날 더위를 유난히 많이 타는 주위 사람들의 것을 사준 것이 원망스러울 정도였습니다. 게다가 가만히 있는 것조차 힘겨운데 매 끼니를 챙기는 것은 정말 고역일 수밖에요.초여름 갓 열매 맺은 호박이나 오이, 가지 등의 채소들은 단맛이 나고 부드럽고 신선해서 맛나지만, 한여름 가뭄에 자란 것들은 질기고 쓴맛에다가 여름 내 먹은 탓에 지겹기 짝이 없습니다. 그것들을 하루는 생채로 또 다음엔 숙채로, 구이에 냉채까지
한의원에 있다 보면 ‘척추협착증’, ‘디스크’ 등의 병명을 들고 오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다들 허리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며 다리가 저리고 아프다고 오십니다. 하지만 실제론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은 엉덩이 근육이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허리가 아프다 보니 상대적으로 엉덩이 근육을 더 과도하게 사용하게 되고 그렇다 보면 근육이 뭉쳐서 신경을 누르게 됩니다. 그래서 다리가 저리고 아픈 증상이 생기게 됩니다. 이런 경우엔 엉덩이 근육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만으로도 증상이 상당 부분 개선됩니다.엉덩이에 여러 근육들 중 이런 증상과 관계가 깊은 근육이 ‘이상근’이라는 근육입니다. 아래에 해당하시는 분들은 이상근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이 좀 더 높습니다.평소에 골반이 틀어져 있는 사람, 다리를 꼬고 앉는 사람
“요 시멘트라는 것이 말입니다. 이렇게 밀가루처럼 보여도 물하고 만나믄 아주 돌뎅이가 되는 물건입니다.”선택이 설명을 하고 마을 사람들은 귀를 세우고 듣고 있었다. 시곡 마을 어디에도 아직 시멘트로 지은 건물은 없었다. 면 소재지나 읍내에서 간혹 볼 수 있는 ‘브로꾸’라는 게 시멘트로 만든 물건인지도 알지 못했다.“그러니께 요놈을 우째 우리 마을에 이렇게 쏟아놓고 갔느냐, 이 말이여. 이걸 우짜라고?”선택은 아는 지식을 모두 동원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물론 시멘트가 내려올 것이란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책을 찾아보고 안 내용이었다.“이 시멘트에다가 모래를 섞고 물을 부으면 반죽이 된단 말입니다. 그 반죽을 아무데나 발라놓고 며칠 기다리면 그놈이 굳어서 돌덩이같이 단단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경남 고성군 마암면 두호마을, 이두선(91) 할머니. 우리 동네에 사는 시외할매다. 시외할매는 걸을 때 허리가 90도로 굽어서 그렇지, 아직 자기관리나 텃밭농사를 짓는데서는 흐트러짐 없이 짱짱하시다. 반찬 해 드시는거나, 집 청소 해놓는 거는 젊은 손주 며느리보다 훨씬 깔끔해서 오히려 우리집에 와서 한 번씩 빨래라도 개 주고 가시고, 나물거리를 다듬어서 갖다 주신다. 그리고 잘 정돈된 할매집 허드렛방에는 할매가 야무지게 말려서 봉지 봉지 싸놓은 씨앗도 있다. 상추, 도라지, 취나물, 호박, 물외, 겨울초, 6월본디, 가을본디, 선비콩, 쥐눈이콩, 팥, 대파, 쪽파, 부추, 시금치, 들깨까지. 연세가 많고 혼자 짓는 농사라 크지 않은 텃밭이지만, 가짓수는 20여 가지가 되겠다.할매텃밭에는 종류에 따라 심는
춘천 교외에 있는 부대에서 군대 생활을 했다. 일등병 시절 아침 점호를 마치면 소대별로 부대 인근의 들길과 산길을 따라 한 시간여에 걸쳐 행군을 했다. 배는 고파 죽겠는데 인솔자인 주번사관은 자꾸만 구보에다 노래를 시켰다. ‘동이 트는 새벽꿈에 고향을 본 후 / 외투 입고 투구 쓰면 맘이 새로워…’ 어쩌고 하는 군가를 고래 악을 쓰듯 뱉어내고 나면 맘이 새롭기는 새로에 허기만 더했다. 돌아오는 길, 우리는 인솔자의 눈을 피해 재빠른 동작으로 길가 고추밭에서 풋고추 두세 개씩을 슬쩍하는 보급투쟁을 겸했다. 군부대 근방의 밭주인들도 아예 길가 쪽은 수확을 포기했다. 그랬으니 강원도 사람들이 “저기 군인하고 사람이 지나가네”, 그랬다는 풍설이 나돌았지. 그랬거나 말거나 우리는 된장국이 담긴 식판 가장자리에
며칠 전이 대입수능 100일 전이라고 주위의 고3 수험생이 있는 부모들도 덩달아 긴장을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고3 수험생 부모라 해도 농촌지역은 수능 당일의 시험성적으로 대학을 가는 정시지원보다 다양한 방법의 수시전형 진학률이 월등히 높기 때문에 도시지역과는 긴장 시기가 조금 다릅니다. 학교별 진학지도도 수시전형에 맞추어 지금쯤은 한창 지원학과 선정과 자기소개서 쓰기를 중심으로 합니다.당연히 아이들의 꿈과 적성, 무엇보다 자신의 실력에 맞춰 전공학과와 지원 대학을 고르겠지만 농민학부모 입장에서는 학비는 물론이거니와 유학비용 걱정이 제일 우선입니다. 대도시는 물론 지방 중소도시들도 웬만하면 지방대학 한둘을 끼고 있으니 최후의 보루는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는 변변한 대학 하나 없어 십중팔구 타지로
사이글거리는 뜨거운 여름, 자외선 차단제와 선글라스는 필수품이 되었다. 여름 바캉스 뿐 아니라 평소 외출 시에도 자외선 차단제가 필수가 된 요즘, 여름 뿐 아니라 최근에는 겨울에 이르기까지 사계절을 사용한다. 자외선 차단제 뿐 아니라 얼굴 전면에 마스크를 쓰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런데 과도한 햇빛 차단과 실내 활동만이 능사는 아니다. 어린 아이들도 야외활동보다는 키즈 카페, 쇼핑몰 등 실내 활동이 많은 편이다. 비타민 D가 부족하면 유아와 소아의 경우 구루병이 생길 수 있다. 성인에게는 골연화증을 일으키기도 한다.다행히도 건강한 사람의 성체 필요량은 햇빛을 쬐는 것만으로도 고유의 생산과 공급이 가능하다. 기후조건과 식생활 변동은 결핍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원인인데, 최근에는 자외선이 피부암
결과적으로 선택이 주도한 양잠은 산동면에서 꽤 큰 농민들의 수입원이 되었다. 삼년이 지났을 때 면내에서 누에치기로 올린 소득이 천만 원을 훌쩍 넘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로 선택의 인생이 획기적인 전기가 마련된 것이다.1970년 봄에 대통령은 중대한 발표 하나를 했다. 그 때는 그게 어떤 의미인 줄 잘 몰랐지만 어쨌든 시작은 바로 그 발표였다.‘자조하는 마을은 빨리 발전하지만, 그렇지 못한 마을은 오천 년이 지나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는 앞으로 자기 고장을 발전시키기 위해 뜻있는 젊은이들이 모여서 일을 구상하고 자력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부락이 총동원되어 하면서 힘이 모자라는 것을 정부에 요청하면 이를 도와주겠다. 앞으로 이러한 운동을 추진해나가야 하는데 이를 새마을 가
세상에서 가장 따분한 일 한 가지를 들라면… 백인백색의 답이 나올 것이다. 개개인이 종사하는 일이 제가끔 다르고 살아가는 환경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누군가에게 따분한 일이라고 하여 그것이 모든 이들에게 절대적으로 따분한 것은 결코 아닐 터이다. 마크 트웨인인지 뭣인지 하는 서양 작가의 동화에서처럼 ‘울타리 색칠하기’가 누구(톰 소여)에게는 따분한 노역이지만 그가 끌어들인 친구들에게는 신나는 놀잇감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하지만 육칠십 년대에 시골에서 유·소년기를 보냈던 나이 지긋한 사람들에게, 그 시절 내가 가장 따분하게 여겼던 이 한 가지를 들려준다면, 모두들 무릎을 탁 치면서 ‘맞아!’ 하고 공감할 것이다. 그것이 뭣인가 하면 ‘집 보기’다.아부지는 가계(家計)에는 전혀 도움 되지 않은 일
사람들이 하루에 평균적으로 사용하는 단어가 1만개 내외쯤 된다고 합니다. 이를 연령대별로 다시 세분하자면 조금은 차이가 날 것입니다. 하지만 농촌지역에서 생활하시는 어르신들의 단어 사용 개수는 훨씬 줄어들 것입니다. 만나는 사람 자체가 정해져 있고, 마주하는 사건이 크게 다르지 않고 서로의 관심이 비슷한 까닭에 생각의 폭이 좁아지게 됩니다. 그러니 편협해 지기 쉽습니다. 평생을 무난하게 살아오신 그 연륜이 어느 순간부터는 고집불통에 모난 성격으로 변하기도 합니다.예전 대가족일 때만 해도 온가족이 한 집에 모여 살다보니 집안 분위기가 다채로웠습니다. 이것저것 해달라고 떼쓰는 아이에서부터 말수가 확 줄어든 사춘기 손자, 결혼을 앞둔 막내딸까지 집안의 식구만큼 이야깃거리가 있고 관심거리가 있어서 삶이 풍성했습
외측상과염은 테니스엘보라는 이름으로 좀 더 알려진 질환이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테니스엘보’라는 병명을 듣고 본인은 운동을 잘 하지 않는다고 호소하지만, 실제로 이 질환은 테니스와는 큰 관련이 없다. 사실 테니스를 많이 하는 분들에게 발생하기보다는 주로 4~50대 주부들에게서 잘 발생하는 질환이다. 테니스의 백핸드 동작에서 유발이 잘 되기 때문에 테니스엘보로 알려져 있고, 외측상과염이 원래 명칭이다.외측상과염은 팔꿈치 바깥쪽 뼈의 근육과 인대의 부착부에 염증이 발생하여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며, 손을 쓸 때마다 팔꿈치의 통증이 나타난다. 통증은 팔을 사용할 때 심해지며 휴식 시에는 큰 통증이 없으나 동작을 시작하면 다시 통증이 유발된다.상완골의 외측상과 즉, 팔꿈치의 바깥쪽 튀어나온 뼈 부분에는 많
세월은 빠르게 흘러갔다.선택은 서른 살이 되었고 둘째 아들도 태어났다. 첫째 이후로 이년이나 태기가 없어 괴이하게 생각하던 터에 들어선 둘째였기에 꽤나 각별했다. 그 사이에 삼촌도 둘을 더 낳아 집안에는 밤낮으로 아이들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일부러 그랬던 것은 아닌데 삼촌은 어느새 집안의 농사일을 다 추스르는 일꾼 비스름하게 되었다. 어려서부터 손에 가진 장애로 삼촌은 밖으로 나다니는 것을 싫어했다. 그리고 조금 모자라는 숙모 역시 마을 사람들과 별반 어울리는 일이 없었다. 그 사이에 논밭 여섯 마지기를 더 마련하여 양식 걱정은 하지 않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게 모두 삼촌과 숙모 덕분이었다. 본래 몸이 약한 어머니도 집안일에만 손을 거들뿐 농사는 거의 두 사람에게 맡겨놓은 형국이었다. 선택의 아내는 주로
“우리농협 대의원 중 자기 이름도 못 쓸 사람이 80%다”경주시 한 농협 조합원이 이렇게 말하자 옆의 조합원이 “80%라 하면 안 되고 태반은 된다”고 점잖게 수정해 주기도. “그날그날 다 달라. 시세가 올라갔다 내려갔다 쉬운 말로 하면 ‘로또’나 똑같아.”강원도 정선서 브로콜리 재배하는 농민, 며칠 전 시세와 현재 시세 차이가 상당하다며. “대변인실 통해 비공개라 밝혔다. 특정 언론에만 편의를 봐 줄 수 없다”지난 15일 식량정책 ‘소통 강화’를 내세운 ‘식량정책포럼’이 비공개라며 농식품부 관계자가 한 말. 기자가 취재가능 여부부터 확인하고 다니란 뜻인가.
함안군 군북면 동촌마을에는 토종씨앗을 지키는 할머니들이 있다. 동촌마을은 유독 올콩을 많이 심는다. 올콩의 본래명은 유월태로 4월 초에 심어서 8월에 수확한다. 올콩을 수확하고 나면 배추나 무, 파 등 겨울 김장준비를 위한 채소들을 심는다. 밭이 많이 없는 농가들은 최대한 밭을 활용하기 위해 올콩을 심고 있는 것이다.한춘자(75)님의 밭은 늘 바쁘다. 한 해 농사를 봄에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늦여름에 시작한다. 8월 밭에 거름을 주고 땅을 갈고 두둑을 지어 놓으면 배추, 마늘이 한 쪽을 차지하고 잔파, 겨울초, 시금치가 밭에 자리를 잡는다. 봄이 되면 배추, 마늘을 심었던 자리에 올콩을, 마늘을 뽑아내고 나면 참깨 모종을 심는다. 그러고 나면 8월 올콩과 참깨 수확으로 1년 농사를 마무리한다.
비가 새는 작은 방에 새우잠을 잔대도고운 님 함께라면 즐거웁지 않더냐…‘들국화’를 비롯한 많은 가수들이 불러서 우리의 귀에 익숙한 이라는 가요에서는 가난, 혹은 역경을 ‘비가 새는 작은 방에서의 새우잠’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들국화 등이 이 노래를 발표했던 시기를 놓고 볼 때 노랫말에 도입된 ‘비새는 방’은 좀 생경하다는 느낌이 든다. ‘밀린 월셋방’이라면 모를까.아니나 다를까, 찾아보니 이 노래는 1966년에 김문응이 가사를 짓고 길옥윤이 작곡하여 쟈니리가 처음 부른 것으로 돼 있다. 제목도 이다. 그러면 그렇지! 고진감래, 고생 끝에 낙이 온다, 인내는 쓰나 열매는 달다, 형설지공…따위의 슬로건이 난무하던 1960년대라면 비새는 방에서 새우잠을 잤다는 표
바야흐로 명절 다음으로 많은 인구이동이 있는 휴가철입니다. 사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이 곳 남도의 섬에는 벌써부터 입도하는 차량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작년에는 세월호로, 올해는 또 호흡기 질환 확산으로 온 나라가 아이들 ‘얼음-땡’ 놀이처럼 그대로 멈춘 듯했습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에 연이은 악재로 국민들 정서마저 위축되는 분위기였기에 다들 걱정이 많았을 것입니다. 다행히 본격적인 무더위철로 접어들면서부터는 전염병 확산이 멈춰지는 듯해서 안도의 한숨을 쉬어 봅니다.별스럽게 큰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세상에 큰 흔적을 남기는 명망가의 삶도 아닌, 고작 먹고 사는 정도의 일을 하는 일상에도 팽팽한 긴장감이 있어 저마다 힘겨워 합니다. 이렇게 꽉 짜여진 일상의 긴장감을 풀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바로 여행
고들빼기는 먼 옛날부터 우리 조상들이 즐겨 먹어온 봄나물중의 하나로 에는 고들빼기란 명칭의 유래가 나와 있다.“고채는 고도라고도 하는데, 이것이 고독바기가 되었다.”고도란 쓴 맛의 차를 의미하고 바로 이 고독바기에서 고들빼기의 이름이 유래한 것이다.고들빼기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국화과의 한해살이풀로 요즘 항암약초로 각광을 받기 시작하고 있는데, 약효를 떠나서 우선 고들빼기나 씀바귀로 김치를 담가 놓으면 그 쌉싸름 매콤한 맛에 없던 입맛이 절로 돈다.고들빼기보다 쓴 맛이 한층 강렬한 씀바귀는 맛과 꽃의 모양새가 비슷한 것 같지만 자세히 보면 씀바귀의 꽃술은 검은데 반해, 고들빼기는 꽃잎과 같은 노란색이다. 잎 모양도 약간씩 다른데, 고들빼기는 잎이 줄기를 감싸고 있으며
선택은 농협에서 구독하는 두 개의 신문을 늘 꼼꼼하게 읽었고 집에서 틈틈이 라디오 뉴스도 들었기 때문에 세상 돌아가는 소식에 밝은 편이었다. 그 정도로 관심을 가지고 뉴스를 챙겨 보는 사람은 면내에 별로 없었다. 그래서 마을의 젊은이들이 세상 일이 궁금하면 선택을 찾아와 묻기 마련이었다. 그 해 신문과 라디오에서는 온통 월남 파병 이야기로 밤낮이 없었다. 농사일에 여념이 없는 시골에서도 단연 그 이야기가 화제였다.“월남이 어디 붙어있는 나라래여?”밤더위를 피해 나온 동네 마당의 멍석에 앉아 누군가 입을 떼면 저마다 주워들은 이야기를 씩둑거렸다.“저긔 동남아시아라고 안혀?”“그럼 동남아시아는 또 어딘겨?”“아, 그 사람. 알고 싶은 것도 많네. 어딘지 알믄 마실이라두 댕겨올라구?”그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