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유명한 바람둥이의 대명사 카사노바 그리고 그가 즐겨 먹었다 해서 함께 유명해진 굴은, 그의 남성적 능력을 뒷받침해 준 음식이었던 것처럼 추론되곤 하는데, 과연 그러한 추측은 어디까지가 진실일까요? 필자의 견해를 말씀드리자면 그러한 추측에는 상당한 근거가 있어 보입니다. 굴은 우선 성호르몬 생성에 관여하는 아연이 풍부합니다. 아울러 인체 내 여러 효소의 구성성분이 되는 요오드나 구리, 망간 등 미량원소가 풍부하여 인체의 생리활동과 면역작용을 뒷받침합니다. 또한 흡수하기 좋고 질 높은 단백질과 글리코겐 등 영양물질이 많아 힘이 부칠 때, 쉽게 흡수되어 곧 바로 에너지원으로 전환될 수 있으니 육체적 노동을 위주로 하는 남성들에겐 참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만한 좋은 음식입니다. 여기에 간장
선택 일생에서 제일 충격적이었던 해, 1979년 기미년 새해가 밝았다. 선택은 새해 첫날을 변소에 들락거리며 종일 누워있다시피 했다. 전전날 종무식을 하고 직원들과 술을 마신 데다 전날인 일요일에도 술자리가 생겨 그다지 즐기지 않는 술을 이틀 연속 마신 끝에 탈이 나고 말았던 것이다. 꿀물과 동치미를 번갈아 마셔가며 텔레비전을 보았다. 매 시간 대통령이 발표한 신년사와 휘호가 화면에 나타났다. 올해 대통령이 한자로 쓴 휘호는 ‘총화전진’이었다. ‘하, 글씨 한 번 매섭다. 저런 박력이 있으니까 위대한 대통령이 되는 거지.’ 선택은 어렸을 때 할아버지 밑에서 붓을 좀 잡아보았기 때문에 글씨를 보는 안목이 있었다. 대통령의 글씨는 그야말로 서슬이 시퍼렇게 살아있는 글씨였다. 청와대에서 신년을 맞아 찍은
중학시절, 한 울타리에 있던 농업고등학교 축사에 구경 갔다가, 영국의 ‘요크셔’에서 건너왔다는 돼지를 처음 봤을 때 두 가지가 놀라웠다. 우선, 그 도야지 녀석은 조부님 수염 같은 흰털로 치장을 하고 있어서 ‘돼지 털은 검다’는 내 상식을 여지없이 깨버렸다. 또 한 가지는 무지막지한 덩치였다. 농고생들이 실습시간에 먹이를 많이 먹인 탓인지는 몰라도 그 크기가 마치 ‘다리 짧은 암소’를 본 느낌이었다. 녀석들은 네 다리로 제 체구를 지탱하기도 힘겨운 듯 자꾸만 뒤뚱거렸다. 걸핏하면 허술한 우리를 훌쩍 타고 넘어 배추밭으로 달아나곤 하던, 옛적 내 고향 집의 날렵한 돼지에 비교하면, 요크셔라는 그놈은 그냥 육중한 고깃덩이로만 보였다.초등학교 시절 내 고향집에서 기르던 돼지는, 어지간히 큰 어미라 해봐야 2백
언젠가 여성농민단체의 수련회에 가서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분위기상 세계전쟁이 끝난 유럽의 어느 농촌마을을 배경으로 하는 외국영화였지요. 제목이 이니 우리말로 하자면 안토니아 일가 정도? 젊은 여성 안토니아가 친정엄마가 돌아가신 고향마을에 딸을 데리고 와서는 살림을 일구는 과정을 영화로 만든 것이었습니다. 그 과정에 청각장애가 있어 소외받는 마을사람을 농장에서 일하게 하고 결혼도 시켜주었고, 남자형제와 가족들에게 폭행당하는 여자아이를 돌봐주는가 하면, 정신질환이 있는 환자를 있는 그대로 존중해주는 것이었습니다. 지루하다고 평하는 분들도 계셨는데 나는 한 장면 한 장면을 집중해서 보았습니다. 본시 아슬아슬하거나 공포감을 주는 영화보다는 잔잔하게 삶의 고뇌를 담은 내용을 좋아하는지라 영화가
밤에 잠을 깊이 못 자서 힘들다고 호소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특히나 젊은 사람보다는 나이 드신 분들이 불면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나 요즘 같은 겨울이면 불면증이 더 심해지기 쉽습니다. 겨울에는 밤의 길이가 길고 낮의 길이가 짧아서 햇볕을 충분히 받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낮에 충분히 햇볕을 받지 못하면 몸에서 비타민 D를 충분히 합성하지 못하게 됩니다. 비타민 D는 숙면과 연관된 비타민으로 부족해지면 잠을 깊이 자는데 어려움이 생깁니다. 그래서 겨울철에 불면증을 이겨내려면 충분히 햇볕을 쬐는 것이 중요합니다. 최소한 일주일에 두 번 이상,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햇볕이 강한 시간대에 5~30분 정도 햇빛을 받아야합니다. 이때 썬크림(자외선차단제)을 바르면 비타민 D 합성에 필요한 자외
“야, 임마. 이 정권이 농민을 위한다고? 너야말로 정신 차려라. 그깟 조합장 자리도 권력이라고. 박정희가 늬 애비나 되냐?” 지랄 같은 성격의 석종도 누가 들을까 무서운 소리를 내뱉곤 했다. 아무래도 큰일이 나지 싶었는데 석종은 그 해에 가까운 원주에서 경찰에 잡혀 유치장 신세까지 졌다. 가톨릭 농민회에서 하는 집회에 참가했다가 그리됐다고 했다. 하여튼 석종을 따르는 몇몇이 농협에 와서 시비를 거는 정도 외에는 별 탈이 없이 잘 굴러가는 농협이었다. 모내기가 다 끝나고 농촌에도 별 다른 일이 없어 개울로 천렵을 다니던 7월 초순이었다. 그 동안 뜸했던 정해수가 갑자기 선택을 찾아왔다. “아이고, 우리 아재가 조합장이 되었다면서? 그러면 나한테 연락을 해야지, 섭섭하게.” 예
난임이란 정상적으로 결혼한 부부가 1년 동안 아이가 없는 경우를 일컫는다. 난임으로 마음고생하며 잠 못 이루는 환자들의 심정은 이루어 말할 수가 없다. 누구나 갖는 아이를 나는 가질 수 없다는데서 오는 심리적 절망감은 난임을 불임으로 몰고 가는 상황에 다다르게 한다. 난임과 불임은 말 그대로 다르다. 난임은 임신을 하기 어려운 것이고 불임은 임신을 할 수 없는 것이다. 사실 위에서 말한 1년이란 기간은 의학적 기준이 필요하여 ‘기준’으로 세워둔 것이지 난임을 정의하는 절대적 숫자가 아니다. 임신은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의학적 기준보다 더 많이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이다. 결혼 시기가 늦어지면서 고령에 임신을 준비해야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난임 상담을 해보면 섹스리스 부부인 경우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며칠 후에 선택은 만 원짜리로 백 장을 넣어 지구당 사무장에게 건넸다. 박의원과의 술자리를 파하고 돌아올 때 사무장이 다가와 넌지시 한 마디 했던 것이다. “우리 의원님이 워낙 청렴하셔서 선거 돌아올 때마다 여간 애를 먹는 게 아닙니다. 이번에 부위원장님이 조금 성의 표시를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당연히 나중에 돌려드립지요.” 어느 정도 눈치는 채고 있었다. “그럼 얼마나?” “정해진 거야 있겠습니까? 부위원장님들은 보통 한 장씩 하십니다만.” 알았다는 대답을 하고 돌아오면서 그 정도면 썩 손해 보는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백만 원이면 농촌에서 큰돈이긴 해도 공화당 부위원장 자리 또한 여간한 자리가 아니지 않은가. 나중에 돌려준다는 말 또한 그만한 이권을 주겠다는 것일 테니 일종의 투
닭아, 닭아, 우지마라… 네가 울면 날이 새고날이 새면 나 죽는다 …판소리 중에서 인당수로 팔려가던 날 새벽의 심청의 초조한 심경을 노래한 대목이다. 농촌 사람들은 시계 없이도 불편 없이 잘 살았다. 도회지와는 달리 농촌에서의 삶 자체가 분초를 다툴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계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새벽을 알리는 시계는 닭장에 있었다. 닭은 대개 세 번쯤 울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첫닭이 우는’ 시각은 꼭두새벽이었으니 아마 4시쯤이 아녔을까? 그런 다음 일정 간격을 두고 두어 차례 더 울어야 날이 샜다. 엄니는 보통 두 번째 닭이 울고 나서야 아침을 지으러 자리에서 일어났던 것 같다.아침을 알리는 시보가 닭 우는 소리라면, 정오는 동네 앰프에서 알려 주었다
올해도 어김없이 바다 일을 합니다. 겨울철에 일거리가 많지 않은 틈을 타 굴을 줍고 까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것이지요. 여덟 가구의 여성농민이 주가 되어 조합 방식으로 운영합니다. 바다는 오로지 풍광용이라 여기던 나는 산골사람인지라 행여나 바다에서 그 무슨 가치를 만들어내는 일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안 해봤습니다. 그런데도 바다를 끼고 사는 곳이다 보니 어쩌다가 그렇게 엮여서 바다 일을 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공동체에 결합하기 전부터 이미 몇 몇 언니들을 중심으로 몇 년째 해오던 일인지라 공짜버스 타듯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조금과 사리의 물때도 모를뿐더러 굴도 깔 줄 모르던 완전 초보가 한 3년을 같이 하다 보니 언니들의 도움 덕분에 이제 제법 남들 흉내를 낼 수 있습니다.농어촌 대부분의 일들은 남녀
만병통치약으로 통하던 DDT는 워낙 귀했기 때문에 농작물의 해충 방제에까지는 사용할 엄두를 내지 못 하였다. 그런데 60년대 후반의 어느 시기부터는 웬 일인지 백색 분말의 살충제가 넉넉하게 공급되어서 농촌 들판에 아낌없이 살포되었다. 그 가루약은 고맙게도 나와 동생에게도, 이른 아침에 채소밭에 나가 젓가락으로 벌레를 잡아야 하는 수고를 단박에 면케 해주었다. 우리는 그 살충제 역시 DDT인 줄만 알았고 또한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비슷한 성분이긴 했지만 그것은 DDT가 아니라 벤젠 헥사클로라이드(benzene hexachloride)라는, 머리글자를 따서 BHC라고 표기된 분말 살충제였다. 대부분 영어교육을 받아본 적이 없던 당시의 농부들에게 ‘비 에이치 씨이’…어쩌고 하는 글자는 발음하기가 영 거추장스러웠
이게 겨울인가 싶을 정도로 따뜻한, 그래서 걱정을 넘어 당황스럽기까지 한 연말연시입니다. 때가 때인지라 시절에 대한 걱정만큼 각종 모임들도 넘쳐납니다. 30여 가구가 사는 작고 조용한 우리 마을도 부녀회 총회하랴, 대동회 하랴 살짝 분주해집니다. 부녀회나 대동회에서는 소소한 일들로 가득찼던 한 해를 정리하며 지출 총결산도 하고 한 해 사업을 갈무리 합니다. 주민숙원사업은 우선순위에 부정이 없었는지, 내년에는 어떤 일을 우선으로 할지 등 주민들의 총의를 모으는 자리지만 역시나 핵심은 마을 주민 대표를 뽑는 임원선거에 있습니다. 다행히 올해는 이장을 뽑는 해는 아니므로 대동회는 좀 싱거울 수도 있다만, 문제는 부녀회 임원선출입니다.해마다 이맘 때 쯤이면 부녀회장 선출로 홍역을 앓다시피 합니다. 부녀회장을 모
통풍은 인체 내에서 발생하는 요산이 제거되지 않고 관절이나 힘줄부위에 쌓여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바람만 불어도 심하게 아프다고 해서 통풍이라고 불리는데, 그만큼 강한 통증을 유발한다.인체가 음식물을 먹으면 영양분은 흡수되고, 노폐물은 대소변으로 배출돼야 한다. 하지만 혈액 내에서 요산이 배출되지 못하고 농도가 높아지면, 요산이 모여서 큰 결정이 될 수 있다. 이런 결정이 관절이나 힘줄에 쌓이면서 붓고 아픈 증상을 만들어낸다. 심한 경우 요산이 지속적으로 쌓여 관절 자체의 변형을 유발하기도 한다. 또, 신장에 요산결정이 쌓여서 신장 기능을 파괴하기도 하는 질환이다.일반적으로 통풍은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며, 나이가 많을수록 위험성이 크고, 젊은 사람이라도 혈액 내 요산의 농도가 높을수록 질환의 발
선택의 계산대로 일이 돌아가지는 않았다. 서류상으로만 꾸미려던 것이 일단 보리씨를 뿌렸다가 나중에 갈아엎는 걸로 했다. 아예 보리를 심지도 않았다가 들키면 공무원들 목이 달아난다며 완강하게 반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보리를 심은 것까지 공무원에게 확인을 받고 나중에 농민이 자의적으로 갈아엎은 다음 마늘을 심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아무려면 돈 좀 해보려고 심었다는데 농민을 잡아가두기야 하겠느냐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들어가지 않아도 될 보리 종자 값이며 갈아엎는 비용이 들어가는 셈이었다. 그리고 이듬해 햇보리를 구하려 하자 수매가 오천 원에 아무리 싸게 주어도 천오백 원은 얹어 주어야 살 수가 있었다. 이래저래 손해가 많았지만 역시 마늘 값이 좋아서 별 탈 없이 넘어갔다. 그래도 정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같은 나라’를 꿈꾼 이들이 있었다. 인간평등이 실현되고, 사회비리가 척결되며, 외국 침략세력을 내쫓아 민중이 주인되는 나라를 꿈꾼 이들이 있었다. 보국안민, 제폭구민, 척양척왜의 깃발을 들고 1894년 동학농민혁명을 일으킨 농군들은 이전 시대로 다시 돌아갈 수 없음을 뼈 속 깊이 새기며 관군과 일본군에 맞서 싸우다 무참히 스러지고 만다.혼불문학상 다섯 번째 수상작, 이광재 작가의 장편소설 「나라없는 나라」는 오늘날 다시 ‘동학농민혁명’을 불러온다. 동학농민혁명의 발발부터 전봉준 장군이 체포되기까지의 과정을 고전적인 문체로 그려낸 소설에선 1894년 당시 부정부패한 탐관오리로부터 핍박받던 농군과 민초들의 이야기가 생생히 살아 움직인다.전봉준, 김개남, 손화중 등 혁명
강원도 횡성군 공근면 수백리가 고향이다. 1980년, 바로 개울건너 내지리로 시집을 왔고, 1982년부터 농사를 짓고 있다. 그 동안 안 지어본 것이 없을 정도로 이것 저것 많은 농사를 지었다. 채종 농사를 시작한 것은 2007년에 이르러서이다. 2007년 배추 씨앗을 받기로 하고 농사를 시작했는데 남편이 뇌출혈로 쓰러지는 바람에 고생을 해 여느 해보다 기억에 많이 남는 해이다. 아픈 남편과 함께 배추씨를 터는데 들깨 씨를 털 때처럼 약간 눅눅한 상태에서 털어야 되는 줄 알고 눅눅해진 배추 줄기를 도리깨로 터느라 무척 힘들었던 기억이 새삼스럽다.2008년 제주도에서 토종씨앗 실태조사를 통해 찾아낸 구억배추를 토종씨드림에서 분양받아 키워냈다. 제주에서 온 구억배추 씨앗을 여성농민회 회원들도 가지고 갔지만
“금년 배추 농사 잘 지었네 그려.”1960년대, 가을철에 뉘 집 남새밭을 쓰윽 한 번 둘러본 방문객이 그렇게 말했다면 그 집 식구들의 근면성은 일단 알아주어야 한다. 배추농사의 성패는 무엇보다 ‘청벌레’라고 불리는 배추벌레의 공격을 얼마나 잘 막아냈느냐에 달려 있었다. 여간 부지런한 집이 아니라면, 가을 김장철에 남새밭에서, 깨끗하고 멀쩡한 배추를 수확할 기대는 아예 그만두어야 했다. 배추가 한창 자라는 여름철에 그 청벌레를 제대로 잡아주지 않으면, 흡사 얼개미처럼 구멍천지가 돼 있기 일쑤였던 것이다.“싸게 안 일어나냐? 벌거지가 다 갉어묵어불면, 놈 부끄러서 어짜까이.”엄니의 잔소리가 그쯤 길어지면, 달콤한 아침잠의 끄나풀을 눈두덩에 매단 채로 휘청휘청 마당으로 나선다. 그 청벌레란 놈은 해가
부녀회 모임을 한다거나 제사음식을 나눠 먹을 때나, 심지어는 마을관광을 가더라도 농민들이 모이면 어김없이 농사이야기가 주를 이룹니다. 대개는 현재 짓고 있는 농사에 대한 이야기지만 또 지나간 농사에 대한 갈무리도 합니다. 올해 고추를 몇 근 땄다, 나락이 그 논에서 몇 가마니가 나왔다는 얘기며 그래서 총 얼마 벌었다는 얘기를 자랑삼아 하는데 번번이 나의 예상을 뛰어넘습니다. 우리 집과 비슷한 수준의 농사를 짓는데도 나락이며 고추, 마늘 소득이 우리 집보다 높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참 얼치기 농사꾼이구나 싶을 때가 많습니다. 암만요, 오로지 농사에만 집중하는 농민들의 우직한 농법을 따라가기는 언제나 어려운 법이지요. 그럴 때마다 남편과 얘기를 나누며 농사를 더 열심히 지어서 남들만큼 소득을 올려보자고 작은 목
어릴 적 어머니는 농사철이 끝난 겨울이 되면 가시가 잔뜩 달린 나뭇가지를 한 다발 사다가 문지방에 걸어 놓으시고, 허리 아프고 무릎 아픈데 좋다며 이것을 삶아 우려낸 물에 닭을 고아 함께 드시곤 하셨는데, 바로 이 나무가 엄나무였습니다.예부터 엄나무의 가시는 잡귀를 쫓아내는 효험이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약리학적 분석력이 부족하였을 먼 옛날에는 우리 주변의 동식물들이 우리 몸에 어떤 약효가 있다는 것을 어떻게 알았을까요?옛 사람들의 눈에 가시가 있는 나무는 뭔가 나쁜 것들을 가시로 찔러 쫓아 낼 수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고, 이것을 먹으면 몸에 나쁜 종기나 염증을 쫓아낼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먹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러한 무수한 임상실험결과 약효를 나타낸 것들이 비로소 한약으로 굳어지게 되
세월이 가면서 농사짓는 풍속도 변해갔다. 전에는 조금씩 심어서 양념이나 하던 고추와 마늘을 심는 농가가 늘어갔다. 농민들이 어수룩해보여도 눈치가 빠르고 돈 되는 곳에 몰려드는 것은 도시 사람이나 별 차이가 없었다. 특히 마늘 값이 좋고 지역의 토양과도 맞아서 가을에 나락을 베고 나서 논에 마늘을 심는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시곡 마을도 예외가 아니었다.“올해는 보리 말고 마늘을 심어 볼라네.”농사를 도맡아 하는 삼촌이 그렇게 말했을 때 선택도 흔연히 그렇게 하시라고 했다. 보리에 비해 들어가는 밑천이 많고 일도 더 많지만 그런 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선뜻 마늘 농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농가는 대개 씨 마늘 값이 부담되어서였다. 마늘은 농작물 중에 씨앗 대비해서 가장 소출이 안 나는 작물이다. 콩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