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2018년 12월 유엔총회에서 ‘농민과 농촌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선언(Declaration of rights of peasants and working people in the rural area, 유엔농민권리선언)’이 채택됐다. 유엔농민권리선언 채택은 농업과 먹거리의 생태적·사회적·경제적 위기가 악화일로의 길로 접어들면서 더이상 이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전 지구적 공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농민의 권리를 국가와 사회가 보장해야 한다는 국제적 규범이 마련됐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아직도 농민권리
‘쌀밥에 소고깃국’ 우리 조상들의 꿈이었다. 지금의 기성세대 대부분 역시 ‘쌀밥에 소고깃국’의 꿈을 꾸었을 것이다. 주식인 쌀 자체도 귀했지만, 소고기는 더욱 귀한 음식이었던 탓이다. 조선시대에는 함부로 소를 잡을 수 없었다고 한다. 소는 가축이라기보다는 노동력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먹을 것이 흔해 고기가 지천인 세상이지만 그래도 우리는 고기 중에 최고로 소고기를 꼽는다.우리가 소를 가축 이상으로 생각했듯이 세계 각국에서 역시 소는 남다른 대우를 받아왔다. 이런 소의 이야기, 소가 사는 세상 아니 소가 살아온 세상 그리고 소가 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어 1년도 채 남지 않았다. 지난 4년 문재인정부의 농정은 한마디로 ‘대통령 농정 무관심’이라는 평가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이 없을 것이다.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정부는 적폐 청산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갖고 출범했다. 사회 곳곳에 켜켜이 쌓인 잘못된 관행과 제도를 청산하고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달라는 국민적 요구가 문재인정부가 풀어야 할 시대적 과제였다. 그렇다면 농정의 적폐는 무엇이고, 어떻게 청산할 것인가를 설정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농정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기자]전국농업노동조합연맹(의장 서권재 aT노동조합 위원장, 전농노련)은 지난달 26일 양재동 aT센터에서 정기회의(사진)를 갖고 각 노동조합의 현안을 공유하고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했다. 서권재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정기모임을 정상적으로 진행하지 못해 아쉽다. 지난해 11월 16일 제주에서 개최한 워크숍 이후 첫 모임이다. 회원 노동조합의 현안을 공유해 연대방안을 모색하고 올해 중점 사업을 고민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이어진 단사별 활동 보고에서 신원상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농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전국 농관련 기관 노동조합의 연대체인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의장 서권재 한국농식품유통공사 노조위원장, 전농노련)가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제주도에서 2020년 워크숍을 개최했다.서권재 전농노련 의장은 인사말을 통해 “올해 코로나19로 정기모임을 2회 밖에 하지 못했다. 그러나 정식으로 전국농업노동조합연합회라는 연대체를 결성하게 돼 의미가 깊다”며 “위원장님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지지에 감사하다”고 전했다. 이어서 열린 회의에서 전농노련은 12월 중 ‘2020년 대한민국 농업 노동 존중 국회의원’을 정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4년 전이다. 총선을 앞두고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총선공약 요구안으로 농민수당을 제시했다. 농민들이 농촌에 살면서 만들어내는 공익적 기능에 대한 보상으로 농민수당을 지급하자는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직불금이다, 경영안정자금이다 해서 농민들에게 현금을 지불하는 정책을 시행해 왔다. 이는 대부분 논농업에 집중됐다. 물론 밭작물에도 직불금이 지급됐지만 지급액이 적었다.아울러 직불금을 면적 기준으로 지급하다 보니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뚜렷했다. 그래서 사람중심 농민중심의 정책으로 농민수당이 제안된 것이다. 농촌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중학교 때부터 농사짓기로 결심을 했어요. 그래서 농고에 들어갔죠. 고등학교 졸업 후 군복무까지 마친 뒤 이곳 철원에 와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철원에서 32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김용빈 철원군농민회장 이야기이다. 김용빈 회장이 나고 자란 곳은 경기도 남양주 마석이다. “마석은 개발 붐이 일기 시작해서 장기적으로 농사를 짓기에는 어렵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농사지을 만한 곳을 찾아 이사를 하기로 했죠.”김씨가 군에 있는 동안 김씨의 아버지가 여기저기 농사지을 곳을 물색했다고 한다. “아버지 고향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경북 성주가 예전에는 4대 사고(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는 곳) 중 한 곳으로 성주목이 있었을 정도로 조선시대에는 큰 도시였어요. 성 안에 군청이 있고 성 밖과 경계인 경산리에 우리집이 있었고요.” 6.25 당시 정한길 가톨릭농민회 회장의 아버지는 경찰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경찰을 한 기억은 없고 농사짓던 모습만 기억난다고 한다. 당시 경찰을 했다고 하면 시골에서 ‘있는’ 집안이다. “초등학교 때 아침에 일어나면 집에서 일하는 사람이 도련님, 하고 세숫물 떠다 주던 기억이 나요. 가마솥에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20대 국회가 동물국회 혹은 식물국회라는 오명을 안고 종료시점을 앞두고 있다. 20대 국회의 임기는 5월 30일까지다. 법적으로는 3개월 보름 정도 임기가 남아있으나 이미 새해 시작부터 정치권은 선거 국면에 접어들었다. 사실상 20대 국회 활동은 크게 기대할 것이 없는 상황이다. 4년마다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선거가 있는 해에는 매년 반복되는 일이라 새삼스러울 것도 특별히 문제 삼을 일도 아니다.하지만 20대 국회가 맡은 바 소임을 제대로 해냈느냐 평가해보면 문제가 달라진다. 농업·농민의 입장에서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2018년 10월 어느 날 박형대 전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한테 연락이 왔다. 도올 김용옥 선생님 인터뷰를 하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도올 선생은 지난 대선 때 우리사회가 해결해야 할 과제 세 가지를 제시했는데, 그중 하나로 ‘풍요로운 농촌건설’을 주창했다. 농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사라지는 이때 당대의 석학이고 철학자인 도올 선생이 농업을 이야기했다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었다. 그래서 전부터 도올 선생을 만났으면 하는 생각을 하던 차에 인터뷰라니 너무 반가웠다.그런데 전남 장흥에서 농사짓는 박형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1982년 3월 충북 음성군 금왕성당에선 신군부 전두환정권이 들어서고 최초의 대중 집회가 치러졌다. 전국의 농민 1,500여명이 모인 ‘부당 농지세 시정 농민대회’가 열린 것이다. 부당 농지세 시정 농민대회는 5.18광주민주항쟁 이후 최초의 대중집회이자 부당 농지세 시정을 촉구한 최초의 농민투쟁이다. 당시 농지세는 갑류농지세와 을류농지세로 나뉘었다. 갑류농지세는 벼를 생산하는 농지에 부과했고 을류농지세는 과수·특용작물·채소 등을 생산하는 농지에 부과했다.그런데 이 두 가지 농지세 모두 농민들이 부담하기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농사에 드론이 사용되고 있다. 자율주행 트랙터는 사람이 없어도 논밭을 갈고 고른다. 그런데 아직 자율주행 호미는 없다. 농사에는 곳곳에 섬세한 손길이 필요하다. 최첨단 과학이 무엇이든 다 하는 시대라 해도 사람의 손길이 닿아야 완성된다. 그 역할은 대부분 여성농민이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여성농민들은 철기시대에 만들어진 호미를 지금까지도 놓지 못하고 있다. 농기구만 철기시대가 아니다. 여성농민의 세상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혹자는 여성농민을 일컬어 이 시대의 ‘마지막 천민’이라고도 한다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기자]지난달 24일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묘지 민주열사묘역에서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 3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고 전용철 열사 14주기 추모제가 열렸다(사진).이날 김영석 전용철 열사 추모사업회 위원장은 “전용철 열사는 2005년 쌀 재협상 저지를 위해 싸우다 돌아가셨다. 열사께서 돌아가신 지 14년이 지났지만 지소미아 사태에서 보듯이 민족의 자주권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며 “열사의 뜻을 이어 우리 농업을 지키고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이루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박기수 전농 부의장은 추모사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1950년대 초 어느 여름날이다. 초등학교 5학년 임봉재는 학교를 마치고 집에 오자마자 보리밥 소쿠리를 찾았다. “그때는 보리밥도 간신히 먹을 때였어요. 여름에는 소쿠리에 보리밥을 담아 처마 밑에 두고 학교 마치면 그걸 꺼내서 점심으로 먹었죠. 그런데 그날은 아무 것도 없는 거예요. 부엌에 가서 가마솥 뚜껑을 열어봐도 뭐가 없더라고요. 방안에 계신 어머니가 인기척을 듣고는 모기소리로 ‘봉재야 봉재야’ 하고 부르셨어요.”방문을 열어 보니 어머니 혼자 아이를 낳으셨다. “어머니가 물 한 그릇 달라고 하시는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농업관련노동조합협의회(회장 전병준 전 마사회노조위원장. 농관련노조협)는 지난 1일 세종시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방역지원본부)에서 농관련노조협의회 정례회의를 개최하고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방역으로 고생하는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조합원들에게 위로금을 전했다. 전병준 농관련노조협의회장은 “지난 9월 17일 경기도 파주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발생한 이후 방역지원본부 경기 북부지역의 노동조합원들이 휴일도 없이 방역활동에 노고가 크다”며 감사 인사와 더불어 김필성 방역지원본부 노조위원장에게 위로금을 전달했다. 이
[대담 심증식 편집국장, 정리 강선일 기자, 사진 한승호 기자]촛불혁명 직후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3대 과제 중 하나로 ‘풍요로운 농촌 건설’을 강조한 이유가 궁금하다.농촌문제를 해결해야 남북화해와 경제민주화 문제 해결로 나아갈 수 있다. 농촌은 지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힘없고 가장 선거에 영향을 끼칠 수 없는 곳인 양 인식된다. 농촌은 국가의 기본이자 존재 자체가 국민의 권리이며 식량 공급의 장일 뿐 아니라, 국토를 보전하기 위한 우리 민족의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그럼에도 (집권자들 입장에서 농민이) 힘없고 맥아리 없다 여겨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 사진 한승호 기자]2016년 11월 촛불집회를 앞두고 우리시대의 철학자이자 사상가로 시대의 나침반 역할을 해 온 도올 김용옥 선생은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3대 과제를 제시했다. 첫 번째가 ‘남북 화해’, 두 번째가 ‘경제민주화’, 세 번째가 ‘풍요로운 농촌 건설’이었다. 평생을 공부에 매달려온 대학자가 ‘풍요로운 농촌 건설’을 시대의 과제로 제시한 것이 이채롭다. 이미 농업·농촌·농민은 사회적 관심사에서 사라져버린지 오래다. 농촌은 낙후되고 피폐되는 것이 당연시되는 상황에 도올은 강력한 제동을 건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충남 홍성군 홍동면 ‘젊은협업농장 정민철 박사’하면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농업 쪽에서 나름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특이한 이력과 활동 탓이다. ‘박사’가 농사를 한다는 것도 의외인데 협업농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마을, 농촌, 공동체는 정민철 박사와 연결되는 단어들이다. 농업경제학이나 농촌사회학을 전공했을 것으로 예상하는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정민철 박사는 미생물학 박사이다.“경주가 고향이예요. 아버지는 학교선생님이셨죠. 학교는 대구에서 다녔구요. 공부만 했을 뿐 농사는 생각도 안 해봤어요.”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전남 보성군 노동면 거석리에서 나서 한 번도 주민등록을 다른 곳으로 옮기지 않았어. 군대도 안 갔고, 전농 의장할 때 서울 왔다 갔다 한 거 빼고는 타지에 적을 둔 적이 없어. 그야말로 토박이야.” 문경식씨는 대를 이어 고향을 지키며 살아온 전형적인 농민이고 농촌사람이다.“10살 때부터 할머니 손잡고 농사일 배우러 다녔어. 내가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됐지. 10식구가 한 집에 살았는데 일하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 그는 전남 보성의 가난한 집안 7남매 중 넷째, 아들로는 둘째로 태어났다. 위로 세분의
[한국농정신문 심증식 편집국장]김대중정부 시절, 김성훈 농림부 장관은 유기농업을 권장하며 친환경농업육성법을 제정했다. 그 시절 경기도 양평군 팔당 지역에서는 농민들이 팔당 상수원 유기농운동본부를 만들었다. 팔당 인근은 한강 상류지역이자 상수도 취수장이 있어 물관리가 중요하기 때문에 농사도 유기농으로 짓자는 의미다. 한강물을 상수원으로 사용하는 서울시에서 지원하고 농협도 힘을 보탰다.팔당 지역은 서울과 가까워 오래 전부터 근교농업이 발달했고 시설채소가 주로 재배됐다. 관행으로 짓던 농약·비료 농사가 정부의 친환경농업육성 정책에 힘입어