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고춧대랑 콩대를 정리해야 봄에 일하기가 쉽지. 비닐도 이렇게 다 걷어줘야 추위에 벌레가 죽고 그래. 날이 좀 추워도 일을 마무리해놔야 깔끔하지. 폐비닐은 마을에 따로 모으는 데가 있어. 갖다 놓으면 수거업체가 가져가. 이 밭엔 먹을 거 위주로 심었고 농사는 열두 마지기 정도여. 여기가 고향이여. 이때껏 농사만 지었는데 이젠 힘들어서 꾀가 자꾸 나. 새해에 농사 잘 지으려고 갈무리하는 거라고 써. 이름까진 내지 말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 “이 지게도 다 내가 살을 붙여서 만들었어. 이거 만든 지가 30년 가까이 됐지. 한창 일할 땐 여기에 100kg도 거뜬히 싣곤 했어. 이젠 30kg도 쩔쩔매. 메주콩이랑 서리탠데 저 위가 비탈밭이라 탈곡기를 못 써. 사람만 겨우 다니는 길이라. 다 지게로 날라야 돼. 일주일 정도는 바짝 말려야 터는데 날을 봐야지. 날이 좋으면 일주일 안에 털고. 다음 주에 와 봐. 혼자서 털어야 하니까 며칠은 해야 끝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메주 좀 쑤려고 (콩을) 심었지. 남의 밭인데 좀 얻었어. 메주콩도 있고 서리태도 좀 심었는데 올해 농사가 잘 안됐어. 가을에 비가 하도 와서…. 도리깨로 열심히 치는데 양이 많지 않아. 오늘 다 털고 들어가야지. 김장 때 쓰려고 배추도 심었는데 다 무름병이 와 가지고 쓸만한 게 별로 없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한 4,000평 심어야 하는데 사람이 없어. 평소 같으면 20여명씩 달라붙어서 이삼일 만에 끝내는데 일주일째 심고 있으니…. 애먹고 있지. 정말 울고 싶을 정도라. 농산물값은 안 좋고 인건비는 비싸고 정말 농민들 죽을 지경이요. 농민들이 살려면 투자한 만큼 돈이 나와야 하는데 절대 그렇게 안 나와. 이래 갖고는 농민들 살길이 없어. 양파농사만 50년 넘었지만 힘들어요, 힘들어.”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비가 많이 오면 곡식이 잘 안 돼. 날씨가 안 도와줘서 올해는 (파종이) 좀 늦겠다 싶었는데 다행히 늦지 않게 들어가네. 인건비도 비싸고 쓸 사람도 없고 해서 그냥 혼자서 심어. 기계로 심으니까. 마늘 농사지은 지 오래됐지. 안동 방송국에서도 몇 번씩 왔어. 오늘 다는 못해도 (씨마늘) 꺼내 놓은 건 다 심으려고. 올핸 2,000평 가까이 심네.”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배추농사만 30년인데 이렇게 병이 온 건 처음이여. 가을배추로 내려고 3,000평 정도 심었는데 거의 수확을 못 했지. 약을 쳐도 소용이 없어. 병이 오더니 (배추가) 순식간에 망가지더라고. 배추가 좋다고 밭떼기로 (거래)했는데 다 취소되고…. 올해 농사 끝났지 뭐. 근데 밭을 정리해야 내년에 다시 심으니까. 인건비라도 아끼려고 매일 나와서 조금씩 정리하는겨.”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원래 주업은 나무 키우는 사람이었어. 농사지은 지 좀 됐지. 논농사도 먹을 만큼 짓고. 팥(농사)도 좀 있어. 이렇게 천을 쳐 놓고 타작하면 (들깨가) 여기저기 안 나가고 모으기 쉬워. 향이 구수하지. 참깨는 고소하고. 기름 짜면 우리도 먹고 팔기도 하고 그래. 몇 병이나 나올진 털어봐야 알지. 이걸 빨리 털고 끝내야 후작으로 마늘이랑 양파가 들어가. 그래서 요새 일이 바빠.”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농협에서 문자가 왔어. 1등 6만2,000원, 2등 6만원인가. 근디 이렇게 병이 와 갖고 나락값을 좋게 받을 수 있을런가 몰러. 신동진(벼)이여. 비가 자주 오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더라고. (나락이) 쓰러져 갖고 병이 온 께. (돌아오는) 설 쇠면 팔십인디 여태까지 농사만 졌제. 평생 농사져 갖고 5남매 다 대학까지 가르치고…. 이제 우리 논은 얼마 안 돼. 다 아들 논이여. (콤바인) 들어가는 데만 좀 베려고 나왔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별로 따지도 못했는데 (고추에) 병이 와부렀어. 조금이라도 따서 건조기에 넣어놔야 먹지. 그냥 놔두면 다 썩어부러. 고춧대 뽑기 전에 쓸만한 게 있나 싶어서 나왔제. 보험회사에서 나오긴 했는데 (보상이) 얼마나 나올지는 몰러. 이렇게 다 죽었는데 보상 안 해주면 되겄어. 30만원도 주고 40만원도 주고 그래. 어설프게 죽으면 보상도 안 준다네. 근디 농사 잘해서 안 타 먹는 게 좋제.”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다른 집보다 서리를 덜 맞아서 그나마 양이 나오는 편이라. 끝물이기도 하지만 다른 덴 가봐야 (오미자) 없어. 동로면에서만 40% 가까이 줄었다는데…. 서리 때문에 수확이 영 없어. 원래 이렇게 끝까지 달려야 되는데 한두 개씩 달린 게 다여. 따는 거 안 따는 거 다해서 한 6,000평 짓는데 반반씩 나눠서 키워. 지금까지 7톤 정도 땄지. 평년 같으면 10톤은 따야 정상이여. 30% 준거지.”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호박고구마랑 꿀고구마 섞여 있어. 처음 (모종을) 심고 나서 하나가 잘 죽더라고. 근데 빈 밭을 그냥 놔둘 수 없으니까 다른 걸 더 심었지. 올해는 일 좀 할만하면 비가 오더니 가을비는 더 자주 와. 밭이 좀 말라야 좋은데 질어서 캐기도 힘들어. 어제도 밤늦도록 캐고 오늘도 새벽같이 나왔지. 직거래로 파는데 오늘 가지러 온다니 만들어놔야지. 10kg에 3만원. 그래도 품값, 박스값 빼면 얼마 안 돼.”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겉보기엔 농사가 잘된 것 같은데 까보면 빈껍데기가 많아. 비가 많이 와서…. (땅콩이) 달리기는 많이 달렸는데 속이 잘 안 여물었어. 잘 영근 건 표가 딱 나. 이게 오래 놔두면 더 여물까 싶은데 빈껍데기만 계속 갖고 있는겨. 수확을 늦추면 그나마 잘된 것도 썩으니까 제때 해야지. 들깨밭 옆에도 (땅콩이) 좀 있는데 그건 집에 가져가서 해야 돼. 모기가 덤벼서 일할 수가 없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