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학교 다닐 적이다. 학생회를 같이 하던 후배 녀석의 느닷없는 입영 통보에 나름 심각한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조국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여 있거늘 군입대가 무슨 말이더냐. 툭하면 관용어구처럼 되놰서일까. 내 말엔 어떤 권위나 감동은 이미 상당히 퇴색되었던지라 후배 놈의 대답이 걸작이었다. “그놈의 조국은 허구한 날 백척간둡니까?” 그리곤 며칠을 같이 술을 마셔댔고 후배는 결국 군입대를 1년 미뤘다. 항상 위기였고 항상 고비였지만, 매 순간 결정적 시기이자 기념비적 원년을 앞두고 있었던 나날이었다. 일상과 삶에 천착하지 못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마을에 농산물집하장이 있는데 거기서 매일 (시금치) 경매가 열려요. 중도매인들이 농협 직원들과 오는데 물건을 보고 가격을 매기면 몇 시간 후에 입금돼요. 멀리 가지 않고도 경매를 보니깐 편하죠. 보통 설 지난 후엔 가격이 좋지 않은데 올해는 좋아요. 10년 가까이 같이 일하시는 분들도 다들 값이 좋다고 하세요. 노지 시금치라 수확 전까지 하얀 부직포로 덮어 놓는데 이게 햇볕도 투과되고 서리 내린 후엔 수분도 공급해서 당도가 좋아요.”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백문불여일견.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는 뜻으로, 직접 경험해야 확실히 알 수 있다는 말이다. 직접 도매상이 될 순 없지만,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도매상 100명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책이 출간됐다.저자인 김완배 교수가 도매시장의 본질과 그 역사를 보존해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집필한 책인 만큼 오랫동안 농산물 도매를 해온 전·현직 도매상들의 이야기가 날 것 그대로 수록돼있다.1부에서는 조선시대부터 일제 강점기까지 서울의 시장, 상인 등의 변천 과정이 정리됐다면 2부에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공영도매시장이 공공성을 상실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의 이익이 아닌 사적이윤을 추구하는 ‘돈 놀이터’가 됐다는 지적이 농민·중소마트 자영업자·전문가·공무원들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지난 8일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위원장 정현찬, 농특위)가 개최한 공영도매시장 공공성 강화 방안 모색을 위한 토론회 자리에선 가락시장으로 대표되는 공영도매시장의 문제점이 대거 나열됐다. 숱한 문제 제기에도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김현수, 농식품부)는 도매시장에 경매제도만을 계속해서 유지하려고만
공영도매시장은 농산물 유통의 거점시장으로 그 역할이 크다. 중앙정부 및 지자체가 평가, 관리 감독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영도매시장은 기본적으로 출하자와 소비자를 위한 기능 강화가 최우선이 돼야 한다. 하지만 지난 세월 줄기차게 도매시장 개혁이 요구돼왔지만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했고 지금도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직속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조정자가 돼 지난해부터 이어온 공영도매시장의 공공성 강화 방안 논의에 불을 붙이고 있다.공영도매시장은 그 이름이 담고 있는 의미처럼 출하자는 제값을 받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 가락시장 시설현대화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가운데, 도매권역 2공구(채소1동) 건설을 앞두고 이해관계자들의 견해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한국농산물중도매인조합연합회(회장 엄주헌, 한중연) 서울지회가 기존 시설현대화사업 설계에 반발하며 감사원에 공익감사청구서를 제출했다.중도매인들은 점포통로 협소, 2층 영업 사각지대 발생 등을 이유로 채소1동 설계방향에 반대 의사를 계속해서 표시해왔다. 지난해 12월 공사가 도매2공구 건립 설계공모를 공고하자 중도매인들은 공익감사를 요청, 적극적으로 대응하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코로나19가 발생한 뒤 2년간 농민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했다.”경기도 평택시 진위면에서 친환경 오이·대추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한상우 씨는 위와 같이 지난 2년의 소감을 밝혔다. 그에게 2020년 초봄은 악몽으로 남아있다. 코로나19 발생과 그에 따른 학교급식 중단으로 3,000평 농지에서 재배하던 오이와 대추방울토마토 약 100톤 가량이 적체됐다. 그해 3월 한씨의 친환경농산물 학교 공급물량은 ‘0’이었다.2020년 하반기 들어 상반기보단 상황이 나아졌다. 일부나마 등교가 재개됐다. 그러나 코로나1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1985년 서울 가락동에 처음 농산물도매시장이 생긴 이래 현재 전국 32개의 공영도매시장은 국내 청과물 생산량의 50% 이상을 취급하고 있다. 한편 대도시에 위치한 도매시장의 물량이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는데 반해 지방 도매시장의 경우 취급물량이 줄어들고 갈수록 위축되고 있다.지난 19일 ‘농업전망 2022’에서 이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지방 도매시장이 가진 한계와 실태를 짚고 대안을 제시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최병옥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농산물 지방 도매시장 발전과 지역유통 혁신 방안’에 대해 발표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제주도가 농산물 통합물류 사업을 올해 시범적으로 추진한다. 육지 출하 농산물의 물류 비효율을 개선하고 수도권(가락시장) 집중 출하에 따른 가격 위험을 줄이기 위함이다.이번 시범사업에서는 통합 운송계약을 통해 산지에서 가격이 결정된 농산물을 지정된 권역별 거점물류센터로 보낸 뒤 전국 소비지로 직배송하는 유통시스템을 구축한다. 도내 개별 운송계약을 통해 종착지인 가락시장으로 농산물을 운송한 뒤 중도매인이 전국 소비지로 물건을 보내던 기존의 전통적인 유통방식을 개선한 것이다.제주도는 6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육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 충남 서산축협(조합장 최기중)은 2015년 이전까지 유난히 잡음이 많은 조합이었다. 조합장·임직원들의 횡령·배임 및 성추행 사건이 수시로 불거졌고 겉으로 드러나지 않은 부조리와 비리 의혹도 켜켜이 쌓여있었다. 조합원들은 조합에 정상적인 사업은커녕 “뉴스에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 “사람들한테 손가락질만 안 받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만 품고 있을 뿐이었다.개혁 성향의 최기중 조합장이 당선된 지 햇수로 7년, 서산축협은 괄목할 만한 발전을 이룩했다. 만신창이가 된 조합의 상처를 딛고 철저히 ‘조합원을 위한’
지난 2018년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락시장 도매법인들이 위탁수수료와 판매장려금을 결정하는데 담합이 있었다고 발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4개 도매법인에 시정명령과 함께 총액 116억원(한국 39억원·중앙 32억원·동화 24억원·서울 2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담합 판정을 받게 된 원인은 표준하역비였다. 표준하역비는 포장출하된 출하품의 하역비다. 하역비는 원래는 출하자가 부담했으나 2001년 농안법 개정으로 부담 주체가 도매법인으로 바뀌었다. 농안법 개정 전 도매법인은 출하자에게 위탁수수료 외에 하역비를 별도로 청구했다. 그러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지난 3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신임 사장에 문영표 전 롯데마트 대표이사가 취임했다.문영표 신임 사장은 지난 2011년 롯데마트 본부장, 2018년 롯데글로벌로지스 대표이사를 역임하다 2019년에 롯데마트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그의 경력이 말해주듯 시장 내 가장 큰 우려는 사적 이윤을 목표로 하는 대기업의 임원 출신이 공영도매시장에서 공익적인 역할을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또한 우리나라 농산물 유통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가락시장에서 ‘농산물 도매유통’에 대한 후보자의 전문성이 부
[한국농정신문 권순창 기자]‘푸드마일리지’는 농축산물이 농장에서 생산된 이후 최종 소비자에게 도달하기까지의 이동거리를 말한다. 물류의 이동이 탄소의 배출과 직결되는 일이고 보면, 푸드마일리지를 줄이는 건 농산물 자체의 친환경적 생산 못지않게 탄소중립에 있어 매우 중요한 과제다.유통혁신, 갈 길이 멀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유통실태 조사에 따르면 농산물의 소비자 구매가에서 유통비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평균 47.5%(2019년 기준)다. 유통 비효율로 인한 비용 낭비가 크다는 걸 누구나 확인할 수 있지만 더 중요한 건 이 비용들이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서울시내 농산물 도매시장인 가락·강서시장이 2022년 신년 휴무를 실시한다.가락시장 청과부류 중 채소부류는 오는 30일(목) 저녁 경매 후 휴업에 들어가 2022년 1월 2일(일) 저녁부터 다시 개장할 예정이다. 과일부류는 31일(금) 아침 경매를 끝으로 휴장했다가 2022년 1월 3일(월) 새벽부터 경매를 재개한다.강서시장 경매제 채소·과일부류 휴무일정은 가락시장 채소·과일부류와 동일하다.시장도매인의 경우 31일(금) 오후 6시까지 거래가 이뤄지고 2022년 1월 2일(일) 오후 6시부터 거래를 재개한다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국내 최대 규모 도매시장인 가락시장에서 도매법인 독과점에 따른 폐해와 경매제의 높은 가격 변동성에 따른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는 동안 농민들의 불만도 켜켜이 쌓여왔다. 지난해 도매법인에 대한 비판여론이 하늘을 찔렀고, 시장도매인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농안법)」개정안이 발의되면서 올 한 해가 시작됐다. 하지만 기대가 무색하게도 도매법인을 견제할 수 있는 유일한 제도인 시장도매인은 올해도 제자리걸음을 했고, 시장은 유독 어수선했다.추석을 기점으로 코로나19 확진자가 대거
어느덧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절이 돌아왔습니다. 동지팥죽도 해 먹었고, 빈독에 넣어둔 홍시도 물러진 채 다 떨어져 가고, 동치미는 한창 맛이 들었습니다. 이제 통장에 공공비축미 정산대금만 들어오면 진짜 한 해가 마무리되는 셈입니다. 돈이 들어오면 이자를 해결하는 농가도 있을 테고, 아니면 농약방에 밀린 외상값을 갚아야 할까요? 농가 살림 규모가 클수록 세밑이 무섭겠지요. 암요, 올 한 해도 다들 고생하셨습니다.처음 결혼하고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을 때 선배 언니들이 여성농민을 무급 종사자라고 말했습니다. 처음에는 말뜻을 몰랐습니다.
[한국농정신문 원재정 기자] 정부가 내년에 역점을 둘 정책은 ‘민생경제 활성화’다. 하지만 농업분야 정책은 ‘농민경제 활성화’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기획재정부·농림축산식품부 등 6개 부처는 지난 22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022년 주요 업무계획’ 합동 브리핑을 했다. 6개 부처는 ‘민생경제 활성화’를 내년 업무의 핵심주제로 선정해 경제회복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6개 과제로 △소상공인 위기극복 지원 △민생물가 안정적 관리 △일자리 회복·안전망 확충 △가계부채 관리·정책서민금융 확대 △농촌경제 안정 △문화일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마지막 남은 차상거래품목인 배추의 하차거래 전환을 앞두고 산지 출하자들과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의 마찰이 이어지고 있다.가장 큰 문제는 단연 하차거래 시 산지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는 점이다.하차거래가 시행되면 인건비, 박스포장, 파레트 랩핑, 지게차 대여 등의 금액을 모조리 농민들이 감당해야 하지만 이와 관련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는 것이 산지의 목소리다.처음에 공사가 주장했던 골판지 상자 출하는 농민 입장에선 불가능하다. 상자 한 개당 1,200원인데 이 가격으로는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낮은(연평균 망
[한국농정신문 김태형 기자]올해 화훼류 경매실적은 역대 최고 기록을 경신했지만 화훼농가는 마냥 웃을 수 없다. 꽃 수요가 늘고 생산량이 감소하면서 꽃 가격은 올랐지만 치솟는 인건비와 자재비 등 생산비를 빼면 손해가 쌓이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에 따르면 올 1월부터 11월까지 양재동 화훼공판장의 화훼류 경매실적은 1,282억원으로 기존 최고 기록이었던 2019년 실적(1,221억원)을 넘어섰다. 오수태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사업센터 절화경매실장은 “생산비가 많이 올라 전체적인
[한국농정신문 김한결 기자]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공사) 사장 인선을 앞두고 농업·유통업계가 떠들썩한 가운데 문영표 전 롯데마트 대표가 신임 사장에 내정됐다.농수산물의 원활한 유통과 적정 가격 유지를 통해 생산자·소비자의 이익 보호를 목적으로 하는 공영도매시장(가락·강서·양곡시장)을 관리·운영하는 공사의 역할은 막중하다. 특히 가락시장은 전국 32개 도매시장이 취급하는 총거래량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공영도매시장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공사가 추구해야 할 우선 가치는 공공성이다. 하지만 도매법인의 과다수익, 경매 중심의 독점적 수탁거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