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형적으로 늪지대인 법수, 논농사가 주업이었던 이곳에 시설재배가 하나 둘 생겨가면서 지금 법수의 풍경은 하얀 비닐하우스 파도 같단 느낌이다. 단작화 되어가는 농촌의 현실이다. 그런 와중에도 토종을 지키고 가꾸는 이들이 있어 감사하다. 박미선(48세)씨는 여성농민회 회장으로 토종에 대한 책임으로 하우스 옆 논두렁을 이용해 황색얼룩콩과 보리콩을 심어 가꾸고 있다.첫해에 황색얼룩콩의 수확은 좋았다고 한다. 논두렁에 드문 드문 심어야 된단다. 황색얼룩콩을 수확해서 잡곡세트를 만들었다. 황색얼룩콩은 검은콩처럼 밥에 넣어 먹는다. 밥에 넣어먹으면 밤색이 약해진다. 늦콩으로 서리가 오고 나서 수확을 해도 된다.보리콩은 보리심을 때 심는다고 해서 보리콩이다. 늦가을 심어서 땅 속에서 겨울을 나고 이름봄에 올라온다.
동네에서 가장 가깝고 널찍한 재만이네 논은, 벼를 베어낸 뒤부터는 아예 아이들의 놀이터다. 편을 갈라 자치기도 하고, ‘삼팔선 놀이’도 하고, ‘에스(S)’자 놀이도 했다. 뛰고 달리고 자빠지고 하다 보니 아차, 뒷산에서 성큼 땅거미가 내려온다.“집에 가자.”서둘러 고무신을 챙겨 신고 동무들과 헤어져 집으로 향한다. 이제야 와락, 걱정이 밀려온다. 조금만 놀고 해지기 전에 집에 와서 마당에 널어놓은 고추멍석을 젖혀 덮어라, 동생들 숙제를 봐주어라, 또 뭣 뭣을 하여라… 엄니의 이런 저런 당부에 건성으로 그러마고 대꾸하고 놀이터로 내달렸던 것인데 노는 데에 정신 팔았다가 집에 가려 하니 걱정이 앞선다. 게다가 엉덩이가 서늘하여 만져보니 아침에 새로 입은 잠방이가 미어져 맨살이 감촉된다. 아, 이만하면
이 바쁜 가을날, 일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틈에도 세상 사람들은 또 어찌 알고 또 각종 놀이를 잘도 만들어 놨습니다. 바야흐로 축제의 계절입니다. 봄축제가 주로 꽃잔치 라고 한다면 가을은 역시 열매의 잔치, 결실의 잔치가 주를 이룹니다. 그러니 봄보다 훨씬 풍성한 지역축제들이 많습니다. 때마침 마을인근에서도 맥주축제가 있습니다. 맥주의 나라 독일에서 하는 축제를 본 따서 남해의 독일마을에서도 축제를 하는 것입니다. 나 같은 맥주 마니아들이 절친한 벗들을 초청해서 시원한 맥주 한 잔 마시며 세상을 들었다 놨다 하노라면 더없이 재미있을 것을, 안타깝게도 일 년 중에서 가장 바쁜 농사철인지라 엄두를 못 내고 쿵쾅거리는 음악소리에 마음만 출렁입니다. 가을축제를 즐기는 것도 역시나 농민들에게는 그림의 떡입니다. 왜
한의학적으로 발은 제2의 심장이다. 발을 잘 지켜야 오래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다. 건강한 발은 서 있을 때 뒤꿈치, 엄지발가락 뿌리와 새끼발가락 뿌리를 이용해 체중을 지탱하는 것이다. 발의 아치는 너무 높지도 낮지도 않아야 하고 발가락은 곧게 뻗어야한다. 발은 신체의 체중을 지지하고 고르지 못한 지형에 적응해 적절하게 몸을 추진하고 감속하는 등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이런 기능은 충격 흡수 장치인 발바닥의 지방 패드와 족저근막으로 지지되는 족궁의 유연성에 의해 보조된다. 하지만 최근 발가락 변형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고 족저근막염 증세를 호소하는 환자들은 날로 늘고 있다.발의 가장 대표적인 질환으로 족저근막염이 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발뒤꿈치와 발바닥 안쪽을 따라 통증이 생겨 걷는데 불편하
결국 그 일로 선택의 청와대 행은 좌절되었다. 그리고 새삼 세상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여러 날을 곰곰이 생각해 본 결과 그 굴레에서 벗어날 길은 역시 다른 데에 있지 않았다. 연좌에 대해 절대 불만을 내색하지 말 것이며 하던 대로 정부 시책에 맞추어 더욱 열심히 일하는 것, 그리고 서둘러 공화당에 입당하기로 한 것이었다. 사실 그 무렵에 농촌 지역에도 공화당 당원을 배가시키는 운동이 일어나고 있었다. 지난 선거에서 생각보다 많은 농민들 표가 김대중에게 간 것을 보고 박정희는 화들짝 놀랐다고 했다. 소문으로는 어찌 농민들이 자신에게 그럴 수가 있느냐며 분개했다고도 했다. 그래서인지 그 전에는 농민을 당원으로 가입시키는 일에 별반 나서지 않았던 지방 공화당에서 부쩍 당원 가입을 독려하고 있었다. 물론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는 말은 이동전화 회사의 광고 문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손전화의 번호와 소속회사를 옮기듯이 사랑의 대상도 그렇게 옮겨 다닐 수 있다는 얘기렷다? 하지만 사랑이란 마음을 주고받는 거래인지라, 새롭게 부가된 서비스를 좇아서 번호를 바꾸고도 휘파람을 불거나 멀쩡하게 시침 뚝 뗄 수 있는 손전화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게 문제다.군대 간 남자의 애인이 변심하는 것을 두고 ‘고무신을 거꾸로 신는다’라고 하거나, 애인을 다른 남자로 갈아치우는 것을 일컬어 ‘고무신 바꿔 신는다’라고 하는 표현이 언제 어떤 연유로 생겨났는지는 모르겠으나, 고무신을 끌어댄 그 비유 하나는 절묘하다. 내가 복무했던 기간에만도 우리 부대(중대)에서, 고무신을 거꾸로 신은 애인을 만나러가겠다며 부대를 무단이탈했다가 ‘
올해 날씨는 별스럽게도 지역 간의 차이가 큽니다. 가문 지역은 한없이 가물고 이곳은 또 쓸데없이 비가 잦습니다. 봄에도 그렇더니 가을까지 그렇습니다. 쓸데없는 가을비가 내리는 통에 바깥일은 못하고 창고 안에서 마늘 종자를 손봅니다. 농촌에는 맑은 날에는 두말할 것도 없거니와 비가 오면 비오는 대로 할 일이 있습니다. 가을비가 차락차락 내리는데 손만 놀리다 보니 지루하기도 하고 역시나 비가 내리면 뭐가 먹고 싶은 것이 많아집니다. 언젠가 양돈협회 관계자분의 말씀이, 비가 내리면 신체 에너지가 떨어져서 칼로리 공급을 많이 해줘야 한답니다. 그러니 비오는 날 먹고 싶은 것은 청량한 과일보다는 비교적 열량이 높은 음식이라는 것이고 그 중에 손쉽게 해먹을 수 있는 것이 전이었으니 그로 하여 비오는 날에는 파전
끝나지 않을 것 같던 여름이 조금씩 멀어지고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아직 낮에는 뜨거운 햇빛이 남아있지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쌀쌀하다고 느끼는 날도 있다. 일교차가 커지는 환절기가 다시 시작되려고 한다.환절기에는 기온과 습도의 큰 변화가 일어나고, 몸도 부지런히 이 변화에 적응을 한다. 이러한 적응 과정에서 면역력이 떨어지거나 피로가 쌓여있을 경우에는 여러 가지 질병이 일어나기 쉽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환절기의 가장 흔한 질환은 감기와 같은 호흡기 질환인데, 호흡기가 기온의 변화를 직접적으로 받기 때문이다. 메르스로 전국이 떠들썩했던 때가 오래 되지 않아, 다들 생활 관리나 위생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지만, 감기는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시기에 흔하게 찾아오는 질환이다.감기
신문에 농촌의 지도자라는 소개가 나오고 시곡리의 마을길 넓히기가 실린 후 선택은 다시 권순천의 전화를 받았다. 이번에는 신문에 난 것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일이었다. 어쩌면 청와대에 초청을 받을지 모른다는 거였다. 귀를 의심할만한 이야기였지만 평소 신중한 권순천의 말이었으므로 믿지 않을 수 없었다.“정형 이야기를 청와대에서 본 모양이오. 아직 날짜가 잡히지는 않았는데 전국의 농촌에서 젊은 지도자로 꼽히는 사람 오십 명 정도를 청와대로 초청할 계획을 잡고 있어요. 도 별로 숫자를 책정하는데 충청도에서는 정형을 추천하였소. 아직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그렇게 될 거요.”언뜻 그런 이야기를 신문에서 본 적이 있었다. 대통령이 시골에 가거나 농촌 젊은이들과 대화하는 걸 즐긴다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책은 질문을 던진다. 먹거리가 풍부한 이 시대에 먹거리 부족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는 불합리함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한편에선 먹거리를 제대로 소비하지 못해 고통 받는 사람이 증가하고 한편에선 먹거리를 생산하는 농민들이 몰락하는 딜레마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원하는데도 먹거리에 대한 불신이 갈수록 커지는 현실은 또 어떻게…?윤병선 건국대 교수의 새 책 「농업과 먹거리의 정치경제학」은 위의 질문이 발생하게 된 배경을 역사적, 구조적으로 분석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농식품 체계의 형성 과정, 미국과 국제기구의 비호 아래 농업과 먹거리에 대한 지배를 강화해 온 초국적 농산업 복합체의 사례, WTO, FTA, TPP로
괴산에 들어온 지 3년차 신참내기로 남편, 17개월 딸, 강아지 네 마리와 살고 있다. 토종콩 농사도 짓고 공부도 한다. 종자의 중요성을 다룬 글을 봤을 때 ‘이건 내가 할 일’ 이라는 깨달음을 얻었고, 대를 물려온 씨앗을 받아 들었을 때 그 뭉클함을 잊을 수가 없다. ‘피고 지고 또 피며 수대에 걸쳐 살아온 씨앗이라니…. 생명이 유한한 ‘내 존재’를 넘어 다음 세대에게 전할 것은 이런 씨앗이어야 하지 않을까.’ 전여농 토종사업단에서 일 할 사람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제가 하겠습니다’ 하고 나섰다. 덕분에 전국 곳곳을 다니며 농사짓는 언니들을 만나 토종씨앗 현장을 돌아볼 수 있는 행복을 누렸다. 귀농 첫 해 언니들에게서 얻은 노란콩 1kg, 호랑이콩 1kg을 심어서 가을에 수확하고, 작년에는 지난
부산에 사는 페이스북 친구와 문자로 대화를 나누다 “요즘도 고무신을 파는 데가 있느냐?”고 물었다. 아마 있을 거라고 했다. 그러고는 잊고 있었는데 사나흘 뒤에 연락이 왔다. 고무신 가게에 와 있는데 신발을 몇 밀리 신느냐고 물었다. 감격하였다. 와, 요즘도 고무신을 파는 가게가 다 있다니, 역시 왕년의 신발산업의 메카였던 부산은 다르구나! 그런데 “고무신을 몇 밀리 신느냐?”는 질문에 나는 얼른 대답을 못 했다. 사실 그렇게 묻는 것은 고무신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구두나 운동화가 아닌 고무신이라면 “몇 문 신느냐?”라고 물어야 한다. 그랬다면 내가 고무신을 최종적으로 신었을 때의 크기였던 “십문 칠!”이라고 씩씩하게 대답했을 텐데.1960년대 초에 정부에 의하여 미터법 사용이 강제되었다. ‘너도 나도
추석이 코앞입니다. 나락 수확과 동시에 마늘과 시금치 등 월동작물을 심어야 하니 추석명절은 말이 명절이지 명절답지 못한 지가 한참은 됐습니다. 추석에는 특집영화 한 편 정도는 봐 줘야 되는데 말입니다. 아니 되레 신경이 더 많이 쓰입니다. 집안 구석구석 청소며 제수음식 장만, 밑반찬 준비 등 신경쓸 것이 여간 많은 것이 아닙니다.사실 농민들에게 추석의 의미는 충분히 있습니다. 농사가 잘 되고 못 되는 것이 사람의 노력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날씨 등 자연조건이 받쳐줘야 되므로 천지사물을 관장하는 천지신명님께, 또는 조상님의 은덕에 햇곡식으로 감사드리는 낮은 자세는 농민의 기본인 셈입니다. 잘 자란 벼는 물론이고 호박 한 덩이와 참깨 한 바가지도 자연과의 공존 때문이라는 것을 농사를 짓다보면 자연히 알게
가을이 왔습니다.가을이 깊어갈수록 국화향도 짙어만 갑니다. 산등성이를 오르다 노란 꽃들이 가을바람에 산들거리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 다가가면 콧속을 파고드는 노오란 국화향에 머릿속까지 상쾌해 집니다. 오늘은 바로 이 산에서 나는 국화, 즉 산국에 대해서 알아보겠습니다.우리가 흔히 들국화라 부르는 종류에는 산국과 감국(야국), 구절초 그리고 쑥부쟁이가 있습니다.중국의 전설적인 의약의 신인 염제 신농(神農)씨는 국화가 몸을 가볍게 하고 오래 살게 하는 최고의 영약이라고 했습니다. 또 팽조라는 선인은 구절초를 심은 연못가에서 늘 구절초 잎에 맺힌 이슬을 받아먹고 수백 년을 살았다고 합니다.오늘날에도 중국에는 중양절(음력 9월 9일)에 국화주를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이는 옛날 후한시절 여남 땅
어딘지 오만한 끼가 흐르던 기자는 떡 벌어지게 차린 점심상과 면장이 찔러준 봉투 하나를 주머니에 넣고 나자 태도가 바뀌었다.“사실 전국 아무 마을에나 가서 취재해도 되는데, 서울 근처 가까운 데서 해도 되고요. 권국장님이 굳이 부탁하셔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잘 아시겠지만 신문에 한 번 실리는 게 보통 일이 아니잖습니까? 게다가 청와대에서까지 각별하게 관심을 두고 있는 사안이니만큼 이런 기회는 평생 한 번 있을까말까지요.”맥주잔을 쭉 비우며 기자가 생색을 내자 면장이 얼른 잔을 채웠다.“모쪼록 잘 좀 써주십시오. 우리 면이야 충청도 산골이지만 그래도 전 면민이 한데 뭉쳐서 정부 시책에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걸 강조해주시고요.”시골 면장으로서는 이만한 기회도 없을 터였다. 그런 것을 꿰뚫
시방으로부터 509년 전인 1506년 정월달에 연산군은 요즘의 비서실 격인 승정원에 선온(宣醞)을 내린다. 선온은 임금이 내리는 술이다. 그냥 술만 내리는 것이 아니라 시 한 수도 곁들여 하사한다. 임금이 직접 쓴 어서시(御書詩)이다. 그 내용을 보니 뜻밖에도 막걸리 찬가다.막걸리야 너를 누가 만들었더냐한 잔으로 천 가지 근심을 잊어버리네원문을 보니 ‘濁醪誰造汝 /一酌散千憂’ 요렇게 돼 있다. 조선시대에 막걸리를 어떻게 표기했을까, 궁금하여 뒤져보다가 에서 발견한 구절이다. 막걸리는 한자로 ‘요(醪)’라고도 적고 혹은 ‘탁료(濁醪)’라고도 적었다. 조선시대의 술 빚는 방법을 기술해놓은 이란 문헌에서는 막걸리를 ‘혼돈주(混沌酒)’라고 부르고 있다. 대낮에 막걸리 마시고
마을 이장인 남편에게는 중요하지는 않아도 몇 가지 권한이 주어집니다. 그 하나가 명절을 앞둔 때, 쌀이나 양말 등 이웃나눔 대상자 몇 분을 추천하는 것입니다. 민주적으로 마을 회의에서 의논하면 좋겠지만 세세한 모든 것을 다 논의하자면 복잡하니까 이 정도는 이장의 판단으로 추진됩니다.아무리 남의 집 사정을 잘 아는 촌 생활이라 할지라도 미세한 변화까지는 읽어내지 못하므로 남편은 식탁에서 누구를 추천할지를 묻습니다. 이럴 때는 마을회관에서 마을 분들과 말씀을 많이 나누시어 마을 분들의 사정을 속속들이 잘 아는 시어머니의 의견이 가장 많이 반영되는 편입니다. 게다가 젊은이들은 제 일에 바빠 다른 사람들에 대해 관심이 많이 없으니 사정을 모르기도 합니다. 대개 갑자기 농기계 사고가 나신 분이랄지, 또는 오랫동안
아침에 일어날 때 손이 많이 붓고 저리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대개 혈액순환이 잘 안 돼서 그런다거나 목에 디스크가 있어서 그런다고 생각들을 하는데요, 둘 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입니다.이렇게 손이 붓고 저리는 증상은 대개 ‘흉곽출구증후군’에 속합니다. 주로 ‘사각근’이라는 근육에 문제가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목과 쇄골뼈 사이에 근육과 뼈 사이로 공간이 있습니다. 이 공간으로 신경(상완신경총)과 혈관(쇄골하정맥, 쇄골하동맥)이 나와서 쇄골 아래로 지나서 손끝까지 내려가게 됩니다. 이 부분이 압박을 받게 되면 신경압박증상과 혈관압박증상들이 나타나게 됩니다.신경압박증상에는 팔 또는 손이 저리고 둔한 느낌이 드는 것, 아침에 자고 일어나면 뻣뻣한 느낌이 드는 것이 있습니다. 심해지면 잘
마을에서 길을 닦을 준비를 하는 동안 선택은 면 직원과 다른 동리의 젊은이 두 명과 더불어 도청소재지가 있는 ㅊ시까지 가서 시멘트를 섞고 철근을 넣는 법 따위를 배웠다. 그리고는 바로 이어서 길 공사에 들어갔다. 열흘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했던 공사는 불과 이레 만에 끝났다. 칠십 여 명의 노동력은 그렇게 엄청났다. 회칠한 듯 뽀얀 시멘트 길이 생기자 마을 사람들은 너나없이 좋아했다. 마을이 생기고 처음으로 엄청난 공동의 작업을 해냈다는 뿌듯함까지 더해져 이상하다싶을 정도로 흥분된 감정이 마을을 휘감았다. 면내에서 제일 먼저 길을 닦은 시곡마을로 다른 마을 사람들이 일부러 구경을 왔고 사람들은 새 길을 마치 제 집 앞마당이라도 되는 양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그리고 시멘트가 다 말라 사람들의 통행이 시
임실 운암면에서 태어나 어렸을 적부터 농사를 지어 왔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지금 살고 있는 정읍에 정착한 지도 벌써 30여년이 훌쩍 넘었다. 정읍은 평야가 펼쳐져 있어 다양한 잡곡이 많지 않았다. 임실 고향에서 어머니의 시어머니, 오랜 역사를 품은 토종씨앗들을 받아 지금도 심고 있다.돈을 버는 게 목적이 아니라 종자가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는 순전히 어머니의 가르침이었다. 어머니가 살면서 땅이나 돈이 아니라 유산처럼 물려받았던 종자가 아직도 이어져 오고 있다. 종자의 중요성도 몸에 자연스럽게 배어들었다. 아무리 급한 상황이 될지라도 종자는 머리 배게 밑에 두고 자야 한다고. 사람들이 대를 이어 살아가야 하듯이 종자도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을 온 삶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다. 지금도 소중한 씨앗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