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달력은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두고 있다. 한해가 저문다는 것은 언제나 공과 과를 생각하게 한다. 농업과 농민들에게도 공과 과가 많은 시간들이 지나고 있다. 2015년 유엔(UN)에서는 미래의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DGs)에 농업 영역으로 식량, 기아해소, 기후변화, 지역 간 격차해소 등을 포함한 목표와 과제를 제시한 바 있다.또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에서는 토지와 기술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이 취약하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생산수단의 소유, 정책에 대한 여성의 접근성을 높이는 것을 주요 과제로 제시했다. 이러한 노력은 지난 11월 유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백남기 농민이 경찰 물대포에 쓰러진 지 3년이 지났다.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를 이끌어 냈던 전국농민회총연맹 김영호 의장은 올 1월 임기를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갔다. 김영호 전 의장의 일터인 충남 예산 육인농장 유리온실에선 파프리카가 자라고 있다. 아직 수확하려면 한 달 정도 더 있어야 한다. 유리온실에 들어서니 파프리카는 주먹만 하게 컸지만 아직 초록색이다. 앞으로 한 달 후면 빨간색 노란색 알록달록 색이 물들어 수확이 가능해진다. 김 전 의장은 작은 돋보기를 들고 다니면서 파프리카 잎의
올해 필자는 과수원을 기본으로 봄에 노지 호박 농사를 지었고 후작으로 김장용 배추를 심었다. 필자가 심은 김장배추의 가격은 어찌될까? 당연히 모른다. 30년 농사를 지어 왔건만 농산물 수확 시, 가격을 알려고 노력해보지도 않았었다. 농사 초년기에 들었던 ‘내일 아침 장 시세만 알아도 농사짓지 않는다’는 선배의 이야기를 금과옥조로 여기고 나름 생산에만 노력했었다고 변명을 해본다.농사 중에서 유일하게 낙농하는 농가들만 가격을 정해 생산하고 그 생산량을 규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유를 생산하는 농가들을 보면 각각의 농가가 생산 쿼터
지난 9월 중순 일단의 농민들이 청와대 앞 나들목에 농성장을 꾸렸다. 이들은 농업적폐를 청산하고 농업패러다임의 전환을 약속한 문재인 대통령의 대안제시가 늦어지자 조급해진 것이다. 이들의 생각에는 촛불정부를 자임하는 정부인만큼 농업적폐를 청산할 가장 적절한 정부라 생각했기 때문이다.따라서 시간을 끌면 적폐청산이 어려워지니 이른바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라는 대통령에 대한 압박이었다. 이들은 농민단체장도 아닌 일반 농민들로서 남양주의 유영훈, 군산의 채성석, 부산의 진헌극, 홍성의 김영규 등 네 명이었다.이들의 요구는 단순했다. 대통령을
중환자실 생활이 계속되자 ‘이제는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죽음을 앞에 두자 오히려 마음이 차분해지고 마음정리가 됐다. 그러자 이 세상 모두가 깨끗하고 분홍빛으로 보였다. 그동안 밉게만 생각하던 남편마저도 예쁘게 느껴졌다. 흉부외과 선생님께도 아이들을 부탁한다는 유언도 남겼다. 그렇게 한참을 꿈꾸며 자다 깨어보니 나는 숨을 쉬고 있었다. 애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살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코에 호스를 꽂은 채 이를 악물고 미음 한 숟가락씩 목구멍으로 내렸다. 곡기가 위장 속으로 들어가니 정말 신기하게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농촌에 살면서 지역의 지명과 전래하는 격언들을 생각하면서 그 내용들을 분석해 본 적이 많았다. 그러면서 생각도 하지 못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발견하기도 하고, 도대체 이해가 불가능한 내용들을 발견하고는 ‘어찌 저런 일들이 미리 예측돼 생겨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들을 숱하게 했다.예를 들어 필자가 사는 지역에는 ‘구룡산’이라는 해발 400m 가량의 산이 있는데 그 산 밑으로 ‘룡-용’자가 마을 이름-지명으로 들어가는 곳이 아홉 군데가 있다는 것을 알아낸 것은 매우 재미있는 발견이었다.또 다른 예로 혼인 후 처가를 방문해 중산간지인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이명박근혜 10년 동안 우리 농정은 무관심·무책임·무대책의 3무 농정’이라며 ‘농민이 대접받는 나라’를 약속했다. 특히 ‘농지법을 개정하여 경자유전의 법칙을 재확립’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집권 후 농업정책 실천은 어떠한가. 대통령 직속 농특위 설치, 직불제 중심으로의 농정전환, 친환경생태농업 확대, GMO 완전표시제 실시 등 공약은 실종됐다.문재인정부 하에서 농업위기는 더욱 심각해졌다. 지난달 17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발간한 농림축산식품 주요통계에 따르면 2016년 식량자급률은 50.9%이다. 사료용을 포
전남 해남군 현산면 오분임씨를 찾았다. 올해 여든을 넘긴 세대의 사람들치고 인생역전이 파란만장하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이들은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그리고 가난 군사독재로 이어지는 지난한 현대사를 온몸으로 겪어왔다. 오분임씨의 인생이 곧 우리 현대사이다.“6살 때 우리 아버지가 일본놈들에게 끌려갔어. 일본순사가 하얀 옷 입고 칼 차고 돌아다녔는데 사람들 모두 일본놈들 무서워했어. 그런데 어린 맘에 우리 아버지 끌고 간 사람이 누군가 하고 따라다니고, 일본순사가 지나가면 담벼락 넘어서 쳐다보기도 했지. 엄마가 따라다니지 말라고
‘농업은 산업의 기본이다’라고 하던 시기가 있었고, 지금도 그리 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말은 그리해도 농업을 대하는 태도는 ‘영~’ 아니다. 농업이 산업의 기본임에는 틀림없지만 기본에 대한 중요성의 인식은 말과 행동이 현저히 다르다.농업은 우리 산업의 발전(?)에 딴죽을 거는 귀찮은 산업인 모양이다. 수출을 해야 먹고 사는 나라라고 말하는 사람들 기준으로는 공세적인 수출을 위한 정책 방향이 농업시장의 개방과 맞물려 있으니 농업은, 농업의 종사자들은 국가 장래를 어둡게 하는 존재로 비치는 느낌을 받는다.우리 농업이 여러 측면에서
문재인정부가 출범한지 15개월을 넘어 임기의 1/4이 지났다. 그동안 외교안보, 적폐청산, 경제정책기조 전환 등 거대 이슈에 가려 대선공약으로 제시됐던 ‘농정 틀의 근본 전환’을 포함한 농정이슈는 수면 아래로 잠복한 상태이다.얼마 전 2기 농정이 출발한 시점에서 그동안의 농정 흐름, 농업·농촌이 직면한 3중고(苦)의 대응방향, 농정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핵심과제 등에 관해 짚어보기로 한다.오리무중에 빠진 대선공약과 현안대응 농정 간의 괴리대선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농정공약은 ①대통령 직속 농어업특별기구 설치 ②쌀 목표가격 인상과 생산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나 태어난 이 강산에 농민이 되어꽃 피고 눈 내리기 어언 삼십년무엇을 하였느냐 무엇을 바라느냐나 죽어 이 흙 속에 묻히면 그만이지 아 다시 못 올 흘러간 내 청춘흰옷에 실려 간 꽃다운 이 내 청춘김민기가 작사 작곡한 ‘늙은 군인의 노래’ 일부다. 농민대회에서는 ‘군인’ 대신 ‘농민’으로 바꿔서 불렀다. 경남 거창의 공기영 씨는 ‘늙은 농민의 노래’를 떠 올리게 하는 사람이다.‘30만 농민대항쟁’ 경찰 방해에 맞서다“노무현 대통령이 후보로 출마했을 때야. 그때 농민회장이 정쌍은 씨였는데, 교통사고로 병원
최근 ‘기준금리가 올랐다’는 내용의 보도가 있었다. 덩달아 올해 상반기 금융기관들은 돈 잔치에 매우 바쁘다는 텔레비전 뉴스가 나왔다. 우리나라의 4대 은행이 엄청난 수지를 내 돈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내용에 우리 농민들은 물론이거니와 대다수의 국민들은 그냥 불편한 뉴스로 느꼈을 뿐이고 면밀히 분석해 보려고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여러 경제 흐름의 징조들이 정체되거나 악화되는 느낌을 받고 있는데, 유독 은행들만 수지가 넉넉해지고 있다니 자연스럽게 어려움 속에 있는 사람들은 불편함을 느꼈을 것이고 어찌 해볼 위치에 있지 않으니 그냥 불편
문재인정부에 대해 범농업계(농어민, 소비자, 시민사회, 지식인 등 농어업·농어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가 날을 세우고 있다. 그 주된 이유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공약을 지키지 않는다는 거다.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는 ‘국가 농정의 기본 틀부터 바꾸겠다’, ‘농민이 안심하고 농사짓는 나라’, ‘여성농업인의 위상을 제고하고 미래농업인력 육성’, ‘먹거리가 안전한, 건강한 대한민국’, ‘살맛나는 농어촌’, ‘지역일자리와 소득을 늘려 미래농업 대비’, ‘수산업을 살리고 어업인의 권익 제고’라는 7대 공약을 발표했다.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강원도 철원군 서면 와수리에 사는 한현수씨는 이력이 특이한 농민이다. 올해 나이가 여든인 그는 50년 전 월부장사를 하려고 이곳 철원으로 왔다.“원래 고향은 경기도 가평이야. 이곳에서 멀지 않은 현리라는 곳에서 월부장사를 했어.” 월부장사는 1960~1970년대에 성행했다. 목돈이 없는 사람들이 살림살이를 장만하기 위해 매달 형편껏 나눠서 돈을 내 물건을 들이는 것이다. 오늘날 할부 판매와 비슷하다. “현리에서 월부장사를 하다가 철원에 군인가족이 많으니까 오게 됐어. 그때가 1967년이니까 50년이 넘
‘농협이 제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며 좋은 농협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임들이 만들어져 있다. 뿐만 아니라 많은 농민단체들이 ‘농협개혁위원회’ 같은 모임을 단체 내에 구성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본적으로 여러 농민단체의 농협 개혁 모임들은 그 원인이 농협 내부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농협이 사회적으로 관심을 받는 것은 아주 짧은 시기, 조합장 선거를 앞두고서다. 대개는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미리미리 일상에서 농협 사업에 여러 지적을 하지만 관심도 없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농협의 핵심적인 구성원인 농민들
나이 여든이 되던 내 생일날, 나와 개인적으로 인연이 깊었던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정치 풍운아 김종필 전 총리와 깨복쟁이 친구 오헌진 변호사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아파트 옥상 텃밭에서 하염없이 비를 맞으며 인생(人生)이 무엇인지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한 분은 “정치란 허업(虛業)”이었다고 자기 부정의 명언을 남겼지만, 젊었을 적 유난히 친구들과 잘 어울리던 동창은 병석에서 애통해 하며 소천했다. 모든 것이 허무하고 헛된 것이었던가?자신에 대해 만족해야미국의 저명한 저술가 브라이언트 맥길(Bryant McGill)은 최근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전북 익산의 들판이 푸르게 변하고 있다. 이제 모내기가 끝났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곳에서는 밀 수확과 모내기가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콤바인이 밀을 베고 있고 밀 수확이 끝난 논 여기저기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밀짚을 태우는 것이다. 밀짚을 태운 논에서는 물을 대고 트랙터가 부지런히 로터리 작업을 한다.옛말에 5월 농부, 8월 신선이라고 일 년 중 가장 바쁜 철이 모내기철이라지만 이렇게 2모작 농사를 하는 곳은 수확과 모내기를 동시에 해야 하기에 더욱 분주하다.5월 중순부터 시작
우리는 통일할 준비가 돼 있는가?요즘 눈만 뜨면 남북, 북미정상회담 뉴스다. 제1야당의 홍준표 대표나 김성태 원내대표가 뭐라고 떠들어대든 ‘기승전 6.12’이다. 몽매간에도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라는 5,000만 민초들에겐 그 잡놈들, 자유한국당의 씨부렁거림은 죄다 마이동풍이요, 우이독경이다. 진정성이 묻어나지 않은 언행은 허깨비이다.그래서 필자는 갑작스레 찾아 온 남북 간 통일 기회가 몹시 두렵고 무섭다. 이미 우리 모두는 중국 만주 연변지역의 개방 이후 수많은 조선족 동포들이 국내에 체류하며 당해야 했던 인간차별과 모멸 행위, 여
농협 조합장 선거는 그 중요성을 이야기 하는 사람은 많지만 막상 정부의 관계부처가 크게 챙기는 편이 아니다. 협동조합 사업에 권력이 개입하는 것도 옳지 않지만 방기하는 것도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폐쇄적이며 고령화된 농촌지역의 선거는 보통의 상식으로 접근해서는 좋은 결과를 내기가 힘들다. 현 정부의 농업에 대한 예산 홀대는 농업분야 스스로가 자초한 측면이 있다. 일일이 언급하기는 힘들지만 농협 조합장 선거는 현장의 농민들이 스스로 나서야 한다.첫째, 조합장 선거는 공직선거법을 준용하지만 매우 제한된 선거다. 관련 선거법을 지키며 행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경기도 평택군 청북면 옥길리. 불과 20년 전만 해도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평택에서는 오지에 속하는 곳이었다. 버스가 하루에 두 번 밖에 들어오지 않는 곳으로 마을 사람들은 모두 농사를 지었다. 특히 옥길리는 노각(늙은 오이) 주산지였다. 전국 노지 노각의 90%가 옥길리에서 생산된다고 할 정도다. 그러나 이러한 평화롭고 순박한 농촌마을은 평택군에서 평택시로 바뀌고, 청북면이 청북읍으로 승격(?)하면서 농촌의 자취가 사라져 갔다. 옥길리에서 농촌의 자취가 사라져 갔다는 것은 결국 이곳이 고향인 농민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