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농민신문 이준원 전 차관 칼럼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된 ‘양곡관리법’과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주제네바 대한민국 대표부에서 세계무역기구(WTO) 농산물 협상과 협정 이행을 담당했던 이로써 비판하며 가격지지정책이 국제무역 규범인 WTO 규정상 문제가 없는지 면밀한 검토가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국제사회 흐름에 역행하기보다 공익직불금을 내실화해 농가소득 보장을 강화하자고 했다.이준원 전 차관의 주장은 맞는 말일까? 해남 땅끝에서 농사짓는 내가 보기엔 20년 전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지난 3일 정부는 국정현안 관계 장관 회의를 열고 ‘축산분야 2030 온실가스 감축 및 녹색성장전략’을 보고한 바 있다. 주요 내용은 “2018년 대비 18%, 배출전망치 대비 30%를 감축하겠다” 등으로 이전 보고와 다를 바 없다. 이처럼 동일한 내용을 되풀이해서 보고하는 이유는 탄소중립 이행점검 결과, 모든 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든 반면 건물과 농축산분야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와 1.2%로 각각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추정해 본다. 농축산분야, 온실가스 배출량 증가보고서에 따르면 농축산분야에서 온실가스 배출이 증가하는 이유
나는 경북 문경으로 귀농해 13년째 사과농사를 짓고 있다. 선대에 조성한 2,000평의 개심형 과수원과 귀농해서 조성한 밀식 과수원 3,600평을 경영하고 있다.올해는 사과농사에 있어 그 어느 해보다 이상기후로 인한 어려움이 많았다. 수십년 사과농사를 지으신 분들도 올해 같은 날씨가 지속되면 더 이상 사과농사는 힘들다고들 하신다.3월 이른 봄, 고온의 날씨가 지속되면서 개화 시기가 일주일 이상 앞당겨졌다. 해마다 개화 시기의 이상저온으로 어느 정도는 냉해를 입어왔다. 그런데 올해처럼 일주일 이상 꽃이 빨리 피면 더 큰 냉해가 우려됐
2021년 쌀값폭락을 불러온 정부의 실패한 양곡정책이 올해 다시 되풀이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2023년 수확기 산지쌀값은 지난 10월 5일 20kg 기준 5만4,388원을 정점으로 연속 하락하고 있다. 매 순기마다 1,000원씩 낮아져 11월 25일엔 4만9,625원으로 8.7%(4,763원)나 하락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올해 수확기 쌀값을 20만원(80kg)으로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쌀값 20만원은 현실을 반영한 것이 아니다. 쌀값이 바닥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최저가격으로 설정했다고 봐야 하는데 시장
추석 다음 날 단톡방에 뜬금없는 글이 올라왔다.‘철균이가…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다.’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을 못 잡고 이게 무슨 소리냐고 되물었더니 ‘죽었다. 살아서 이 카톡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답이 왔다. 그제야 부랴부랴 진주에 전화해보니 철균이가 추석 당일 오후에 단감밭 농막에서 잠을 자다 화재가 발생했고, 미처 피하지 못해 운명을 달리했다고 했다. 아… 얼마 전부터 얼굴 한번 보자고 그렇게 연락했는데 못 본 게 미안키도 하고, 뭐 한다고 추석 당일까지 단감밭에 올라갔는지 원망도 되고, 또 그럴 수밖에 없는 우리 농사꾼들
충청남도 예산에 내려온 지 3년, 누군가 물어보면 늘 이야기하는 일화가 하나 있다. 전입신고를 하고 주말을 지나 예산에서 맞이한 첫 월요일 오전 8시 30분경, 동네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동네에 한 명 들어와서 전화했다고, 어디서 왔냐고 물어서 서울 촌놈이라고 대답했다. 다시, 무엇하러 내려왔냐는 질문이 돌아왔고 아무 생각없이 ‘농사’ 지으러 내려왔다고 전달했더니 돌아온 대답이 일품이었다. “미쳤구만.”한평생 농사지어 살아온 동네다. 그리고 대를 이어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대답한 청년이건만 돌아온 대답은 ‘미쳤구만’이었다. 직
유럽의 농민들은 어떻게 농사를 지어서 먹고 살고 있을까? 내가 서 있는 현실의 막막함을 넘어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농사를 짓기 위해 조그만 단초라도 찾고 싶었다. 그 마음이 통했는지 대산농촌재단 유럽농업연수에 참여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12박 14일의 많은 방문지 중에서 유독 눈에 들어온 곳은 바로 독일 바이에른주의 에너지 자립시(市) 빌트폴츠리트였다. 기후위기 파고 속에 화석연료의 한계가 분명하고, 고갈의 상황은 우리가 맞이할 필연적 미래의 모습이다. 내가 사는 진주는 특히 화석연료를 기반으로 한 수출농업, 겨울철 난방을
다음달 8일 전국 농협·수협·산림조합장 전국 동시선거가 치러진다. 전국 지역농협에서도 많은 후보자들이 다양한 공약을 내걸고 출마하고 있다.그동안 농협이 우리나라 농업발전에 많은 기여를 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농업인의 입장에서 보면 아직도 농협의 역할에 대해 아쉬운 점도 많다.특히 농협은 전국 도매시장 공판장, 물류센터, 중앙회·지역농협 하나로마트, 로컬푸드, 온라인거래소, 농협은행 내 직판장 등 수많은 유통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과 가공품을 팔려고 하면 어디에 어떻게 팔아야 할지, 제값을 받을 수
‘상급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 직원의 무리한 업무지시와 인신공격으로 숨이 막힙니다. 과도한 업무지시로 야근을 밥 먹듯이 하고, 개인 생활도 다 포기하고 살고 있습니다. 새벽에도, 주말에도 전화해서 자료를 당장 달라고 해 사무실에 나가는 일의 반복입니다.최선을 다하고 있는데도, 자료의 질이 떨어진다, 능력이 부족하다는 인격 모욕 발언까지 들었습니다. 나이가 많은 부장님께도 반말은 기본입니다. 이렇게 살아야 하나 자괴감이 들고, 부모님이 저의 이런 모습을 알면 얼마나 슬퍼하실지 걱정됩니다.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사람의 심정을 알 것
김태연 단국대 교수는 지난 12월 13일자 기고에서 현재 정치 쟁점화되어있는 양곡관리법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하며 난데없이 ‘생산격리제도’를 제안했다. 이에 현장 농사꾼 입장에서 납득할 수 없는 내용이 상당수 존재하기에 감히 몇 가지 문제제기를 하고자 한다.먼저, ‘생산격리’라는 용어가 참으로 낯설다. 시장격리라는 용어는 늘 쓰던 말이지만 생산을 격리한다는 게 쉬이 와 닿지 않는다. 김 교수 주장대로라면 ‘휴경직불’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굳이 이 용어를 사용한다는 것은 곧, ‘시장격리는 문제가 많은 것이고, 생산격리
코로나19, 전쟁, 기후위기는 1990년대부터 세계 질서의 기본 축을 담당하던 세계무역기구(WTO) 신자유주의체제가 급속히 종말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발생하고 있는 식량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각국은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높여줄 농정으로 정책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의 섹션 22006에 의거, 미국 농무부(USDA)가 진행한 대출 및 보증 융자 그리고 농업 운영에서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을 신속하게 구제하기 위해 31억달러(4조486억원)를 제공한 사실은 솔직히 충격적
본지 심증식 편집국장(상무이사 겸직)이 지난 20일 별세했습니다(향년 59세). 그동안 농민운동가로서, 언론인으로서 농업·농촌의 발전에 기여해온 혁혁한 공로와, 전조가 없었던 갑작스런 부음에 농업계 곳곳에서 비통한 추모의 물결이 이어졌습니다. 본지 역시 애도의 뜻을 담아, 지난 21일 열린 추모제에서 본지 한도숙 전 사장이 헌정한 조시(弔詩)를 지면에 옮깁니다.떨리는 가슴으로 너를 기억해 본다한 쪽 팔을 잘린 듯한 통증으로밤잠을 설치며너의 꿈을 꾸었다너는 언제나 나의 배후였다 사장과 상무그러나 농민운동으로 만난 우린 동지현장에선 투
에 실린 ‘쌀 농정 너머 식량자급률 제고 농정 펼쳐야’라는 박진도 교수의 글을 읽고 또 읽었다.글은 “되풀이되는 쌀 과잉과 쌀값 폭락에 대해 뭔가 근본적인 대책, 쌀에 대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그 출발점은 쌀을 과도한 정치논리로부터 해방시키는 것이다. “쌀만은 안 된다”는 쌀 예외주의가 등장하고 쌀은 우리 농업의 최후의 보루로서 모든 짐을 짊어졌다. 그 결과, 쌀은 과잉으로 가격이 하락하고, 식량자급률은 낮아졌다… 쌀이 너무 흔하다. 쌀 생산과 소비의 균형을 회복해 쌀의 시장가치를 높이는 게 급선무다. 논 면적을 유
조경희 김제시농민회장봄이 왔다. 세상 돌아가는 모양새가 마음에 안 들어도 농사는 지어야 한다. 살면서 ‘해가 바뀌면 좋아지겠지?’ 하고 기대하는 것들이 많이 있다. 코로나19도 종식되길 바라고, 세상 모든 것들이 더 좋아질 것이라 기대한다.내가 사는 곳 농민들의 큰 바람은 지난 한 해 동안 기상이변에 따른 재해에 맞서며 생산한 나락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었다. 나락을 보유하고 있는 농민뿐만 아니라 지역농협에 나락을 수매한 농민들도 나락값이 오르면 조금이라도 수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으니 같은 기대를 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다들 아는
[한국농정신문 기고_안주용 진보당 공동대표(농민당 대표)] ‘농민기본법 제정에 관한 5만 국민동의청원’이 지난 18일, 28일 만에 성사됐다. 한 달 반이 넘는 기간을 농민들은 ‘농민기본법 청원운동’에 매진했다.농민들은 2인 1조로 마을 영농교육 현장, 농협, 농약사, 면사무소, 마트, 소방대 등 농촌 현장 곳곳을 직접 방문하며 참여를 독려했다. 고령화된 농촌에서 핸드폰 문자 인증을 청원하는 과정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지난해 시장도매인제 청와대 청원 인원이 8,000명에 그친 아픈 기억도 있었다.하지만 세상은 바뀌어 집회
수확을 앞둔 농민들의 마음에 먹구름이 한가득 드리워 있습니다. 여름까지만 해도 풍년을 기대했던 농작물들이 가을장마에 병해충 피해가 번져 한순간에 무너졌기 때문입니다. 백약이 무효라는 말처럼 서둘러 몇 차례 방제를 했어도 피해는 더 커질 뿐이었습니다.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고 억장이 무너지는 일입니다.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으니 행정당국에 신고하여 조사도 요구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합니다. 시청은 물론 도청과 농림축산식품부 관계자까지 찾아와 확인하고, 정치인은 정치인대로 현장을 방문하여 농민들을 만나고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합니다.
국내 친환경농업은 전체 대비 유기농인증 면적이 2.5%이며, 무농약인증 면적은 2.8%에 불과하다. 그러나 이제 무농약농산물도 금년부터 시행되는 ‘무농약원료가공 인증제도’를 통해 친환경 가공식품에 사용 가능하게 돼, 향후 친환경농업이 활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생산지에서는 표기와 비율에 대한 두 가지 우려되는 지점을 제기하고 있다. 적극적인 민·관 협의를 통해 이를 개정하고 보완해간다면 우리나라 친환경농업은 친환경가공을 통해 더욱 성장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첫째, 표기 제한 관련 규제가 강화됐다. 친환경농산물을 사용하더라도
지난 7월 23일 농지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일부 진일보한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농지문제를 정상화하기에는 상당히 부족한 상태로 통과됐다. 그간 농민들은 투기농지 몰수와 농지법 전면개정을 외쳐왔고, 지난 7월 30일에는 염천 더위에도 불구하고 세종 농식품부 앞에서 집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하지만 농민의 목소리가 정치권 인사들의 귀에는 들리지 않았다. 이로써 이번 정부에서의 농지법 개혁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1996년 농지법 시행 이후 18번의 농지법 개정 과정은 지속적으로 규제를 완화해 온 역사
이태문씨는 경남 남해의 마늘 재배농민으로, 2019년 8월 전국마늘생산자협회 출범 이후 협회 정책위원장을, 지난해 10월 마늘의무자조금관리위원회 출범 이후엔 의무자조금 사무국장을 맡고 있습니다. 농민 출신 사무국장이라는 남다른 사명감을 갖고 농민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전국을 돌아다니며 다양한 활동을 전개 중입니다. 마늘 수확철, 벌마늘과 인력부족 등 심각한 문제에 직면한 생산현장을 돌아다니며 ‘수확기 마늘의무자조금 농촌일손돕기 보고서’라는 제목의 수기를 작성하고 있는데, 지난 17일 작성한 그 두 번째 글을 독자님들과 공유함으로써
지난 1월 4일, 인도에선 정부와 농민단체 간 일곱 번째 협의가 불발로 끝났다. 수천 명의 인도 농민들의 시위는 계속되고 있다. 인도 대통령은 지난해 9월 27일 의회에서 통과된 농업과 관련된 세 개의 법안을 최종 승인했다. 농민들과 협의 없이 진행된 이 법안에 대해 농민들은 법안 폐지 투쟁을 전개하면서 정부와 협상테이블을 만들었다. 정부는 법안을 수정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인도의 농민연합 대표단들은 세 법안이 반농민적이라며 전면폐지를 요구했고 정부와 의견 조율을 해왔다. 그러나 결국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이 법들은 필수 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