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이 한풀 꺾이고 폭우가 쏟아진 지난 23일, 서울 도심 아스팔트 위에 등장한 근조와 상복은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상복과 근조는 현재 우리나라 농민이 내몰려 있는 극한 상황을 처절하게 표현한 것이다. 우리나라 농민과 농업이 현재 낭떠러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다는 것을 국민에게 알리기 위해 전국의 여성농민들이 서울에 모였다.비가 쏟아지는 아스팔트 위는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여성농민들로 가득 찼다. 전날부터 쏟아진 비는 뜨거웠던 아스팔트 열기를 식혀주었지만 습한 열기는 사람들을 더욱 힘들게 한다. 비옷에 상복까지 겹겹이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8년 전 제주 제2공항 건설 추진 발표 한 달 뒤쯤, 원희룡 당시 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주민 삶의 터전인 토지와 주택, 영농 등에 지장이 없도록 큰 틀의 보상원칙을 세워나가겠다”고 거듭 약속했다. 농민들은 이를 ‘헛된 약속’이라고 본다. 대대로 농토에 뿌리 박고 살아온 농민에게 땅과 마을은 존재 그 자체다. 무엇으로도 보상될 수 없다.농민들은 8년간 싸우며 제2공항 문제가 결국 자본과 개발에 대한 우리 사회의 맹신 때문이란 깨우침을 얻었다. 제2공항으로 가장 위태로운 존재가 농민이지만 같이 싸워온 이들조차
우리 마을에 산 지 꼭 15년째입니다. 하늘빛과 산그늘은 그대로인데, 속살은 참 많이 바뀌었습니다. 품앗이로 심던 마늘은 양도 많이 줄었고, 품앗이 문화도 거의 없어졌습니다. 빈 밭의 풀도 못 봐주던 그 부지런함은 어데로 가고, 예사로 밭고랑에 풀이 자랍니다. 당연하게도 그 무서운 풀을 감당할 몸이 따라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루 일하면 이틀은 병원에 다녀와야 하는 처지다보니 풀보다 몸을 챙길 수밖에 없게 된 것이지요.무엇보다 더워도 너무 더운 여름날씨에 농사일을 할 수가 없다보니, 노동의 평준화가 이뤄진 것입니다. 농민 모두 부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농촌에서 농사짓는 일 자체가 고난인 시대, 여성농민은 ‘더 어려운 농사’를 지으며 농업의 대안을 모색한다. 농사를 마친 뒤 가정에선 여전히 제대로 된 사회적 평가가 이뤄지지 않는 ‘가사노동’을 해야 하며, 그러다가도 세상이 그들을 찾을 땐 그들이 품은 ‘대안’을 외치고자 도시 아스팔트 위로 달려간다. 우리 사회는 이러한 주체적 인간, 여성농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을까?지난 19~20일 경북 상주시 이안면 ‘상주다움 서울농장’ 교육장에서 한국농촌사회학회·상주다움사회적협동조합·계명대학교 여성학연구소 주최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폭우를 뚫고 전국 각지에서 서울로 달려온 1,000여명의 여성농민들이 ‘윤석열정권 퇴진’ 실현으로 현 정부의 농업·농민 말살정책도, 한반도 전쟁위기도 막아내겠다는 결의를 다졌다.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은 23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농업말살 농민말살 윤석열정권 퇴진! 2023 전국여성농민대회’를 성사시켰다. 이번 여성농민대회는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전국의 여성농민이 함께 모여 치른 대회였다.이날 농민들은 이 땅의 농업·농민이 죽어가고 있다는 걸 알리고자, 모두 비옷 위에 상복을
작년 가을, 농업경영체등록을 하고자 임대차계약서를 쓸 수 있는 땅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다, 어렵게 지금 농사짓는 곳을 얻게 되었다. 새로 얻은 밭은 도로 옆에 있긴 하지만 양 옆으로 나무가 심겨 있는 길을 따라 들어간 외진 곳이다. 작년까지 농사짓던 땅은 면 거리 한가운데 있었다. 덕분에 동네 어르신들의 온갖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잔소리도 그만큼 들었지만 혼자 일해도 긴장되거나 무섭지는 않았다. 오히려 하루에 몇 번씩 지나가시면서 말을 건네시는 어르신들을 피해 길에서 먼 고랑에서 일을 하기도 했었다.그런 상황에 익숙해져서인지 새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8월 15일 광복 78주년을 앞두고 서울 도심은 ‘윤석열정권 퇴진’과 ‘한반도 평화실현’ 외침으로 채워졌다.태풍 카눈이 남긴 빗줄기 속에서도 지난 12일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대로엔 농민, 노동자, 빈민, 청년, 학생 등 1만여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못 살겠다! 갈아엎자!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범국민대회(정권퇴진대회)’와 ‘광복 78년 주권 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 실현! 8.15 범국민대회(8.15대회)’를 진행했다.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마련한 정권퇴진대회 참가자들은 △일본 핵오염
[한국농정신문 김재영 기자]전국농민회총연맹 부산경남연맹(의장 조병옥, 전농 부경연맹)의 간부들이 지난 8일 경남 남해군 고현면 이어어촌체험마을로 모였다. 하반기 농민투쟁의 물꼬를 트고 승리를 결심하는 수련회를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정세강연, 회의, 뒤풀이까지 이어진 수련회는 하반기 농업문제를 투쟁으로 뚫겠다는 간부들의 결의·결심을 높이는 자리였다.이날 한낮의 폭염을 뚫고 경남 각지에서 모인 전농 부경연맹 간부들은 정세강연을 경청했다. `무너져가는 미국의 패권에 기대며 경제위기 심화로 인한 고통을 민중에게 전가하는 윤석열정부’에 대한
요즘은, 어둑한 5시에 집을 나서 5시 20분쯤이면 주변이 밝아지면서 밭일을 시작할 수 있다. 햇살이 아직 비치지 않았고 일도 시작 전인데 땀샘은 언제 열렸는지 온몸에서 물기를 밀어낸다. 빗물처럼 흐르는 땀을 닦아내며 가꿀 수 있는 참깨가 장마를 견디고 살아남았다는 사실에 거듭 감사한다. 참깨 꼬투리가 굵어지며 여물이 들고 있는데 끄트머리에서는 계속 꽃이 피고 있다. 조만간 참깨를 벨 예정이라 더 이상의 생식 성장은 체력 낭비다. 꽃이 피는 끄트머리를 잘라주면 윗부분의 씨알까지 실하게 여문다.누워서 껌 씹는 정도의 가벼운 일감으로
[한국농정신문 김한정희 기자]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통일선봉대(통선대) 활동을 시작했다. 50여명의 회원으로 구성된 전여농 통일선봉대는 지난 7일과 8일, 경북 성주 소성리로 향했다.7일 저녁, 소성리 인근으로 전여농 통선대 대원들이 결집했다. 대원들은 이날 정영이 전여농 부회장(통선대 대장)의 강의를 통해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와 한·미·일 군사동맹의 문제점, 사드(THAAD :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현황을 학습했다. 이어진 단결의 밤에선 소성리 사드 반대 투쟁에 대한 결의를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8월 15일 광복 78주년을 앞두고 서울 도심은 ‘윤석열정권 퇴진’과 ‘한반도 평화실현’ 외침으로 채워졌다. 태풍 카눈이 남긴 빗줄기 속에서도 12일 정부서울청사 앞 세종대로엔 농민, 노동자, 빈민, 청년, 학생 등 1만여 명(주최 측 추산)이 모여, ‘못 살겠다! 갈아엎자! 윤석열 정권 퇴진 2차 범국민대회(정권퇴진대회)’와 ‘광복 78년 주권 훼손 굴욕외교 저지! 한반도 평화 실현! 8.15 범국민대회(8.15대회)’를 진행했다.윤석열정권퇴진운동본부(준)가 마련한 정권퇴진대회 참가자들은 △일본 핵오염수
[한국농정신문 한승호 기자]30도를 웃도는 불볕더위가 연일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지난 9일 경북 의성군 점곡면 구암리의 고추밭에서 여성농민들이 파라솔을 펼쳐 놓고 붉게 익은 고추를 수확하고 있다.
[한국농정신문 임선택 기자] 윤석열정권퇴진 충남운동본부(충남운동본부)가 지난달 20일 저녁 7시 천안터미널 앞에서 ‘윤석열정권퇴진 충남촛불집회’를 개최했다. 이정호 민주노총 세종충남본부 정책국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집회엔 충남 각계각층의 시민 70여명이 모였다.이날 집회에서는 정권의 반민생·반민주·반평화 정책에 규탄이 쏟아졌다. 이진구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 의장은 대회사에서 “그나마 후퇴된 양곡관리법 개정안조차 받지 않고 정쟁 도구로 전락시킨 윤석열정권은 ‘반농민 정권’이다. 윤석열정권의 반민생 정책으로 한국사회 전체가 고통
SK가스화력발전소에서 내뿜는 매캐한 냄새와 자욱이 깔린 알 수 없는 안개로 창문도 못 열고 밥을 하다보면 열불이 납니다. 끈끈한 열불에 불쾌함을 더해주는 새벽의 마을방송. 오늘은 한 자루에 3만원씩 하는 소금을 반장에게 신청하라는 마을방송이 나옵니다. 여러 가지 생각이 오갑니다.경기여주여성농업인센터에서는 일주일마다 식사준비가 어려운 지역주민들에게 국과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얼마 전 김치를 담기 위해 배추와 소금을 사려고 소금이 어디에 있냐 물으니 마트에서 일하는 분들이 소금이 다 떨어졌다고 했습니다. 다른 사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지역의 미래를 위해 분투하는 주체들이 올해는 백제 옛 수도인 충남 부여군에 모였다. 지역 주체들은 중앙정부의 잘못된 개발정책에 맞선 ‘유쾌한 반란’을 결의했다.(재)지역재단(이사장 박경)과 충청남도(지사 김태흠), 부여군(군수 박정현)이 주최한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가 지난 14~15일 부여군 일원에서 개최됐다. ‘기후·농업 위기 시대! 지역농정 대전환으로 농민에게 긍지를, 지역에서 희망을!’이란 주제로 열린 올해 전국지역리더대회는 14일 박진도 지역재단 상임고문의 기조강연(부여 실내체육관)을 시작으로
[한국농정신문 임선택 기자] ‘윤석열정권 퇴진 충남운동본부(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이 지난 17일 충남도청 브리핑룸에서 진행됐다. 운동본부는 고 양회동 열사의 뜻을 잇고 폭우로 재난을 당한 모든 이들을 기리는 묵념으로 출범 기자회견을 시작했다.운동본부는 충남민중행동 및 소속 단체들이 뜻을 모아 결성했다. 충남민중행동은 윤석열정권 출범 이후 극심해진 생활고, 정부의 노동조합·노동자 탄압, 농가 생산비폭등·가격폭락 고통 외면 등 사회 곳곳의 파행을 지적, “더이상 윤석열정권과 단 하루도 같은 하늘 아래 살 수 없다”며 운동본부를 결성
얼마 전, 농민에게 주는 상을 심사하는 활동이 있었습니다.감히 농민이 농민을 심사할 수 있는지, 그 자격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지 알지도 못한 채 덥석 참가했습니다. 워낙 권위가 있는 상인지라 두말할 나위가 없기도 했지만, 또 다른 사심은 다른 농가의 속살을 볼 수 있는 더없이 귀한 기회이다 싶어 냅다 수락하였습니다. 최종 후보군에 오른 세 사람, 서류상으로는 대상자의 공적을 충분히 알기 어려웠기에 현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수고로움이 심사과정에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심사위원도 세 사람, 각기 다른 영역에서 종사하는 사람들이었기에 서로
[한국농정신문 김수나 기자] “윤석열 왕, 왕비인지 대왕마마인지 김건희 왕이 명품 쇼핑을 한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농민들은 농경지가 침수돼 가슴이 무너져 내리는데 대통령과 그 부인은 겨우 전쟁을 응원하고 쇼핑을 즐기는 이 나라 실정에 참으로 개탄한다.” 지난 15일 열린 전국농민대회에서 발언에 나선 농민 정홍균(전남 곡성)씨가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날카로운 비판을 쏟아냈다.가톨릭농민회(회장 신흥선, 가농),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하원오, 전농),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회장 양옥희, 전여농), (사)전국쌀생산자협회(회장 김명기, 쌀
[한국농정신문 강선일 기자]기후위기로 인한 각종 재난, 정부의 농업정책 외면, 점차 사람이 줄어가는 농촌…. ‘지역’에 들이닥치는 악재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러나 지역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주체들은 오늘도, 앞으로도 지역에서 살아가겠다고 다짐한다. 나만이 아니라 ‘여럿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고민과 실천을 반복하며 살아간다.지난 14~15일 충남 부여군에서 진행된 (재)지역재단 제20회 전국지역리더대회엔 올해도 충남 및 전국 각지의 ‘지역 주체’들이 모여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지역살이가 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