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말부터 찾아온 이른 여름 날씨로 농민들은 매일매일이 고난의 연속이다.코로나19의 습격은 언제 끝날지 모르는 충격과 공포로 민초들의 삶의 좌표를 뿌리째 흔들어 놓아버렸고 그 후로 오랜 시간동안 여전히 진행 중이다. 뉴스 한켠에선 동아프리카를 황폐화시키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거친 메뚜기 떼의 공격이 중국을 향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이제 본격적인 장마철로 접어들었다. 땀이 많은 체질로 태어난 나는 여름철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다. 한여름 냉면 먹으면서도 땀이 쏟아지니 점잖은 장소에서 식사하려면 늘 긴장의 연속이다. 그렇다고 이렇
이번 주 꾸러미에 통마늘을 넣었다. 지난해보다 알이 굵다, 양파도 넣었다. 알이 작지만 단단하고 달다. 지난주엔 꽈리고추를 넣었다. 꽈리고추가 제법 큰데도 맵지도 않고 맵시도 좋다. 수확시기 농사짓는 재미가 있다.꾸러미에 넣는 농산물가격은 첫 수확한 농산물을 꾸러미에 넣을 때 공동체언니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정한다. 작황도 보고, 농협에 내서 나온 경매가격도 보고 시장에 나가 가격도 조사를 해서 언니들이 이 정도면 괜찮겠다는 가격을 정한다. 그런데 올해는 농산물 가격 정하는 것이 어렵다.농협에 낸 꽈리고추 4kg 한 상자에 4,000
얼마 전 우리집은 긴급재난지원금을 받고 가족모임을 했다. 독립해 혼자 생활하고 있는 막내에게 먼저 물었다.“재난지원금을 받으면 친구들하고 술 한 잔 하고 싶다더니 그렇게 했어?”술 좋아하는 막내는 씨익 웃으며 “엄마, 내가 독립한 지 6개월만에 처음으로 뭘 먹을까 하며 메뉴를 생각하고 식당에 갔어.” 막내 대답에 코끝이 찡했다.“그럼 그 돈은 다 식비로 쓸거야?”“그래야지. 처음엔 술도 먹고 싶었는데 돈이 아까워 못 먹겠어. 다 식비로 써야지. 근데 한 번만 주고 끝나나. 다음에 들어오면 내가 배우고 싶은 인터넷강의 신청하고 싶은데
21대 총선 시기 전북의 한 농민운동가에게 SNS로 문자가 왔다. 민중당이 주장하는 전 국민 고용보험에 농민은 어디 있느냐고? 그는 순전히 궁금함으로 묻는 것이었지만 나는 뼈아프게 반성이 됐다. 전 국민에 농민이 없었던 것이고, 나도 미처 살피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서야 농민의 자리를 만들어갔다.그때는 사실 전 국민 고용보험에 어느 정당도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민중당 지지 연설에 나선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대표 정도의 호소가 약간 확산되는 정도였다.그러던 것이 총선 이후 청와대에서 코로나19 이후 대표적 정책으로 전 국민 고용보험
독일에 수백년 넘게 대를 이어 내려오는 사과농장 안에 그만큼 오래된 사과가공장이 있다. 주스, 술, 잼 등 다양한 가공품을 직접 판매한다. 이곳에는 그 지역과 농장의 역사가 깃들어 있고 선조가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양질의 수제 가공품을 생산한다. 농장의 생산물들은 그 지역의 특산품으로 자리잡았다. 소비자들 역시 대를 이어온 단골이며 농장의 사과와 가공품들은 그 가정이 지닌 고유한 식생활역사의 일부다.가공장에 가보면 처음 지은 그때 그 모습처럼 목가적인 분위기가 살아있다. 오랜 시간 그 자리를 지켜온 간판, 목조건물, 오
‘우린 잘 살아가고 있나?’‘내가 지금 가는 방향이 맞는 걸까?’요즘 같은 때 누구나 한번쯤 생각해 봤을 법한 질문이다. ‘그동안 너무 방만했지’, ‘너무 많이 쓰고 버리고. 지나치게 많은 관계들을 했으니 이제 좀 줄이라는 자연의 명령이니 인간이 반성을 해야지 뭐’. 반성과 자조가 섞인 이런 이야기들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온다.코로나로 인해 사람간의 간격이 생기니 자연과의 간격은 좁혀졌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사람들의 이동과 차량통행이 줄어드니 미세먼지도 줄고, 강도 맑아지고 자연이 살아나고, 개인위생에 각별히 신경을 쓰니 감기나 다른
여주는 벌써 모내기가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중부지방의 모내기 적기가 5월 중순이라지만 지구온난화 탓인지, 농부들의 조급함 때문인지 해마다 모내기는 빨라지고 있습니다. 송화가루로 온통 노랗던 논들을 지구의 정원사들은 어느새 녹색의 풍경으로 바꿔놨습니다.논두렁에 앉아 잠시 상념에 잠깁니다. 일개미보다 부지런하게 농부들이 바꿔놓은 세상을 보면서 노동에 대한 경외감보다 저 논두렁을 벗어나지 못하는 농민의 처지에 서글퍼집니다.여당의 압승으로 끝난 총선을 두고 혹자들은 적폐세력에 대한 심판이 이뤄진 촛불혁명의 승리라고 합니다. 매국 적폐세력이
5월 7일과 8일 이틀 서울 생활에 내려와서 몸살을 앓았다.‘농산물 가격보장제도 마련! 냉해피해 보상! 코로나19 대책마련! 전국농민대회’는 올 들어 처음 열린 농민대회였다. 원래는 3월 28일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할 계획이었는데 코로나19로 5월 9일까지 전국민 거리두기에 동참하기 위해 농민대회가 5월로 밀린 것이다.전국농민대회가 오후 2시부터였고 한 시간 전에 (사)전국마늘생산자협회 회원들이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 제목은 ‘5월 1일 농식품부가 발표한 2020년산 햇마늘 긴급수급대책에 대한 전국마늘생산자
바야흐로 5월이다. 5월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기억 하나쯤은 간직하고 있을 터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로 대표되는 가정의 달이기도 하고 스승의 날도 있다. 꼬마시절 봄 소풍과 개교기념일이 있어서 하루건너 하루 쉬었던 징검다리 휴일을 포함해 합법적으로 놀 수 있는 이른바 ‘연속 빨간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던 때도 있었다.세월이 흘러 제법 커버린 아이 셋의 아빠이자 이제 칠순이 되신 어머니의 장남으로서 맞이하는 5월은 해마다 기대 반 부담 반의 남다른 추억을 안겨주곤 한다.따스한 봄바람과 함께 향긋한 꽃향기 맡을 수 있는 5월은 결혼하기
파릇하게 잘 자라던 작물들이 꽃샘추위로 냉해를 입고 시들어 죽어가는 모습을 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이번 냉해로 몇천만원 손해 봤네 하면서 브로콜리 밭을 갈아엎고 사료작물을 심는 분, 노지에 심은 아스파라거스가 다 얼어서 잘라내고 새순이 올라오길 기다리는 분도 계신다. 아스파라거스가 많이 심어진다 싶더니만 값이 없다. 강원도청도 나서서 아스파라거스 팔아주기 운동을 하지만 노지에 아스파라거스를 1,000평 심은 농가는 수확을 해도 재미가 없을 텐데 얼어버려서 다행인가 싶다고 하신다.매년 꽃샘추위가 온다. 그러나 올해 더 스트레스를 심
21대 국회의원이 구성됐다. 그런데 직업 분포에 단 한 명의 농민이 없다. 국회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국회는 국민 대표의 회의체이다. 결국 국회의 대표성은 계급‧계층의 다양성에 달려 있다. 그래서 각 정당은 선거를 앞두고 다양한 직업에서 ‘인재영입’ 경쟁을 벌이는가 하면, 비례대표에 약자층을 전략적으로 배치하고 있다.농업, 농촌이 급속히 무너지고 농민이 차지하는 비율이 한자리수로 떨어지면서 비례대표가 그나마 농민 국회의원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됐다.민주노동당 때부터 시작된 농민 전략명부는 민중당에서 이어받아 2번으로 배치됐다.
코로나19.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로 인해 전 인류가 공포에 떨고 있다. 상공업 활동이 멈췄다. 한국은 일상의 사회적 활동을 일부 허용하고 있지만 해외의 경우엔 생존에 필수적인 활동을 제외하면 외출 자체도 금지시키고 어길 경우 강력한 처벌을 할 정도로 모든 움직임들이 중단됐다.세 달째가 돼가는데 전문가들은 이제 시작이라고 한다. 세계대전, 세계금융위기보다 더 힘든 상황이 다가올 것이라고 한다. 소위 선진국이라 불리던 나라가 뻔뻔히 남의 물자를 가로채고, 전 세계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기도 한다. 그 동안 숨기려 해왔던 인종차별,
저는 영동군 학산면에서 축산과 농사를 지으며 오후에는 6년째 공부방을 운영하고 있는 50대 농사꾼입니다. 7년 전 어느 날 할 일 없이 면을 빙빙 돌고 있는 아이들을 보며, 농민들은 소외됐다고 어디 가서도 큰소리라도 치지만 아이들은 목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돌봄을 시작했습니다.학산면 청소년공부방은 ‘지역아이들은 지역공동체가 돌본다’란 목표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요즘은 공부방으로 사용하고 있는 복지관이 폐쇄돼서 언제 아이들과 만날지도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엄마들과 전화통화를 하는데 요즘은 더욱 바쁜 농사철이라
봄이 오면 잦아들까 했던 코로나는 꽃이 피고 새들은 울어도 아직도 끝이 나지 않았다. 해마다 농사의 시작을 알리며 서로의 무사안녕과 풍년을 기원하는 영농기원제나 대보름 윷놀이는 물론 교육이나 소소한 모임조차 모두 취소 됐다.안타깝게도 우리가 사는 봉화 지역은 요양원에서 집단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미 치매나 기저질환이 심각한 노령자들이 많다보니 사망자도 발생하고, 종사자들도 한 달 넘게 격리생활을 하는 어려움에 처해있다.농촌 특성상 일부러 사람을 모으지 않는 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쉽게 이뤄지지만 그렇잖아도 조용한 마을이 더 적막해졌다
요즘 ‘신천지’라는 종교집단에 대한 관심들이 많습니다. 밭두렁 가에서 막걸리 잔을 기울일 때도 신천지에 대한 비판과 분노가 주로 이야기꺼리가 됩니다. 비판과 분노의 방향은 주로 교리의 이단성과 포교의 지독함에 쏠립니다. 애초부터 흙으로 사람을 빚었다는 걸 믿지 않는 나로서는 어느 종파가 더 이단인지도 모르겠고, 포교의 방식은 오히려 신념에 대한 성실함(?)으로 비춰지기도 해서 농민회 활동 게을리하는 나를 돌아보며 쓴웃음 짓게 합니다.신천지를 보면서 ‘이건 너무하네’ 하는 부분은 ‘천국 갈 수 있는 14만4,000명’입니다. 천국에
따뜻한 겨울 동안 마늘과 풀은 너무나도 잘 자랐다. 풀농사만큼 곡식농사가 되면 풍년 아닌 해가 없을텐데… 마늘논 풀을 보며 항상 하는 생각이다.그런데 몇 해 전부터 잘 자란 농작물을 보면서 드는 생각이 더 있다. ‘풍년이 들면 좋은가? 풍년 농사를 지은 농민은 행복한가?’풍년가엔 다음과 같은 가사가 나온다.‘풍년이 왔네. 풍년이 왔네. 금수강산에 풍년이 왔네. 지화자 좋다. 얼씨구나 좋구 좋다. 명년 춘삼월에 화전놀이 가세.’이 노래대로라면 풍년은 분명히 좋고 농민은 행복해야 한다. 그런데 현실 농사는 어떠한가? 작년에는 양파와 마
중국에서 건너왔다는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온 나라가 들썩인다. 정치하시는 분들은 서로간의 책임공방으로 국민들의 삶은 안중에도 없이 총선을 준비하는 듯하고 애꿎은 국민들은 마스크 구입 대열에 합류하며 걱정과 두려운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다. 이단인지 종교사기인지 모르는 새누리교(신천지)만을 탓하기엔 너무 많이 때가 지난 건 아닌지 걱정이다.코로나는 농촌 일상도 바꿔 놓은 듯하다. 아이 울음소리 끊긴지 오래인 면소재지 우체국과 농협 하나로마트 앞에는 마스크를 사려고 길게 줄을 늘어선 진풍경이 벌어진다. 마스크를 사는 이유가 도시
돼지열병, 춥지 않은 겨울, 비 오는 겨울, 미세먼지, 코로나19 등으로 만만치 않은 스트레스를 받고 살고 있다. 정신없는 와중에도 따뜻해진 기후 탓에 농사일은 빨라지고 들녘엔 냉이, 씀바귀, 달래들이 앞다퉈 올라와 맘을 설레게 한다. 코로나19로 사람들과의 관계가 단절돼가는 상태에서 자연이 주는 위로는 크다. 우리의 자연을 지키는 일이 사람을 살리고 지구를 살리는 일이 될 것이다.지난달 20일 강원도농어업인수당지원조례안이 통과됐다. 타 시·도보다 늦게 시작했지만 조례제정은 전국에서 세 번째다. 조례에 따르면 농어업경영체에 등록된
남도에서 황토바람이 일어나고 있다.전봉준이 국회 간다는 소리가 들리고, 4.15 총선에서 전봉준의 국회 입성이 이뤄진다는 소문이 번져가고 있다.진앙지는 전국농민최총연맹(전농)이다.전농은 지난 5일 대의원대회에서 김영호 전 의장을 민중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후보로 결정했다. 개인 김영호에 대한 인생을 결정해 준 것이 아니라, 전농이 김영호를 통해 농민권력, 민중권력 쟁취의 길에 나선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이다.더구나 김영호 전 의장은 박근혜 폭정시절에 전농 의장을 맡으면서 쌀개방 반대운동, 민중총궐기, 백남기 농민 관련 투쟁을 이끌어왔고
2020년, 인류는 지금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다고 한다.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일이 아니게 됐다. 전문가들의 의견에 따르면 기온상승 1.5℃를 마지노선으로 설정해,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피할 마지막 기회로 인류에게 남은 시간은 10년이며 이 짧은 시간 안에 전 세계가 전시상황에 준하는 태도로 근본적인 탄소배출저감 대책을 실행하지 않는다면 인류의 역사가 종말을 맞이하게 된다는 것이다.올해 남극에서 사상 최초로 영상 20℃의 온도가 관측됐다. 극지방의 얼음들이 녹으면 해수면이 상승할 뿐만 아니라 태양광을 흡수해 해수온도가 높아지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